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 온 885 시간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2025년 12월 23일 밤 11시, 마지막 글을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보니, 올 한 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주마등이 스친다"는 표현을 죽을 때나 쓴다고 하던데, 글쎄요, 저의 2025년은 그 표현 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을 정도로 정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1년간 총 885시간을 들여 게시판에 59개의 글을 쓰고, 292,613회의 조회수, 7,377개의 공감, 그리고 1,960개의 소중한 댓글을 받았습니다. 885시간은 주중에는 두 시간씩, 주말에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거의 고3처럼 공부했던 저의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산입니다. 아마 조금 더 넘을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어디 갔니? 내 주말?"을 외칠 정도로 10시간 이상 몰입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숫자들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숫자 뒤에 계신 분들,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며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따끔한 조언으로 덕왕을 일으켜 세워주신 분들입니다. 그 이야기로 을사년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2025년의 첫 글은 루디아드 키플링의 시 'If'였습니다. "만약 네가 모든 것을 잃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이라는 구절은 덕왕의 한편에 좌우명처럼 새겨진 문구입니다. 그 시를 여러분과 나누며 한 해를 열고 싶었습니다. 새해 첫날의 다짐이란 대개 작심삼일로 끝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그 시를 보면 의지가 샘솟았기에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1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국지 인물열전이었습니다. 연초부터 40시간을 투자해서 쓴 글인데, 어떤 분이 댓글로 "40시간이면 회사에서 일주일 근무시간 아닌가요?"라고 하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건 회사 업무 시간 외에 따로 40시간이었는데 아마 지금은 알고 계시겠지요. 정말 엄청나게 조사하고 글을 쓰고 또 다듬고, 각 인물들의 사진을 보정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엇이든물어보세요님께서 "요즘 나이가 든 건지 게임 속 NPC가 된 듯 씁쓸한 기분"이라며 남기신 댓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삼국지의 영웅들도 결국 누군가의 서사 속 NPC였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인생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내가 주인공도, NPC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댓글에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자가되고싶니님은 글을 쓸 때마다 "동오의 진정한 왕은 덕왕뿐"이라며 칭송해 주셨는데, 요즘은 보이지 않으시네요. 사라지신 건지, 닉변하신 건지 알 수 없군요.
2월에는 S&P500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자료 조사를 참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를 파헤치다 보니 1929년 대공황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같은 실수를 반복해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제게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남녀칠세부동산님께서 "엄청난 정성에 제곱, 세제곱으로 비례하는 양질의 내용을 편하게 볼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하셨고, 인버스도국장이다님은 "이건 진짜 개추를 누를 수밖에 없다"라고 해주셨습니다. 그 댓글들을 보며 새벽까지 자료를 뒤지던 저의 수고가 보상받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만성피로를 얻었습니다)
2월 말에는 21세기 산업의 후추라고 불리는 희토류에 대해 열심히 썼습니다. 내심 좋은 반응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많은 공감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만큼 지식으로 남았습니다.
3월의 기억은 강렬했습니다. 희토류 2편을 올리고 나서, 덕왕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저의 존재 가치는 부정당했고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의 저는 겨우 숨만 쉬며 목숨을 연명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둠에 빠진 시간이 길어질 때쯤 게시판에서 저를 찾아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딱딱한꿀고구마말랭이님. 정말 우연하게 본 글이었습니다. 그 호출이 없었다면, 덕왕은 아마 2025년을 여기서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방황하는 저의 이름을 불러주시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4월 9일, 오랜 침묵을 깨고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This Time Is Not Different".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고구마말랭이님의 호출로 인해 쓰게 된 글은 시장도, 인생도, 결국 사이클이 있고 바닥이 있으면 반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그 글은 독자분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너진 저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면 부족한 글이지만 당시로서는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날 댓글창은 제가 예상하지 못한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블루베리요거트님과 맑음님의 위로, "러키비키!"를 외쳐주신 크라토스님, 리스너님, 버핏처럼님, 미국장을했어야하는데님. 워너비리치님은 "인생의 또 한 계단을 오르고 있는 덕왕을 응원한다.”라는 감동의 댓글을 주셨고, mumumu님은 복귀를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날 밤, 퇴근 후 방에서 조용히 울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랬답니다. 화면 너머의 글자들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이 당시 여러 책을 우연하게 읽었는데, 제가 예전 글에서 썼듯이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련은 소명을 찾는 여행이라며 저를 들어 올렸습니다. 마치 귀멸의 칼날 마지막에, 무잔에 의해 혈귀가 되려 하는 탄지로를 죽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This time is not different. 이 글의 제목처럼 어두웠던 시간들 역시 저를 정금같이 단련하기 위한 수련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저는 일어났습니다. 그 글에는 이와 같은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글을 쓰며 저의 어둠은 끝났습니다.
