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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Oct 12. 2022

저출산 대책 말고 돌봄 대책부터

낳으면 알아서 큰다는 말은 제발 좀 그만

아이를 등교하고 나니 유치원에서 공문이 왔다. 방과 후 돌봄의 신청 기준을 낮춘다는 이야기였다. (유치원의

정규수업 시간은 1시까지 이고 그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돌봄 신청을 해야 한다. 대략 4시까지 정도?)

지금까지 유치원 돌봄 신청은 저소득층 아니면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는 직장만 가능했는데 규정이 변경되어서 아르바이트나 시간제를 비롯해 실직 및 구직 활동, 대학 또는 대학원 진학 등의 이유도 증명서류만 내면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 소식을 듣고 지금이라도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느꼈지만 좀 씁쓸했다. 사실 내가 사는 지역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는 돌봄 교실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다니지 않는 듯하고, 심지어 돌봄 교실에 있는 아이들 조차

친구들도 몇 명 없는 교실에서 프로그램도 없이 따분하게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엄마는 그 때문에 아이가 자꾸 돌봄 교실에 안 가려 한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사실은 그렇게 까지 운영이 저조할 정도면 신청기준이 진작에 바뀌었어야 할 일인데 어쨌든 공교육 기관이다 보니 형식상의 법이라는 게  걸려있었던 것.  그런 이유로 엄마들이 1인당 비용이 40만 원까지도 받는 사립 유치원을 보내는 이유인 것.


사실 공교육에서 시행되는 돌봄 교실이 저조하고 그 문제 때문에 학원이 성행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엄마들 입장에서는 태권도 학원이 차리리 친절하고, 시간 조절도 잘 맞춰주니 그쪽으로 다들 애를 보낸다. 아이들이 교문을 나서는 즉시 사범님이 아이들을 모아 도장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태권도장은 항상 아이들이 많다. 그 외에도 피아노 줄넘기 음악 각종 학원차들이 아이들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바로 태워간다. 엄마가 만약 6시 퇴근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적어도 유치원은 1시.  초등학생은 1시 30분 하교 후에 5시간이 공백인데 이 시간을 모두 학원으로 채운다고 생각하면 학원을 몇 개를 다녀야 하는 걸까. 애가 1명이 아니라 2명 이상이라면 학원비를 얼마를 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한다고 애들이 학원을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이런 식으로 따지면 사실 사교육도 완벽한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비용이 너무 크다. 학원도 보통은 한 달에 15만 원인데 2명이 2개 이상이면 월 60이다. 그것도 초등 저학년이어서 그렇지 학년이 올라가면서부터는 국영수 학원은 과목당 보통 20만 원이다.  그래서 보통은 돌봄 교실에 갔다가 학원에 가는 식으로 절충하는 아이들도 많다. 어쨌든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어가며 엄마 없는 시간을 때워야 한다. 휴대폰을 하나씩 쥐어주긴 하지만 사실 그 마저도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진 못한다. 아이들은 다들 그렇게 학교를 다닌다. 예전의 분식집이나 문방구는 없앴지만 편의점이 그 모든 기능을 가져갔다.


대선 시절이 되면 단골로 나오는 돌봄 문제. 그러나 아직까지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직 증명서를 내야만 하는 돌봄 교실이 사실은 보통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6시까지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5~ 7살이 된 아이들은 5시간 동안 교실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지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공교육은 사립 기관들이 가진 수준의 돌봄 프로그램을 하기엔 현실적인 방안이 부족하다.      


한 가지 더 슬픈 일은 코로나 이후에 공교육의 힘이 약해졌다는 것. 방역을 이유로 이것저것 학교 행사를 줄이다 보니 소풍도 견학도 현장학습도 운동회도 없어졌다. 입학식과 졸업식도 없고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없어졌다. 상담은 일 년에 두 번 전화상담 정도이고 모든 것은 학교에서 보내는 스마트 공문이나 클래스 게시판에 올려진 알림장이 대신한다. 지난 3년간 수업을 하다 멈추다 하다 멈추다 했던 기간 이후, 공교육은 코로나를 이유로 돌봄의 역할을 엄마에게 맡겨버렸다. 그렇게 공교육의 진화는 멈추고 대신 구직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그 모든 결과는 저출산과 가계부채로 이어질 수밖에.



