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스스로 우물을 파기로 했다
곱슬머리 수난의 역사
나에게는 제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나면서
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그건 가족 중에 유일하게 제가 곱슬머리라는
건데 직모였던 유년기만 빼면 10대부터
20년 이상 저를 괴롭혀 왔던 것
아무리 빗어도 단정해지지 않는 머리
지나치게 많은 숱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푸는 부스스함
이런 건 미용실로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에센스는 가려움증을 불렀다
기억이 난다 중학교 입학 즈음 처음으로
친구 머리를 따라 쇼트커트를 하러 갔다가
슬픈 기억만 남기고 말았다
내 머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때부터 절대 해선 안 되는 스타일이
쇼트커트임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 미용실에는 매직이 유명했는데
대체로 매직 시술을 권했다
그러나 매직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비용과 시간에 비해 머리는 상하고
미용사 고데기에 덴 것만 해도 몇 번인지
미용사는 머리숱이 많다며 힘들어했다
그래도 곱슬보다는 나으니까
몇 개월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야 했다
원하는 스타일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한숨)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스타일링은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묶고 다녔는데
그 결과 꽉 묶다 보니 정수리 쪽이 숱이 없어지는
결과가 생겨났다
딸을 낳으니 둘째가 나의 판박이인 현실
어떻게 해도 해묵은 숙제는 잘 해결되지 않았던 것
그러다가 그 어떤 미용사도 해결하지 못한
머리에 관한 답들을 얻게 되었다
지금부터 그 답을 적어본다
1. 모질에 대한 이해
외국에는 워낙 많은 게 곱슬이다 보니
그에 대한 정보도 많고 제품들도 많다
보통은 곱슬 정도에 따라 4c까지 분류하는데
나는 wavy정도인 3c정도이다
그러니 완전한 곱슬은 잘 뻗치고 물결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한 사람이 한 유형이라기
보단 복합형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정수리에서 자라는 머리는
곱슬이 심한데 시간이 지나 3c정도로 바뀐다
어쨌든 모질을 좀 이해하니
곱슬머리는 다 뽑고 싶던 그런 마음도
좀 수그러들었다
영화의 대사처럼 곱슬머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니 악성 곱슬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모든 사람들이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갖고 태어난 게 아닌 마당에
2. 나만 부스스한 이유
분명 아침에도 감고 나왔는데 린스에
트리트먼트까지 해도
왜 머리가
단정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빗어서 묶는데도
그건 또 다른 못생김을 유발한다
잔머리 때문. 핀도 해결이 아니고
첫 번째 이유는 세정력이 강한 샴푸가
머리를 건조하게 만드는 것 일반 샴푸의 성분에는
머리의 자연스러운 수분과 기름을 없애는 게
많다는 것 거기다가 에센스나 크림을
첨가하지 않으면 아주 건조한 상태가 된다
드라이어까지 강하면
곱슬머리는 수분과의 관련이 많은데
수분이 부족하면 부스스해지고
빗질을 자주 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 들뜨게 된다
그래서 자주 묶는데 그것도 곱슬머리의
악순환을 부른다 머리가 잘 빠지는 것
그러니 일반적인 해결로는 어려운 것이다
3. 알레르기나 피부의 문제
나는 피부가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극 제품을 써야 하고 머리에 너무
많은 시술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준다
4. 곱슬 과 파마는 결국 같은 거?
이에 대한 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지만
자연 곱슬은 파마보다 관리가 덜 되고
패턴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거
그래서 어차피 곱슬로 태어난 이상 곱슬을
살려보기로 했다 스타일의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찰랑거리는 머리 따위는 이젠 부럽지 않다
그래서 마련한 루틴
1. 머리는 이틀에서 3일에 한번
2. 머리를 감을 땐 저자극 제품으로
감고 나서 빗으로 빗지 않는다 최소한
수분을 제거하고 에센스를 바른다
드라이 방법도 바꾼다 고데기를 쓰지 않는다
원하는 컬을 손 또는 도구로 만들어준다
컬을 지속시키고 싶을 땐 젤로 고정시킨다
결과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스타일링 못지않게
건강한 머릿결 관리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흰머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염색은 그만두고
내 곱슬머리를 사랑해보려고 한다
혹시나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인 독자님이
계시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곱슬머리는
정말 종류도 다르고 경우가 다 달라서
하나로 통일하기 쉽지 않지만
직모는 파마가 하고 싶지만 안되고
곱슬은 직모가 되고 싶지만
정체성 찾기는 충분히 의미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