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담긴 세계사

아이에게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by 동이의덕왕

크리스마스에 담긴 세계사

아이에게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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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크리스마스의 경제학"을 썼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평범했던 거리가 트리와 불빛의 옷을 입으며 들뜬 분위기를 향수처럼 은은하게 풍깁니다. 이 날 즈음이 되면 우리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따뜻한 순간을 떠올리며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반성과 내일의 희망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12월 25일에는 이런 행복한 모습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얼굴을 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신이 인간의 몸으로 내려온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은 신의 뜻과는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2025년 지식 한 스푼의 마지막 글로, '크리스마스에 가려진 또 다른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Chapter 0. 함박눈 내리는 날에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의 행복감으로 들뜬 밤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의 행복감으로 들뜬 크리스마스이브날의 밤, 아이는 내리는 눈을 보며 소리쳤습니다.

"와아! 덕왕님! 보세요. 눈이 와요! 산타 할아버지가 분명 선물을 갖고 오시겠죠?"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너머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덕왕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 그러다마다! 올 한 해 열심히 노력하고 착한 일도 많이 했으니 산타할아버지가 분명히 좋은 선물을 주실 게다."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정말요!? 신난다! 아! 빨리 받고 싶은데... 잠 안 자고 기다릴래요!"

"허허... 녀석, 잠은 꼭 자야지.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와 안 자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단다."

"앗!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부모님께 물어보렴. 이 덕왕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덕왕은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앗 그러면 잘게요. 하지만 내일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아이는 아쉬운 듯 대답했습니다.


덕왕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리도 내일이 궁금한 것이냐? 그래 좋다. 그렇다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마."

"와! 뭔데요? 그것도 크리스마스 선물인가요?"

"그럼!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재밌고 즐거울 수도 있지! 크리스마스에 예수님이 오신 것 말고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혹시 알고 있느냐?"

"몰라요! 뭔데요? 궁금해요. 들려주세요."


"허허. 그래 이야기해 주마. 어디 보자...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덕왕은 고개를 들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지만 아이는 보챘습니다.

"아이, 참. 얼른 들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허허. 이 녀석, 성격이 비트코인 하락세보다 급하구나."

"네? 비트코인이요?"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란다. 자, 이리 오너라."


덕왕은 따뜻한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한쪽 무릎에 아이를 앉힌 채 모닥불 앞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따뜻한 코코아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 옛날에 말이지... 이런 일들이 있었단다."



Chapter 1. 800년 크리스마스: 유럽 문명의 재탄생

황제의 관을 쓴 날, 서로마의 부활


덕왕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00년도 더 전의 일이란다. 서로마 제국이라는 아주 큰 나라가 멸망한 지 324년이 흘렀을 때였지. 800년 12월 25일,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는 아주 크고 웅장한 성당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단다."

"성당이요? 지금도 있어요?"

"그럼! 지금도 바티칸에 가면 볼 수 있지. 그날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라는 임금님이 미사를 드리고 일어서는데, 교황님이 갑자기 샤를마뉴의 머리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의 관을 씌워주셨단다."

"와, 깜짝 선물이었네요?"

"바로 그거야! 근데 재미있는 건, 샤를마뉴 본인은 이 왕관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지. 훗날 그는 '내가 알았다면 그날 성당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덜댔다고 전해지고 있단다."


샤를마뉴.png


"에이, 왕관 받는 건 좋은 거잖아요. 왜 싫대요?"

덕왕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좋은 질문이야.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다기보다는, 교황님에게 빚을 졌다는 게 부담스러웠던 거지. 마치 친구가 갑자기 선물을 주면 '어, 이거 나중에 뭐 부탁할 거 있는 거 아니야?' 하는 부담스러운 마음과 비슷하달까."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선물 받으면 나중에 뭔가 해줘야 하는 거군요. 어른들의 세계란 참."

덕왕은 아이의 이해력에 놀라워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교황님 입장에서는 자신을 보호해 줄 강력한 친구가 필요했지. 당시 레오 3세 교황님은 로마 귀족들에게 습격을 당해 많이 다치셨거든. 그래서 샤를마뉴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고, 왕관은 일종의 '거래'이자 ‘보험’이었던 셈이지."


덕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날의 대관식은 단순히 왕관 하나를 쓴 사건이 아니었단다. 멸망했던 '로마 제국'의 부활을 선언함과 동시에, 고대 로마의 유산, 기독교 신앙, 그리고 게르만족의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진 ‘신성 로마 제국’의 이름을 빌린 '서유럽 문명'이 공식적으로 탄생한 순간이었지."

"지금 유럽의 조상인 셈이네요?"

"정확해! 샤를마뉴는 당시 서유럽의 대부분을 통일했단다.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부,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이었지. 그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학교를 세우고, 법을 정비하고, 문화를 장려하며 이른바 '카롤링거 르네상스'라 불리는 문화 부흥 운동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였어. 오늘날 유럽연합(EU)의 정신적 시조가 바로 이날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단다."


아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와, 크리스마스에 유럽이 태어났네요!"

덕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샤를마뉴는 군대라는 '힘' 위에 기독교라는 '마음'을 얹었고, 교황님이라는 '믿음직한 어른'의 인정을 받아 모두가 따르는 황제가 되었지. 이 이야기를 통해 좋은 일을 하려면 실력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인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Chapter 2. 1066년 크리스마스: 불타는 대관식과 정복자의 탄생

이 함성은 축복인가, 반란인가?


"자, 이번엔 샤를마뉴 황제가 왕관을 받은 이후 266년이 흐른 1066년의 잉글랜드를 보자꾸나. 지금으로부터 거의 천 년 전이지. 그해 12월 25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역사적인 대관식이 열리고 있었단다. 주인공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건너온 정복자, 윌리엄 1세였지."

"또 대관식이에요? 크리스마스엔 왕관 쓰는 날인가 봐요!"

"허허,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윌리엄은 그해 10월,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잉글랜드 웨식스 왕조의 마지막 왕 해럴드 2세를 물리쳤단다. 해럴드 왕이 눈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며 잉글랜드의 운명이 결정되었지."

"으악, 눈에요? 엄청 아팠겠다..."

"그래, 아팠을 게야. 윌리엄은 승리 후 자신이 단순한 침략자가 아니라 정당한 왕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가장 신성한 날인 '크리스마스'를 대관식 날짜로 잡았지. 예수님의 탄생과 자신의 왕조 탄생을 같은 날로 만들려는 똑똑한 계획이었지."


덕왕이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날 아주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단다."

"뭔데요? 뭔데요?"


"대관식 날,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서 윌리엄이 왕관을 쓰자, 귀족들이 일제히 '비바! (Viva!)', '헤일! (Hail!)'을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단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그 말은 왕을 찬양하거나 환호할 때 쓰는 말이란다. 우리말로 하자면 '폐하 만세', '만수무강하소서'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럼 좋은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사원 밖을 지키던 윌리엄의 부하들이었어. 이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는 군인들이었거든. 사원 안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잉글랜드 사람들의 환호성을 듣고, 그들은 안에서 폭동이 일어나 왕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단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환호하는 건데요?"


"언어가 달랐거든. 못 알아들으니까 오해를 한 거야. 그래서 충성심에 불타오른 부하들은 즉시 사원 주변의 민가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단다."

"헐... 완전 오해잖아요!"


