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1
마침 공간이 생겨 앞에 가시던 분 옆으로 지나치려고 하는 나의 뒤에서 빠르게 세 학생이 스쳐 지나갔다. “칼치기~~!!!”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에 난 그만 어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찌 그런 말과 행동을 당당하게 내뱉을 수가 있을까. 정말로 운전자들이 이렇게 난폭하고 급격한 추월을 당하면 느끼는 기분이 이런 것일지 생각했다. 그 좁은 도로에서 상대방은 물론이고 본인들까지도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일으키고도 신나게 지나갈 수 있는 신경과 에너지가 오히려 부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빠르게 가고 싶었다면 얼른 내 주위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 세 사람은 결국 5m도 가지 못해서 신호등에 걸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세 사람과 같은 길로 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해당 길의 코너를 돌아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이 코너를 전부 막고 있었다. 코너이지만 횡단보도 앞인 만큼 꽤 널찍한 길을 커다란 세 개의 전기 자전거로 띄엄띄엄 서서 아예 지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참지 못한 나는 결국 그 아이들에게 벨을 한 번 울렸다. 그 아이들이 길의 정중앙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살짝만 앞으로 가주면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의 바람은 무너졌다. 하긴 이미 마주친 상황에서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