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죽음, 글로벌 주거 빈곤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2025년 11월 26일 홍콩 타이포 왕푹코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이 단지는 정기 수선 및 보수공사 필요 지침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단지 전체 리모델링에 들어갔으며, 2025년 11월에는 내부 벽 페인팅, 외벽 보수를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보수공사를 위해 8개 건물 전체의 외벽은 비계(飛階, Scaffolding: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자, 장비, 자재 등을 지지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와 그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모든 창문은 ‘폴리스티렌’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TMI: 폴리스티렌의 화재 특성
높은 가연성: 불꽃에 직접 노출되거나 고열(약 230℃ 이상)에 이르면 쉽게 불이 붙습니다.
빠른 연소 및 용융: 일단 불이 붙으면 빠르게 타면서 녹아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불이 붙은 액체 방울이 떨어져 화재를 더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짙은 연기 및 유독 가스 발생: 연소 시 다량의 검은 연기와 함께 일산화탄소, 스티렌 등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독성 가스가 발생합니다.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 특히 건축 단열재로 사용되는 발포 폴리스티렌(스티로폼)은 화재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후 2시 25분경 단지 F동의 1층 외벽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한 주민의 신고로 소방관들이 몇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작았던 불은 그물망을 타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번져서 1시간 만에 5개 이상의 블록이 불길에 휩싸였고 최종적으로 8개 블록 중 7개 블록이 화마에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11월 30일 기준으로 소방관 1명을 비롯한 최소 146명이 숨졌고 79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상자들 중 상당수가 위중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전 세계는 즉시 애도 기간을 정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이런 대형 화재는 처음이 아닌,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사건입니다.
2024년 4월 10일 아침, 홍콩 조던 지역의 '뉴 럭키 하우스(華豊大厦)'라는 지은 지 60년 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방화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화재 3주 전에 복원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6월 14일 새벽, 런던 그렌펠 타워에서 72명이 사망했습니다. 건물주는 방화 외장재 대신 가연성 외장재를 선택해 29만 3,368파운드(약 4.8억 원)를 절감했습니다. 이 절감액은 총 피해액 12억 파운드(약 2조 원)의 0.024%에 불과했습니다. 절약한 돈의 4,000배를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오늘은 전 세계 도시 빈곤층의 주거지가 왜 반복적으로 불타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설계된 불평등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마치 대형 투자 사기처럼 말이죠.
다만 이 사기의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잃는 게 아니라 목숨을 잃습니다.
우리는 홍콩을 여행하며 거리의 번잡함 속에서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지만, 대다수의 홍콩 사람들에게 지면에서의 10미터 이상은 지옥과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그 지옥은 더럽고 불편한데 비싸기까지 합니다.
홍콩에서 가장 비싼 것은 땅이 아니라 '공간'입니다. 정확히는 살 수 있는 공간입니다.
2024년 현재 홍콩에서는 약 22만~24만 명이 '부적절 주거'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분화 아파트(SDU: Subdivided unit, 한국의 쪽방보다 좁음), 새장집(籠屋), 관집(棺材房: Coffin homes). 이름부터 섬뜩합니다. 새장집은 문자 그대로 철망으로 둘러싸인 2단 침대 공간으로, 한 사람당 16평방 피트(1.5제곱미터)만 배정됩니다.
화장실 칸보다 작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없습니다. 참고로 홍콩 교도소 독방 면적은 75평방 피트입니다. 범죄자가 더 넓은 공간에서 사는 아이러니는 지금 홍콩의 현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홍콩은 정기적으로 큰 화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홍콩 주거 빈곤의 숫자들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약 107,400 가구, 215,700명 이상이 SDU에 거주하며, 이는 홍콩 전체 인구의 약 3%에 해당합니다. 이 중 약 34,000명은 15세 미만 아동입니다.
SDU 거주 인구는 2007년 53,000명에서 2021년 215,700명 이상으로 4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새장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SDU의 중위 면적은 118.4평방 피트(약 11제곱미터)로, 홍콩의 일반 주차 공간(135평방 피트) 보다 작습니다. 전체 SDU의 약 25%는 86평방 피트(8제곱미터) 미만이며, 관집은 15-20평방 피트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곳에서 살까요? 이유는 미친 홍콩의 주택 가격 때문입니다. 2024년 기준 홍콩의 주택 가격-소득 비율은 25배입니다.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25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죠. 베이징(41배)보다는 낫지만 서울(~15배), 도쿄(~15배), 런던(14배)과 비교하면 압도적입니다.
임대료도 미쳤습니다. 저소득층은 소득의 45-50% 이상을 임대료로 냅니다. 한국에서 "월급의 30%는 집값으로 나간다"고 하면 많이 나간다고 하는데, 홍콩에서는 그게 꿈입니다.
토지 프리미엄의 악마적 유산
이 구조는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형성된 고지가 정책의 유산입니다. 1841년 영국이 홍콩섬을 점령한 이후, 식민 정부는 낮은 세금을 유지하면서 인프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토지를 고가에 매각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모든 토지는 왕실(Crown) 소유로 선언되었고, 정부가 유일한 지주가 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1997년 반환 이후에도 지속되어, 토지 프리미엄이 정부 수입의 20-30%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2017-18년에는 토지 프리미엄 수입이 1,648억 홍콩달러로 총 정부 수입의 26.6%에 달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땅값이 떨어지면 재정이 파탄 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땅값을 낮출 인센티브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2023-24년에는 토지 프리미엄이 196억 홍콩달러로 급락하여 총수입의 3.6%만 차지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도 돈이 없어진 겁니다.
