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위에 피어난 찐사랑

한국과 UAE의 백년가약

by 동이의덕왕

모래바람 위에 피어난 찐사랑

한국과 UAE의 백년가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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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호흡을 아주 길게, 그리고 깊게 가져가 보려 합니다. 커피 한 잔, 아니 주전자째로 진하게 타 오십시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단순한 뉴스나 분석이 아닙니다.


2025년 11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서 놀라운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맺은 '포괄적 전략 동맹'. 언론에서는 "협력 강화" 같은 점잖은 단어를 쓰지만, 이는 앞으로 100년 동안 서로를 먹여 살릴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었음을 천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혼인 신고'이자, 장인이 사위에게 처갓집 곳간 열쇠를 통째로 맡긴 대사건입니다.


1971년, 영국군이 짐 싸 들고 떠나버린 휑한 사막. 건국 선언을 하기도 전에 이웃집 깡패에게 앞마당을 뺏기고 피눈물을 흘렸던 작고 약한 나라가 50년의 세월을 견뎌내고, 똑같이 힘없던, 하지만 떡잎은 남달랐던 동방의 작은 나라와 손을 잡고 '100년의 혈맹'이라는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기까지의 여정 뒤에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숨어 있습니다.


일자무식 청년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대감집 따님의 가정교사가 되고, 무예까지 출중하여 그 가문을 지키는 경호원이 되고, 결국엔 '데릴사위'가 되어 대감마님으로부터 곳간 열쇠를 물려받게 된다는 스토리는 고전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뻔한 클리셰지만 사실 현실은 엄청난 노력과 행운마저 함께 해야 실현될까 말까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135조 짜리 데릴사위가 되기까지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여정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부: 아부다비에 울려 퍼진 21발의 예포


1-1. 숫자로 보는 '최고의 예우'

2025년 11월 18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국가의 궁전'이라 불리는 웅장한 '카스르 알 와탄(Qasr Al Watan)' 앞마당은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얀 대리석과 22k 황금으로 장식된 거대한 돔 아래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대한민국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빈 방문의 현장에서는 사막의 건조한 공기를 가르는 21발의 예포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21발의 예포가 흔한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UAE는 의전에 매우 까다로운 나라입니다. 보통 외국 정상이 방문하면 장관급이 공항 영접을 나오거나, 의장대 사열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21발의 예포는 국가 원수급 중에서도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할 때만 쏘아 올리는 강대국급 의전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대통령의 직접 영접: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BZ) 대통령이 공항 트랩 아래까지 직접 걸어 나와 우리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이는 통상 왕세자급이 하던 관례를 깬 파격 중의 파격입니다.


하늘의 에어쇼: UAE 공군 F-16 Block 60 전투기 4대가 대통령 전용기 좌우를 호위하며 비행했고, 아부다비 상공에 태극 문양의 붉고 푸른 연막을 5km나 수놓았습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2019년) 이후 두 번째로 제공되는 극진한 예우입니다.


낙타와 기마대: 궁전 입구에서는 50기의 낙타 기병대와 30기의 아라비아마 기마대가 도열해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2019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때보다 규모가 30%나 더 큰 환대였습니다.


도시를 덮은 태극기: 아부다비의 랜드마크인 에티하드 타워, ADNOC 본사 건물 등 15개 주요 건물 외벽이 LED 조명으로 태극기를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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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환영을 넘어 UAE가 전 세계에, 그리고 특히 주변국(이란, 사우디)에게 보내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한국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다. 우리의 가족이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ed bin Zayed Al Nahyan), 흔히 MBZ라고 부르는 UAE 대통령은 특유의 온화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우리 대통령을 맞이했고, 두 정상은 이날 매우 중요하고도 충격적인 문서 하나에 서명합니다.


이름하여,

"다음 세기를 향한 공동의 여정(A New Leap toward a Shared Journey for the Next Century)".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외교적 수사(Lip service)를 걷어내고, 덕왕식으로 쉽게 풀이해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우리 둘은 한 이불 덮고 자는 운명 공동체다. 이혼은 없다."


내용을 뜯어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턱이 빠질 지경입니다.


에너지: "한국이 기름 떨어져서 공장 멈추는 일 없게, 내 개인 금고(유전)를 한국에 열어주겠소. 금고를 한국(한국석유공사 기지)에 두고 급하면 사돈네가 먼저 써도 좋소. 일단 1,000만 배럴 정도면 되겠소? 부족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시구려."


미래 기술: "OpenAI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랑 1,000억 달러(약 135조 원) 짜리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라는 걸 하려고 하는데, 자네가 알다시피 난 돈만 있지, 기술 같은 건 잘 모르지 않소? 그러니 자네가 다 맡아서 지휘해 주시게. 반도체야 뭐 자네가 다 알아서 해줄 테고, 전기도 많이 필요하다고 하니 전력망도 다 알아서 깔아주시게나."


국방: "사돈네가 요즘 KF-21이라는 새로운 전투기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참모총장도 타보고는 정말 좋다고 하더군. 듣자 하니 동네 양아치(인도네시아)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푼돈 몇 푼에 잔머리 굴리는 의리 없는 놈은 제끼고 그거 나랑 하세나. 얼마면 되겠는가? 아무 걱정 마시고 연구나 하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석유(에너지), AI(미래 먹거리), 국방(생존)이라는 3대 급소를 서로 완전히 공유하기로 한 겁니다. 이건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아닙니다. 서로의 운명을 묶어버린 '세기의 결혼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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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왜 지금인가?

우리나라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특별한 이유는 타이밍에 있습니다. 취임 후 첫 양자 국빈 방문지로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아닌 UAE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중동에서 대한민국의 베이스캠프는 UAE다"라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입니다.


