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 (하)

공포는 가격을 바꾸는가, 구조를 바꾸는가

by 동이의덕왕

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 (하)

공포는 가격을 바꾸는가, 구조를 바꾸는가?

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_하.jpg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상편에 보내주신 많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기가 걸린 탓에 담요를 덮으며 썼는데 다음날 쌍코피가 나더군요. 그래도 코피와 글의 퀄리티를 등가교환한 셈이니, 꽤 손익비가 좋은 거래였다고 생각합니다. 피는 밥 먹고 좀 자면 다시 생기지만 좋은 글은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상편에서 우리는 세 가지 질문에 답했습니다. 왜 하필 토요일 아침이었는가(라마단의 9/11), 이 전쟁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이스라엘·미국·방산업체·중동 국가들), 그리고 공포는 기회인가 함정인가(80년 데이터가 말해주는 레짐 체크리스트).


이번 하편에서는 나머지 두 가지 질문인 한국과 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와 트럼프의 계획은 현실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상편에서 약속드린 대로 숫자 너머의 이야기, 코스모스적 관점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질문 4. 한국과 내 포트폴리오는?


4-1. 내 아버지를 죽인 놈은 용서해도, 내 기름값 올린 놈은 용서 못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아버지를 죽인 자는 용서할지 모르나,
재산을 빼앗은 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500년 전의 이 말이 지금 세계의 정세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최협부 폭은 33km로써 서울역에서 인천역까지의 거리인데 실제 유조선이 다니는 항로는 편도 3.2km에 불과합니다. 이 바늘구멍을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합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7%,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입니다. 연간 가치로 환산하면 5,500~7,300억 달러, 한국 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Threats to crucial Strait of Hormuz pack pressure on global oil, gas a.jpg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이 약 3km 밖에 되지 않는 호르무즈 해협


전쟁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뉴스에 잠깐 나옵니다. 그러나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매일 체감하는 일상입니다. 미국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전쟁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이고, 경제는 유가에 의해 좌우됩니다. 아버지의 원수는 잊어도 내 돈의 원수는 잊지 못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입장입니다. 미국은 2016년 셰일혁명 이후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자 순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중동산 원유가 급하지 않습니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와 Vortexa의 2025년 1분기 데이터를 봅시다.


[표 6] 호르무즈 해협 경유 원유: 주요국 의존도 비교

image.png 출처: EIA, Vortexa tanker tracking, 2025 Q1


일단 가장 난리가 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5.9%가 호르무즈를 경유합니다. 사실상 전부입니다. 한국도 70%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일본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곧 에너지 공급의 전면 중단을 의미합니다. 일본 정부가 254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해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험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200일이 넘는 비축유를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도 난리가 났습니다. 비록 호르무즈를 경유하는 원유는 중국이 수입하는 전체 원유 대비 44%밖에 되지 않지만 문제는 중국의 비축유가 단 80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싸게 석유를 주던 베네수엘라도, 이란도 이젠 없습니다. 이렇게 석 달을 잠그면 중국의 산업과 교통이 멈추게 됩니다.


크보 94년까지 지구가 멸망하지 않은 이유.jpg 베네수엘라도 없고, 이란도 없고


반면 미국은 고작 2.5%, 약 50만 배럴입니다.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리적인 가격에 유조선을 호위하겠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짜로 해주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목마른 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까요? 대한민국 해군의 정조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곤고급 구축함, 중국 해군의 055 구축함이 좁디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란히 떠 있는 머쓱한 상황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야! 너두?”


Clipboard - 2026-03-05 00.50.43.png 한중일의 구축함이 페르시아만에 모이는 일이 실제로 발생할 수도...


