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몇 개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은 없으며, 가끔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며 산다. 죽을 때까지 눈알에 칼을 대지 않겠다는 아이는 너무 쉽게 마음을 바꿔 수술을 했으며 너무나 만족스럽게 살아간다. 이러다 나중에 애기도 낳고 살지 난 모르겠다.
나의 회사는 대학교라 방학 기간에는 10시에 출근한다. 학기 중에 최대한 아침잠을 사수하던 내가 요즘엔 오히려 일찍 일어나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다. 가볍게 책 읽고, 스트레칭하고, 천천히 준비하고. 주 2일 나가는 아침 요가 덕분인 것 같다. 요가를 가지 않는 날도 자연스레 눈이 일찍 떠지고, 조급하지 않은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25년 인생 중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시간이라 생경하고 신기하다. 단 한 번도 내가 아침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했고 심지어 굉장히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말 사소한 발견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삶의 또 하나의 배움이었다.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잘 모르는 걸 미루어 짐작해서는 안 되며 직접 해보았을 때 완전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또 하나 최근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있다. 바로 '묵주'다.
딱히 쇼핑을 즐겨하지 않아 물건에 애착이 생기는 경우가 잘 없었다. 처음 샀을 때야 좋지(더 정확히 말하면 사고 배송 오기까지 기다리는 그 애타는 시간 동안) 막상 갖고 나면 데면데면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보기만 해도 힘을 얻는 것이 생겼다.
이 묵주는 새해맞이 템플스테이를 보내고 구매한 아이템이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좋아서, 그 시간을 간직하고 올 한 해를 무탈하게 지내자 하는 바람에 샀다. 특별한 묵주도 아니고, 어디에서나 파는 호랑이띠 묵주다. 적당히 평범하고, 가볍고 디자인 적으로도 마음에 쏙 든다. 아무 일 없어도 한 번 보고, 짜증 나는 일 있음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부터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슬쩍 빈다. 근 10년을 종교 없이 살았는데,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이 안에 있나 보다.
글을 다 쓰고 제목을 고민하는 데 기억나는 단어가 '절대'와 '묵주'였다. 이 둘을 붙이자니 '절대묵주'라는 이름만 들어도 엄청 사기꾼의 냄새가 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고민해도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이 둘을 띄어놨다. 나름 마음에 드는 제목이 된 거 같아 뿌듯하다.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음 글은 '비건을 지향하는 것에 관해서'이다. 조만간 또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