기운을 차린 덕왕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5월에는 ‘식량자원'과 ‘아이스크림의 역사'에 대해 썼습니다. 어떻게출근까지사랑하겠어널사랑하는거지님(제발 닉네임을 어떻게 좀…)께서는 "덕왕과 같은 회사를 다녀서 쫄아들었던 자부심이 생겼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닉네임의 길이만큼이나 긴 감동이었습니다.
5월 말에는 ‘가장 행복했던 대통령, 호세 무히카’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대통령이라 불렸던 우루과이의 지도자. 구태원클라쓰님께서 "일생에 한 번쯤 그런 대통령을 만나 자녀와 후손을 위해 진심으로 투표하고 싶다"라고 하셨을 때, 가슴 가득한 애민정신에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본좌의 가슴을 터치터치001하시다니, 제법이시군요)
6월에는 대선 이후 '확신의 함정, 우리 안의 괴물'을 썼습니다. 정치적인 글은 늘 조심스럽지만, 써야 할 때는 써야 합니다. 더 이상의 분열은 우리나라에 용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글에 단골이신 어떻게출근까지사랑하겠어널사랑하는거지님(제발 닉네임을…)께서는 "우리 아들에게 해줄 말이 생겼다"라고 덕왕을 흐뭇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찍먹부먹vs다먹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은 훗날 '생각을 멈춘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댓글 하나가 새로운 글의 씨앗이 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소통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6월에는 COSTCO에 대한 분석글을 썼습니다. 닉네임을뭘로해야하나님과 아트박스사장님께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고, 마할로나님은 자신만의 쇼핑 꿀팁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하정우 와인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6월 말, 호기롭게 '채권의 기본'을 썼습니다. 결과는? 망했습니다. 처참하게. 스스로의 지식수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전문투자자를 자처하면서 채권조차 딱 맞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다니. 저의 모자람을 한참이나 자책했습니다.
7월에는 블로그 상소 게시판에서 별 셋 새내기 한 분의 의뢰를 받아 대작 '별 셋 사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투자 안내서'를 썼습니다. 지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원기원을 끌어 모아 정성을 다해 썼습니다. 아마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을 위한 애틋함이 저를 다그쳤겠지요. 처음 글을 의뢰하셨던 감사합니다Thanks님은 댓글로 '열심히 주식공부를 하겠다'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투자의 본질은 수익률이 아니라 성장입니다. 자신을 위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집행하시길 바랍니다. 투자에 대한 정의는 나중에 큰 결과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저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헌내기’분들께서도 공감해 주셨습니다. 빛과소주님, 차마꿈엔들잊힐리야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서 소중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수양록이 험한 투자의 길을 조금이나마 밝혀주는 불빛이 되길 바랍니다.
같은 달, 힘들게 글을 쓰고 한 주 쉬어갈 요량으로 가볍게 쓴 '커피의 역사'가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지나가는행인7님께서 "잠 깨는 데는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커피를 쏟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이후 실제로 커피를 쏟아서 키보드를 교체했습니다. 예언자셨던 겁니까.
8월에는 'K 조선의 귀환'을 썼습니다. 나름 필살기라고 생각했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편을 올리고 난 후, 사랑님께서 댓글을 다셨습니다. "이 GPT 스타일은 뭐냐, 덕왕 요즘 많이 바쁘냐, 글에서 덕왕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부드럽고 귀엽지만, 심장을 정확히 찌르는 비평이었습니다.
사랑님의 그 댓글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덕왕은 그 댓글로 인해 바로 다음 날 집현전 AI학사들을 멀리하며 블로그에 두 번째 편을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썼습니다. 사랑님을 만나면 말하고 싶습니다. "보… 보았느냐! 이것이 덕왕의 실력이다!"라고. 그리고 바로 쓰러지겠지요.
