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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Sep 08. 2022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삶과 죽음

마지막까지 깨끗할 수 있다면

한 달 전에 돌아가신 시가 쪽 외할머니의 마지막은

여러 가지 생각을 주었다


하필이면 코로나 격리 중 돌아가셔서 장례식장

조차도 갈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결혼 후 10년간 꾸준히 뵈 오던 분이어서

떠나신 후에도 마음에 계속 남아있다


할머니는 몇 년 전 사시던 집이 재개발되지만

않았다면 계속 혼자서 생활하시면 사셨을 것이다

재개발로 빌라촌이 다 허물어진 후

몇 년간 아들 집에서 그 후에는 시댁에서

기거하시다가 집에서 돌아가셨다


고인은 요양시설도 가신 적이 없고

병원 입원도 하신 적이 없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건 마지막을 준비하는 자연의

과정 중 하나였던 걸까


오히려 스스로 생활하시던 때가

더 건강하셨던 것 같은데

아무리 노인이라도 방 안에 갇혀

돌봄과 보호만 받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자 우울감으로

급격히 늙어가셨다

더욱이 모시고 사는 가족들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에


재개발로 집을 떠나시면서

오래된 가구와 살림도 정리하신 터라

할머니의 물건이라고는 정말 단출했다


그런데 떠날 때 아주 적은

물건만 갖고 삶을 정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정말 홀가분한 삶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또한 할머니는 복잡한 가족 관계에

얽힐 수도 있었음에도 화내지 않으셨다


그건 타인이 아닌 결국 자신에게 옳은 일이었다


분노한다는 건 결국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복잡한 일이다


그냥 나를 좋아하고 잘해주는 1명이 있으면

그 사람과 있으면 그만이지

굳이 오지도 않는 사람을 애써 원망해봤자

속만 아픈 것을

누구의 죄도 아니다 그냥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일본인 할머니의

삶을 보았다


농촌의 셰어하우스에 사는 할머니의

집 그 가운데 할머니의 방문을 열면

농가의 안뜰이 보이고 동굴 같은 것이

보이는데 그건 오래된 무덤이라 한다


아직은 70대인 할머니는 혼자 외롭게

사는 것보다 세어 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것을 더 좋다고

했다 할머니는 가끔 성격이 안 맞는

사람을 만나도 그냥 참으면 그만이지

하고 쿨하게 생각하는 진정한 미니멀리스트

이셨다


짐은 캐리어 몇 개면 정리 가능하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80프로를 버렸다고

사진은 모두 스캔해서 보관하고 버렸다


그래도 여행은 포기하지 않는다

보통은 가방 하나 캐리어 하나만 들고

치앙마이에서 몇 개월을 산다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려니 한다


할머니는 원래도 건강하고 성격이 밝았지만

삶이 재밌기 때문에 할 일을 찾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고 싶은 곳을 간다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자유롭게 산다


만약 정말 자신이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싶을 때 요양시설로 갈 거라고


이 두 할머니의 삶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을 자신이 정리할 수 있다는 것

미련도 소유물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생에 첫 순간부터 타고난 밝음이란 건 마지막

까지도 유지된다는 것도


그렇게 살고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삶의

과정이라는 것도

돈이나 명예가 없더라도

마지막까지 삶의 존엄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그들을 생각하면서

진정한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다시 고찰해본다

지구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는 삶이었으면

좋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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