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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Oct 25. 2022

엄마의 우산은 어디까지

드라마 <슈룹>을 보다가

드라마 보다가 왜 작가 걱정은 ..


최근 드라마 <슈룹>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대체 저렇게 왕자들이 많이 등장하면 회차를

얼마나 길게 써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 김혜수가 낳은 왕자들만 5명이고 귀인과 후궁이 낳은

아들들까지 3명인 듯. 거기에 심지어 왕세자가 낳은 손자까지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거의 8명의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데 아주 단순하게는 선/악 구도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매우 예외적인 왕실의 가족구조에

대비와 중전 귀인과 후궁의 대립까지 가자니  이야기가 많다.


등장인물 수도 많고 다뤄야 할 범위가 많다 보니 가장 큰 이슈인 왕권 계승을 놓고 중앙 집권식으로 이야기가 스릴러가 진행된다. 그리고 킹메이커를 역할을 하는 배우가 김혜수이다 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겉으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커 보이지만 사실은 1인이 주인공인 영웅드라마가 사실은 이 드라마의 본질인가 싶었다. 시어머니인

대비와의 대결구도가 보이지만, 만약 드라마의 주목적이 시월드 점령이라면 대비는 며느리에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리한 드라마는 강약을 조절해 뒤에 터트리더라


드라마 내에서 중전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공격적이고 걸음이 빠른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작품의 내부 구조도 사실 그에 못지않다. 작가가 그렇게 노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은 나만의 느낌인걸 까.


이유 중 하나는 다섯 왕자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야 할 작품의 초반부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 또 코믹이라는데 너무 현실적이어서 웃기지가 않은 건 뭐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다섯 왕자라면 적어도 봄날에 벚꽃 아래에서 연회 한번 정도는 열어서 캐릭터들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왕자들의 성격을 '사고뭉치' 이상으로 이해하고, 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존재가 아닌 사실은 매력 덩어리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지지력이 올라가기 때문. 그래서 되도록 극 초반에는 작은 사고는 치지만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야 기존의 보수적인 어른들과 차별화시키면서 젊은 왕자들의 목소리도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왕실내의 경쟁과 시험공부를 보여주다 보니 긴장감이 초반 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이 들었다.


개성 있는 인물 부각의 중요성

강학 같은 자리에서도 인물 수는 많고 궁은 장소가 정해져 있고 이들이 자유롭지도 않은 데다가 옷 들도 비슷비슷하게 입을 수밖에 없다 보니 개성 있는 왕자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드라마 초반부에 나온 성남 대군이나 계성 대군 정도가 어느 정도 색이 정해져 있다고나 할까. 퓨전 사극이라 치더라도 왕자가 궁 밖에서 너무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좀 과하다 싶으면 시청자들이 지적할 것 같다.

나머지 두 왕자는 특히 막내의 역할은 좀 희미하다.

(아이돌 가운데 수가 너무 많은 그룹이 멤버 한 명 당 자기 파트가 너무 적어서 존재감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어머니 이젠 좀 쉬어요


작품이 설득력 있기 위해서는 사실상 중전이 아니라 젊고 매력적인 다섯 왕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왕자가 5명이 왜 살아나야 하는 가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의리로 뭉치건 이익으로 뭉치건 이유가 필요하고 중전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인 것. 만약 중전이 자신의 자식들을 다 살리고자 노력했음에도 5 왕자들끼리 서로 경쟁을 시켜 1명을 뽑아야 하는 식으로 전개된다면 나는 텔레비전을 꺼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이 작품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경쟁? 협력? 치열한 약육강식의 현실에도 가끔은 꿈을 꾸어라?

작품의 배경이 낡은 건 참지만 생각이 낡은

건 댓글 전투력을 올린다


막장 드라마의 변명

지나고 보니 예전에 막장이라고 했던 드라마가 왜 그런 식으로 밖에 풀 수 없었는지 좀 이해가 간다.

물론 <슈룹>이 막장이라는 건 아니다. 이 정도 소재로는 그 레벨에 가지조차 못한다

하지만 소재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근본은 구조에 있으니 그걸 말하고 싶은 것

가령 드라마가 초기부터 회차가 정해져 있고 인물도 딱 필요한 만큼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역할을 맡는다면 작가가 계획적으로 작품을 썼을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여유 있게 고민하며

써야 하는데 현실은 아주 단기적인 것 밖에

집중할 수 없는 질 낮은 작품들이 나온다

 계획적인 드라마는 사실 인물이 많이 들어갈 이유도 없고 과한 설정이 들어갈 이유도 없다. 주인공을 대변할 인물의 수만큼만 존재하면 되는 것. 만약 이야기가 더 확장되고 싶다면

다음 시즌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


만약 드라마가 지나치게 인물을 적게 설정했다면,

출연 배우도 고정이고 풀이 한정적이라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도 뻔한 게 당연하다

아내의 유혹처럼 한 인물이 황당하게 다른 캐릭터로 바꿔서 등장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갑자기 기억을 상실하고 납치되고 사고가 나는 일들이 등장한다. 한 집안에서 형제는 여럿인데

모두 같은 집과 결혼하거나 맺어지지 말아야 할

커플이 맺어진다 나는 이것도

작품 제작 기획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도 그런 이유다

과한 설정인데 잘 안 풀리면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중심 말고 캐릭터 구축이 아쉬운 이유


작가는 <슈룹>처럼 인물이 많은 이야기를 쓸 때 전개 방식을 무얼 중심으로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전에 시나리오 작법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께서 작품에 이유 없이 등장하는 사람이나 물건은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영화에서는 캐릭터 한 명을 아주 꼼꼼하게 여러 번 집중해서 되풀이하기 때문에 작품성이 상당히 깊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봤을 때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관객 설득을 위해 노력한 그들의 노력 덕분


좋은 드라마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지 않아도, 과한 설정이나 액션이 등장하지 않아도 에피소드를 통해 인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그러면서 무겁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작품은 의외로 안정적인 구조와 작법, 분량 계산에서 나오는 것 같다. 좋은 작가는 자기가 쓸 수 있는 정도만 커버하기 때문이다. 마치 에스카르고를 먹을 때 행복한 것 이상으로 잘 끓여진 라면이 행복을 주는 것처럼 자기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인물의 수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를 생각하면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라는 작품을 떠올려본다


거장의 반열에 있는 작가는 다섯 명의 아이를

뭉쳐서 그리지 않았다 대신 서수로서 다섯 번 째라는 것이 왜 아이의 성격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치열하게 써 내려간다


작가의 글쓰기 덕분에 독자는 다섯 아이를

집단의 관점이 아닌 개인으로 보게 된다

더불어 불평등과 편견 가족문화의 위선 성이

사실은 여성을 어떻게 희생하며 구축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


또한 드라마에서는 계성 대군의 문제에서도 드러나지만 5명 아이 가운데 성별의 차이가

있을 경우 이야기의 결은 한층 달라진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나 시리즈 물에서

조차 꼭 한 명을 여자로 설정하는 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좀 가볍게 다룬 미드나 영드에도

애들이 많은 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다


안타깝게도 드라마는 성과 관련해 확장해 갈

여유가 없어 보이는데 사실 그건 드라마의

한계이면서도 왕자들과 엄마들만 가득 찬

궁궐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느껴졌다는..

공주가 한 명도 없는 왕실이라니..

그 모든 걸 어쨌든 웃음으로 버무려야 하니

작가가 참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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