특히 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공으로 가는 길에 UAE를 들른 것은, 다자 외교 무대보다 실리적인 양자 경제 외교를 우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방문 5일 전인 11월 13일에는 강훈식 비서실장이 특사로 미리 날아가 실무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보통 국빈 방문은 외교부 실무진이 준비하는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나선 것만 봐도 이번 방문이 단순한 악수나 하러 간 게 아닌, 철저히 경제적으로 계산된 '수주전(受注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왜? 돈 많고 친구 많은, 전 세계가 러브콜을 보내는 UAE는 왜 하필이면 지구 반대편의 대한민국에게 이렇게까지 진심인 걸까요? 미국도 있고 중국도 있는데 말이죠.


그 절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그들의 가장 아팠던 기억, 1971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합니다.



2부: 1971년의 트라우마 - "힘없는 평화는 비참하다"


오늘날 두바이의 화려한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 경찰차가 람보르기니인 세상을 보면 상상이 안 가지만, 건국 초기 UAE는 그야말로 '돈만 있는, 힘없고 약한 빵셔틀 같은 아이'였습니다. 더구나 동네에는 이란이나 사우디 같은 무시무시한 형들이 득실거리는데, 믿었던 보디가드가 도망가버린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2-1. 믿었던 영국의 '먹튀' (1968~1971)

19세기부터 페르시아만 연안의 7개 부족 국가들(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등)은 영국의 보호령 아래 있었습니다. 영국은 이들을 '트루셜 스테이트(Trucial States)'라 부르며 치안을 담당해 주었습니다. 일종의 월세 받는 유료 경호원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1968년, 영국 노동당 정부가 청천벽력 같은 폭탄선언을 합니다.


"우리 재정이 좀 힘들어. 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지고... 돈 없어서 이제 그만 집에 갈래.

수에즈 운하 동쪽으로는 군대 다 뺄 테니 그리 알아?"


당시 아부다비의 통치자이자 UAE의 국부인 셰이크 자이드(Sheikh Zayed)는 기가 찼습니다. 당장 호랑이(이란)와 사자(사우디)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보호자가 사라진다니! 그는 다급하게 제안했습니다.


"가지 마시오! 빼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빤스런이오? 군대 주둔 비용, 우리가 전액 다 대겠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제발 있어만 주시오!"


하지만 영국은 냉정했습니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 문제요. 우린 갑니다. 굿럭."이라며 짐을 싸서 1971년 말 훌쩍 떠나버립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분쟁의 원인의 반은 역시 영국이라는 것을 다시금 각인시킴과 동시에 UAE 지도부의 뇌리에는 씻을 수 없는 교훈을 남깁니다.


"강대국이란 놈들은 지들 이익이 안 맞으면, 우리가 돈을 싸 짊어지고 가도 언제든 우리를 버릴 수 있다.

돈으로 평화를 살 순 없다. 진짜 힘,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


2-2. 건국 이틀 전의 치욕: 1971년 11월 30일

비극은 영국군이 떠나자마자 현실이 되었습니다. UAE가 정식으로 건국(1971년 12월 2일)되기 딱 이틀 전인 11월 30일 새벽. 페르시아만의 패권국을 자처하던 이란(당시 팔레비 왕조)이 군함을 몰고 쳐들어옵니다.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의 목줄을 쥔 전략 요충지, 아부 무사(Abu Musa) 섬과 툰브(Tunbs) 섬들이었습니다. 당시 이란은 '걸프 지역의 경찰'을 자처하며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었고, 영국이 떠난 힘의 공백을 노린 것이죠.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섬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유조선들의 목덜미를 잡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이곳을 뺏기면 UAE는 앞마당을 내주는 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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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 섬을 지키던 건 고작 라스 알 카이마의 경찰 6명. 그들은 소총을 들고 이란의 구축함과 정규군 상륙부대에 맞서다 전원 사살당합니다. 이란은 섬을 점령하고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나려는 신생국 UAE는 자기 영토가 유린당하고 국민이 쫓겨나는 걸 눈앞에서 보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그 '무력감'과 '공포'. 이것이 바로 UAE의 DNA에 새겨진 원초적 트라우마입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이 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는, 절대로 다시는 이런 꼴을 당하지 않겠다.
우리에겐 진짜 힘, 그리고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


이것이 UAE가 지난 50년간 그토록 강한 군사력과 믿을 수 있는 동맹에 집착해 온 이유입니다. 그들에게 안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였으니까요.



3부: 한국을 향한 '러브콜'의 변천사 - 마당쇠에서 사위까지

그렇다면 왜 하필 한국일까요? 미국도 있고, 영국도 있고, 프랑스도 있고 심지어 UAE의 제1의 경제 파트너인 중국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몇십 년간의 관계의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그들의 '원픽'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50년간 한국은 UAE에게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신분 상승 성장 드라마' 같습니다.


3-1: 1970~90년대 "애는 착해" - 성실한 마당쇠

1970년대, 오일쇼크로 돈방석에 앉은 중동은 건설 붐이 일었습니다.

선진국 기업들은 "더워서 못 해", "돈 더 줘", "조건이 안 맞아"라며 콧대를 세웠죠.

고멘.jpg 더워. 땀 나. 피부 상해.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게 바로 한국 기업들이었습니다.


현대건설, 동아건설의 전설: 1977년 현대건설이 아부다비 첫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당시 계약 규모는 2억 달러(현재 가치 약 10억 달러)였죠. 섭씨 50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한국인들은 횃불을 켜고 야간작업을 했습니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공기를 단축하고, 품질은 완벽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인프라를 까는 그들의 모습은 현지인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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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포인트: 라마단 기간(이슬람의 금식 기간)에는 현지인들을 배려해 물도 몰래 숨어서 마셨다는 일화는 현지 왕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일도 잘하는데 예의까지 바른 겁니다.


이때 UAE는 한국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얘네 진짜 성실하네? 시키면 군말 없이 완벽하게 해내는데 착하기까지 해?"


