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ho am I Jul 19. 2022

1은 어디에 있는 걸까?

엄마표 수학의 시작

어른들에게는 쉬워 보이는 1학년 1학기 수학 책을 한번 펼쳐본다. 처음으로 나오는 항목은 수와 대상을 연결해서 이해하는 것. 즉 비행기 그림 하나를 좋고 1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미 배운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어려운 가?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이가 1의 추상성을 깨닫기 까지 많은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문득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토마토 그림을 보여주면서 토마토라고 말한다고 하자.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빨갛고 저렇게 울퉁불퉁 생기고 초록색 잎이 있는 과일의 모양이 있는 것이 '토마토'구나 하고 인식한다.  그래서 다음에도 비슷한 대상이 접하면 똑같이 토마토를 알게 되고 만져볼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상적 사고가 발달하지 않은 아이에게 숫자 1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1은 학습용 교재. 블록. 장난감. 교구 등에는 많지만 실제로 우리가 아는 사물 중에는 1이라고 생긴 물건은 없다. 1은 사과 한 개인가? 비행기 한대인가? 한 명의 사람인가? 1은 만져볼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말을 하긴 한다. 그러면 대체 수란 무엇일까.


 한 번은 아이들에게 숫자 1을 주변에서 찾아볼래?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1의 모양과 비슷한 사물들을 다 모아 왔다. 젓가락 이쑤시개 빨대... 하지만 이것들은 1과 닮긴 했지만 진짜 1인가? 사실 이것이 1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는 모양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사물들 사이에서 단독적인 사물. 여러 가지가 모여있는 가운데 오로지 그 사물 만을 지칭했을 때 획득하는 의미인 것이다.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나이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른들이 말해준 대로 나이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태어난 이후로 6번의 해가 지났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사실상 많은 발달적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어떤 아이에게 숫자 1을 설명하라고 했을 때 그 아이가 잘 이해했다는 증표는 블록을 여러 개 가져온 뒤. 한 줄로 세워놓고 첫 번째를 1 또는 하나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얼핏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아이는 수의 개념이 상대적인 것도 알고 있으며, 1이 블록 자체가 아니라 '수를 세는 것'과 순서가 추상적인 것임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1학년 수학의 전반 부에는 서수(수를 세는)와 아라비아 숫자의 기호. 그리고 1개나 1 묶음과 같이 수를 세는 단위와 명칭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이 방법은 아이에게 기본적으로 수가 추상적인 것임을 반복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어른들에겐 묶여져 보이는 수 개념이 아이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떨어져 있는 개별의 사물처럼 보일 수 있다. 교육과정이 어렵다는 것은 문제가 쉬워서가 아니라 추상적 사고가 덜 발달한 아이들의 눈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육 이론에 따르면 같은 점의 배열이라도 위치가 바뀌면 아이들은 다른 수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며.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학습장애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사실 1학년 수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국어를 배울 때도 글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자음이나 모음과 실제 사물들을 직접적으로 연결해주는 훈련을 계속하는 것을 본다. ㅈ하면 자전거.ㄱ하면 가수.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영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 가운데 많은 수는 알파벳을 소리와 연결시켜서

외우는 것을 대단히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길고 고통스럽다고 한다.

더욱이 중학 단계에서는 수학에 다양한 기호나 수식을 많이 쓴 함수를 배우게 되는데 이것은 추상화된 수를 만나는 더욱 어려운 과정이다. 이때부터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푸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더욱 많은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분명 학습자였다. 그 과정이 어렵다고 말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1학년을 가르치기 위해 선생님이 배워야 할 것이 몇 배는 된 다는 사실이다. 선생님들은 학습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야 하는 분들이다. 그 경험치가 쌓여 1명의 학생이 1학년을 진학하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인지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가 학력의 기준일 수는 없는 이유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