"그래. 마치 선생님이 '잘했어!' 하고 칭찬했는데, 옆 교실에서 '야단치는 소리'로 잘못 들은 것과 비슷하달까. 사원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 연기가 스며들고 밖에서 비명이 들리자, 대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겁에 질려 밖으로 뛰쳐나갔고, 윌리엄만이 텅 빈 제단 앞에 남아 벌벌 떠는 주교에게서 왕관을 받고 있었단다. 역사책에는 '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고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크리스마스에 오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슬프네요."

덕왕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래. 그해 크리스마스 런던은 축제의 불빛 대신 화재의 불길로 타올랐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피의 크리스마스가 현대 영국의 기틀을 닦았단다. 왕권이 강한 프랑스에서 건너온 왕으로 인해 영국에서도 강력한 왕권과 봉건제도가 확립되었고, 프랑스어와 영어가 섞이면서 지금의 영어가 탄생했단다. beef(소고기), pork(돼지고기) 같은 단어가 영어에 들어온 것도 이때지. 원래 영어로는 그냥 cow meat, pig meat였거든."

"아, 그래서 영어에 프랑스어가 섞여 있는 거구나! 'Chef(셰프)'와 'Menu(메뉴)'가 프랑스어였다는 건 알아요."

"똑똑하구나. 어쨌든 당시 윌리엄의 부하들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먼저 확인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고 섣불리 행동하면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니, 이는 항상 경계해야 한단다.”


"잘못 받은 정보로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을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라고 하는데, 이 사건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란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가짜 뉴스에 속아 주식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과 묘하게 닮았다고나 할까?"

"하하하, 정말 그러네요. 우리 아빠 같아요!"

"어흠... 다음으로 넘어가자꾸나."

덕왕은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Chapter 3. 1492년 크리스마스: 신대륙의 문이 열리

역사를 바꾼 좌초된 배


덕왕이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을 타 가지고 온 후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자, 이번엔 콜럼버스 이야기란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인도를 찾아 서쪽으로, 또 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지."

"콜럼버스요! 알아요! 인도를 찾으려다 아메리카를 발견한 사람이요!"

"오,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그해 12월 24일 밤, 아이티 해안 근처에서 큰 사고가 났단다. 콜럼버스의 기함인 '산타마리아호'가 암초에 걸려 꼼짝할 수 없게 된 거야."

"배가 부딪혔어요? 왜요?"


덕왕이 픽 웃었습니다.

"선원들이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정신이 팔려서, 배의 조종을 경험 없는 소년에게 맡겼거든. 콜럼버스 본인도 이틀간 잠을 못 자서 취침 중이었고 다른 선원들도 술에 취해 있었단다. 마치 시험 전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플래티넘을 찍기 위해 게임만 하다가 막상 브론즈한테도 발리고 시험을 망친 것과 비슷하달까?"

"아... 답이 없네요."

"그렇지. 배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콜럼버스는 배를 버려야 했지. 하지만 콜럼버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뜻밖의 기회를 봤단다. 바로 배를 해체해서 그 나무로 해안가에 요새를 짓기로 한 거야."

"와, 이번 생은 망한 줄 알았는데!"


"12월 25일 아침, 콜럼버스는 이 요새의 이름을 '라 나비다(La Navidad)', 즉 스페인어로 '크리스마스'라고 지었단다. 이것이 신대륙에 건설된 최초의 유럽인 마을이었어. 콜럼버스는 일기장에 '이곳에 정착하라는 신의 계시'라고 적었단다."


아이가 감탄했습니다.

"와! 정신승리 쩌네요! 아무튼 실패한 건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시작이 된 거군요!"

"정확해. 계획대로 안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은 거지. 배가 좌초되지 않았다면 그냥 스페인으로 돌아갔을 테고,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정말, 그렇겠어요."

아이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습니다.


덕왕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슬픈 면도 있단다. 원래 그 땅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 크리스마스는 재앙의 시작이었지. 유럽 사람들이 병균을 가지고 오면서 많은 원주민들이 병에 걸리고, 유럽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게 되었단다. 결국 콜럼버스가 떠난 후 '라 나비다'에 남겨진 39명의 선원들은 원주민들을 약탈하고 학대하다가 몰살당했단다. 이 사건 이후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 셈이지."

"그건 참 슬프네요..."


"그래. 이 이야기처럼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단다. 또한 실패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성공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질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한단다."

"네. 알겠어요."

아이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Chapter 4. 1642년 크리스마스: 과학혁명의 탄생일

우주의 법칙을 발견한 신의 대리인


덕왕이 모닥불에 장작을 넣으며 말했습니다.

"자, 이번 이야기는 너도 잘 아는 사람이란다. 1642년 12월 25일,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주 작은 아기가 태어났어. 몸이 너무 작아서 큰 머그잔에도 들어갈 정도였지."

"헉, 그렇게 작았어요?"

"의사들은 '이 아이는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단다. 오죽하면 의사가 아이를 위해 약을 사러 보낸 사람들이 아이가 죽을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지. 그런데 그 아이가 살아서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이 된 거야. 그 아이가 누구였을 것 같니?"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음... 모르겠는데요?"

"아이작 뉴턴이란다."

"와! 뉴턴이요!? 만유인력을 발견한 사람!?"

"오, 잘 알고 있네! 맞아. 중력을 발견한 바로 그 위대한 뉴턴이야. 그 작은 아기가 83년을 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니."


덕왕이 아이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그래서 실은 뉴턴의 원래 이름이 ‘아이 작은’ 뉴턴이었다는 소문이 있단다…”

“와! 진짜요? 영국도 우리나라 말을 쓰나요?”


덕왕은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농담이란다. 아무튼 뉴턴이 태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단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도 신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고, 행성이 도는 것도 신의 조화라고 믿었지. 하지만 뉴턴은 이 모든 현상에 수학적인 법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지."

"맞아요! 책에서 봤어요."

아이는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오, 벌써 알고 있구나! 똑똑하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 운동의 3법칙, 즉 관성, 가속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미적분학, 그리고 빛의 스펙트럼까지 발견했단다. 그의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프린키피아>는 지금까지도 물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지."

아이의 눈이 빛났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그런 위대한 사람이 태어났네요!"

"그래. 그런데 뉴턴이 처음부터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단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뉴턴이 세 살 때 재혼하면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단다. 어린 뉴턴은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를 '불태워 죽이겠다'라고 일기에 쓸 정도로 분노에 찬 아이였단다."

"와아!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을... 알고 보니 쓰레기네요!"

"어허! 그 정도로 뉴턴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던 거야."


뉴턴.png


덕왕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져야 할 크리스마스에, 가장 어둡게 태어난 뉴턴은 인류에게 '과학'이라는 새로운 선물을 주었단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달을 보며 그냥 신기해하기만 했을지도 몰라."


덕왕이 장난스럽게 덧붙였습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미적분이라는 영원한 숙제도 선물했지만 말이야."

"헉... 미적분 어렵다던데... 우리 아빠도 수포자의 길을 걸었대요."

"허허, 그랬니? 너무 걱정 말거라. 그런데 말이야, 재미있는 사실이 또 있단다. 이렇게 천재였던 뉴턴도 주식 투자에서는 크게 실패했다는 것이지."

"네? 뉴턴이요? 천재가요?"

"그는 1720년에 '남해회사'라는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의 전 재산인 2만 파운드를 잃었단다. 그 가치를 지금으로 따지면 무려 약 60억 원이지. 그때 뉴턴은 좌절하며 이런 말을 남겼단다. '나는 별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미친 행동은 계산할 수 없다.'"