UAE는 그렇게 돌쇠의 치명적 유혹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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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0년대 "착한데 공부까지 잘해!" - 바라카의 기적

세월이 흘러 2000년대, UAE는 '석유 이후(Post-Oil)'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름이 말라버리면 우린 뭐 먹고살지?" 그래서 선택한 게 첨단 기술과 원자력 발전이었습니다.


2009년, 200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입찰 당시 세계는 원전 종주국인 프랑스(아레바)나 기술의 일본이 승리할 거라 점쳤습니다. 한국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라고 봤지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었습니다.


왜 한국이었을까?: 강력한 경쟁자였던 프랑스는 당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서 2005년 착공하여 4년 후인 2009년에 완공 예정이었던 공기를 계속 지연시켰고 당초 대비 예산 또한 초과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는 2023년 4월에 가동을 시작했고 예산은 최초 대비 3배 이상 초과함)

반면 한국은 과거부터 꾸준한 실적을 통해 "우리는 약속한 날짜에, 약속한 예산으로 완벽하게 짓는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제시한 가격도 프랑스보다 14억 달러 이상 저렴했습니다.


바라카의 기적: 한국은 사막 한가운데에 APR1400이라는 3세대 한국형 원전을 무려 4기나 지었습니다. 모래폭풍과 폭염을 뚫고,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원자로를 설치했습니다.


납기 준수와 완벽한 운용: UAE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무서운 실행력을 다시 한번 목격했습니다. 프랑스가 약속을 어길 때, 한국은 약속된 공기 안에 원전 4기를 모두 완벽하게 지어 올렸습니다.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사막 위에. 2024년에는 바라카 원전 4호기까지 모두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현재 이 원전들은 UAE 전체 전력 수요의 무려 25%를 담당하며 사막의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형 원전 APR-1400 핵심기술, 美·UAE에 유출 의혹 - 아시아경제.jpg


이 사건으로 한국의 지위는 수직 상승합니다. 이제 한국은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 UAE에게 에너지 자립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해결해 주고 미래를 제시하는 '실력 있는 가정교사'가 되었습니다.


Clipboard - 2025-11-24 23.28.37.png UAE에게 한국은 대략 이런 느낌 (애니: 사카모토 군)


3-3: 2010년대 "싸움까지 잘해!?" - 아크부대와 K-방산

하지만 UAE의 가슴속엔 여전히 1971년의 안보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은 미사일을 쏘아댔습니다.


어느 달 밝은 밤, 정원을 거닐며 한숨을 쉬던 마님을 발견한 가정교사 한국이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물었습니다.

무료 사진 중동 수도의 밤 도시 풍경, 도시 너머 하늘에 보름달이 뜬 달빛.jpg 아부다비의 외로운 달은 마님의 마음 같아라


"마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지요?"


"아… 한국이 자네인가… 동네 깡패들이 날마다 집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집안에 힘쓰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뾰족한 수가 없음이 답답하여 그러네."


마님은 고개를 떨구며 쓴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이를 조용히 듣던 한국이가 물러나며 돌아서던 찰나, 펄럭이는 저고리 사이로 단단한 근육이 순간적으로 보이는 것을 마님은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자네… 운동했는가? 몸이 꽤 단단해 보이는데…”


가정교사는 천천히 뒤돌아서며 다시 한번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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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제가 태권도 8단에 합기도 7단에, 개싸움 9단이긴 한데…"

"!!??"


알고 보니 이 순둥이 모범생 한국이, 사실은 북한이랑 수십 년 대치하며 단련된 '싸움의 고수'였던 겁니다.


3-4: 심층 분석 - 아크부대는 왜 특별한가?

2011년, 한국은 UAE에 아크(Akh) 부대를 파병합니다. '아크'는 아랍어로 '형제'란 뜻입니다.


탄생 배경: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 직후, UAE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특전사의 대테러 시범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저 부대, 우리한테 좀 보내주시오. 우리 군대도 저렇게 만들고 싶소!"라고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아크부대의 시작입니다.


목적의 차이: 우리가 흔히 아는 파병은 PKO(유엔 평화유지군)나 다국적군 소속입니다. 하지만 아크부대는 '군사협력 파병'입니다. 전쟁 억제나 평화 유지가 주목적이 아니라, UAE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즉, 과외 선생님이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태권도까지 가르쳐주는 겁니다.


비밀 계약 논란과 봉합: 이명박 정부 시절 파병 당시, "UAE가 공격받으면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식의 비밀 조항이 있었다는 의혹을 당시 유승민 의원 등이 제기했습니다. 헌법 위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문재인 정부 때 이를 수정하려다 UAE의 반발로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임종석 비서실장이 급파되어 오히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며 봉합했습니다. 2018년 검찰은 이 고발 건에 대해 "외교 기밀이라 확인 불가"라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결과적으로 양국은 비 온 뒤 땅이 굳듯 '피를 나눈 형제' 수준의 신뢰를 구축했습니다.


전략적 가치 (사막 테스트베드): 아크부대는 단순히 주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2025년 11월 현재 25진이 파병되어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우리 군은 이곳에서 "6개월 파병이 국내 훈련 5년 치 효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실전적인 사막 작전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산 무기들이 섭씨 50도의 열기와 미세한 모래 먼지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전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K-방산이 중동에서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크부대가 써봤는데 좋다더라"는 입소문 때문입니다.


3-5: 무기 수출의 역사 - 소총에서 미사일까지

이런 신뢰는 무기 수출로 이어졌습니다.


초기 진입: 2010년대 초반에는 소총이나 탄약 같은 소규모 수출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천무의 등장: 2017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 로켓 '천무'가 비밀리에 수출되었습니다. 규모는 약 7,000~8,000억 원 수준. UAE는 이를 예멘 내전 등에서 실전 운용하며 한국 무기의 위력을 체감했습니다. 이것이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UAE는 이 무기를 통해 K-방산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어머 이건 사야 해.jpg


천궁-II 잭팟: 2022년, UAE는 한국형 패트리엇이라 불리는 '천궁-II'를 무려 4조 6천억 원(35억 달러) 어치나 사들입니다. 단일 유도무기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자기네 영공을 지키는 일을 미국도, 러시아도 아닌 한국 무기에 맡긴 겁니다.