이 구조는 소수 부동산 재벌의 독점을 낳았습니다. 상위 5개 개발업체가 신규 주택 공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상위 3개 업체(청콩홀딩스, 선훙카이, 뉴월드개발)가 MTR 공사 주거지 프로젝트의 83%를 통제합니다.
2012년 선훙카이 경영진이 부패로 체포되었고, 2014년에는 라파엘 후이 전 정무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011년 여론조사에서 홍콩 시민의 78%가 '부동산 패권'이 존재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복잡한 법적 행정적 문제
홍콩의 많은 아파트 건물, 특히 구룡반도와 홍콩섬의 오래된 건물들의 안전 규정 준수가 미흡한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법적 처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규정 준수가 지연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콩 건물조례(Buildings Ordinance)는 안전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불법 건축물을 설치할 경우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정 명령이 내려졌을 때 건물주들은 이를 즉각 이행하지 않습니다. 이행 강제력이 약하거나, 소송으로 이어져 처리 기간이 매우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의 사정
규정 미준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막대한 비용입니다.
수리 및 보강 비용: 낡은 건물을 현재 기준에 맞게 보수하거나 불법 개조된 부분을 철거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 특히 건물의 안전 관련 주요 보수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들 수 있습니다.
건물주의 경제적 부담: 홍콩의 많은 노후 건물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개인 소유주들이 여럿이 나눠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수 비용 분담에 합의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분할 주택(쪼개기 임대): 저소득층에게 비싸게 임대하기 위해 벽을 허물거나 불법적으로 주택을 쪼개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주는 불법 개조를 통해 벌금보다 더 많은 임대 수익을 얻으므로, 행정 조치를 따를 유인이 부족합니다.
느슨한 단속과 인력 부족
홍콩 정부는 노후 건물이 너무 많아 모든 건물을 동시에 관리 감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단속 인력 부족: 건물 안전 점검 및 불법 건축물 단속을 담당하는 공무원 수가 방대한 건물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행정 절차의 지연: 시정 명령 발부부터 실제 집행(강제 철거 등)까지 행정 절차가 매우 길고 복잡합니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들이 시간을 끌며 법망을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안전 조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습니다. 건물주의 방치와 행정의 무력함은 차곡차곡 쌓여 예정된 참사로 이어집니다.
반복되는 비극
홍콩은 이미 비슷한 참사를 반복적으로 경험했습니다.
1996년 11월 20일 가리 빌딩 화재로 41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같은 조던 지역에 위치한 이 상업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 수리를 위한 용접 작업 중 불꽃이 열린 승강기 통로를 타고 떨어져 아래층의 가연성 건축 자재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른바 '굴뚝 효과'로 화염이 대나무 비계와 승강기 통로를 통해 상층부로 급속히 확산되었고, 화재는 약 20시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2011년 11월 30일에는 몽콕 화원거리 화재로 9명이 사망했는데, 새벽에 시작된 불이 노점상을 집어삼킨 뒤 인접 주거 건물로 번져 8시간 동안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26일, 왕푹코트에서 홍콩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46명이 사망했습니다. 1948년 이후 최악의 화재입니다.
패턴이 보이십니까? 오래된 건물, 좁은 공간, 가난한 사람들, 이권과 책임 회피, 방치된 안전, 그리고 예고된 죽음.
홍콩의 화재 참사를 키운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료를 찾던 중 네이버 블로거 effeconstruction님의 글에서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았고 허락을 받아 일부 내용을 인용합니다.
원문: 홍콩 건축의 구조적 위험
홍콩의 도시 구조는 왜 화재에 취약한가?
홍콩의 화재 취약성은 도시 자체의 구조적 특성에도 기인합니다. 도시계획·인구밀도·건축 유형이 결합해 “화재 취약의 삼중 구조”를 만듭니다.
초고밀도 도시(Hyper-density)가 가진 구조적 한계
홍콩의 도심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약 6만~10만 명/㎢)으로 이는 두 가지 큰 위험을 만듭니다.
1) 화재 시 ‘열·연기 갇힘 효과’가 심해짐
건물과 건물 사이 틈이 좁아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수직 상승합니다. 특히 ‘도시 캐니언(urban canyon)’에서 바람이 난류를 발생시켜 불길을 더욱 확산시킵니다. 또한 초고층 밀집으로 사다리차 접근도 제한적입니다.
2) 피난 흐름이 집중되어 ‘병목 현상’ 발생
모든 주민들이 저층 출입구·1~2개 계단을 함께 씁니다. 이 것은 화재 초기 몇 분 안에 벌어질 수 있는 패닉 속에서 피난경로가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서울의 고밀도 중심지에서도 동일한 물리적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혼합용도(Mixed-use) 건물의 구조적 위험
홍콩 도심의 고전적 건축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층~2층: 상가·찻집·헬스장 / 3층~6층: 게스트하우스 / 상부층: 주거
이 구조는 화재 시 최악의 조합이 됩니다.
저층부 상가가 갖는 ‘고화재하중’
1~2층에 밀집되어 있는 식당, 카페 등의 주방에는 기름과 가스, 전열기구 등 인화성 물질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또한 기름등은 냉난방기에 누적되고 청소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화재가 일어났을 때 “아래에서 위로” 확산될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복잡한 동선(動線)과 피난의 지연
이렇게 상가·주거·게스트하우스가 서로 섞이면 혼잡, 지연, 장애가 발생합니다.