"뉴턴도 다 잘하진 않네요?"

아이가 깔깔 웃었습니다.


"그래.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다 잘할 수는 없단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과학의 아버지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줄 누가 알았겠니? 천하의 뉴턴조차 이것을 예측하진 못한 거야. 주식시장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단다. 욕심과 공포, 비합리성 등 측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이 섞여 있기 때문이지. 이 때문에 앞을 예상하기도 어렵단다. 세상은 사람들과 같이 사는 곳이므로 확신은 위험하며 항상 조심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으렴."

"네! 알겠어요."

아이는 입을 야무지게 다물며 대답했습니다.



Chapter 5. 1776년 크리스마스: 얼어붙은 델라웨어 강의 도박

공격, 지금이니?


덕왕이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번엔 아주 용감한 이야기란다.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 12월, 미국 독립군의 상황은 정말 안 좋았단다.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긴 했지만, 영국군에게 계속 지고 있었거든. 군대는 펜실베이니아까지 밀려나 있었고, 병사들 중에는 신발도 없이 헝겊으로 발을 감싼 채 눈밭을 걷는 사람도 있었단다."

"신발도 없이요? 너무 불쌍해요..."

"그래. 게다가 12월 31일이 되면 병사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서 다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어. 조지 워싱턴 장군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뿐이었지."


"앗! 조지 워싱턴! 엄마 지갑에서 봤어요."

"엄마가 달러 투자를 하시는가 보구나. 그래. 1달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이란다. 아무튼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지."

"저런, 그럼 어떻게 하나요?"

"워싱턴은 알았단다. 정면으로 싸워서는 세계 최강 영국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적군이 가장 방심하는 때를 노리기로 했지. 그리고 그때가 바로 크리스마스였단다."


덕왕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워싱턴은 영국군이 고용한 독일 용병들인 '헤센(Hessen)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술과 파티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단다. 실제로 독일 용병 부대는 방심하기도 했고.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공격하기로 결정했지. 작전 암호는 'Victory or Death’, 승리 아니면 죽음을!"

"우와, 비장하다... 가슴이 웅장해져요."


"드디어 작전 개시날인 12월 25일 밤, 워싱턴은 2,400명의 병사를 이끌고 델라웨어 강 앞에 섰단다. 강물에는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눈보라마저 몰아쳤지. 조금만 삐끗해도 얼음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단다."

"정말 춥고 무서웠겠다..."

아이는 담요로 얼굴을 감싸며 찡그렸습니다.

"그래. 하지만 워싱턴은 배 위에 우뚝 서서 병사들을 독려했단다. 강을 건너는 데 예정보다 4시간이나 더 걸렸지만 워싱턴은 멈추지 않았지.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에야 모두 강을 건널 수 있었고 워싱턴은 이렇게 외쳤지!"


덕왕이 고개를 들어 벼락같이 손을 올리며 외쳤습니다.

"전군, 진격하라! 놈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운명의 오전 8시, 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고 있던 독일 용병들의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지. '크리스마스에 설마 공격하겠어?'라는 방심이 그들의 패배를 불렀던 거야. 전투는 단 1시간 만에 싱겁게 끝났단다."

"와! 그렇게나 빨리요? 이겼어요?"

"물론이지. 그것도 대승이었단다! 미국 독립군은 단 한 명도 죽지 않은 반면에, 헤센(Hessen) 군은 22명이 죽고 부상자 83명에 포로만 무려 896명이었지. 이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은 승리로 미국에겐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날 이후 독립전쟁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단다. 만약 그날 밤 워싱턴이 강을 건너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와, 정말 그렇겠네요."

"미국은 조지 워싱턴의 위대한 승리를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 놓았단다."


덕왕은 옆의 책을 펼쳐 에마뉴엘 로이체가 그린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을 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최고 자부심 -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  네이버 블로그.png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 / 에마누엘 로이체 作, 1851년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아이가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워싱턴 장군 멋있어요!"

"그래. 이 이야기에서도 배울 점이 있겠지? 바로 남들이 쉬거나 방심할 때 열심히 노력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거야. 특히 '설마'라는 생각은 위험하지. '설마 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오겠어?'라고 생각하면 꼭 그 문제가 나와 틀리게 된단다."

"아... 워런 버핏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라는 말도 같은 의미지요?"

"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그 말을 알고 있다니 대견하네."

덕왕은 아이의 대답에 흐뭇해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Chapter 6. 1843년 크리스마스: 디킨스가 만든 '메리 크리스마스'

스크루지, 구두쇠의 대명사


덕왕이 벽난로 위에 있는 작은 책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책 이야기란다. 1843년 12월 19일, 찰스 디킨스라는 작가가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책을 출간했어. 혹시 스크루지라는 이름을 들어봤니?"

"스크루지요? 구두쇠!"


덕왕이 웃었습니다.

"허허허, 그래 맞단다. 그 스크루지도 여기서 이름을 따온 거란다. 원래 스크루지는 이 책에 나오는 구두쇠 할아버지야. 스크루지는 돈만 밝히고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심술궂은 노인이었어.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령 세 명이 찾아와서 그를 변화시켰단다."

"유령이요? 압류 딱지라도 가지고 왔나요?"

"하하, 교훈을 주었지.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차례로 나타나서 스크루지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해 주었단다. 결국 스크루지는 마음을 바꿔 따뜻한 사람이 되었지."

"해피엔딩이네요!"

"그래. 그리고 이 책의 끝에 개과천선한 스크루지가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전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는 오늘날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인사말이 되었단다. 이외에도 가족 모임, 선물 교환, 따뜻한 나눔 같은 오늘날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도 모두 이 책에서 시작된 거란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만든 책이구나! 그럼 디킨스는 부자가 되었겠네요?"


"그렇지, 크리스마스를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하지만 이 책은 엄청나게 잘 팔렸음에도, 정작 디킨스 본인은 별로 돈을 못 벌었단다."

"왜요? 베스트셀러인데?"

"디킨스가 책을 예쁘게 만들려고 비싼 종이와 컬러 그림을 고집했거든. 그래서 책 만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단다. 아무리 멋진 장난감이라도 만드는 비용만 10만 원이 들고 파는 가격은 11만 원이면 만드는 회사는 돈을 잘 벌지 못하겠지?”

“음… 일단 비싸서 엄마가 안 사줄 거 같은데요?”

“하하, 그렇구나. 어쨌든 물건을 너무 비싸게 만들면 오히려 돈을 벌기 어려울 수 있단다. 네가 좀 더 크면 '비용과 수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배우게 될 텐데 그때 이 스크루지와 찰스 디킨스의 이야기를 떠올리렴."

"네, 알겠어요. 비용과 수익."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찰스 디킨즈.png A Christmas Carol first edition by Charles Dickens in 1843



Chapter 7. 1898년 크리스마스: 독립협회 해산, 꺾인 개혁의 꿈

좌절된 대한제국 최초의 민권운동


덕왕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우리나라 이야기란다. 1898년 12월 25일, 고종 황제는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산명령을 내렸단다."

"독립협회요? 그게 뭐예요?"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운동 단체야. 서재필이라는 분이 중심이 되어 나라를 더 좋게 만들려고 여러 가지 개혁을 요구했단다. 세금 사용을 투명하게 하라, 공정한 재판을 하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의회를 만들자는 등."