이미지 자르기 1.png 좌 천무 / 우 천궁 2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미국 같지도 않고, 실제 성능은 형편없는데 스펙만 뻥튀기하고 고장 나면 AS도 제대로 안 해주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지도 않고, 성능 좋고 가격마저 착한데 기술 이전이라는 서비스까지 노래방 마냥 시원하게 팍팍 넣어주는 한국을 UAE는 어느새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한국은 UAE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든든한 경호원'이 되었습니다.


너란 녀석은.jpg 젖어든다…


3-6: 2025년 "너 우리 사위가 되어라." (Be my Son-in-law)

그리고 대망의 2025년 11월. UAE는 결심합니다.


"이 친구, 놓치면 안 되겠다. 미국은 까다롭고 거들먹거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못 믿겠고...

한국아! 너, 아예 우리 집안 식구로 들어와라!"


이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1,000억 달러짜리 미래 사업을 맡기고, 국가 비상용 기름을 맡기고, 차세대 전투기도 같이 만들자고 합니다. 이건 딸 가진 아버지가 "자네가 우리 집안의 미래를 책임져 주게"라며 데릴사위로 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나 잡아보소.jpg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 가지고 쩨쩨하게 굴며 속 썩일 때, UAE는 "돈? 그까짓 거 우리가 대지 뭐. 얼마면 되는데?"라며 쿨하게 나오는 이 상황이 2025년의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2025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때, 이재명 대통령과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다 갑자기 우리나라 대통령이 "분담금 이야기 좀 할까요?"라며 예정에 없던 말을 꺼내자, 프라보워 대통령이 당황하여 다급히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을 요청한 것도 이미 대한민국이 판을 다 짜놓았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믿는 구석이 없다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그런 돌발적 언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인도네시아도 그 후 상황파악을 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UAE의 미래를 공동 설계하는 위치에 섰습니다.



4부: 2025년 정상회담의 '지참금' 목록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들, 하나하나가 정말 '억' 소리 나는 것들입니다. 투자자라면 여기서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돈 냄새가 진동을 하니까요.


4-1. 에너지: "한국의 기름통, 우리가 채워준다" (1,000만 배럴 공동비축)

양국은 한국석유공사 여수 기지에 보관된 UAE 원유 공동비축량을 기존 4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한국이 위급할 때 가장 먼저 쓸 수 있는 권리(우선구매권)를 주기로 했습니다.


[덕왕의 데이터 분석: 1,000만 배럴의 위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생존 시간: 2024년 기준 우리나라 하루 석유 소비량이 약 290만 배럴입니다. 전 세계 석유 공급이 뚝 끊기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도 대한민국 전체가 3.5일~4일 동안 아무 문제 없이 공장을 돌리고, 난방을 하고, 차를 굴릴 수 있는 양입니다.


전쟁 시 골든타임: 현대전에서 전쟁 초반 3~4일은 승패를 가르는 골든타임입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민수 징발 조치와 비축유를 함께 사용한다면 10일 정도를 버틸 수 있습니다. 이 10일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초기 병력은 며칠 내에 도착할 수 있지만 여단급 이상의 대규모 전력은 10일 정도가 걸립니다. 즉 전쟁 발발 시 우리나라는 미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국군만으로 최대 규모의 전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UAE가 한국에게 비상용 '생명 유지 장치'를 달아준 셈입니다.


정치적 의미: 1,000만 배럴은 63 빌딩보다 긴 초대형 유조선(VLCC, 30만 톤급) 5대가 꽉 채워진 분량입니다. 축구장 15개만 한 거대한 기름 탱크 5개가 우리 앞바다에 둥둥 떠서 "한국 걱정 마! 내가 있다!"라고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더구나 향후 확장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 중 하나가 우리나라와 사돈을 맺고 무한 지원을 약속했다면 우리나라의 적은 쉽게 쳐들어올 수 없습니다. 정말 든든하지 않습니까?


4-2. AI: "미래의 석유, 같이 캐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 전력망)

UAE는 '자원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석유 다음 먹거리로 AI를 찍었습니다. 샘 알트먼의 OpenAI, 마이크로소프트, 손정의의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무려 1,000억 달러(약 135조 원)를 쏟아부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여기에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초대한 겁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란?: 영화 '스타게이트'처럼 차원이 다른 AI 능력을 열겠다는 뜻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큰 데이터센터보다 100배 이상 큰 규모의 AI 슈퍼컴퓨터를 짓는 울트라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덕왕의 투자 노트 - AI & 전력망]

반도체: 이 거대한 AI를 돌리려면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가 산더미처럼 필요합니다. 이걸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딱 하나, 대한민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입니다. 당연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일차적 수혜를 받을 것입니다. 웨이퍼 투입량만 월 수십만 장 단위로 늘어날 겁니다.


전력망(Power Grid): 여기도 ‘찐’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이 엄청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발전소부터 송전, 배전 시스템까지 완벽해야 합니다. 바라카 원전을 지은 한국의 전력망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변압기가 없으면 전기를 못 보냅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도 큰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전선 대장주 LS전선과 그 자회사들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건 최소 5년 이상 갈 수 있는 슈퍼사이클입니다.


4-3. 국방: "하늘의 제왕, 같이 만들자" (KF-21 공동개발)

그동안 인도네시아 때문에 속 썩던 KF-21 보라매 사업에 UAE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양국은 KF-21 공동 개발 및 생산, 그리고 제3국 수출에 합의했습니다.