1층에는 연결되지 않은 서로 다른 출입구들이 존재하고 잠금장치로 잠겨 있으며 그나마 있는 통로에는 물건들이 적치되어 있습니다. 건물의 저층부에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있고 외국인과 관광객이 많은데 피난 안내 표지판은 미흡합니다. 이로 인해 더욱 혼란과 지연이 가중됩니다. 화재 초기 3~5분이 골든타임인데 홍콩의 화재사건에서 그 소중한 시간을 대부분 놓쳐버렸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주상복합건물에도 해당될 수 있는 위험요인입니다.
이게 과연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홍콩보다는 낫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의 주거 빈곤은 '지옥고'라는 신조어로 집약됩니다. 지하(地下), 옥탑(屋塔), 고시원(考試院)의 첫 글자를 딴 이 용어는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거 형태를 총칭합니다.
TMI: 가구원수별 최소 주거면적
필수 시설: 면적 기준 외에도 주택은 다음과 같은 필수 설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방: 가구 구성원 수와 구성 형태에 따라 적절한 수의 방(침실, 거실/식당/부엌)이 있어야 합니다.
시설: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목욕 시설을 갖추어야 합니다.
구조 및 환경: 구조적 강도가 확보되고, 적절한 방음, 환기, 채광 및 난방 설비를 갖추어야 하며, 소음, 진동, 악취 등 환경 기준에 적합해야 합니다.
현재 이 기준은 2011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변화된 인구 구조(특히 1인 가구 증가)와 주거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8%가 최저주거기준 미달 상태에 있으며, 19-34세 청년 가구는 8.2%가 최저주거기준 미달 환경에 거주합니다. 청년층이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반지하: 침수 위험을 안고 사는 사람들
한국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2020년 327,000 가구에서 2024년 398,000 가구로 21.7% 증가했습니다. 서울이 전국 반지하의 약 61%를 차지합니다.
2022년 8월 8일, 거센 장맛비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3명이 침수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시간당 최대 141.5mm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싱크홀이 형성되어 수도관이 파열되었고, 물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피해자는 40대 여성, 발달장애가 있는 48세 언니, 13세 딸이었습니다. 서울의 하수 처리 용량(시간당 75mm)을 거의 두 배나 초과한 강우량 앞에서 반지하 주택은 죽음의 덫이 되었습니다.
고시원: 창문 4만 원
고시원의 평균 방 크기는 7.2제곱미터이며, 전체의 53%가 7제곱미터 미만입니다. 창문이 없는 '먹방'(먹물처럼 어둡다는 의미)은 월 25-28만 원, 창문이 있는 방은 32-40만 원에 임대됩니다.
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실직, 이혼, 빈곤 등에 의한 중장년층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시원은 고시생이 아니라 도시 빈민의 주거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9일 새벽 5시경,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3층 301호실의 전열기에서 시작된 불은 탈출로를 막아버렸습니다.
건물은 1982년에 지어진 35년 이상 된 노후 건물로, 140.93제곱미터(42.6평)의 공간에 29개 방이 들어서 있어 개별 방 면적이 약 2.64제곱미터(0.8평)에 불과했습니다.
스프링클러는 2009년 이전에 개업한 고시원에는 설치 의무가 없었고, 건물주는 고시원 측의 설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사망자 대부분은 50-60대 중장년 남성으로, 일용직 노동자, 비정규직, 기초생활수급자들이었습니다.
모든 사망자는 창문이 없는 방에서 발생했습니다. 창문이 있는 '내창방'은 월 32만 원, 없는 '먹방'은 28만 원. 단돈 4만 원의 차이가 생사를 갈랐습니다.
최소한의 안전한 거주환경마저 저가항공사의 비행기 좌석처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나: 압축 성장의 그늘
한국의 주거 빈곤은 압축 성장기 서울의 도시화 과정에서 형성되었습니다. 1960년 서울 인구 244만 명은 1970년 543만 명으로 급증했고, 1960년 주택 부족률은 약 50%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청계천 판자촌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광주대단지(현 성남시)를 조성했고, 이는 1971년 광주대단지 폭동으로 이어졌습니다. 1980-90년대 합동재개발 사업으로 판자촌이 철거되면서 빈곤층은 지하방, 옥탑방, 비닐하우스촌, 고시원, 쪽방으로 흩어졌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세계는 한국의 발전을 ‘TV'로 확인했지만, 정작 서민층의 기반이었던 달동네의 공동체적 지지 네트워크는 해체되었고, 빈곤은 건물 안으로 숨겨졌습니다.
도쿄의 시한폭탄 목조주택밀집지역
도쿄의 목조주택밀집지역(木造住宅密集地域)은 지진 발생 시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지역입니다. 2025년 현재 도쿄의 목밀 지역은 약 7,100헥타르에 달하며, 이 중 약 6,000헥타르가 정비지역, 3,350헥타르가 중점정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취약성의 역사적 기원은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규모 7.9-8.0의 이 지진으로 약 105,000-142,000명이 사망했는데, 사망자의 약 90%는 지진 자체가 아닌 화재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마침 조리용 숯불이 타고 있었던 점심시간에 지진이 발생했고, 불은 태풍급 강풍으로 인해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군복 제조공장에서만 화재의 회오리로 38,000-40,000명이 사망했습니다.
넷카페 난민: 보이지 않는 노숙자
넷카페 난민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일본에서 월세를 지불할 돈이 없어 인터넷 카페에서 숙박하는 젊은이들을 말합니다. 2018년 도쿄도 조사에 따르면 매일 약 4,000명이 24시간 인터넷 카페에서 생활하며, 이 중 97.5%가 남성입니다.
고용 형태별로는 파트타임 38.1%, 파견직 33.2%로 74.7%가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습니다. 월평균 소득은 11-15만 엔(46.8%)이 가장 많으며, 10만 엔 미만 12.7%, 무소득 10.7%입니다.