"좋은 거잖아요!"

"그래,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지. 1898년 10월에는 '헌의 6조'라는 것을 만들어 외국에 나라의 이권을 함부로 넘기지 말고,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의 공정한 적용을 건의하기도 했단다."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습니다.

"응? 들을수록 좋은 내용인데요? 그런데 왜 해산됐어요?"

"보수파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독립협회가 왕을 몰아내려 한다'라고 거짓을 꾸며 고종황제에게 고발했지. 이로 인해 독립협회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시위대는 강제로 해산되었지. 42일간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고종 황제의 선언으로 독립협회는 결국 해산되었단다."

"나라를 위해서였는데, 독립협회 사람들이 불쌍해요..."

"고종 황제와 보수파는 자신의 권력을 지켰지만 12년 후인 1910년에는 오히려 나라를 잃었단다. 만약 그때 개혁을 받아들였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구나."


덕왕이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단다. 이는 사람도, 회사도, 나라도 마찬가지지. 현재 자기가 가진 것만을 지키려 하면 그 앞에 닥친 위기를 잊어버리게 된단다. 인류의 역사에서 안일함에 빠져 변화를 거부한 모든 존재들이 결국 멸망의 길을 걸었지. 불교에는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말이 있단다."

"그게 뭔데요?"


“‘안수(岸樹)’란 '강기슭의 나무', ‘정등(井藤)’은 '우물 속 등나무 덩굴'을 뜻하는데, 들어보렴. 어느 날 한 나그네가 들판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난 거야. 나그네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는데 마침 미친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나 그에게 달려드는 게 아니겠니? 코끼리를 피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가는데 앞은 절벽이었지. 그런데 절벽 바로 옆에 우물이 하나 있었고 그 옆에 등나무 줄기가 있어 나그네는 등나무 줄기를 잡고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단다. 간신히 목숨을 구했으나, 그 안에서 마주한 상황은 오히려 바깥보다 절망적이었지. 위에서는 미친 코끼리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아래는 네 마리 독사가 입을 벌린 채 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설상가상으로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그가 매달린 유일한 생명줄인 등나무 넝쿨을 갉아먹고 있었던 거야!"


삶을 그린 안수정등(岸樹井藤)  네이버 블로그.jpg 안수정등(岸樹井藤)


"저런, 정말 위험한데요?"

"그렇지.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 나그네의 머리 위로 액체 한 방울이 떨어졌단다. 나그네가 혀를 낼름거리며 맛보니 달콤한 꿀이었어. 나그네가 매달려 있던 등나무 위에 달려있던 벌집이 흔들리며 꿀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던 거야. 그 순간 그는 죽음의 위협조차 잊은 채 혓바닥을 내밀어 달콤한 꿀맛에 빠져들었단다.”

“위기의 순간인데, 저런…”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탐욕에 눈이 멀어 현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불교의 대표적인 가르침이란다. 네가 앞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이 '안수정등'을 꼭 기억하렴."

"네, 알겠어요!"



Chapter 8. 1914년 크리스마스: 참호 속의 기적

오늘만은 적이 아닌 형제


자명종이 울리며 1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덕왕은 잠시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 이번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야기란다. 1914년 12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지. 병사들은 차가운 진흙 구덩이 같은 참호 속에서 얼어 죽거나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지."

"전쟁이요? 무서워요..."

"그래, 무서운 상황이었어.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단다. 독일군 참호 쪽에서 작은 불빛들이 켜지기 시작했지. 독일군이 참호 위에 촛불을 켠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려둔 거야."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전쟁 중인데요?"

"그래. 그리고 곧이어 독일군 진영에서 노래가 들려왔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독일어로는 'Stille Nacht, heilige Nacht...'로 불리는 캐럴이었지. 반대편 참호에 있던 영국군도 귀를 의심했어. 총소리 대신 들려오는 노래라니! 이에 영국군도 영어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단다. 'Silent Night, Holy Night...'"

"와... 전쟁터에서 같이 노래를 불렀어요?"

"언어는 달랐지만 멜로디는 하나였으니까. 노래가 끝나자 양쪽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지. 날이 밝자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단다. '쏘지 마라! 우리도 안 쏜다!'는 외침과 함께 병사들이 참호 밖으로 나온 거야."

"헐... 진짜요?"


덕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 했던 사람들이 악수를 하고, 서로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담배와 사탕을 선물로 교환했단다. 누군가가 공을 차기 시작했고, 역사적인 '영국 대 독일 축구 경기'까지 열렸지."

아이가 감동한 듯 물었습니다.

"누가 이겼어요?"

"확실하진 않지만 독일이 3:2로 이겼다는 이야기가 있어. 하지만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았지. 그날 그들은 적이 아니라 친구였으니까."


덕왕이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뿐이었단다. 이 소식을 들은 장군들이 화를 냈거든. '적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라고 엄포를 놓았고, 결국 대포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며 병사들은 참호로 돌아가야 했어. 전쟁은 그 후로도 4년이나 더 계속되었고, 그날 함께 축구를 했던 많은 젊은이가 나중에 목숨을 잃었단다.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니? 어제만 해도 서로 노래를 부르고 축구를 하던 사이가 오늘은 서로를 죽여야 한다는 그 절망감을?"

"너무 슬퍼요..."

"1914년의 크리스마스 정전은 짧았지만 우리에게 인류애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남겼단다. 이 이야기를 다룬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멋진 영화가 있으니까 나중에 함께 보자꾸나."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눈이 촉촉이 젖어 모닥불 사이로 흔들렸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 크리스티앙 카리옹 메리 크리스마스  네이버 블로그.jpg Merry Christmas, 2005



Chapter 9. 1926년 크리스마스: 쇼와 시대의 시작

이름값 못 한 밝은 조화


"자, 이번엔 옆 나라 일본 이야기란다. 1926년 12월 25일, 일본의 다이쇼 천황이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황태자가 천황이 되면서 '쇼와(昭和)' 시대가 시작되었지."

"쇼와요?"

"'밝은 조화'라는 뜻이야.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단다. 현재 마이니치 신문이라고 불리는, 당시 도쿄니치니치 신문사가 새 연호가 '고분(光文)'이 될 거라는 특종을 발표했는데, 실제 발표된 연호는 '쇼와'였지. 완전히 틀렸던 거야!"

"와, 창피했겠다!"

"그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고 기사를 쓴 대가였지. 이 이야기에서도 배울 점이 몇 가지 있을 것 같구나. 첫 번째,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함부로 믿거나 말하면 안 된단다. 어떤 것이든 직접 확인해야 하고 이름표가 아닌 내용물을 봐야 하지. 두 번째, 기쁨과 행복, 공포가 밀려올 때나 빨리 뭔가를 하고 싶을 때면 하루나 이틀의 시간을 두고 차분히 생각한 후 행동한다면 훨씬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단다. 감정에 의한 선택 뒤에 치러야 할 대가는 거의 예외 없이 항상 크단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잘 지어야 하지. '쇼와'는 '앞길을 밝히고 조화롭게 한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만주사변이나 태평양전쟁 등 어둠으로 가득 찼던 시기란다. 어쩌면 쇼와의 밝은 빛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두 번의 빛이 아니었을까?"



Chapter 10. 1936년 크리스마스: 시안사변, 역사를 바꾼 납치극

조국을 위한 납치, 반세기의 대가


덕왕이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자, 이번엔 정말 드라마 같은 이야기란다. 1936년 12월 12일, 중국에서 큰 사건이 터졌어. 장쉐량이라는 장군이 자기 나라 지도자인 장제스를 납치한 거야."