DEFENSE STUDIES Indonesia dan Korea Selatan Perkuat Kembali Kolaborasi.jpg 말만 공동개발이지 한국이 전부 다 하고 있는 KF-21 개발사업


[인도네시아 vs UAE: 비교불가]

인도네시아: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맹주, 인구 2.7억, 니켈 부국이라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한국이 끝까지 안고 가려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분담금을 연체하더니 2024년 기준 1조 원 가까이 미납했고, 심지어 기술 유출 시도까지 걸렸고 최근에는 북한과 포괄적인 MOU를 맺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위사업청은 KF-21 관련 기술은 철저히 보호되고 있으며 기술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눈 밖에 난 '계륵'이 되어버렸습니다.


UAE: 강대국에 시달린 소국(小國)으로서의 공통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신의를 금같이 여기고 약속은 칼같이 지키며 캐시 일시불로 지를 정도로 현금 부자입니다. 또한 중동과 아프리카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어, KF-21을 이 지역 표준 전투기로 만들 수 있는 마케팅 파워까지 갖췄습니다.


[UAE의 큰 그림: 중동발 도미노]

UAE가 KF-21을 도입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변 부자 나라들도 한국 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UAE는 생산기지를 갖게 된다면 한국 방산이 중동 전체를 집어삼키는 '교두보'이자 '쇼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덕왕의 투자 노트 - 방산]

한국항공우주(KAI): 비상할 준비를 다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리스크를 해소하고 오일머니 유입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음은 물론 세계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LIG넥스원: 천궁-II에 이어 요격 미사일 추가 수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LIG넥스원은 KF-21 미사일 통합은 물론 지대공 요격 시스템 개발에도 진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무 수출에 이어 KF-21 전투기 엔진 개발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로템: K2 전차의 중동 버전 수출 기대감이 올라갈 것입니다.


닥치고 돈이나 받아.jpg 한마디로 돈 걱정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격입니다.



5부: 우주를 향한 꿈 - 쎄트렉아이와 UAE의 위성 협력

한국과 UAE의 인연이 땅과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주에도 있습니다.

UAE가 화성탐사선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UAE는 2021년에 희망을 뜻하는, 화성 탐사선 '아말(Amal)'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세계 5번째 화성 탐사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적 뒤에 한국 위성 기업 ‘쎄트렉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Hope Probe - Mars Orbit Insertion (Dubai One).jpg


쎄트렉아이는 1999년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인공위성 개발 전문 기업으로, 고성능 중소형 위성체계의 설계, 개발, 제조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합니다.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쎄트렉아이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위성 기술 전수: 쎄트렉아이는 UAE의 첫 인공위성인 '두바이샛 1호'와 '두바이샛 2호'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단순히 위성을 만들어준 게 아니라, UAE 엔지니어들을 대전으로 초청해 위성 제작 기술을 전수하고 함께 개발했습니다.


과학자 양성: 한국에서 기술을 배운 UAE 엔지니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아말' 프로젝트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즉, 한국은 아말의 의미처럼 UAE 우주 산업의 희망을 낳은 '산파'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 협력은 UAE가 한국을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미래를 함께 꿈꾸는 친구'로 인식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입니다.



6부: <The Devil's Advocate> 시어머니의 눈초리

하지만 세상에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없습니다. 이 화려한 결혼식 뒤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6-1. 미국이라는 시어머니의 간섭: "엔진 떼라?"

미국은 한국이 너무 잘나가는 걸 마냥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는.


엔진의 족쇄: KF-21에는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F414 엔진이 2개씩 들어갑니다. 이 엔진은 F/A-18 슈퍼호넷에도 사용되는 검증된 엔진으로, 추력 22,000 lbf(약 98kN)를 자랑하며 대당 가격은 약 50억 원인 검증된 명품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 엔진을 제3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E/L: Export License)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 만약 미국이 "야, UAE는 중국이랑 화웨이 5G도 쓰고 너무 친해. 기술 유출 우려되니까 KF-21 엔진 수출 안 돼."라고 태클을 걸면? 그 순간 KF-21은 날 수 없는 비행기가 됩니다. 22조 원짜리 계약은 휴지 조각이 되고, 한국 방산의 신뢰도는 추락하며, UAE와의 혈맹도 금이 갈 것입니다.


6-2. UAE의 F-35 도입 좌절의 트라우마

그런데 이게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선례가 있습니다. 바로 UAE의 F-35 도입 실패 사건입니다.


스크린샷 2025-11-24 004407.png 미국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로 세계에서 2번째로 좋음. (첫 번째는 F-22 랩터 전투기지만 수출 금지)



[2020년: 세기의 거래가 성사되다]

2020년 9월, UAE가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역사적 중재의 대가로 UAE에게 엄청난 선물을 약속했습니다.


F-35 스텔스 전투기 50대

MQ-9B 리퍼 무인공격기 18대

각종 첨단 군수품

총 계약 규모: 230억 달러(약 27조 원)


이것은 미국이 아랍 국가에게 F-35를 판매하는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이스라엘 외에는 중동 어느 나라도, 심지어 사우디까지도 F-35를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UAE 입장에서는 "우리도 드디어 미국의 진짜 우방"이 된 듯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랬습니다.


[2021년: 바이든의 칼날]

그런데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갑자기 온갖 까다로운 조건들을 들이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제시한 조건들: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망 전면 제거: "중국 장비가 하나라도 있으면 우리 기밀 베이징으로 새나간다."

F-35 운용에 대한 미국의 실시간 감시: "언제 어디로 날아가는지, 무슨 미션을 수행하는지 전부 보고하라."

제3국 기술 공유 금지: "F-35에 대한 어떤 정보도 다른 나라와 나누지 말 것"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QME) 보장: 이스라엘이 "우리가 더 세니까 너희는 이렇게 해야 돼!"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함.


[UAE의 분노와 결별]

2021년 12월 14일, UAE는 마침내 폭발했습니다.

"이건 판매가 아니라 주권 침해다. 우리를 믿지도 못하면서 무슨 동맹이냐?"