다만 최근의 일본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2023년까지는 비정규직이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구인난 심화 현상으로 인해 2024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정규직이 전년 대비 약 30~60만 명 증가하며 비정규직 증가세를 추월하는 등 안정적인 추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2025년 공식 업데이트는 없지만, 일본의 고용 안정성은 확실히 과거 대비 높아지고 있으며 정규직 중심으로 회귀하려는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독사: 죽어서 14일 후 발견되는 사회
하지만 장년층은 여전히 외롭고 위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도쿄 23구에서 65세 이상 고독사는 2003년 약 1,364건에서 2020년 약 4,200건 이상으로 약 3배 증가했습니다.
2024년 경찰청이 처음 공개한 전국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독사는 연간 58,044명에 달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2.2배 높은 고독사율을 보이며, 발견까지 평균 14일(남성)과 7.8일(여성)이 소요됩니다. 또한 30일 이상 경과 후 발견된 사례의 83%가 남성입니다.
마닐라 톤도: 1,000채가 8시간 만에 재가 되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곳들이 많습니다.
마닐라 톤도 지구는 인구 654,220명의 필리핀 최대 슬럼으로, 톤도-바세코 지역 전체로는 약 750,000명이 서울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중구(9.96㎢)와 비슷한 면적인 9제곱킬로미터에 모여 삽니다.
2024년 11월 24일 톤도 지구 안의 이슬라 푸팅 바토 지역의 화재로 약 1,000채의 집이 전소되고 8,000명(2,000 가구)이 이재민이 되었습니다. 8시간 동안 지속된 이 화재에 36대의 소방차와 4대의 소방선, 필리핀 공군 헬기 15회 투입이 이루어졌습니다.
필리핀 전체로는 2024년 18,256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341명이 사망하고 약 140억 페소 (한화 약 3,500 억)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50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거의 매일 한 명이 죽습니다.
방콕 클롱토이: 70건의 화재, 10,000채의 재건
태국의 방콕 클롱토이(Khlong Toei) 슬럼은 태국 최대·최고(最古) 슬럼으로 80,000-100,000명이 2제곱킬로미터 미만의 면적에 거주합니다. 태국 항만청 소유 토지 위에 1950년대부터 형성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수십 년간 클롱토이에서 약 70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정부는 10,000채 이상의 집을 재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이 나면 토지주인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화재는 종종 토지 소유자에게 신규 건축을 통한 재산권 회복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로 인해 화재 후 재거주 경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카르타: 피카츄의 나라. 전기 합선 61%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해발 10미터 미만의 평탄한 해안 저지대에 위치하여 2007년 대홍수 때 454.8제곱킬로미터가 침수되고 8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화재도 빈번하여 2024년 자카르타에서만 1,970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중 61.12%가 전기 합선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나라들의 화재에는 모두 공통 요소가 있습니다. 불법 전기 연결, 과부하, 낡은 배선. 그리고 불.
다라비: 1평방 킬로미터에 40만 명
최악의 환경하면 인도가 빠지지 않습니다.
저도 출장을 다니면서 정말 참혹한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인도 최고의 금융도시 뭄바이의 다라비(Dharavi)는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비공식 정착지 중 하나로, 2.39제곱킬로미터에 무려 300,000명에서 최대 10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추정인구 규모가 차이나는 이유는 인구집계에도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불가촉천민들이 최소 2억 명 이상 있기 때문입니다)
다라비 지역의 인구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277,000-418,000명에 달합니다. 이는 서울 인구 밀도(약 16,000명/㎢)의 17-26배에 달합니다.
1884년 영국 식민 정부가 도심에서 공장과 주민을 축축출하면서 지역이 형성되었으며, 현재는 가죽 가공, 섬유 제조, 도자기, 재활용 등의 산업이 활발합니다. 비공식 경제 규모는 연간 5억-10억 달러에 달하며, 뭄바이 재활용 폐기물의 60-80%가 다라비에서 처리됩니다.
차월: 50루피에 동결된 임대료, 100년째 방치된 건물
'차월(Chawl: चाळ)'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영국 식민 시대에 섬유 공장 노동자를 위해 지어진 집단 주거 형태로써 다라비지역 대부분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2-4층 높이에 층당 8-16 가구가 거주하며, 개별 방 크기는 100-200평방 피트(약 9-18제곱미터)로, 화장실은 층별로 공용인데, 이는 홍콩의 관집(棺材房: Coffin homes)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47년 임대료 통제법으로 월세가 50-80루피에 동결되면서 건물주들은 유지 보수에 투자하지 않게 되었고, 건물은 심각하게 노후화되었습니다.
TMI: <맨큐의 경제학>에서는 임대료 통제가 건물주에게 인센티브 요인이 되지 않으며 건물 노후화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30일 월리 BDD 차월 3호 건물에서 가스통 폭발로 일가족 3명이 사망했습니다(27세 아난드 푸리, 25세 비디야 푸리, 4개월 영아 망게시 푸리). 5세 비슈누 푸리만이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이런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뭄바이 전체적으로 2008-2018년 10년간 49,391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609명이 사망했습니다. 하루에 약 13.5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후진국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괴물이 된 자본주의 아래서는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렌펠 타워: 29만 파운드 vs 72명의 목숨
2017년 6월 14일 오전 0시 54분, 런던 북켄싱턴의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72명이 사망했습니다. 24층짜리 이 사회주택 건물은 1974년에 지어졌으며, 최대 600명의 저소득층 주민이 거주했습니다.