"헉! 자기 나라 지도자를 납치했어요?"

"그래. 때는 일본이 만주를 장악하고 국민당과 공산당이 서로 전쟁을 하던 시기였지. 장쉐량은 만주 지역 출신이었는데, 아버지가 일본군에게 암살당하고, 고향마저 빼앗겼거든. 그래서 그는 중국 사람들끼리 싸우지 말고, 일본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지. 하지만 장제스는 공산당을 먼저 물리치고 나서 일본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생각이 서로 달랐군요."


"결국 장쉐량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 새벽에 장제스가 묵고 있던 온천 별장을 습격한 거야. 장제스는 잠옷 바람으로 뒷산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잡혔단다."

"잠옷 바람으로요?”

"맞아. 협상이라 쓰고 납치라 읽는 이 사건은 13일간 계속되었는데, 크리스마스에 장제스가 풀려났단다. 놀라운 건, 납치한 장쉐량이 스스로 처벌을 받겠다고 따라나선 거야."

"왜요? 도망가면 되잖아요!"

"지도자를 납치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지. 그는 군사재판에서 10년 형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50년이 넘도록 가택연금 생활을 했단다. 2001년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 그는 조국을 위한 일이었다며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어."


아이가 숙연해졌습니다.

"멋있지만... 슬프기도 해요."

"그래. 이 사건 덕분에 중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이 힘을 합쳐 일본과 싸울 수 있었고 중국의 역사는 바뀌었지. 당시 마오쩌둥이 이끌던 공산당은 전멸 직전까지 갔었지만 장쉐량의 용기 덕분에 다시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중국 대륙의 승자가 되었단다. 작은 사건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큰 사건으로 번져 역사의 흐름마저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지?"

덕왕은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Chapter 11. 1941년 크리스마스: 희고 검은 두 개의 크리스마스

희망과 절망, 같은 날의 노래


"1941년 12월 25일에는 같은 날에 두 개의 크리스마스가 있었단다. 하나는 희망의 크리스마스, 다른 하나는 절망의 크리스마스지."

"두 개요?"

"그래. 먼저 미국 이야기야.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있고 18일 후, 미국은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나라 전체가 전쟁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지. 그런데 그날 라디오에서 빙 크로스비라는 가수가 새로운 노래를 불렀단다. 바로 'White Christmas'라는 노래인데 알고 있니?"

"아! 그 노래 알아요! 영어 유치원 시절에 배웠어요. '아임 드리밍 오브 어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이는 손을 맞잡고 자랑하듯 한 소절을 불렀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White Christmas) 한글 가사해석.jpg


"맞아! 참 잘 부르는구나. 이 노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무려 5,000만 장 이상 팔린 노래란다. 전쟁으로 가족과 떨어진 병사들에게 이 노래는 '집'과 '평화'를 의미했거든. 가사는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그리움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달래는 희망과 치유의 노래가 되어 지금까지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노래로 남게 되었단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음, 역시 건물주보다는 저작권이군요.”

"이 나이에 벌써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아는구나.


덕왕은 대견해하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 홍콩에서 영국군이 일본군에게 항복했고, 이날은 '검은 크리스마스'라고 불린단다."

"와! 영국이 졌어요?"

"그래. 이는 영국의 식민지가 외국의 군대에 항복한 최초의 사건이었지. 영국군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무려 4,000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냈단다. 일본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서 무려 2,700명이 죽거나 다쳤지."

"같은 날인데 정반대네요... 그 때문에 검은 크리스마스가 된 건가요?"

"항복한 것도 이유겠지만 진짜 어둠은 그다음부터 시작되었지. 일본은 홍콩을 점령한 후, 병원에 있는 수많은 부상병들과 의료진을 학살했단다. 또한 약 4년간의 수탈과 학살로 인해 홍콩의 인구는 16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줄어들었지. 무려 반 이하로 줄어든 거야!"

“우왓!”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덕왕을 쳐다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라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순간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남은 순간이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시 시대는 바뀌게 되지. 나중에 일본은 패망하고 홍콩이 아시아의 중심지로 떠오를 거라고 당시 사람들이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아서 당장의 불행이 나중에 복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좋은 일이 나중에 불행이 될 수 있지. 한자성어로는 이를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는데 기억해 두렴."

"넵! 알겠어요. 새옷치마..."

"새. 옹. 지. 마!"

"아. 새옹지마! 데헷."



Chapter 12. 1950년 크리스마스: 10만 명의 생명을 구한 흥남의 기적

무기 대신 사람을 실은 기적의 배


덕왕이 잠시 코코아를 홀짝이며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우리나라 이야기란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가장 위대한 기적 중 하나지."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 기적이 있어요?"

"그럼. 1950년 12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겨울, 중공군이 밀려 내려오면서 흥남항에는 1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이 몰려들었단다. 모두가 남쪽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아우성이었지. 거기 있으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거든. 하지만 미군 입장에서는 군인과 장비를 실어 나르기도 부족했단다."

"피난민들은 그럼 어떻게 해요?"

"바로 그게 문제였어. 미군 지휘관들은 '민간인까지 태울 여유가 없다'라고 말했지. 그런데 여기서 한 사람이 나섰단다. 바로 현봉학이라는 젊은 의사였어."

"의사요? 군인이 아니고요?"

"그래. 현봉학은 원래 평안북도 출신의 의사였는데, 영어를 잘해서 미군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었단다. 그는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어. '저 사람들을 버리고 가면, 모두 죽습니다. 제발 배에 태워주십시오.'"

"장군이 들어줬어요?"

"처음엔 거절했단다. '우리는 군인이지, 난민 수송대가 아니다'라고. 그런데 현봉학은 포기하지 않고 밤새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결국 알몬드 장군의 마음을 바꿨단다.”


아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와! 쩐다."

“알몬드 장군은 휘하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지. 배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피난민을 태워라!"

"그 명령을 시작으로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배들이 쉬지 않고 피난민을 실어 날랐단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배가 있어.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화물선이었지. 이 배의 정원이 몇 명이었을 것 같니?"

"음... 천 명?"

"단 60명이었단다."

"네!? 60명이요?"

"그런데 이 배에 무려 14,000명을 태웠단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와 장비를 모두 바다에 버리고, 그 자리에 사람을 태운 거야. 갑판 위, 기관실, 화장실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단다. 숨 쉴 틈도 없었지."


"우와... 60명 배에 14,000명이라니..."

아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탄 피란민들. [연합뉴스].jpg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흥남항을 떠났단다. 배는 너무 무거워서 물에 거의 잠길 지경이고 12월의 추위는 피난민들의 살을 파고들었지. 파도가 조금만 높았어도 모두 죽었을 거야. 하지만 그날의 바다는 기적처럼 잔잔했단다."


덕왕이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단다. 3일간의 항해 동안, 배 안에서 다섯 명의 아기가 태어난 거야. 한 명도 죽지 않고 말이야. 이 다섯 명은 훗날 ‘김치보이즈’라고 불렸단다. 그리고 배에 탄 14,000명 전원이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무사히 거제도에 도착했지."

"와아... 진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네요!"

"흥남을 탈출했던 피난민들의 후손이 지금 얼마나 될 것 같니?"

"음... 10만 명?"