UAE 당국자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기술적 요구 사항, 주권적 운영 제한, 비용 대비 편익 분석 등을 재평가한 결과, F-35 구매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요구한 조건들이 UAE의 국가 주권을 침해하고, 국가 안보를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특히 화웨이 5G 문제는 결정적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중국은 UAE의 최대 교역국이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경제 파트너입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중국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것이 뻔하므로 UAE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미국 정보기관이 1년 전 중국 해운기업이 아부다비 인근 항구에서 군사시설을 비밀리에 건설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UAE를 방문해 "이거 중단 안 하면 F-35 판매 취소다"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사실입니다.


[UAE의 선택: 프랑스로 방향 전환]

협상이 결렬된 바로 그 달, UAE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초청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발표를 했습니다.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80대를 구매하겠다."

Lépopée du Rafale, lavion de combat suprême - LIHEDN  Institut des  ha.jpg 봉쥬르~ 고객님. 어서 오고~

계약 규모는 약 180억 달러(21조 원). 프랑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


"조건 없이 드리겠습니다. 기술 이전도 가능하고 할부도 가능합니다. 고객님"


이에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다급하게 해명했습니다.

"미국 군사장비 사용자가 지켜야 하는 요건과 보호 조건은 보편적인 것으로 협상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UAE는 미국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미국은 UAE의 첨단 안보를 위한 우선 공급자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F-35 협상이 재개될지는 모르겠다."


그 후 협상은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게 주는 교훈]

이 사건이 한국에게 매우 큰 교훈을 시사합니다.


첫째, UAE는 강대국을 믿을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아무리 거액을 지불해도,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강대국은 자국 이익에 따라 언제든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수십 년의 세월을 두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비단 강대국만이 아닌 모든 나라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 트라우마가 있기에 UAE는 미국산 엔진을 사용하는 KF-21을 100% 신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보이지 않지만 다른 쪽에도 발을 걸치고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물론 UAE에겐 ‘미국 엔진에 의존하지 않는 KF-21’이 1순위로 필요합니다. 설령 지금은 미국 엔진을 쓰더라도, 한국은 반드시 국산 엔진 개발에 성공하거나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UAE는 그 기술 자립을 위해 돈을 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게도 UAE와 비슷한 기억이 있습니다. 2000년대 K9 자주포는 독일 MTU사의 엔진(파워팩)을 사용했는데, 터키로 수출하려 하자 독일 정부가 "터키는 쿠르드족을 탄압하는 국가다. 우리 엔진 수출 불허"라며 막아섰습니다. 한국은 급히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국산 엔진을 개발해 위기를 넘겼고, 결과적으로 터키에 1,000대 이상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이 사건은 무기체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항공기 엔진은 전차 엔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항공기 엔진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단 5개국만이 독자 개발 능력을 보유한 극강의 기술 장벽 영역입니다.


[만약 미국이 UAE에게 KF-21용 F414 엔진 수출을 거부한다면?]

그 순간 한국은 UAE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할까요?

"미안, 미국이 안 된대. 우리도 어쩔 수 없어. 미안."


그렇다면 50년간 쌓아온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기술 개발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6-3. 능력 없으면 이혼

결혼식장에서 백년해로하자던 서약도 돈 없고 능력 없고, 시댁이나 친정과 척을 지거나 보증 서서 패가망신하면 이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냉정한 국제외교에서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의 맹세도 한쪽이 기울면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기술발전의 정체: 우리나라에겐 치명적 스토리입니다. UAE에게는 최대의 경제 파트너인 중국과 섭섭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안보 파트너인 미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신용이 UAE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순간 우리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교두보를 잃게 되고, 그 자리를 중국과 미국 등이 차지할 것입니다.



7부: 엔진 독립의 꿈


7-1. 한국 엔진 개발의 역사: 바다에서 육지로, 그리고 하늘로

전투기 엔진 개발은 꿈의 영역이지만 한국은 이미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선박 엔진과 전차 엔진에서의 독자 개발 성공입니다.


첫 번째 기적: 선박 엔진의 세계 제패: 1970년대만 해도 한국은 선박 엔진을 만들 줄 몰랐습니다.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어도 심장인 엔진은 유럽에서 수입해야 했죠. 하지만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당시 STX엔진) 등이 라이선스 생산부터 시작해 기술을 축적했고, 2000년대 들어 독자 설계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대형 선박 엔진 시장에서 세계 1위, 시장 점유율 약 35%를 차지합니다. 특히 HD현대의 '힘센(HiMSEN)' 엔진은 중형 엔진 분야에서 독자 모델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2025년 현재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이중연료(Dual Fuel) 엔진 기술에서도 중국 등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선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기적: K2 흑표의 심장: 육상 분야에서도 한국은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K2 흑표 전차는 1,500마력급 엔진을 탑재하는데, 초기에는 K-9 자주포처럼 독일 MTU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수출 제약 문제를 경험한 후, HD현대인프라코어는 독자 엔진 개발에 나섰고 성공했습니다. 더 나아가 2024년에는 변속기까지 국산화에 성공해 완전한 '국산 파워팩'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SNT다이내믹스 같은 중소 방산 업체들도 장갑차용 엔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의 육상 엔진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세 번째 도전: 하늘의 심장: 이제 남은 것은 항공 엔진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1만 대의 항공 엔진을 생산한 경험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라이선스 생산입니다. 독자 설계·개발한 엔진은 아직 없습니다. 현재 국산화율은 약 40% 수준에 불과하며, 핵심 코어(Core) 기술은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항공 엔진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약 3~5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2030년대 중후반까지 15,000 lbf급 독자 엔진 개발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7-2. 15,000 lbf급 국산 엔진의 청사진

2025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000 lbf급 국산 항공엔진의 개념 설계를 공개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담은 청사진입니다.