화재는 4층 16호 아파트의 고장 난 냉장고에서 시작되었으나, 2015-2016년 리모델링 과정에서 설치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재(ACM) 외장재를 타고 건물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화재는 약 60시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2024년 그렌펠 조사위원회 2차 보고서는 72명의 사망이 모두 "피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보고서는 제조업체 아르코닉이 ACM 패널의 위험성을 "시장에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르코닉 내부 이메일에는 PE 패널이 "기름 트럭처럼 탈 수 있고" "60-70명을 죽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고는 무시되었습니다. PE 패널을 방화 외장재로 선택함으로써 293,368파운드(약 4.8억 원)를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지 조금 저렴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재를 복구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약 12억 파운드(약 2조 원)가 투입되었습니다. 절약한 돈의 4,000배를 더 내야 했던 것입니다.
인종과 계급의 교차점
그렌펠 타워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치구 중 하나인 켄싱턴 앤 첼시 왕립자치구에 위치했지만, 건물 주민 대부분은 저소득층 이민자와 난민이었습니다. 사망자 72명 중 백인은 11명에 불과했습니다.
자치구 평균 소득은 연간 £123,000지만 하위 3분의 1은 £20,000에 불과하며, 기대수명은 구역에 따라 16-22년 차이가 납니다.
그렌펠 액션 그룹은 2013년부터 화재 안전 문제를 경고했고, 2016년 11월에는 "참사적 사건만이 무능함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언했고 결국 예언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화재가 나기 전부터 화재 안전 캠페인을 벌이다 소송 위협을 받은 두 여성(마리엠 엘와히리, 나디아 추세어)은 모두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브롱크스: 자동 닫힘 문 2개의 실패가 부른 참사
2022년 1월 9일 오전 11시 직전, 뉴욕 브롱크스 트윈파크스 노스웨스트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7명(어린이 8명, 성인 9명)이 사망했습니다. 19층짜리 이 저소득층 주택은 1972년에 지어졌습니다.
화재 원인은 2-3층 복층 아파트에서 장시간 가동된 전기 난방기가 매트리스에 불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망자는 화상이 아닌 연기 흡입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이는 아파트 문과 계단실 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아 연기가 건물 전체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감비아 출신 서아프리카 이슬람 이민자 공동체 구성원이었습니다. 두쿠레 가족은 5명(부모와 자녀 3명), 드라메 가족은 4명을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화재가 나기 1년 전, 난방 부족, 쥐 출몰, 누수, 곰팡이 등 위험한 상태에 대해 30건 이상의 불만을 제기했고, 건물에는 40건 이상의 미이행 위반 사항이 있었지만 시정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영하의 기온에서 난방이 작동하지 않자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기 난방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예정된 사고는 발생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주거 빈곤과 화재 사망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주거 빈곤율 국제 비교 (OECD, 2023)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합니다.
사회주택 비율 비교
주택 가격-소득 비율 (PIR, 2024)
특히 한국은 2009년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57.7% p 상승하여 OECD 회원국 중 증가폭 1위를 기록했습니다.
화재 사망률 비교 (인구 10만 명당, 2018-2020)
주목할 점은, 한국의 전체 재해율은 OECD 평균 이하이지만 화재 사망률은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이자부담은 사람들을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저중소득국의 압도적 화재 사망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0만 명 이상이 화재로 사망합니다. 이 중 28만 5천 명(95%)이 저중소득국(LMIC)에서 발생합니다. 저중소득국의 화재 사망률은 고소득국 대비 6배 높습니다.
주거 건물 화재가 전체 화재 사망의 82.7%를 차지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집에서 먼저 죽는 것입니다.
스프링클러 효과 (NFPA 2010-2014)
미국 화재예방협회(NFPA) 통계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치 시, 다른 화재안전시설은 사실상 필요없다고 할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2,000평방 피트(약 56평) 주택 기준으로 총 $2,700 (약 350만 원)이면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낡고 오래된 주택들의 소유주들은 설치에 인색합니다.
왜 설치하지 않을까?
평방피트당 $1.35, 한화로 평당 약 6만 원이면 사망률을 85%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설치하지 않을까요?
오래된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율이 전 세계적으로 더딘 주된 이유는 단순한 하나의 요인이라기보다는, 경제성(자본주의 논리), 법적 규제의 소급 적용 문제, 그리고 재산권 보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오래된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가 더딘 복합적 이유
1. 경제성 및 자본주의 논리 (Cost vs. Profit)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새로 설치하는 것은 설계 변경, 배관 설치, 급수 시스템 보강, 천장 및 벽체 마감재 교체 등 상당히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을 요구합니다.
투자 대비 회수(ROI) 부재: 건물주 입장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는 수익을 직접적으로 늘려주지 않는 비용 지출입니다. 벌금(만약 있다면)을 내거나 화재보험료가 약간 오르는 비용보다, 수억 원이 드는 설비 비용이 훨씬 크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벌금보다 수익이 많은 경우: 규제를 어겼을 때 내는 벌금(혹은 과태료)이 설치 비용보다 훨씬 낮을 경우에는, 경제적 논리상 벌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법적/제도적 문제: 규제의 소급 적용 어려움
이것은 오래된 건물에만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법적 문제입니다.
소급 적용의 원칙적 불가: 대부분의 국가와 법률 체계는 새로 만들어진 안전 규정(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을 규정 제정 이전에 이미 완공된 건물에 소급 적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이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Vested Rights)' 보호: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법규를 준수했다면, 그 이후 법이 바뀌어도 기존 건축물은 그 의무에서 면제되는 것은 많은 나라들의 일반적인 법적 관행입니다.