8월 13일에는 2024년 자산관리에 대한 도움말이라는 첫 글을 올린 지 1년이 지나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1년 전 그때는 이렇게 계속 글을 쓰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제천대성님께서 부서 신입사원에게도 덕왕의 글을 추천하셨다며 글을 쓰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NFP님은 "덕왕의 존재가 나우톡에 들어오는 이유"라고 극찬해 주셨고, 킹덤컴님과 삼바님, 소오름님도 축하와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좋은 분들이 곁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이세계에 환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9월에는 덕력을 풀파워로 가동했습니다. 귀멸의 칼날을 통해서 본 애니메이션 서사시, 상중하 3부작. 이 글은 덕으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덕왕’의 진실한 마음을 담아 전심전력으로 썼습니다. 햄치즈샌드위치님께서 "이런 글을 왜 여기다 쓰고 있냐? 어디 매거진 연재해야 할 퀄리티."라고 말씀해 주시며 노력에 대해 인정해 주셨고, SmileAgain님은 항마력의 부족함을 참고 끝까지 읽어주시는 인내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블랙홀에사는이무기님의 댓글에서는 범상치 않은, 빛바랬지만 여전히 거대한 덕력이 느껴졌고, 한쪽 코에 피를 쏟으며 글을 완성한 덕왕에게 "아직 코피 날 한쪽이 남았다"며 게임 업계로 들어가라고 말씀해 주신 CAZI님은 잔인한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현재 게임 쪽도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아니, 어쩌면 하는 쪽이 더 많겠군요.
오모플라타님의 덕밍아웃과 킹덤컴님의 포켓몬 만관부 선언은 회사에 교묘하게 사회화된 덕후들이 여전히 많음을 알게 해 주었고, 반백년이네님의 "드래곤볼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는 댓글은 블로그에 DLC 확장판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자분들의 요청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교학상장의 정신 아니겠습니까? (물론 쓰는 사람은 죽을 지경입니다)
같은 달 뇌 빼고 될 대로 되라지 하며 쓴 '비켜! 이 구역 미친놈은 나야!' 아델리 펭귄 이야기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습니다. 뇌 빼고 쓰는 글이 히트를 치니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이런 건가 봅니다. 아델리 펭귄의 최애 독자는 개츠비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추석 기간 동안 송편과 막걸리, 책과 게임으로 풀충전하고 돌아온 덕왕에게는 무서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 기세 그대로 10월에는 우주를 좋아하는 덕왕의 또 다른 덕력을 발휘하여 무려 4편으로 구성된 '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시리즈를 썼습니다. 그중 2편을 쓸 때는 열이 38도까지 오르는 등 컨디션이 최악이었으나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약을 먹고 악으로 깡으로 완성했습니다. 아마 회사일이었다면 100% 하지 않았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우주의 경이로움에 마오쩌둥님께서(많이 등장하시는군요) "현타가 온다, 대관절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댓글을 다셨을 때는, 평소의 유쾌한 모습과는 다른 그의 진지함에 잠시 생각했습니다. 우주를 바라보면 누구나 그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지만 마오쩌둥님이 단 댓글이라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지 걱정이 되더군요.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갈 때라던데, 건강하셔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우주 시리즈의 첫 편을 준비하던 주말과 사무실에서의 첫날은 유난히 일이 많아 바빴습니다. 결국 점심시간을 쪼개어 급히 올리느라 검수가 부족했고 결국 제목에서 '좇다'를 '좆다'로 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는데, 다행히 아트박스사장님과 바코드님네임몰랑님, 122333444455555님께서 빨리 알려주셔서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실수를 지적해 주시는 것도 덕왕에 대한 사랑입니다. 감사합니다.
11월에는 1주년 기념 감사 잔치를 열었고 모래바람 위에 피어난 찐사랑, 한국과 UAE의 백년가약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특히 1주년 기념 감사 잔치에는 무려 139분이 응모해 주셨고, 정말 많은 분들이 작은 축제를 함께 즐기는 모습에 행복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무도 없는 편의점에 범죄자마냥 후드를 뒤집어쓴 채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책을 포장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잘 도착하기를 기원했습니다. 여담으로 선정된 다섯 분 외에 굉장히 간절한 댓글로 덕왕의 마음을 울린 한 분께도 따로 책을 보내드렸습니다. 오크트리님께서는 "저요! 나일세! 이보시게나!"부터 "책을 보고 싶다"는 모든 콤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운이 그대를 비켜 갈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시길. 다음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다이루어질지니님께서 "따뜻한 기버가 같은 사업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다"라고 하셨을 때, 그 댓글을 보며 덕왕의 뜻도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댕멍댕멍님은 "다시 독서와 투자 공부를 시작하셨다"라고 하셨는데, 이것이야말로 덕왕이 나우톡에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롬곡의보세편살님께서 덕왕이 나우톡에 글을 쓰는 정신을 '교학상장'이라는 멋진 한마디로 정리해 주셨는데 이후 글을 쓸 때마다 그 말을 가슴속에 담습니다. alright님은 "우리 좀 더 친해지자"는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내년에는 꼭 그렇게 합시다. 특히 그 말은 덕왕이 좋아하는 유튜브의 한 인문학 채널 진행자(인더스텔라의 스텔라 님)가 끝에 남기는 말이기도 해서 더 반갑고 따뜻했습니다.
