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이올렛 노트 Sep 06. 2023

37살 싱글맘을 좋아하는 27살 미국 총각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 VS  그가 나를 보는 시선

"나는 누나가 있어. 그녀도 너처럼 싱글맘이야. 조카는 6살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한국나이로 8살인 아들의 만 나이가 6살이었다. 미국에 있는 그의 6살 조카와 아들이 동갑내기인 것이다. 아! 나랑 똑같은 처지의 사람이 또 있구나! 사뭇 반가웠다.  


나는 잠자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엄마는 누나를 데리고 아빠와 결혼을 하셨어. 그리고 내가 태어났어. 그러니까 엄마도 싱글 맘이었지. 어디에나 싱글맘은 있어. 나는 그냥 너를 좋아하는 거야. 특별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어."


인간관계가 고만고만한 내 주변은 눈을 씻고 둘러봐도 싱글맘은 나뿐이었다. 누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엄마 상황까지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 울컥했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는 정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이혼 후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데 갈색눈을 한 저 젊은 미국인 총각이 내 상황을 이해한단 말이야?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를 여자로 봤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세상은 나를 절대 여자로 봐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혼녀, 싱글맘으로 규정되는 것이지 나는 더 이상 오롯이 나로 세상에 비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여자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저 순수하고 맑은 눈을 하고 있는 미국 청년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 현실에서 뭘 하겠는가! 10살이나 어린 남자랑 연인사이가 될 수는 없잖아. 나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그리고 나는......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추천처럼 내 주제에 당연히 이혼남을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 세상의 잣대가 있는데 말이다. 30대 후반 나이 먹은 애 딸린 아줌마가 분수에 맞게 살아야 되는 거지. 형편 비슷한 이혼남이 있나 살펴야 이치에 맞다는 사람들의 시선에 부응해 줘야 하는데 말이다.


내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착한 눈을 한 그를 보니 미안한 마음만 자꾸 커져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구나. 어쩌면 그는 정말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걸까? 좋아하는 걸까?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가만히 그를 들여다다. 자꾸만 그의 눈이 정말 예쁘다는 사실을 나 혼자 되뇌고 있다. 그에게 마술처럼 빨려 들어갔다.



작가의 이전글 저녁같이 먹는 게 데이트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