"무려 100만 명이 넘는단다. 만약 그날 현봉학 박사가 포기했다면, 알몬드 장군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라루 선장이 무기 대신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면, 바다가 잔잔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에는 이 100만 명은 없었을 것이고 덕왕도 없었겠지.”


아이가 숙연해졌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덕왕님은 왜요?"

덕왕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덕왕도 그 후손 중에 한 명이거든."

"오! 대박!"

아이는 따봉을 날렸습니다.


"하하, 그래. 오늘날 덕왕을 있게 해 주신 현봉학 박사는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평생 의사로 살았단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알려진 건 한참 후였어. 그는 결코 자랑하지 않았거든.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만 했지. 라루 선장도 마찬가지였어. 그는 배에서 내린 후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되었단다. '그날 밤 나는 신의 손을 느꼈다'라고 말하면서."

"멋있어요... 둘 다 진짜 영웅이에요."


덕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다만 기적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단다. 현봉학 박사의 꺾이지 않던 마음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열리고 라루 선장의 결단처럼 가진 것을 버리는 용기가 더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단다. 그게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이 보여준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코아를 홀짝였습니다.



Chapter 13. 1968년 크리스마스: 지구라는 행성의 재발견

달에서 발견한 지구


덕왕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자, 이번 이야기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란다."

"우주 이야기! 좋아요!"

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의 뒤편으로 향했단다. 그런데 우주비행사들이 달의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순간, 창밖을 보고 소리쳤지. '오, 저것 좀 봐! 지구가 떠오르고 있어. 정말 아름다워!'"

"달에서 지구를 봤어요?"

"그래. 우리 인류가 탄생한 이래 처음 지구가 떠오르던 모습을 본 순간이었지. 삭막하고 잿빛인 달 표면 위로, 칠흑 같은 우주의 어둠을 뚫고, 푸르고 아름다운 구슬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던 거야.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였지."

아이가 감탄했습니다.

"와... 예뻤겠다!"


덕왕은 옆에 있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Clipboard - 2025-12-20 12.41.01.png


"우주비행사들은 급히 카메라로 그 장면을 찍었지. 이 사진이 바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사진으로 불리는 '지구돋이(earthrise)'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전 세계 10억 명이 TV를 보는 가운데 우주비행사들은 달 궤도에서 성경을 읽었지."

"10억 명이 봤다고요!?"

"그렇단다. 그리고 프랭크 보먼 사령관이 이렇게 말했단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신이 저 아름다운 지구의 모든 분들을 축복하시길.'"


아이의 마음은 뭉클했습니다.

"감동적이에요..."


"이 사진 한 장은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어. 저 광막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작고, 아름답고, 소중한지 깨닫게 한 거야. 국경선도 보이지 않는 저 작은 구슬 안에서 싸우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도. 그리고 이 한 장의 사진은 훗날 더 멀리서 지구를 찍는 영감이 되기도 했단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13년 후인 1990년에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곳에서 우리 지구를 찍었단다. 오른쪽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지. 이 사진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찍었는데, 태양계를 벗어나 더 먼 우주로 진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전하며 찍은 태양계 행성들의 가족사진인 셈이지."


덕왕이 아이를 바라본 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칼 세이건은 그가 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승리와 영광 속에 이 점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려 했던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천문학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인격을 형성하는 경험입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보존하고 아껴야 한다는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이야. 때론 먼 곳에서 봐야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단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 서로 다투며 살기에는 우리 지구는 너무나 작고 외로운 별이거든."

"와! 그분이 쓰신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덕왕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음.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가장 유명한 <코스모스>라는 책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기 때문에 아이인 네가 읽기는 아직은 조금 이른 듯싶구나. 최근 한 분께 그 책을 선물했는데 아마 읽다 잠들기를 반복하고 계시지 않을까? 그보다는 라면 받침으로 먼저 사용될지도 모르겠는걸?"

"아아... 그렇구나. 그럼 그 책에 나온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

"하하하, 그러자꾸나."

덕왕과 아이는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Chapter 14. 1989년 크리스마스: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

자유의 외침에 무너진 카르파티아의 천재


덕왕은 모닥불 앞에 놓아두었던 은박지에 쌓여 잘 구워진 군고구마를 가져온 후 껍질을 벗겨 아이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데 괜찮겠니?"

"네, 괜찮아요. 들려주세요!"

"1989년 12월 25일, 루마니아라는 나라에서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처형되었단다!"

"헉! 독재자가 죽었어요?"

"그래. 그는 스스로를 '카르파티아의 천재'라고 불렀단다. 카르파티아는 루마니아를 둘러싼 산맥의 이름인데, 그는 실제로는 국민들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무능한 주제에 이런 대단한 이름을 쓴 거야. 더구나 국가 재산을 횡령하여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에 숨겨 놓기도 했지. 이 독재자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덕왕도 군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공산주의 전사로서 키우려 했고, 반체제 문서 작성을 막기 위해 타자기 등록제를 시행했으며 자신의 생일은 '국가 해방의 날'로 지정했단다. 심지어 부인을 '세계적인 과학자'로 포장했는데, 실제로 부인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사람이었음에도, 다른 사람이 논문을 대신 써주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지. 정말 형편없는 부부 사기단이었단다."

"어라? 비슷한 이야기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요?"

아이도 군고구마를 손에 쥔 채 호호 불고는 작게 한입을 먹었습니다.


군고구마먹는아이.png


"아무튼 이 차우셰스쿠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바로 북한 때문이란다!"

"엥? 북한이요?"

아이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습니다.

"그렇단다. 차우셰스쿠는 북한의 김일성과 친했고 북한처럼 개인숭배를 통해 나라를 영원히 다스리려는 꿈을 갖게 되었지. 하지만 북한과 달리 차우셰스쿠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1989년 12월, 동유럽 전역에 자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독일은 통일되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벨벳 혁명이 일어나며 사람들은 자유를 외쳤단다. 이웃 나라들이 이런데 루마니아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지? 사람들은 독재 정권에 항거했고 차우셰스쿠의 명령을 받은 군대는 시민을 향해 총을 쏘았단다.”

“우왓! 총을 쐈다고요?”


“그래. 이 사건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지. 그리고 며칠 후인 12월 21일, 차우셰스쿠가 연설하던 중 군중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단다. 마침 그 연설은 TV로 전국에 방송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지."

"전 국민이 당황한 독재자의 모습을 본 거네요?"

"그렇지. 국민들은 깨달았어. '저 사람도 무너질 수 있겠구나.' 곧바로 시위가 혁명으로 번졌고, 군대마저 시민의 편으로 돌아서며 차우셰스쿠 부부는 결국 헬기로 도망쳤단다. 하지만 헬기 조종사마저 배신하며 그들을 시골 한복판에 내려놓았지. 그들은 시민들에 의해 잡혔고 크리스마스 날, 재판을 받은 지 2시간 만에 처형되었단다."


덕왕이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자유는 결국 억압을 뚫고 나가게 되어 있단다. 거짓으로 쌓은 성은 아무리 그럴듯해도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 있는 법이지. 다만 이 사건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요? 뭔데요? 잘 끝난 거 아니에요?"

"이 빠른 처형으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할 기회가 영원히 없어진 거란다. 차우셰스쿠 부부가 해외에 감춰 놓은 비밀 계좌의 돈의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고 되찾을 기회마저 영영 놓치게 되었단다. 그 돈이라도 찾을 수 있었다면 지금의 루마니아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정말 그렇네요."