홍시가 익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여러분의 닉네임 하나하나와 댓글은 제게도 추억으로 익어갔습니다.
불타는 빈곤의 집 편에서 많은 분들이 현재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기득권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해주시어 덕왕도 글 쓴 보람을 크게 느꼈습니다. 테이크아웃1님께서 자꾸 회사를 나가라고 하셨는데, 아직은 아닙니다. 마오쩌둥님께서는 외국인 투표권에 대한 민주적 결손을 지적해 주셨고,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깨달아 블로그에는 수정판을 올렸습니다.
12월에는 내맘이야님의 요청으로 위험한 강을 건넜습니다. 제목은 ‘생각을 멈춘 사람들’. 제 안의 작은 아이가 얼마나 말렸는지 모릅니다. 올리고 나서도 다구리 당하는 꿈을 꿨을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아니, 엔터키를 누를까 말까 등록 직전까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한 번은 써야 했던 글이었습니다. 외면하는 비겁함을 덕왕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글이 거대한 인간 심리 실험의 결과를 확인하는 장이 되지 않기를 기원했습니다. 그저 건전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고백컨데 조금 욕심을 부린 것 같았습니다. 도를 넘는 인신공격은 없었지만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줄자를 가지고 상대를 재단하는 모습을 많은 댓글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편향에 빠져있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TheGodfather님, 판사님저는웃지않았습니다님, 그해늦여름대학가요제님 등 많은 분들이 제기해 주신 비판적 댓글을 진지하게 읽으며 저의 부족함을 인지했고, 이는 자료를 보충하고 기울어진 시선을 보정하여 블로그에 개정판을 쓰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모자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글을 쓰든 어디선가 나타나 댓글을 달아주신 5총사가 있습니다. 시원한물냉면님, 블랙홀에사는이무기님, 개츠비님, 킹덤컴님, 별똥별기러기우영우역삼역님. 그리고 늘 맑고 깨끗한 댓글을 달아주시던 내기분항상맑음님은 항상 고마운 존재셨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징징대던 호나우딩유님, 당신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덕왕의 글이 동기부여가 되어 투운사에 합격하셨다며 글 쓴 보람을 느끼게 해 주신 KBLKBLKBL님의 댓글을 보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곡물시장 정보를 알려주신 학씨아저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시선이 넓어졌습니다.
gauss님께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편에서 덕왕이 쓴 글을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가져온 것으로 오해하셨는데, 이는 오히려 질적 자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사랑9님께서는 "회사에 브레인 쪽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귀한 댓글을 주셨는데, 비록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덕왕과 함께 가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칭찬받아 춤추는 고래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임을 다짐해 봅니다. 또한 항상 열심히 읽어주시고 진심 어린 댓글을 달아주시는 봉급쟁이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온통 감사할 일 천지네요.
Loremipsumdolorsi님께서는 특별편 자사주 편에서 같이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수줍은 고백을 해주셨습니다. 부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하겠습니다. 답글달려고만든닉네임님께서는 덕왕의 글 중에서 처음으로 끝까지 정독하며 읽으셨다며 일부러 닉네임까지 만들어 진심 어린 감사함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런 댓글 하나하나가 덕왕에게는 훈장입니다.
스노우볼님의 댓글도 특별히 언급하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 의무감을 느꼈던 저 자신을 발견했는데, 스노우볼님은 덕왕이 정말 친구한테 재미있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쓰라고 조언해 주셨고, 그 덕분에 조금 내려놓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해 주신 커피 이야기, 뇌 빼고 철저히 B급 양념만 친 모래바람 위에 피어난 찐사랑 편이 바로 스노우볼님의 조언을 통해 나오게 된 글이고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큰 전환점이 된 댓글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원이와함께님께서는 덕왕의 지식한스푼 아카이빙을 손수 만들어주셨습니다. 어느 날 조용히 일하고 있던 제게 후배 김프로는 메신저로 게시판에 미친 사람이 나타났다며 난리를 쳤습니다. 그 아카이빙 글을 보고서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대관절 어떤 생각 혹은 정성으로 그런 걸 만드신 건지! 그 수고로움에 감사드립니다.
