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이로 8살인 아들의 만 나이가 6살이었다. 미국에 있는 그의 6살 조카와 아들이 동갑내기인 것이다. 아! 나랑 똑같은 처지의 사람이 또 있구나! 사뭇 반가웠다.
나는 잠자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엄마는 누나를 데리고 아빠와 결혼을 하셨어. 그리고 내가 태어났어. 그러니까 엄마도 싱글 맘이었지. 어디에나 싱글맘은 있어. 나는 그냥 너를 좋아하는 거야. 특별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어."
인간관계가 고만고만한 내 주변은 눈을 씻고 둘러봐도 싱글맘은 나뿐이었다. 누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엄마 상황까지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 울컥했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는 정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이혼 후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데 갈색눈을 한 저 젊은 미국인 총각이 내 상황을 이해한단 말이야?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를 여자로 봤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세상은 나를 절대 여자로 봐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혼녀, 싱글맘으로 규정되는 것이지 나는 더 이상 오롯이 나로 세상에 비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여자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저 순수하고 맑은 눈을 하고 있는 미국 청년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 현실에서 뭘 하겠는가! 10살이나 어린 남자랑 연인사이가 될 수는 없잖아. 나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그리고 나는......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추천처럼 내 주제에 당연히 이혼남을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 세상의 잣대가 있는데 말이다. 30대 후반의 나이 먹은 애 딸린 아줌마가 분수에 맞게 살아야 되는 거지. 형편 비슷한 이혼남이 있나 살펴야 이치에 맞다는 사람들의 시선에 부응해 줘야 하는데 말이다.
내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착한 눈을 한 그를 보니 미안한 마음만 자꾸 커져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구나. 어쩌면 그는 정말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걸까? 좋아하는 걸까?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가만히 그를 들여다본다. 자꾸만 그의 눈이 정말 예쁘다는 사실을 나 혼자 되뇌고 있다. 그에게 마술처럼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