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는 시간

도예 기록 2

by Vioree
IMG_8517.jpeg




이제 꿈에 그리던 물레반 수업!

원래 수업 신청할 때 물레 돌리는 걸 상상하며 시작했던지라

물레반 수업이 무척 기대되었다




IMG_6913.jpg
IMG_6914.jpg
IMG_6918.jpg


물레 첫 수업


기록해 보려고 영상을 찍어놨다

물론 지금도 잘 못하지만

첫날 물레질을 보니 엉성하기 짝이 없다


물레질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약하지만 그래도 나아졌던 것이었구나


물레로 만들면 그냥 만드는 것보다

힘들지 않게 만드는 건 줄 알았다...

근데 이거 이거 체력이 보통 쓰이는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허리는 더 아파지고

첫 물레 수업 후 집 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드러누웠다


첫날이라 그릇을 만들진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흙과 물레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IMG_6926.jpg
IMG_6927.jpg


두 번째 수업은

흙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걸 연습했다




IMG_6930.jpg
IMG_6936.jpg


찍어놓은 영상을 보니

힘을 상당히 써야 하는구나 생각이 든다

힘을 정말 많이 쓰는데도 역부족

내가 중심을 잡는 게 아니라

흙에 따라 내 손과 팔도 휘청휘청


그래서 선생님이랑 언니들이 매번 힘없어 보인다고

밥 좀 많이 먹고 오라고 하셨구나




IMG_3513.JPG


아직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고

손 가는 데로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대로

그렇게 만들어보았다




IMG_6938.jpg
IMG_6940.jpg


이날도 흙 올렸다 내렸다 반복한 후




IMG_6946.jpg
IMG_6947.jpg
IMG_6948.jpg
IMG_6949.jpg


이날도 되는대로 만들기




IMG_3721.JPG


원래는 파워 J 성향이라

기초반 때도 물레반 들어와서도

이것저것 만들고 싶은 모양들을 미리 생각해가곤 했지만

다 내려놓았다

어차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안되기도 하고

계획 없이 손 가는 데로 우연히 만들어진 모양에

'내가 이걸 만들었다니!'

싶은 순간들도 있는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걸 얻고자 애쓰기보다

흘러가는 데로 두어도 인생은 흘러가고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요즘인데

그 태도가 흙을 마주할 때도 드러나는 것 같다




IMG_6998.jpg
IMG_7006.jpg


이제는 만들어 놓은 것들 깎는 시간


만드는 것도 재밌는데

깎는 건 더 재미있다

(허리만 안 아프면 좋겠다..)


인생의 초반에는 이것저것 해보며 나의 모양을 잡아가는 시기라면

초중반에는 그중에서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도예가 참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흙으로 형태를 잡은 뒤

깎아서 조각해 내는 과정을 거친다


아마도 인생 중반의 더 견고히 단단해지는 시기는

도예로 따지면 수분을 말려 단단해진 상태에 비유할 수 있겠다

이때는 이미 굳어서 수정이 어렵다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타인의 얘기는 듣지 않으며 융통성 없이 자신의 생각만 고수하는 상태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겠다




IMG_3849.jpeg


아직 굽의 두께 느낌을 잘 캐치하지 못해

이렇게 구멍 뚫기 일쑤다




IMG_4015.jpeg


3개 완성

일주일 후 마른 모습




IMG_7021.jpg


또 깎는다




IMG_4017.jpeg


깎을 때 제일 많이 일어나는 일 중 하나는

물레에 제대로 고정 안 돼서 날리기.....


날아가서 뭉개지면

나는 차마 찢지 못하고

선생님이 저렇게 찢어버려 주신다

매번 이런 거에 속상해하면 안 된다고 말하시며..


(10초만 속상할 시간 가질게요 선생님....)




IMG_4020.jpeg


사진에 두 개가 추가되어 있는 걸 보니

이날은 여러 개 망치고

두 개 완성했나 보다




IMG_8317.JPG
IMG_8318.JPG



내가 상상하지 못한 느낌으로 구워져 나온 도자기들

신기하다




IMG_4165.jpeg


다 깎았으니 또다시 만들기




IMG_4169.jpeg


전에 비해 모양이 좀 더 반듯이 잘 잡힌 것 같다

맨날 똑같이 만든 줄 알았는데

사진으로 변화과정을 보니

아주 찔끔은 나아지는 것 같군




IMG_4907.jpeg






IMG_5333.jpeg
IMG_5337.jpeg
IMG_5339.jpeg


처음에는 두께 가늠이 안되어

너무 깎다가 뚫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얇게 만들고 싶은 욕심에 계속 깎다가

저리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물론 두께 가늠을 못하는 것은 아직도 그러하다




IMG_5345.jpeg


이번엔 파스텔 톤을 내고 싶어 색을 칠해 보았다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 마지막에 급하게 하느라 손가락으로 칠하기도 한..;;

정말 나 요즘 많이 내려놨구나

라고 느꼈던 순간 (positive)




IMG_8323.JPG


옴마나 내가 예상한 색들이 전혀 아닌걸

생각보다 짙은 색감에 놀랐지만

이내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이대로도 예쁘게 봐줘야지




IMG_8324.JPG


뭔가 유치원아이들이 생각나는 색감에

왠지 모를 애정이 가기도 하고 ~?




IMG_5989.jpeg


개완을 하나만 가지고 있기에

차문화대전에서 개완을 꼭 사고 싶었는데 못 샀으니

개완 만들기에 도오전!




IMG_6309.jpeg


IMG_6756.jpeg


개완 두 세트와 함께 숙우도 두 개를 만들었다.




IMG_6760.jpeg 개완세트 2개, 잔 1개, 숙우 2개


개완하나는 분청느낌을 내보고 싶어 화장토를 덧입혔다


숙우 두 개는 깎다가 모두 사망...