예외적 소급 적용의 한계: 대형 참사가 발생하거나 사회적 요구가 커질 때 '특정 용도 및 규모'의 건물(예: 병원, 요양원, 10층 이상)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소급 의무를 부과하지만, 이마저도 장기간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 규제 이행 강제력 및 처벌의 실효성 부족
규제가 존재하더라도 그 집행력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단속의 어려움: 전국의 수많은 노후 건물을 일일이 점검하고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행정력의 한계에 부딪힙니다.
약한 처벌: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대한 처벌이 형사 처벌이 아닌 행정 벌금이나 과태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그 금액이 설치 비용에 비해 미미하여 억제력(Deterrence)이 약합니다.
정치적 부담: 소급 적용을 강하게 추진하거나 벌금을 대폭 올릴 경우, 다수의 건물주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심해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빈곤층은 영원히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야 할까요? 시민의 기본권인 ‘살만한 집'에서 살 권리는 요원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비엔나와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엔나: 붉은 비엔나의 유산
비엔나에서는 전체 시민의 약 60%가 보조금을 받는 주택에 거주합니다. 이 중 220,000호는 시 직영 임대주택(Gemeindebau)이고, 200,000호는 협동조합 주택입니다.
이 시스템의 역사적 기원은 '붉은 비엔나(Rotes Wien, 1919-1934)'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차 세계대전과 합스부르크 제국 붕괴 후, 사회민주노동당이 절대다수를 획득했고, 1923-1934년 사이에 약 60,000-65,000호의 신규 주택이 400개 게마인데바우 단지에 건설되었습니다.
칼마르크스호프는 1927-1930년에 건설된 길이 1,100미터의 세계 최장 단일 주거 건물 중 하나로, 1,382호의 아파트에 약 5,000명이 거주합니다. 세탁실, 목욕탕, 유치원, 도서관, 의원, 약국, 우체국이 갖춰져 있어 '노동자의 베르사유'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합니다.
이민자 배제: 오스트리아 시민권, EU 시민권, 인정 난민 지위, 또는 5년 이상 유효한 거주 허가가 필요합니다. 보충적 보호 수혜자는 시 임대주택에 전혀 접근할 수 없습니다.
높은 진입 장벽: 협동조합 주택 입주 시 약 $38,000의 초기 분담금이 필요하여 저소득층과 이민자에게 진입 장벽이 됩니다.
임대료 불평등: 장기 거주자는 신규 입주자보다 제곱피트당 17% 낮은 임대료를 내며, 소득 재심사가 거의 없어 중산층 이상 전문직도 보조금 혜택을 계속 받습니다.
민주적 결손: 외국인은 비엔나 인구의 30%를 차지하지만 투표권이 없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전세계적으로 국적을 취득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입니다. 취득이 비교적 자유로운 다른 유럽 나라들과 달리 오스트리아에서는 기본 거주요건 10년을 채운 사람들 중 국적을 취득한 비율은 0.6~0.7%로 유럽연합에서 최저수치입니다.
이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 달리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며 (유럽에서는 이중 국적이 매우 흔합니다) 매우 높은 독일어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면서도 국적이 없어서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숫자는 오스트리아 전체 900만 중 약 9%인 75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적 취득 시험 또한 전세계적으로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필요 거주기간은 5년밖에 되지 않지만, 3,000만 원 이상의 자산이나 고정수입을 증명해야 하며, 애국가를 4절까지 외워서 쓸 줄 알아야 하고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후부터 인구절벽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됩니다.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잠재성장률이 0에 수렴하는 그 시점은 한국에게 있어서 큰 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늦기 전에 국가의 성장률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이주자 정책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싱가포르: 99년의 안전의 함정
싱가포르에서는 인구의 약 76%가 주택개발청(HDB) 아파트에 거주하며, 주택 소유율은 약 90.8%에 달합니다. 근로자는 의무적립형 연금제도인 CPF(Central Provident Fund)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CPF로 적립한 금액을 HDB 주택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1960년 HDB 설립 당시 정부 주택 거주자는 9%에 불과했고, 190만 인구 중 약 130만 명이 불법 정착촌에 살았습니다. 리콴유 총리는 "모든 가정이 집을 소유하면 나라가 더 안정될 것"이라며 주택 소유 정책을 추진했고 현재 거의 모든 사람이 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 함정이 있습니다.
99년 임차권: 모든 HDB 아파트는 99년 임차권으로 판매됩니다. 임차권 만료 시 소유권과 토지는 국가로 귀속됩니다. 2020년 글랑로롱 3 지역의 60년 임차권 주택 191채가 보상 없이 국가에 반환되었습니다.
자산 가치 감소도 문제입니다.
39년 경과 후 CPF 사용이 제한되며, 64년 경과 후에는 은행 대출이 어렵게 됩니다. 69년 경과 후엔 CPF 사용이 불가한데 이미 약 90,000호가 40년 이상 되었습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주거의 안정을 위해 사유재산 거래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민족 쿼터의 불평등: 1989년 도입된 민족통합정책(EIP)은 블록 및 동네 수준에서 쿼터를 설정합니다. 인도계나 말레이계 제한 유닛은 평균 재판매가보다 3-4% 저렴하게 거래되어 소수민족 주택 소유자의 자산 가치가 낮아집니다.
배제된 사람들: 싱글 35세까지 HDB 구매 불가, LGBTQ(성소수자), 미혼모, 이주 노동자 배제.
HDB 주택 소유는 사실상 장기 임대에 해당하며, 월세 대신 99년 총임대료를 선불로 지불하는 것입니다.
