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이는 찰나의 기억들
요즘 다시 아침 7시에 Gym을 가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감성팔이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그냥 생각 없이 가려고 마음먹었다.
가기 전까진 어찌나 가기 싫은지 모르겠는데, 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개운하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또 가기 싫겠지. 이 짓을 15년 넘게 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갈까 말까, 일어날까 말까 백 번쯤 고민하는 것 같다.
어쨌든 오늘은 성공.
열심히 하체 운동을 했다.
Gym은 2층인데, 바벨 랙 근처 창밖으로 작은 횡단보도가 내려다보인다.
운동이 끝나갈 무렵, 숨을 고르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두 형제가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은 동생으로 보이는데 한 8살쯤?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쳐서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형인 듯 보이는 16살쯤의 청소년이었다. 피부색이 다른 걸 보니 아마 다문화 가정 같았다.
근데 웃긴 게, 형이 동생한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데, 동생은 도통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계속 팔, 다리를 정신없이 흔들며 장난만 치는 동생이 결국 가방마저 제대로 안 메자,
형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 가방을 자기가 낚아채 들었다.
그러면서도 동생 얼굴을 바라보며 뭐라뭐라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했다.
그 장면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형은 동생에게 화가 났지만, 자기도 모르게 동생의 가방을 챙겨주고
무거운 가방 두 개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 묘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 순간, '저런 게 가족이지. 사랑하는 사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랑 나도 별거 아닌 일로 싸우다가 길을 걷다가도
내가 갑자기 "배고파." 하면 "... 그럼 가는 길에 김밥 사가. 굶지 말고."
또는 "이거 잠깐만 들어줘." 하면 말없이 낚아채는 엄마의 모습처럼.
가족이란 아무렇지 않게 티격태격해도 어느 순간 자연스레 서로를 챙기게 되는 그런 사이인 것 같다.
형은 아마 무지 열받았을 테고,
동생은 여전히 형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흘리고 있었지만,
내 눈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의 인생을 그래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이런 순간순간의 찰나가 아닐까.
두 형제가 잘 화해했길 바랍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