하나는 선생님이 알려주시다가 날리시고




IMG_6752.jpeg


하나는 내가 너무 깎아서

밑바닥이 뚫려버렸다.


영상으로 남겨놓은 거

다시 보니

날려먹는 것도 그저 웃기다.




IMG_6896.jpeg


선생님이 백토는 어렵다고 계속 나중에 하라고 하셨는데

이날은 백토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호기롭게 도오전!




IMG_8501.jpeg


잘 되어 가는 것 같다가도




IMG_8505.jpeg
IMG_8506.jpeg


휘청 휘청

어머어머 이거 왜 이래

난리법석


아.. 아직 백토로 물레 돌릴 실력은 아닌 건가....

하지만 백토로 만들고 싶은걸...




IMG_8510.jpeg


다시 심기일전해서!




IMG_8511.jpeg


좀 만들어지는가 싶기도 하고




IMG_8514.jpeg
IMG_8517.jpeg


어라 좀 되는 거 같은데




IMG_8518.jpeg
IMG_8519.jpeg


어림없지


내 마음 같이

나풀나풀

너덜너덜해지는 흙...




IMG_8521.jpeg
IMG_8527.jpeg
IMG_8526.jpeg


칫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작은 걸 만들어 보겠어




IMG_6898.jpeg


숙우를 다 날렸으니

다시 만들어야지..


숙우 2개랑 잔 2개랑 그릇 1개.

동그라미 받침대는 집에서 만들어 온 것




IMG_6894.jpg


분명 만들 때 사진을 찍어놨는데 안 보인다...


잔 받침들 여러 개 만들어보고

합 만들고 싶어서 이렇게 몇 개 만들어 갔다.

상상 속으로 생각했던 모양은 완성하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시도해 봐야지




IMG_8538.jpeg
IMG_8539.jpeg


만들어 놓았으니 깎아야지




IMG_7067.jpeg


작고 소중해 ❤︎




IMG_7068.jpeg


옆에 언니 그릇이랑 대비되는 나의 잔들.

크기차이가 더 컸는데

사진으로는 앞에 둬서 그런지 실제보다 덜해보이넵




IMG_7069.jpeg


나는 항상 완성된 모습보다

이때의 뭔가 포슬포슬한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그래서 매트한 유약을 선생님께 부탁해 보지만

매번 거절당함...

(유약이 두 가지인가 세 가지밖에 없다고 하신 거 보면 없으신 거 같기도....)


사진 속 맨 위의 숙우

너무 맘에 들었는뎅...




IMG_7290.jpeg


다음 주에 와서 깨 먹음........


누군가 내 판에 주황색 안료가루(?)들을 묻혀놓은 바람에

그거 털어 내다가 이렇게 돼버렸다....

이럴 땐 정말 5초만 되돌아가게 해주는 타임머신 좀 있었으면 싶다.....


뭐 어쩌겠어... 숙우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IMG_7279.jpeg


하.. 근데 다른 숙우마저 또 뚫림...

모양을 타원형으로 해놓으니까

깎다가 이렇게....




IMG_7285.jpeg


더 이상 숙우를 보낼 순 없다...!

다듬어서 기사회생시켰다!





구워져 나온 다기들

뿌듯하구먼~




개완 2개, 잔 3개, 안 닫히는 합, 받침 3개, 수저받침 2개


합은 마르면서 모양이 휘어져서 안 닫히는 바람에 다시 만들겠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잊어버리고 구워오셨다.

모자 얹어 놓은 마냥 안 닫힌다 ^^

합으로 말고 따로 쓰지 뭐~




IMG_8332.jpg


바구니 만들다가 계속 부서졌던 것,

아래판만 구워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구워봤다.




IMG_8342.JPG


잔들, 다 마음에 든다




IMG_8335.JPG
IMG_8344.JPG


받침에 잔들도 한번 올려보고




IMG_8330.JPG


무엇보다 기쁜 건 개완이 두 개나 생겼다

직접 사용해 보니 아 이 부분은 좀 불편하고 아쉽네 하는 것들이 있는데

보완해서 더 예쁜 개인 만들어 봐야지~




IMG_7434.jpeg


넓고 낮은 개완 갖고 싶어서 만들고.

마음에 드는 숙우 만들어질 때까지 숙우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2개 더 만들었다.




IMG_7740.jpeg


일이 있어서 한주 못 갔더니

흙이 너무 말라서 바스러져서 깎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그냥 다시 만들라고 하심.... 힝..




IMG_7747.jpeg


한 주 쉬었다고 그새 손이 흙과 멀어졌는지..

게다가 백토는 너무 어려워...


넓고 낮은 개완 만들겠다던 것 잊고는

손이 가는 데로 만들었다.




IMG_8541.jpeg


한 주 동안 말리고 이번엔 깎기


사진을 매번 남겨야지 하면서

만들고 정리하는데 정신없어서 그냥 돌아오는 날이 부지기수

(만든 거 못 찍었다는 얘기)




IMG_8553.jpeg
IMG_8558.jpeg
IMG_8568.jpeg


내 딴에는 최대한 힘을 주어 중심을 잡는다고 잡는데

그릇 따라 흙 따라 휘청휘청~


선생님이 보여주실 때는 금방 확확 깎으시던데

이것도 힘부족인 건지

나는 너무 오래 걸린다..




IMG_8257.jpeg


이거 하나 완성하고 끝나버렸다.


다음 물레 수업 신청을 깜빡한 사이

다른 신규분이 등록하는 바람에

물레수업은 이것으로 끝....


그래서 이날 다 깎았어야 했는데 다 완성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다시 손작업 하는 반으로 등록했다.

물레작업이 너무 재밌지만

물레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 만드는 시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흙과 마주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