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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Mar 11. 2023

시련이 아름다울 수도 있는가

-<탈바꿈의 동양고전> 맹자편을 읽다-

클래식이나 고전이 좋은 이유는 형태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아주 간명하게 표현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비록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낡은 것일지라도, 청자나 백자를 볼 때처럼 이 글들을 쓰던 시간도 언젠인가

현재형이었겠지 생각한다. 과거란 지난 현재들의 모음일 뿐이다. 마치 맨 아래에 쌓인 먼지들처럼

모르는 사이에 쌓인 무의식의 중층같이 우리 의식의 제일 밑부분을 구성한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면

어딘가 익숙하면서 고향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고전을 찾고 싶어지는 이유. 

마음 잡기 힘든 날 펼치게

되는 것도 근본적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유난히도 마음이 힘든 날 펼친 글에는 맹자의 문장이 있었다. 대체로 맹자는 더운날에 읽으면

아주 서늘하다고 한다.

(사실 그가 펼쳤던 플라톤 적인 이상 사회와 군자론에는 설득이 잘 안 되었지만..)

그 유명한 문장을 이곳에 적어본다. (유명하다는 데 나는 처음 들어본)



하늘이 장차 어떤 이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그의 뼈와 힘줄을 수고롭게 하고,

그의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곤궁하게 만들고,

그가 하려고 하는 행위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게 자꾸 방해를 한다.

그 이유는 그 마음을 흔들고 참을성을 키워서,

원래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갖추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근심과 걱정 속에 살아날 길이 있고. 편안함과 안락함에 죽을 길이 있다. 맹자의 논리는 이렇다.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한가. 단지 고생하는 이에게 주는 시답잖은 위로로 들리는가. 노력하고

참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맞지 않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아마도 오늘의

내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시간에 마치 화살처럼 문장이

딱 마음을 관통하는 날이 있다. 그건 몇 천 년 전 문장이 살아서 내게 오는 이상한 체험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과거에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그때

의 그 벽들이 결국은 나를 그만두게 하려는 하늘의 뜻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놓아버렸다. 

사람도 일도 하다가 안 풀리면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과정들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하나의 테스트였던 것. 고생을 많이 한건 그만큼 더 

나아지기 위한 길이었다.

물러설 수는 있지만 결국 자기 길을 가기 위한 메시지들이었다.

운이 없었던 건 요행이나 지름길에 맛 들리지 않게 정직성을 길러주었다. 그래도 나는 죽지 않고

아직 남아있으니, 정말로 하늘이 버릴 마음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글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프고 힘든 것에 덜 예민해지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도 옛 성인들도 

그러했다면 나도 그럴 것이다. 아프고 힘든데 괜찮을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나는 마지막으로  희망을 하나 걸어본다. 정말 이 말은 가시밭길에 있는 사람이 비명대신 지를 수 

있는 최후의 한숨 이자 자기 위로이다. 나는 고전 속의 옛 글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안다. 

아직도 누군가는 문장을 삶에서 구현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그건 병상에 누운 누군가가 진실로  

뱉은 거짓 없는 자기 고백.

삶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이다. 모든 이의 태어나는 순간과 죽는 순간에는 거짓이 없다.


맹모 삼천지교라는 유명한 고사에는 맹자의 어머니가 처음에는 공동묘지에서 살다가 그다음에는

시장통을 마지막으로 학교 근처로 집을 옮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학군을 잘 

선택했나? 박재희 교수는 다른 해석을 한다. 어머니가 공동묘지를 선택한 것은 죽음을. 

시장통을 택한 것은 삶을. 학교 근처로 간 것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삶에서 진정한 위대함을 

꿈꾸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위해서였다고.

옛사람이 말하는 당당함과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본다.


*출처: 탈바꿈의 동양고전, 이건주 지음, 도서출판 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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