Chapter 15. 1991년 크리스마스: 붉은 제국의 종말

붉은 날 무너진 붉은 제국


덕왕이 숨을 고르고 말했습니다.

"자, 이번 이야기는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란다. 1991년 12월 25일 저녁, 전 세계 사람들이 TV 앞에 모였지."

"뭐가 나왔어요?"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마지막 연설을 했단다.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로써 소비에트 연방 대통령으로서의 활동을 중지하겠습니다.' 연설을 끝낸 고르바초프는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단다. '차분한 크리스마스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악수를 보냅니다. 안녕히.' 전화로 건넨 마지막 악수였지. 그날 밤, 70년 넘게 펄럭이던 소련 국기가 내려오고, 러시아 국기가 올라갔단다."

"소련이 없어진 거예요?"

"그래. 69년 역사의 소련이 사라지고 15개의 새로운 나라가 탄생한 순간이었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니? '신은 없다'며 무신론을 내세웠던 공산주의 제국이, 하필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에 사라졌다니."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소련이 사라진 건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좋게 볼 수도, 나쁘게 볼 수도 있어. 좋은 점은, '냉전'이라는 긴 겨울이 끝났다는 거야. 핵전쟁의 위협이 줄어들고, 세계는 조금은 안전해졌지. 하지만 새로운 문제들도 생겼단다. 미국과 함께 세계의 질서를 조율했던 소련이 사라지면서 세계 여러 곳에서 작은 갈등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지. 또한 최대의 적인 소련이 사라지자 미국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는 없게 되었단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르겠구나.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고 계속되는 것이겠지.”

“아! 그 이상한 춤추는 할아버지?”

덕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두번째 백악관 입성하는 트럼프의 댄스 [오늘의 한 컷].jpg 트럼프 댄스: 어깨를 덩실거리며 양주먹을 쥐고 번갈아 뻗음. 삐딱한 얼굴이 포인트


“소련의 국기가 내려간 그날 밤, 부시 대통령은 창밖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노래를 조용히 불렀을지도 모르겠구나."

"어떤 노래인데요?"


덕왕이 잠시 뜸을 들이다 한 소절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Chapter 16. 2003년 크리스마스: 대호 유령주 사건

선물 대신 휴지를 받은 투자자들


덕왕이 노래를 마친 후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슬픈 이야기란다. 200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금융감독원에 신고가 들어왔지."

"금융감독원은 뭐 하는 곳인데요?”

“좋은 질문이구나. 세상에는 돈 욕심 때문에 나쁜 짓을 하는 어른들이 많이 있지. 그런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 나라에서 만든 기관이 금융감독원이란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무슨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대호'라는 회사가 가짜 주식을 만들어 팔았다는 거야. 진짜 주식은 400만 주뿐인데, 1억 3,000만 주나 팔았거든. 나머지는 전부 '유령주', 즉 존재하지 않는 가짜 주식이었어."

"헐... 잘은 모르지만 그건 사기 아니에요?"

"그래, 사기였지. 그 때문에 약 15,000명이 피해를 봤고, 500억 원이 사라졌단다. 투자자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휴지조각을 받은 셈이지."


아이가 화가 난 듯 말했습니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맞아. 경영진은 잡혔지만, 이미 돈을 숨긴 뒤였어. 회사는 문을 닫았고, 경영진은 감옥에 갔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했단다."


덕왕이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직접 확인한 후 판단해야 한단다. 이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마찬가지란다. '너무 좋은 조건'이나 '확실히 돈을 번다'는 말에 쉽게 속으면 안 돼. 너만 알고 있으라는 말은 사실 너 빼고 다 알고 있다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일 뿐이란다. 항상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함을 잊지 말으렴."

"맞아요. 저도 유치원에서 달님반 원영이를 좋아해서 짝꿍한테 너만 알고 있으라고 말해줬더니, 다음 날 모두가 놀려대서 울며 도망갔던 기억이 나요."

"음... 그랬구나. 하지만 원영이와는 친하게 지내렴."

"엥? 왜요?"


"세상일은 어찌 될지 모른단다.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게다."


덕왕은 잠시동안 모닥불을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Chapter 17. 2016년 크리스마스: Last Christmas, 그가 떠난 날

크리스마스에 심장을 바친 남자


덕왕이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조금 슬픈 이야기란다. 혹시 'Last Christmas'라는 노래를 알고 있니?"

덕왕은 노래를 조금 흥얼거렸습니다.

"아! 알아요! 크리스마스 때마다 나오는 노래잖아요!"

아이가 울라울라 춤을 추며 흥겹게 따라 부르자 덕왕은 웃었습니다.


"그래, 맞아.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조지 마이클이란다. 1984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고 있어."

"진짜 유명한 노래니까요!"


"그런데 말이야,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단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돌아가셨다고요?"

"그렇단다. 'I gave you my heart(내 심장을 너에게 줬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는 정말로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심장을 하늘에 돌려주고 떠났단다."

"아아, 정말 노래 가사처럼 떠났네요."

덕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지 마이클은 생전에 수많은 자선활동을 했단다. 그것도 남몰래. 그가 죽고 나서야 사람들은 알게 되었지. 병원비를 못 내는 환자들의 치료비를 대신 내주고, 노숙자 쉼터에 거액을 기부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줬던 사실을 말이야. 한 간호사는 이렇게 증언했지. '그는 절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어요.'"

"와... 진짜 좋은 사람이었네요."

"그래. 그의 노래 가사처럼, 그는 평생 자신의 심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단다. 그리고 마지막 크리스마스까지 모두에게 마음을 주고 하늘의 별이 되었지."


덕왕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단다. 선한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기엔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짧은 것일지도 모른단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저도 엄마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야겠어요."

"그래, 그게 바로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란다."

“그리고 원영이한테도요!”

“어허. 그건 아직 일러.”

덕왕이 정색했습니다.



Chapter 18. 2021년 크리스마스: 138억 년 전을 향한 여정의 시작

제임스웹, 우주의 새벽을 비추며


덕왕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가장 최근 이야기란다. 네가 좋아하는 우주 이야기지. 2021년 12월 25일 아침, 남미에서 로켓이 하늘로 발사되었단다."

"우주선을 발사했나요?"

"그래!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발사된 거야. 30년간 개발하고,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조 원 넘게 들었지."

"와,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 비싼 거죠?"

"그렇지. 이 망원경은 무려 138억 년 전, 그러니까 우주가 막 태어났을 때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 문제는 이 거대한 망원경이 로켓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거란다."

"그럼 어떻게 보내요?"

"과학자들은 꾀를 냈지. 망원경을 종이접기처럼 접어서 발사한 뒤, 우주에서 펼쳤단다. NASA는 발사 후 29일간의 전개 과정을 '공포의 29일'이라고 불렀어. 수많은 부품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13조 원이 우주 쓰레기가 되는 상황이었거든."

"와, 심장이 쫄깃해져요."


"산타 모자를 쓴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는 완벽하게 성공했어! 그리고 2022년 7월, 첫 번째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단다."

아이가 흥분했습니다.

"뭐가 나왔어요?"

"빅뱅 후 5억 년 된 은하들, 138억 년 전의 빛,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까지! 과학자들이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정도의 발견들이 쏟아졌단다. 우리 지구의 나이가 약 45억 살이니까 정말 대단하지?"