일하는 엄마의 방어선


60이 넘었지만 아직도 회사에 다니는 시어머님은 어떤 위기가 와도 지금껏 회사 출근을 포기한 적이 없는 듯

하다. 비록 그곳에 만년 직장인 아버님 회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손녀가 태어나도 가족이 아파도 노모를 모셔야 해도 스스로 다니기를 포기한 적이 없어 보였다. 며칠은 쉴 수 있지만 결코 그만두지는 않으신다. 회사가 운영이 어려워지고 수익이 적자라고 해도 일단 아침이면 주차장으로 나가 모닝을 타고 출근 키를 돌리는 것이 어머님의 일상이다. 어머님이 일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머지 식구들은 각자의 몫은 각자가 떠맡으면서 사는 것을 본다. 일하는 엄마 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남편은 할머니가 어린 시절은 대신 키워줬고, 나머지는 혼자 해결하다시피 하면서 자랐다. 손녀가 태어나도 잠깐 맡아줄 수는 있지만 출근하는 날은 며느리나 딸이 각자 키운다. 노모가 두 분이나 계셨지만 두 분 모두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이 집에서 지내시다가 집에서 돌아가셨다. 두 분 할머니들은 때가 되면 알아서 밥을 차려드셨다. 삼시 세끼 차려주는 일 따위는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시어머니를 원망하는 사람은 없다. 일하는 어머님이 오전에 전화해서 갑자기 집에 온다고 하는 일 같은 경우는 더더욱 없다.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뭘 사 오시는 일도 없지만 주말에는 모여서 자주 밥을 먹는다. 어머님이 회사 다니기를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용돈을 드리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어머님은 나름 힘든 인생을 지나오셨지만, 회사는 회사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일은 의외로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도 있었다.


시어머님의 이야기는 세대가 다르니 좀 케이스가 다른 편이니 주변에서 직장 다니는 또래의 엄마들을 만나면 그들의 삶을 듣곤 한다. 아주 전형적인 케이스는 엄마와 아이 모두 완벽하게 적응한 사례이다. 아침이 되면

아빠 엄마는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알아서 학교에 간다. 한 명은 초 1, 한 명은 초 2인 두 자매는 어쨌든 주변의 모든 학원을 섭렵했다. 학원의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재미없으면 바로 다른 곳에 다니면서 어쨌든 아이들끼리 방과 후 시간을 채워나간다. 아이들은 먹는 것도 가리지 않고 적응력도 빠르다. 사회성이나 붙임성도  좋다. 회사를 단절 없이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가족회사라는 이유도 있다. 어쨌든 고용이 안정된 직장에서 육아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동사항을 조절할 수 있는 입장만 된다면, 수입이 보장이 된다면  남는 건 결국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의지력. 그것 하나뿐이다. 

그렇지 않은 다른 한 엄마는 시어머님이 전직 보육교사이고 본인도 교사일 정도로 훌륭한 교육환경을 가졌지만 그래도 삶의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주말이 아니고서는 사람을 만날 시간적 여유도 체력도 없다는 그녀의 말에 그래도 직장 다니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었다. 어쨌든 돌봄이 가능한 조건 하에 계속하다 보면 아이는 조금씩 커갈 것이고 해결도 나올 거라고. 어쨌든 이 엄마도 조부모 돌봄이라는 방어선이 있다.그러나 외동인 아이가 아무리 외로워해도 해결해 줄 대안은 딱히 찾지 못했다. 결국은 한 아이의 외로움은 이 시대의 과제이므로.


그렇다면 방어선이 없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어쨌든 최대한 나 자신을 방어선으로 활용을 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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