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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Oct 09. 2022

결국 스스로 우물을 파기로 했다

곱슬머리 수난의 역사

에게는 제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나면서

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그건 가족 중에 유일하게 제가 곱슬머리라는

건데 직모였던 유년기만 빼면 10대부터

20년 이상 저를 괴롭혀 왔던 것

아무리 빗어도 단정해지지 않는 머리

지나치게 많은 숱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푸는 부스스함

이런 건 미용실로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에센스는 가려움증을 불렀다

기억이 난다 중학교 입학 즈음 처음으로

친구 머리를 따라 쇼트커트를 하러 갔다가

슬픈 기억만 남기고 말았다

내 머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때부터 절대 해선 안 되는 스타일이

쇼트커트임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 미용실에는 매직이 유명했는데

대체로 매직 시술을 권했다

그러나 매직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비용과 시간에 비해 머리는 상하고

미용사 고데기에 덴 것만 해도 몇 번인지

미용사는 머리숱이 많다며 힘들어했다

그래도 곱슬보다는 나으니까

몇 개월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야 했다

원하는 스타일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한숨)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스타일링은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묶고 다녔는데

그 결과 꽉 묶다 보니 정수리 쪽이 숱이 없어지는

결과가 생겨났다

딸을 낳으니 둘째가 나의 판박이인 현실


어떻게 해도  해묵은 숙제는 잘 해결되지 않았던 것

그러다가  그 어떤 미용사도 해결하지 못한

머리에 관한 답들을 얻게 되었다

지금부터 그 답을 적어본다

1. 모질에 대한 이해

외국에는 워낙 많은 게 곱슬이다 보니

그에 대한 정보도 많고 제품들도 많다

보통은 곱슬 정도에 따라 4c까지 분류하는데

나는 wavy정도인 3c정도이다

그러니 완전한 곱슬은 잘 뻗치고 물결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한 사람이 한 유형이라기

보단 복합형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정수리에서 자라는 머리는

곱슬이 심한데 시간이 지나 3c정도로 바뀐다

어쨌든 모질을 좀 이해하니

곱슬머리는 다 뽑고 싶던 그런 마음도

좀 수그러들었다

영화의 대사처럼 곱슬머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니 악성 곱슬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모든 사람들이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갖고 태어난 게 아닌 마당에


2. 나만 부스스한 이유

분명 아침에도 감고 나왔는데 린스에

트리트먼트까지 해도

왜 머리가

단정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빗어서 묶는데도

그건 또 다른 못생김을 유발한다

잔머리 때문. 핀도 해결이 아니고

첫 번째 이유는 세정력이 강한 샴푸가

머리를 건조하게 만드는 것 일반 샴푸의 성분에는

머리의 자연스러운 수분과 기름을 없애는 게

많다는 것 거기다가 에센스나 크림을

첨가하지 않으면 아주 건조한 상태가 된다

드라이어까지 강하면

곱슬머리는 수분과의 관련이 많은데

수분이 부족하면 부스스해지고

빗질을 자주 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 들뜨게 된다

그래서 자주 묶는데 그것도 곱슬머리의

악순환을 부른다 머리가 잘 빠지는 것

그러니 일반적인 해결로는 어려운 것이다


3. 알레르기나 피부의 문제

나는 피부가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극 제품을 써야 하고 머리에 너무

많은 시술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준다


4. 곱슬 과 파마는 결국 같은 거?

이에 대한 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지만

자연 곱슬은 파마보다 관리가 덜 되고

패턴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거


그래서 어차피 곱슬로 태어난 이상 곱슬을

살려보기로 했다 스타일의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찰랑거리는 머리 따위는 이젠 부럽지 않다

그래서 마련한 루틴

1. 머리는 이틀에서 3일에 한번

2. 머리를 감을 땐 저자극 제품으로

    감고 나서 빗으로 빗지 않는다 최소한

    수분을 제거하고 에센스를 바른다

    드라이 방법도 바꾼다 고데기를 쓰지 않는다

    원하는 컬을 손 또는 도구로 만들어준다

    컬을 지속시키고 싶을 땐 젤로 고정시킨다

결과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스타일링 못지않게

건강한 머릿결 관리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흰머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염색은 그만두고

내 곱슬머리를 사랑해보려고 한다


혹시나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인 독자님이

계시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곱슬머리는

정말 종류도 다르고 경우가 다 달라서

하나로 통일하기 쉽지 않지만

직모는 파마가 하고 싶지만 안되고

곱슬은 직모가 되고 싶지만

정체성 찾기는 충분히 의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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