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Oct 26. 2024

글쓰기의 시작; 나라는 사람

한국, 미국, 덴마크, 그리고 독일 베를린까지 

나라는 사람 


한국 이름 XXX

영어 이름 X리XX이


대한민국 서울 출생 

한국인 여자 

아시아 여자

30대 미혼녀(혹은 싱글) 

대학 졸업자 

해외 직장인(취업자) 

회사에선 XXX 에디터/디렉터

오빠 있는 여동생 

친한 언니에겐 앨XXX이 동생 

친구에겐 그냥 X고 

사촌동생에겐 XX 언니


내가 살고 있는 독일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다 특히 돌아오는 비행기가 부웅- 이륙하면서 나의 존재도 그냥 그렇게 허공에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부웅-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한국인인가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한국 사회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온 걸까. 하지만 독일에선 또 한국에 가고 싶고 외롭다. 그러면 나는 한국인인데, 한국에 오면 또 괴롭다. 이러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그러면 또 어떤가 싶기도.


살면서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규정되고 이름이나 타이틀 등이 붙여진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 나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것일까? 


외국에 나오면 국적, 인종이 아무래도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알게 모르게 분류되고 각 나라에서 온 아이들은 나를 지레짐작 아시아 어딘가에서 왔거니 한다. 아시아를 가 본 적이 있거나 좀 지식이 있다면 동남 아시아인은 아니고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겠거니 한다. (외모 덕분인지 나는 중국인/일본인 반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직 한국인이냐는 추축은 특별히 한국을 갔다 오거나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이 있거나, 아니면 K pop / K drama 등의 K-culture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듣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에 살 때도 나는 한국 사회가 답답했고 늘 깊게 섞이지 못하고 떠돈다는 느낌을 들었다.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경멸하는 문화가 너무 많았고, 그래서 힘들었다. 그래서 떠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외국인'이 될 순 없었다. 미국에 살았을 때도 미국인이 아니었고, 덴마크에 잠깐 머물 때도 당연히 나는 덴마크 사람도 아녔으며, 독일에 산 지 5년이 넘었지만, 언어와 별개로 나 스스로도, 남도 나를, 독일인이라고 느껴본 적이 1%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나는 한국인인데, 속의 나는 '그렇지만.. 나는 한국 사회도 싫고, 그런 한국 사회도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분인 걸?'라는 의문이 계속 떠오른다. 그럼 나는 누구일까.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에선 늘 이런 질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금 내린 나의 잠정 결론은 '나라는 사람'은 규정할 수 없으니 노코멘트. 나는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이 아니고, 미혼이지만, 너의 알바가 아니며, 친한 언니가 나를 애칭으로 부를 때 응대하는 태도와, 회사에서 타이틀로 나를 부를 때 응대하는 태도와 보이스 톤 마저 바뀐다. 어눌한 독일어를 쓸 때 나는 순진한 아기처럼, 언어적인 실수를 무마하느라 잘 웃지만, 컴플레인을 할 땐 바로 영어로 바꿔 무섭게 쏘아붙이는 Bit*h가 된다 ^^; 


이 지구별에서 나는 우연히 (그리고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식 교육과 문화를 습득하고 한국의 집단 사회에서 자랐지만, 지금 내가 선택한 장소는 먼 유럽 독일의 베를린이라는 곳이며, 그곳에서도 여전히 우당탕탕 자아 정체성의 혼란과 나라를 사람을 어떻게 규정할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인생을 살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해외생활 #회사원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