"네, 정말 대단해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첫 관측 결과를 공개하다.jpg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용골자리 대성운


"하나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망원경의 원래 수명은 10년이었는데 예상보다 연료 소비량이 적어 20년 이상으로 연장될 수 있다고 하는구나."

"와아! 그럼 앞으로도 멋진 우주의 사진들을 오랫동안 볼 수 있겠네요?"

"그렇지. 더구나 우주를 향한 기술과 발견들은 나중에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이롭게 해주는 또 다른 것으로 돌아온단다. 참 즐겁고 기쁜 소식이지?"

“넵!”

아이와 덕왕은 함께 웃었습니다.



Chapter 19. 투자자의 크리스마스: 산타랠리와 연말 심리의 비밀

크리스마스에도 멈추지 않는 시장, 그리고 마음


덕왕이 아이를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산타클로스 랠리'라는 걸 알려주마."

"산타랠리요? 산타할아버지가 썰매를 타고 달리는 거예요?"

"허허, 그런 건 아니고. 12월 마지막 일주일과 1월 첫 며칠 동안 주식이 오르는 현상을 말해. 1950년 이후 약 80%의 확률로 주식이 올랐단다."

"와! 신기하다. 왜 그런 거예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연말 보너스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낙관적인 기분이 되거든. 한 해를 좋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시장에도 퍼지는 거야. 1914년 전쟁 중에도 적과 아군이 크리스마스에 함께 축구를 했잖아? 연말에는 투자자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지."

"그렇구나! 마음이 긍정적이면 주식도 오르는 거네요."

"바로 그거야.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니까 맹신하면 안 돼. 시장은 규칙이 아니라 확률의 세계거든."


“저도 아빠가 기분 좋게 술 취해서 들어오시면 분위기 봐서 용돈을 달라고 해야겠어요.”

아이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Chapter 20. 이 밤이 깊어가지만 지금 전화를 걸어

계속될 크리스마스의 이야기


덕왕이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자, 오늘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볼까?"

아이가 눈을 빛내며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네! 제가 해볼게요!"

"그래, 해보거라."

아이가 손가락을 펼쳤습니다.

"음... 첫 번째! 800년에 샤를마뉴가 황제 왕관을 받아서 유럽이 시작됐어요!"

"잘했어. 그다음은?"

"1066년에 윌리엄 왕이 대관식 했는데, 경호원들이 오해해서 불을 질렀어요. 확인 안 하면 큰일 난다는 거였죠!"

"똑똑하구나."


아이가 더 신이 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1492년에 콜럼버스 배가 부서졌는데 오히려 마을을 만들었어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해요. 그리고 1642년에 뉴턴이 태어났는데 엄청 작았고 어릴 적엔 쓰레기였대요. 근데 위대한 과학자가 됐어요! 아, 그리고 뉴턴도 주식은 못했대요!"

덕왕이 크게 웃었습니다.

"하하, 그것도 기억하는구나!"


"1776년에 워싱턴 장군이 크리스마스에 공격해서 이겼어요! 남들이 쉴 때 열심히 하면 이긴다는 거죠! 1843년에는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썼는데 비싸게 만들었기 때문에 돈은 못 벌었대요."

"대단하다. 계속해보렴."

"1898년에 우리나라 독립협회가 해산됐어요. 좋은 충고 안 들으면 나중에 더 힘들어진대요. 1914년에는 전쟁 중에 같이 부른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렀어요. 그 장면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래,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였지."

"1926년에 일본 쇼와 시대 시작됐는데, 이름이 좋다고 내용도 좋은 건 아니래요. 1936년에 중국에서 두목 납치 사건 있었는데 결국 힘을 합쳐서 일본이랑 싸웠고요!"


아이가 숨을 고르고 계속했습니다.

"1941년에는 'White Christmas' 노래가 나왔는데, 같은 날 홍콩이 항복했어요. 중요한 건 한쪽에선 기쁘고 한쪽에선 슬플 수 있다는 거예요. 1968년에는 아폴로 8호가 달에서 지구 사진 찍었어요! 멀리서 봐야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거죠!"

"훌륭해!"

“1950년 6·25 때 흥남부두의 배들은 무기 대신 사람들을 실었대요. 생명을 나른 위대한 항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고 지금 우리나라에는 덕왕님을 포함해서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대요.”

“그래. 또 하나의 위대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다. 라루 선장님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신의 손길을 느꼈다고 했지.”


"1989년 크리스마스에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독재자를 무너뜨리며 자유를 찾았고, 1991년 크리스마스에는 소련이 무너졌어요. 2003년에 가짜 주식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어요. 뭐든 직접 확인해야 하죠."

“옳지, 옳지.”


아이는 연이어 손가락을 하늘 위로 올리며 외쳤습니다.

“2016년 크리스마스엔 조지 마이클이 노래가사처럼 하늘로 돌아갔어요 알고 보니 남몰래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셨대요. 그리고 2021년에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했어요!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기분 때문에 연말에는 주식시장이 오른대요. 다 맞았죠!?"

덕왕이 감탄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대단하구나. 모든 이야기를 다 기억하다니! 정말 훌륭하구나."

"데헷..."


어느새 함박눈이 멈추고 하늘 위로 둥근달이 보였습니다. 밤은 어느새 깊어지고 모닥불의 장작 타는 소리만이 가끔 들릴 뿐이었습니다.


"저런, 어느새 잘 시간이 되었구나. 오늘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한 가지만 기억해 볼까?"

아이가 반쯤 감긴 눈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음... 크리스마스는 그냥 선물 받는 날이 아니라, 역사가 바뀐 날이기도 했어요.”

덕왕이 따뜻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래. 정확해. 크리스마스는 누군가에게는 기적의 날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시련의 날이었어.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단다."


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맞아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이란 생각이 들어요.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좋겠어요. 오늘 이야기 정말... 재미있었어요..."


덕왕은 스르르 잠이 드는 아이를 안아 소파 위에 눕히고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었습니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고, 벽난로의 불빛이 따뜻하게 방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잘 자거라. 메리 크리스마스."


덕왕은 남은 코코아를 마시며 조용히 현관 앞으로 나갔습니다. 눈이 그친 후 창밖의 달빛은 유난히 밝았습니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신호가 울린 후 달칵 소리와 함께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덕왕은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 자니?”



올 한 해 '지식 한 스푼'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2025년, '지식 한 스푼'과 함께 공부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 루디야드 키플링의 <if>를 시작으로 산업분석과 채권 등 투자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함께 애니메이션과 펭귄, 아이스크림과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지나 거대한 우주와 작은 지구의 민감한 갈등의 영역까지 긴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살피며 공부했습니다.


같이 공부해서 즐거웠고 모자란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에도 변함없이 지식을 위한 여정의 돛을 올리며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아울러 더 유익하고, 더 재미있고, 더 깊이 있는 콘텐츠가 되도록 고민하겠습니다.


올 한 해 힘들었던 분들에게, 기쁨이 넘쳤던 분들에게,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모든 분들에게도 크리스마스의 행복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지식 한 스푼이 당신께 작은 선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2025년의 마지막 지식 한 스푼을 마무리하며, 종교는 다르지만 애독자이자 제가 존경하는 분께서 작년 크리스마스 글에 댓글로 남겨 주신 말씀을 빌려 인사를 전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눅 2:14)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

올 한 해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Clipboard - 2025-12-25 01.21.48.png 내일 2025년 총결산을 통해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