핵심 기술 3대 요소:

첫째, 1,650도 초내열 합금입니다. 항공기 엔진의 터빈 입구 온도는 1,650°C에 달합니다. 이는 철이 녹는 온도인 1,538°C보다 높습니다. 이런 극한 환경을 견디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입니다. 한국은 이미 원전 산업에서 고온 소재 기술을 축적했고, 이를 항공 엔진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3D 프린팅 냉각 유로입니다. 터빈 블레이드 내부에는 미로처럼 복잡한 냉각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기존 가공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정밀도를 요구하는데, ‘적층 제조(AM,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 즉 3D 프린팅이 해답입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셋째, 독자 해석 소프트웨어입니다. 엔진 개발에는 열 해석, 진동 해석, 파손 예측 등 고도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독자 개발에 나섰습니다. 소프트웨어 주권이 없으면 진정한 기술 독립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대 효과: 국산 엔진이 완성되면 미국산 엔진 대비 도입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독자적인 수출 권한을 확보합니다.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자주국방'의 완성이며, KF-21 수출의 마지막 퍼즐입니다.


7-3. 왜 미국은 한국을 완전히 막지 못하나? (feat. 우주의 기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의 전투기 수출에 딴지를 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우리가 쥐고 있는 꽃놀이 패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업의 붕괴: 미국의 조선업은 이미 망했습니다. 중국 해군은 붕어빵 찍듯 군함을 만드는데, 미 해군은 배 고칠 도크도 없어서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유일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MRO(유지/보수/정비) 카드: 새 배를 만들기는커녕 있는 배도 제대로 고칠 수 없기에 미국은 한국 조선소에 미 해군 함정의 수리를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도움이 그야말로 절실한 것입니다. MASGA (Make American Ships Great Again) 프로젝트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MIKIA(Make In Korea Instead of America)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한국은 "배 고쳐줄 테니, 전투기 수출 좀 봐줘"라고 딜을 할 수 있는 카드를 쥔 셈입니다.


핵추진 잠수함: 2025년 경주 APEC 행사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최고의 카드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마냥 한국에 우호적이라 핵추진 잠수함을 승인했을 리는 없지요. 자국의 경제가 휘청대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할 파트너로 일본만으로는 부족하니, 한국을 키워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핵추진 잠수함만 승인해 주었을 뿐인데 방위비도 증액하고 미국 무기도 더 많이 사겠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7-4. UAE 자본의 역할: 10년을 7년으로

문제는 시간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국산 엔진은 2030년대 중후반, 즉 2035~2037년쯤 완성됩니다. 하지만 UAE와의 KF-21 계약은 2026년부터 시작됩니다. 초기 물량은 미국 엔진으로 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산 엔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UAE 자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UAE가 KF-21 공동 개발에 참여하면서 엔진 개발에도 자본을 투입한다면,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10년 계획을 7년으로, 2035년을 2032년으로 앞당기는 것이죠. 더 나아가, UAE는 5세대 개량형 KF-21, 즉 완전한 스텔스 전투기를 원합니다. 이 개량형에는 더 강력한 20,000 lbf급 이상의 엔진이 필요합니다. 한국과 UAE가 공동 개발하면, 한국은 기술을, UAE는 자본을 제공하는 완벽한 시너지가 만들어집니다.


7-5. 영국이라는 플랜 B: 롤스로이스의 구애

우주의 기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25년 중반, UAE 순방 얼마 전에 영국 정부가 한국에 접촉해 왔습니다.


"굿모닝 젠틀맨! F414 대신 우리 롤스로이스 엔진을 쓰는 게 어떻겠니? 잘해줄게!"


우리에게 초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롤스로이스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사용되는 EJ200 엔진(추력 20,000 lbf)을 만드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런 영국의 제안은 단순해 보이지만, 배경은 복잡합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자국 방산 산업 유지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감이 없으면 기술력이 사라지고, 인력이 흩어집니다. 미국의 조선업이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마침 한국이 수출용 전투기 엔진을 찾고 있으니, 영국으로서는 기회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영국은 미국보다 수출 규제가 느슨하고, 영국제 엔진기술을 사용한다면 NATO로 대표되는 유럽 시장 진출에도 유리합니다.


물론 EJ200은 F414보다 추력이 약간 약합니다. 그래서 영국은 한국과의 공동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노하우와 한국의 제조 능력을 결합해 새로운 엔진을 만들자는 것이죠. 이것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기술 협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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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 엔진, 국산 엔진, 영국 공동 개발 엔진의 세 가지 옵션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은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7-6. 엔진 주권의 완성: 육·해·공의 통합

한국이 항공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합니다. 육상(전차), 해상(선박), 항공(전투기) 전 영역의 동력원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엔진 주권(Engine Sovereignty)'이라 부릅니다.


전 세계에서 이 세 영역 모두에서 독자 엔진을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정도입니다. 한국이 여기에 합류한다면, 명실상부한 '기계공학 강국'이자 '군사 강국'이 되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파급 효과입니다. 가스터빈 기술은 전투기 엔진뿐만 아니라 민항기 엔진, 가스터빈 발전소(전력 생산), 함정 추진 체계 등으로 확장 가능합니다. 하나의 기술이 수십 개 산업으로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열심히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도 노력 중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H급 대형 가스터빈을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지금까지 발전용 가스터빈을 독자 설계하고 생산하고 있으며 성일터빈은 가스터빈 연소실과 고온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10월 13일 언론을 통해 미국의 빅테크 회사와 38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 2기의 공급계약을 체결하여 2026년 말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얼마 후 그 빅테크 회사가 테슬라임이 밝혀졌습니다.

데일리토픽] 두산에너빌리티, 美 빅테크에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  동영상  기사본문 - 현대경제신문.jpg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력이 비록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AI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전력쇼티지의 발생이 기정사실화된 이상, 급하게 납기를 맞출 수 있는 회사는 오직 두산에너빌리티뿐이라는 테슬라 경영진과 일론 머스크의 판단에 의해 기회를 받게 된 것입니다.


