그를 5월 26일 토요일에 처음 만났고, 28일 월요일에 저녁을 먹게 되었다. 29일은 그가 James와 선약이 있었다. 30일 수요일 다시 만났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고 또 만났다. 하루는 그가 저녁을 먹자고 하고 하루는 내가 그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매주 작곡 스터디가 있었는데 그를 초대했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선생님의 작곡 수업을 듣다가 알게 된 친구들인데 삼삼오오 모여 공부를 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그와 비슷한 또래가 모여있어서 친구 만들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와 내가 친구가 되긴 했지만 나 말고 비슷한 나잇대 사람들과 만나면 더 반갑지 않을까란 생각에서였다.
흔쾌히 그가 와주었고 같이 음악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친구가 워낙에 영어를 잘해서 나는 그들의 대화를 보고 있어도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형편없는 영어실력에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그래 나에겐 구글 번역이 있으니까! 야무지게 번역해서 카톡을 보냈다.
5월 31일 목요일 8시에 큐베이스 가르쳐 주시는 오규철선생님의 밴드공연이 있어.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가자.
나 : There is a band performance of teacher who teaches Qubase on Thursday, May 31 at 8:00. If time is good, let's go together.
그 : I think time is good.
그 : I can meet you tommorow at 7 as well.
공간의 정확한 명칭은 '라이브 소극장 락 왕 rock king'이다. 작은 듯 제법 큰 공연장인데 그곳에서 내 인생 밴드인 '로맨틱 펀치'를 처음 영접했었기 때문에 내게 아주 특별한 곳이다. 한국의 라이브 음악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함께 수업 들었던 사람들이 있으니 새 친구를 사귈 또 다른 기회일 거란 생각이었다.
그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음악을 들었고,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과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게 부담이었는지 다들 일이 있다며 인사를 건네고는 사라졌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결국 둘만 남게 되어 근처를 살피다 카페 어노드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다. 흑백, 그레이의 심플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의 2층 카페는 공간이 고요하면서도 긴장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