안전의 상품화
UN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는 '적절한 주거'를 구성하는 7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점유 안정성, 서비스·시설·인프라 가용성, 주거비 적정성, 거주 적합성, 접근성, 위치, 문화적 적절성.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16억~30억 명 정도가 비공식 정착지나 부적절한 주거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과거 감소 추세였던 슬럼 인구는 2015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22년 기준으로 2015년 대비 약 1억 3천만 명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와 분쟁, 기후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주거는 점점 더 인권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인구조사구역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과 노후 주택의 '상호작용'이 화재 부상률을 높입니다. 유지 보수 부족, 화재 방지 장치 부재, 빈곤 지역에서의 건축법 집행 어려움이 원인입니다.
재난 불평등
취약 계층 지역사회는 30년 내 산불로 주택이 파괴될 가능성이 29% 더 높습니다. 흑인, 히스패닉, 원주민 다수 거주 인구조사구역은 산불 취약성이 약 50% 더 높다고 합니다.
2023년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 연구는 67개국 1990-2018년 데이터를 분석하여 "빈부 격차가 클수록 홍수 사망률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가장 적게 가진 자들이 극한 기상에서 가장 큰 위험에 처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화재 사망의 구조
화재 통계의 주요 국제기관인 CTIF(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and Rescue Services)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00년에서 2016년 사이 연간 약 10만 명에서 19만 명의 사람들이 화재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1세기 초반 기준)
그중 95% 이상이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Low- and Middle-Income Countries, LMICs)의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처참하게 죽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번 홍콩의 대화재의 배경에는 과점 체계의 부동산 재벌과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통한 선택적 개발이 숨어 있습니다.
홍콩: 부동산 패권의 과점구조
- 선훙카이, 청콩홀딩스, 헨더슨이 2012년 민간 주택 공급 54% 차지
- 3대 개발업체가 MTR 주거 프로젝트 80% 이상 점유
- SHKP 2023년 시장점유율 25% 이상
- 12개 주요 재벌이 행정장관 선출위원회 1,200석 중 최소 64석 대변
- 2018년 개발업체들이 9,000채 이상 완공 주택 미분양 보유
완공된 주택을 팔지 않고 보유하면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릅니다. 이것은 명백한 시장조작입니다. 하지만 이는 홍콩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 재개발 정치의 어두운 면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토목과 건축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외화를 획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정경유착이 정착되어 '토건마피아'라는 거대 세력이 형성되었으며 지금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공기업(LH)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각종 재개발 사업에서 원주민이 오히려 타지로 밀려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사업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국민의 주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공기업(LH)의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통해 약 100억 원의 농지를 매입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4대강 사업에서 18개 건설사가 담합을 하는 등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현재에도 부동산은 근대화 이래 한국에서 가장 큰 이권 사업입니다. 이권은 부패로 이어졌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이로 인한 학습효과는 '모럴 해저드'로 이어지며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토건제국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언론, 미디어, 정치권 모든 곳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을 수십 년간 불어넣으며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는 선동으로 계속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라의 산업 발전에 쓰여야 할 자금들이 부동산에 유입되며 점차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나은 방법은 없을까요?
세계의 혁신 사례: 기술과 참여로 이뤄낸 '머무를 권리'
전 세계적으로 원주민을 내쫓지 않으면서도 낙후된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성공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독일 포츠담의 '드레비츠(Drewitz)'는 '강제 이주 없는 리모델링'을 실현한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이곳은 공공 관리 하에 있는 시영 주택회사가 주축이 되어 EU, 국가, 지방 정부의 자금을 결합해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핵심은 '단계별 개보수'와 철저한 '주민 참여'였습니다.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구역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물리적 환경 개선과 거주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시작된 '에네르기스프롱(Energiesprong)'은 기술 혁신을 통해 주거 개선의 난제를 해결했습니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패널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단 10일 만에 전체 주택 개보수를 완료하여 거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했습니다. 또한, 개보수 후에는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순제로(Net-Zero) 에너지'를 보장함으로써, 주거 환경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기후 위기에도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콜롬비아 '메데인(Medellín)'의 사례는 도시 기반 시설이 사회적 통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불렸던 메데인은 산동네 빈민가(바리오)와 도심을 연결하는 야외 에스컬레이터와 케이블카를 설치함으로써 물리적, 심리적 단절을 극복했습니다. 여기에 도서관, 문화센터, 공원 등 공공시설을 확충하여 슬럼가를 사회적으로 포용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설계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습니다.
정책적 제언: 투자가 아닌 삶의 터전을 위하여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주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를 우리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첫째, 주거 안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퇴거 방지 정책'과 급격한 주거비 상승을 억제하고 완만한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토지와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커뮤니티 토지 트러스트(CLT)'와 '지역사회 소유 주택조합' 모델의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재생 프로세스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모든 도시 재생 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여,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일방적 개발을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건물의 녹색 전환 과정에서도 '강제 이주 없는 녹색 개보수' 원칙을 확립하여, 환경 개선 비용이 세입자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공공성과 사회적 기능의 회복입니다. 재난 발생 시 취약계층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공정한 재난 복구'를 위한 정책 개혁이 필요합니다. 부분적으로는 토지를 사적인 이윤 추구의 수단(투자 수단)이 아닌,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능'을 가진 공공재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UN 주거권 특별보고관 레일라니 파르하가 설립한 '더 시프트(The Shift)' 운동은 이러한 목적을 가지며, 주거를 상품이 아닌 인권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이외의 자산증식 수단이 건전하게 정착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401K의 운용으로 근로자의 자산의 많은 비중이 주식 등 금융상품에 있습니다. 이 것은 기업의 용이한 자금조달로 이어지고, 혁신을 가속화하여 이윤을 창출하고 다시 주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모델로 이어집니다. 경영진은 ‘회사'와 ‘주주'를 위해 노력하고 이익은 모두에게 공유됩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경영진은 ‘회사'를 위해서만 최선을 다했으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는 분할상장, 무분별한 증자 등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사건들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약해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목소리는 위정자들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법이 개정되고 정부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주식사장에도 미약하나마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이 아닌 기업의 미래가 투자 대상이 되었을 때만이 우리나라의 발전 동력은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부의 바르고 꾸준한 정책만이 외국으로 이사 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음을 국가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렌펠 타워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72명의 죽음이 "모두 피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종로 국일고시원 희생자들은 월 4만 원이 없어 창문 없는 방에서 죽었습니다. 창문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 살 수 있었습니다.
