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공원과 친구되기 : 열두 달의 기록과 산책 드로잉

선유도공원과 다정한 친구 되기(1)

by 안이다

공원과 친구가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을 예상할 수 없듯이, 사람과 장소 사이의 인연 또한 알 수 없다.


어쩌다 인연이 닿아 발길이 머문 곳이 뜻밖의 아름다움과 충만감, 평온함을 안겨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음에도 꼭 다시 와야지 다짐하지만, 그런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어디 나들이를 갈 계획을 세울 때면, 한때 마음을 설레게 했던 여행지조차 단지 예전에 가본 곳이라는 이유로 다음 목록에서 쉽게 밀려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우정이라는 교감이 생기려면 한두 번의 만남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듯, 일상적으로 머무는 공간이 아닌 이상 한두 번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와 우정을 맺기란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의 여행은 장소를 깊이 바라보고 천천히 느끼는 일보다, 그곳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남기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듯하다. 호기심으로 찾아온 자리가 어느새 인증샷 포스팅으로 소비되곤 한다.


사는 동안 가까운 벗을 사람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세계의 극히 일부만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우정과 친목의 대상을 한뼘만 넓혀도, 내가 속한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만 곁에 두고 살아도, 우리는 그들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헤아려 보려는 시도를 알게 모르게 매일 하게 된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을 듬뿍 담은 우리 주변의 공원을 가까운 친구처럼 자주 찾는다면 어떨까.

그 풍경과 그곳에 사는 동식물을 깊이 이해하려 마음을 열고, 마침내 공원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면, 나라는 좁은 우물 속 세계도 조금씩 더 크고 넓어질 것이다.


지난 겨울, 한낮에도 꽁꽁 언 세상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종종 생각했다. 봄이 오면 아름다운 공원과 친구가 되어보자고.


그런데 어느 공원이라면 자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가봤던 곳 가운데 유난히 마음에 끌렸던 곳은 어디였을까. 한동안 곰곰이 생각했고, 어느 날은 서울의 공원 지도를 펼쳐보며 떠오르는 이름들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그러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갈 때마다 내게 산책의 즐거움과 환희를 안겨주던 양화대교 아래의 선유도공원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봄의 문턱에 들어선 3월 초의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선유도공원으로 향했다.


사람과 장소가 어떻게 우정을 맺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아직은 내가 공원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또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주 만나러 가서 낯이라도 트고 말을 걸어본다면, 우정으로 향하는 문고리쯤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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