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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Mar 17. 2024

집에서 만드는 마살라 짜이 레시피

-인도 장인의 손맛 못지않은-

마살라 짜이를 처음 먹어본 것은 3월의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날 발안시장의 어느 인디아 레스토랑에서였다. 우리 가족은 점심시간이 한 차례 지나 한산해진 오후,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일단 식전코스로 인도의 튀긴 만두라고 할 수 있는 사모사를 먼저 주문했고 뒤이어 아이들 취향에 맞게 부드러운 버터, 치킨티카 (치킨 티카는 닭을 향신료에 재워서 인도식 화덕에 구운 음식)가 들어간 치킨 커리. 그리고 여기에 곁들여 먹을 갈릭 난. 그리고 탄두리 치킨을 주문했다. 음료로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딸기 라씨, 어른들을 위해서는 마살라 짜이를 주문했다. 솔직히 치킨 커리와 난, 탄두리 치킨은 예전에 먹어본 적이 있지만 그 나머지 음식은 모두 처음 먹어본 메뉴였다.

제일 먼저 나온 사모사는 튀긴 만두와 비슷한 맛에 소가 들어가 있는 다소 익숙한 음식이었고, 뒤이어 나온 치킨 커리는 작은 냄비에 식지 않도록 고체연료가 받쳐져서 함께 나왔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커리에 아이들은 난을 찍어서 먹었다. 탄두리 치킨이 좀 맵긴 했지만 난과 커리와 함께 먹으니 괜찮다며 맛있게 먹었다.

 

난에 커리와 야채 치킨을 랩처럼 싸서 먹으니 시중에서 파는 치킨 랩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리가 좀 남아서 자스민 라이스를 추가해서 비벼 먹으니 한국식 카레라이스와 사뭇 다른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쌀로 만든 밥은 찰기가 많아서 커리를 비벼먹을 때 약간 떡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현지인들이 먹는 쌀은 가볍긴 하지만 소스에 잘 묻는 편이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날아가는 쌀이라는 옛날 어른들의 말씀과는 달랐다는)


식후에 입가심으로 마살라 짜이를 한 잔 마셨는데, 처음 느낌은 뭔가 온천맛이 나는 밀크티 같았다. 향신료가 들어가긴 했지만 너무 강하지는 않았고 밀크티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입안에 남으면서 식후에 먹는 차로 나쁘지 않았다.


그 후 몇 주가 지나 그때 먹었던 음식 가운데 마살라 짜이가 기억에 남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식자재 마트에서 가끔 지나쳤던 마살라의 뜻이 각종 향신료의 조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살라 짜이는 말 그대로 인도와 인근 국가에서 밀크티에 마살라를 첨가해 끓여 먹는 차라는 뜻인데, 어떤 향신료를 얼마나 섞느냐의 조합에 따라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 있는 짜이가 만들어진다. 마치 우리나라 김치가 기본재료를 바탕으로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이 말이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국산 마살라짜이~


<나만의 마살라짜이 레시피>

재료

향신료 : 팔각, 시나몬(계피), 정향, 통후추, 생강분말, 말린 오렌지, 카다멈

(카더멈은 식자재 마트의 인도음식코너에서 구할 수 있었다. 마살라가루도 있는데 큐민이 포함된 것이라 사지 않았다.)

우유: 코코넛 밀크, 일반 우유

기타: 설탕

차: 아쌈티가 일반적이지만 찾을 수가 없어서 얼그레이 홍차에 있는 티백을 썼다.


- 각종 향신료와 홍차 잎을 깨갈이에 넣고 작게 빻았다. 향신료의 양은 취향껏 이긴 하지만 정향이 이 모든 향신료의 갑이기 때문에, 적게 넣는 것을 추천한다

- 간 것을 다시 백에 넣고 찻물을 냄비에 자작하게 잡아 살짝 끓여 우려내어 준다.

- 그 위에 코코넛 우유 3분의 1. 일반 우유를 넣고 냄비 주변에 거품이 생길 때까지  끓인다.

  설탕 두 스푼 첨가

- 그릇에 찻잎을 걸러준다음 식혀준다.

- 유리잔에 거품이 나도록 따라주고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린다.


먹어보니 내 점수는 80점. 남편은 60점(정향이 많이 들어가서 별로란다) 대만식 밀크티, 카페에서

먹던 밀크티의 연하고 달콤한 맛보다는 향신료의 톡 쏘는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사람에 따라서는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맛이지만 생각보다 먹고 난 뒤끝이 깔끔하다. 추운 겨울날이나 원기가 떨어지는 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먹으면 딱 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우유와 홍차 대신 와인을 넣어 끓인다면 아마 프랑스의 '뱅쇼'같은 맛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신료가 여러 가지 들어갔고, 그 맛이 강한 편인데도 어우러지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겨울이면 생강차 같은 것을 끓여 먹으면 너무 강해서 못 먹었던 나인데 말이다.

우리나라 카페에 가면 커피가 주를 이루고 홍차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 아니라 약간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집에서라도 새로운 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차 DIY랄까.   

꿀에 절여 숙성해 보면 깊은 맛이 난다 하니..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유튜브에서 마살라와 차를 꿀에 재웠다가 숙성시켜 먹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용기에 절여놓아 며칠 후에 다시 먹어보기로 했다. 과연 그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다음에는 여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 한번 먹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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