한편 항공 엔진 개발은 후방 산업 생태계도 동반 성장시킵니다. 고온 소재, 정밀 주조, 가공 장비, 측정 장비 등 수백 개의 협력 업체들이 함께 발전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산업 생태계'입니다.


7-7. 현실적 타임라인과 유의사항

여기까지 읽고 당장 내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를 매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글을 쓴 의도와도 맞지 않습니다. 방위산업, AI산업, 국산 항공 엔진은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2025년에 공개된 것은 '청사진'이지 완성품이 아니며 그 기간 동안 국제정세의 변동으로 인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행기 엔진의 경우,

개념 설계(2025) → 상세 설계(2027) → 시제품 제작(2030) → 지상 시험(2032) → 비행 시험(2034) → 양산(2037) 이런 식으로 대략 12년 정도 걸립니다. UAE 자본이 들어와도 7~10년은 필요합니다.


따라서 UAE에 대한 KF-21의 수출이 승인된다면 초도 양산분(2026~2030년)은 여전히 미국 F414 엔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산 엔진이 탑재되는 것은 5세대 개량형부터, 즉 203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그러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개발이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엔진 개발은 분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단순 방산 업체에서 글로벌 항공엔진 제조사로 격상시킬 장기(10년 이상)

프로젝트지만 기술적, 지정학적 변수가 많기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7-8. 수소 엔진: 또 하나의 미래

한국의 엔진 기술 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은 수소 엔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기술을 활용한 수소연소엔진(H2-ICE) 개발이 활발하며, 2025년 차량용, 2026년 발전용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수소엔진 시장.jpg H2-ICE Market Size 2025 – 2034 / GMI (Global Market Insights)


수소 엔진은 친환경 시대의 핵심 기술입니다. 전기 엔진이 대세라고들 하지만, 대형 선박, 항공기, 발전소 등에는 여전히 강력한 내연기관이 필요합니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탄소 배출 없이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선박 엔진, 전차 엔진, 항공기 엔진에 이어 수소 엔진까지 선도한다면, 명실상부한 '동력 기술 강국'이 될 것입니다.



8부: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이 '세기의 결혼'은 어느 한쪽의 짝사랑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결핍'을 상대방이 완벽하게 채워 주기 때문에 성사된 필연입니다.


[1970년대 ~ 1990년대]

KOREA: "가진 건 몸뚱이 밖에 없어. 어디 일할 데 없나?"

UAE: "앗살람~ 알라이쿰. 우리 사막에 뭐 좀 지을려고 하는데, 올래?"

KOREA: "시켜만 주세요! 대감마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차영차!"

UAE: "뭐야... 쟤네 무서워."


[2000년대]

KOREA: "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 에너지 안보가 불안하네."

UAE: "살람! 친구여! 무엇이 걱정인가! 내가 기름통을 채워주지. 친구여!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실은 우리도 석유가 많다고 해서 에너지가 넘쳐 나는 건 아니라네. 미래에는 더 많이 전기가 필요할 텐데 오히려 걱정이라오…"

KOREA: "아 마침 가방에 원전 있는데 지어줄까요?"

UAE: "아니! 자네!!??"


[2010년대]

KOREA: “웬 한숨이십니까?”

UAE: "형제여… 이란 놈들이 언제 또 쳐들어올지 몰라 무섭다오."

KOREA: "실은 제가 태권도, 합기도, 택견까지 도합 30단 정도 합니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탄약? 포탄? 미사일? 다 있습니다. 아! 부대도 보내드릴까요?"

UAE: "아니!! 형제여!! 진짜??"


[2020년대]

UAE: "살람! 내 형제, 내 가족이여! 형제 덕분에 내가 요즘 살만하네. 그런데 왜 얼굴빛이 어두운가?"

KOREA: "사실 전투기 개발을 하고 있는데 막판에 동업자가 지불 약속을 안 지켜서 조금 어렵습니다. 그 외에 AI도 만들어야 하고 반도체도 팔아야 하는데… 작은 가문이라 어렵네요."

UAE: "음 자네의 성실성은 내가 이미 잘 알고 있지. 내가 돈 대줄 테니 그런 양아치랑은 이제 인연 끊게. 그리고 마침 우리도 딸아이 먹거리를 찾기 위해 AI라는 것 좀 해보기로 했는데… 어떤가? 자네가 맡아서 한번 해볼텐가? 돈은 내가 다 내겠네."

KOREA: "장인어른.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1970년대, 뜨거운 사막에서 땀 흘리며 모래바람을 마셨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헌신, 2009년, 불가능해 보였던 원전 수주를 따내고 완벽하게 지어낸 엔지니어들의 피땀, 그리고 사막에서 형제처럼 뒹굴며 신뢰를 쌓은 아크부대원들의 노고까지.


이 40년 넘는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신뢰(Trust)'라는 자산이 있었기에 오늘의 135조 원 잭팟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 과실을 따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우리도 최선을 다해 신뢰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50년 뒤, 우리 후배들이 또 다른 사막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국제 정세에서는 결혼도 이혼도 쉬움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대한민국이 기회를 잡아 다시 한번 끓어오르길 바랍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믿고 함께 하는 나라의 미래도 같이 밝혀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볶음김치를 UAE에 대량으로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APEC에 참석한 UAE의 왕세자가 따로 포장을 부탁했을 정도라면 K-푸드의 가능성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한국 볶음김치에 반했던 UAE, 이 대통령에 트럼프 버금가는 의전을.jpg


축구만 빼고 두 나라가 함께 동반 성장하길 바라겠습니다.


처음으로 한 나라를 중심으로 써봤는데요, 어떠셨는지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고 즐거운 글쓰기였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써보려고 합니다.

(마음속에 다음 나라는 정해져 있습니다)


2026년에도 국운이 호랑이 기운처럼 솟아나길 바랍니다.

오늘도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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