홍콩 뉴럭키하우스 화재 3주 전에 방화문 복원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복원되었다면 사상자 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브롱크스 아파트는 자동 닫힘 문 2개가 고장 났고, 주민들은 1년간 30건 이상의 불만을 제기했지만 무시되었습니다.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항의하던 사람들은 죽었습니다.
이 모든 참사는 예고된 것이었고, 예방 가능했습니다. 가난한 자가 먼저 희생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됩니다.
이를 후진국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도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 백화점 붕괴라는 뼈아픈 사건이 있었습니다. 즉 후진국이라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에서 소외된 어느 나라의 계층에서도, 사람의 목숨과 돈을 저울질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평방피트당 $1.35의 스프링클러가 사망률을 85% 줄일 수 있는데, 왜 설치하지 않을까요?
29만 파운드를 절약하기 위해 72명을 죽인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일까요?
월 4만 원의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일까요?
임대료나 분양가에 대한 과도한 정부개입은 노후화를 낳지만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합니다. 특히 안전규정과 위반에 대한 처벌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합니다. 주거는 자본주의 논리로만 진행할 수 없으며 안전하게 살 공간은 사치재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물론 주거의 문제는 다른 문제보다 훨씬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해결의 과정에서 대부분의 개인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의 가치가 감소할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은 더디며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시스템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나은 시스템의 구축은 분명히 가능합니다. 메데인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에서 변모했습니다. 드레비츠는 강제 이주 없이 재생했습니다. 에네르기스프롱은 10일 만에 집을 개조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단추는 아마도 이 사건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의 공유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오늘은 홍콩의 새장집에서, 서울의 고시원에서, 런던의 그렌펠에서 불이 났지만, 내일은 어디일지 모릅니다. 월 4만 원이 생사를 가르는 사회에서, 과연 누가 안전할 수 있을까요?
재난은 불평등을 타고 흐릅니다. 그리고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집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거대한 사회 혼란은 거의 화재와 함께 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주거의 불안정성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어 결국 우리 모두의 불이익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아래 살지만 그 어떤 시장 논리도 인명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엄
참고 문헌 및 출처:
1. 홍콩 왕푹코트 화재 (2025): 홍콩 소방처, 홍콩 경무처 공식 발표 (2025.11.26-11.30)
2. Grenfell Tower Fire (2017): Grenfell Tower Inquiry Final Report (2024), UK Government
3.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2018): 서울종로경찰서, 서울소방재난본부 공식 발표
4. Bronx Twin Parks Fire (2022): New York City Fire Department (FDNY), Wikipedia
5. 홍콩 주거 통계: Hong Kong Census and Statistics Department (2021)
6. 홍콩 토지 프리미엄: Hong Kong Financial Services and the Treasury Bureau Annual Reports (2017-2024)
7. 한국 주거 실태: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2024)
8. 서울 반지하 통계: 서울시 주택 통계 (2020-2024)
9. 도쿄 목조밀집지역: 東京都都市整備局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10. 넷카페 난민 통계: 東京都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調査 (2018)
11. 일본 고독사 통계: 警察庁 (National Police Agency of Japan) (2024)
12. 마닐라 톤도 화재: Philippine Bureau of Fire Protection (2024)
13. 방콕 클롱토이: 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 Asian Development Bank Reports
14. 자카르타 화재 통계: Jakarta Fire Department (2024)
15. 뭄바이 다라비: Mumbai Municipal Corporation, Census of India
16. 뭄바이 차월 통계: Mumbai Metropolitan Region Development Authority (MMRDA)
17. 필리핀 화재 통계: Bureau of Fire Protection Philippines (2024)
18. 주거 빈곤율 국제 비교: OECD Better Life Index (2023)
19. 사회주택 비율: OECD Affordable Housing Database (2023)
20. 주택 가격-소득 비율: Numbeo, 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 (2024)
21. 화재 사망률 비교: WHO Global Health Estimates, CTIF World Fire Statistics (2018-2020)
22. 저중소득국 화재 통계: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3. 스프링클러 효과: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NFPA) Statistics (2010-2014)
24. 비엔나 주거 정책: Vienna City Administration, Statistics Austria (2024)
25. 싱가포르 HDB: Housing & Development Board Singapore Annual Reports (2024)
26. UN 주거권: UN-Habitat, UN Economic and Social Council Reports
27. 재난 불평등 연구: Nature Sustainability, "Income inequality and climate disaster deaths" (2023)
28. 산불 취약성 연구: U.S. Demographic Data and Wildfire Risk Analysis Studies
29. 필라델피아 화재 연구: Philadelphia Census Tract Fire Injury Analysis
30. 홍콩 부동산 과점: Hong Kong Land Registry, Legislative Council Reports
31. effeconstruction님의 블로그: 홍콩 건축의 구조적 위험: https://blog.naver.com/construct_again/224091391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