블로그를 공개할 때는 일부 분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글에서 극강지원님과도 일부 표현에 대해서 언쟁이 있었습니다. 블로그 오픈 소식을 알려드리기 전에 미리 게시판의 수칙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문제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다행히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께 저의 꾸준한 행동을 통해 제 선량한 의도를 증명할 뿐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검토하는 계기로 삼으려 합니다. 세상에 무조건 옳은 것이 어디 있으며, 바로 버릴 것 또한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것에는 배울 것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살펴보는 것이 낫습니다.
작년 이맘때 열심히 댓글을 달고 공부하시던 밥구일님. 지금은 보이지 않으시지만 어딘가에서 열심히 수련하시며 행복하시길 빕니다. 멘토로삶기좋은홍어심슨님께서는 후반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충실한 댓글을 가득 달고 가시는데, 처음에 본 그 닉네임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11월 말에 시작한 '머니, 인류의 역사' 함께 책 읽기 프로젝트에 81분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꾸준히 읽어주시길 기대하며, 연말에 한 번 읽고 1월 중순까지 한 번 더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가 어렵지 두 번째 읽을 때는 쉽습니다. 1월 말에 이 책을 바탕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덕왕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서로 비교해 본다면 매우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서를 응원합니다.
차마꿈엔들잊힐리야님께서 김태유의 위대한 문명사 학습 숙제를 내주셨는데, 이게 시리즈가 엄청 많고 생각보다 정리하기가 꽤 어렵더군요. 특히 교수님께서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는 기존의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기에 단순히 내용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반대편 주장을 포함한 구조적인 분석이 요구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숨을 참고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DSLR님과 로보락을능가하는로봇을기대하며님께서 식문화와 K푸드의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하셨습니다. 의식주에 대한 내용 중 올해 ‘식'과 '주'에 대해서 썼습니다. 내년에는 '의'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여러분께 몇 가지 여쭙고자 합니다. 댓글로 남겨주시면 내년 글을 쓰는 데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올 한 해 59개의 글 중에서 여러분 각자에게 최고의 글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글이 여러분의 점심시간을 가장 즐겁게 해 드렸습니까? 혹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나요?
내년에 덕왕이 다뤄주길 바라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투자, 역사, 지정학, 과학, 문화 등 어떤 주제든 좋습니다. 물론 제가 공부해서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채권처럼 또 망할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배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분위기의 글이 좋으셨나요? 자료와 데이터를 꼼꼼히 정리한 진지한 분석글인지, 진지반 유머반으로 양념을 친 글인지, 아니면 뇌 빼고 B급 감성으로 질주하는 글인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뇌 빼고 쓰는 글이 제일 편하긴 합니다만, 여러분의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후속 편을 바라는 글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아쉽게 끝났다거나, 더 깊이 파고들었으면 좋겠다거나, 시간이 지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느끼신 글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미 애니메이션 서사시 편에서 드래곤볼 요청으로 인하여 확장 DLC를 쓴 전적이 있으니(그래놓고 막상 드래곤볼은 내용에 없었음), 여러분의 요청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다만 쓰는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부탁드립니다)
게시판과 블로그의 댓글창은 열려 있습니다. 부담 없이 남겨주십시오.
한 해 동안 7,377개의 공감과 1,960개의 댓글을 보내주신 나우톡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에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모두 읽었고,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무너지고, 방황하고, 때로는 키보드 앞에 앉을 힘조차 없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댓글 하나, 공감 하나, "덕왕 어디 갔어요?"라는 궁금함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글을 쓰며, 보이지 않아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영감이 되고, 누군가의 댓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깨달음이 되어 '교학상장'의 길로 나아갑니다. 제 글이 당신의 점심시간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바쁜 업무에도 B급 유머로 잠시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글의 존재 이유는 충분합니다.
제가 주마다 올리는 글은 어쩌면 등대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의 등대, 이렇게 거창한 의미는 아닙니다. 처음 글을 쓰던 작년과 지금 찾아주시는 분들은 제법 다릅니다. 어디선가 현생을 충실히 살고 계시기에 찾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아직 먼바다를 항해 중이라 파도와 싸우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며, 아직 덕왕의 등대를 발견하지 못한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덕왕은 이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당신의 항해를 계속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더욱 맛 좋은 한 스푼의 지식을 여러분께 떠 드리기 위해 언제나 한 걸음 더 노력하겠습니다.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값진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그 길에서 마주치는 불편한 진실과 쓴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참된 덕을 향해 함께 공부하며 성장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여러분.
덕왕이 어둠 속 등대를 밝히고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올 한 해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 이어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