이란이 보유한 해협 교란 수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첫째, 기뢰입니다. 이란은 약 2,000~3,000개의 해상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형 계류 기뢰부터 현대식 감응 기뢰까지 다양합니다. 기뢰는 "가난한 자의 해군"이라 불리는 무기로, 소형 어선에서도 은밀하게 투하할 수 있습니다. 1988년 이란-이라크 탱커전쟁 때 미 해군 호위함 사무엘 B. 로버츠(USS Samuel B. Roberts)호가 이란 기뢰에 피격되어 대파된 사례가 있습니다. 기뢰 하나의 가격은 수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제거하는 소해 작업에는 수백만 달러와 수주~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비대칭 전쟁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둘째, 소형 고속정(Fast Attack Craft)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IRGCN)은 약 1,500척의 소형 고속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보트들은 속도가 빠르고 해협의 좁은 수역에서 유조선에 근접하여 로켓이나 기뢰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떼 전술(Swarm Tactics)"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수십 척이 동시에 한 척의 대형 선박을 공격하는 것으로, 대형 군함도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벌 한 마리는 잡아도 벌떼는 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셋째, 해안 대함 미사일(ASCM)입니다. 이란의 해안선은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 전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해안 곳곳에 위장된 미사일 발사대에서 C-802, 누르(Noor) 계열의 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이 미사일들의 사거리는 120~200km로, 해협 전체를 사정권에 두고 있습니다. 해협 폭이 33km인데 미사일 사거리가 200km라면, 이란 입장에서는 "눈 감고도 맞출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란이 이런 무기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력에 의한 장기 봉쇄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 해군 제5함대가 바레인에 본부를 두고 있고, 현재 항공모함 전단, 이지스 구축함, 소해함, 핵잠수함이 아라비아해에 대거 전개된 상태입니다. 역사적 선례를 보면, 1988년 "프레잉 맨티스(Praying Mantis)" 작전에서 미 해군은 단 하루 만에 이란 해군의 주요 전력을 궤멸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미 해군은 순식간에 10척이 넘는 이란의 군함을 격침시키며 이란의 해상 장악력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다만 투자자라면 이 가능성을 0%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의 영향이 극단적이라면 대비해야 합니다. 보험을 드는 이유와 같습니다. 집에 불이 날 확률은 0.1%도 안 되지만, 우리는 화재보험을 듭니다.


4-2. 호르무즈의 용자들: 석유는 움직이는 거야!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흥미로운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2월 28일 하루 약 100척이 통과하던 선박이 3월 1일에는 18척으로 급감했고, 그마저도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IRGC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불태우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며, 주요 보험사들은 전쟁위험 담보를 중단했습니다. VLCC(Very Large Crude Carrier,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으로, 길이가 약 330m에 달합니다. 에펠탑을 눕혀 놓은 것과 비슷한 크기입니다)의 일일 용선료가 평시 약 3만~3.5만 달러에서 42만 3,736달러로 폭등했습니다. 12배입니다.


이것을 우리 생활로 번역하면,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에서 5만 7,600원이 된 셈입니다.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비가 70만 원이 드는 세상입니다.


옛말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고, 이 와중에 용감한 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스 선적의 유조선 'Pola'호는 AIS 신호를 끄고 야간에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자동식별시스템)란 선박의 위치·속도·항로 정보를 자동으로 송신하는 장치로, 쉽게 말해 선박용 GPS 위치 공유 기능입니다. 스마트폰의 '위치 공유'를 켜두면 친구가 내 위치를 볼 수 있는 것처럼, AIS를 켜두면 주변의 모든 선박과 해안 기지가 그 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끈다는 것은 일종의 '스텔스 모드'입니다. 레이더에는 잡히지만 위성 추적 시스템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 이 방식의 원조입니다. 러시아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반하는 이 유령 함대는 1,000~1,400여 척에 달하며, 전 세계 원유 유조선 선단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러시아 관련 선박은 유럽 선박 대비 장기간 AIS를 끄는 빈도가 약 6배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GPS 조작(스푸핑)도 일상적입니다. 베네수엘라 해역에서 나포된 VLCC '스키퍼(Skipper)'호는 실제 위치에서 500해리(약 925km) 떨어진 곳에 자신의 위치를 위조하고 있었습니다. 이란도 자체 그림자 선단을 통해 하루 150~17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90% 이상이 중국 산둥성의 소형 정유소('찻주전자 정유소')로 향합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이 위험한 게임에서 세계 챔피언입니다. 그리스 선주들이 보유한 선박은 약 5,691척, 세계 유조선 선단의 약 3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선단 가치는 약 713억 달러에 달합니다. EU 전체 선단의 61%가 그리스 소유입니다. 로이드리스트 2025년 글로벌 해운 100대 순위에 그리스 선주 17명이 이름을 올렸고, 마리아 안젤리쿠시스(Maran Group, 155억 달러, 138척), 게오르게 에코노무(99억 달러, 122척),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96억 달러, 163척 확대 중 — 2025년에만 47억 달러어치 40척 이상을 신규 발주)가 세계 해운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해양 분석가 토니 포스터(Marine Capital)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타고난 도박꾼입니다.
그리스 해운의 역사 자체가 리스크를 포용하는 역사입니다."


전쟁위험 보험료가 선가의 1%(1억 달러짜리 배 기준 7일에 약 100만 달러)라 해도, 일일 용선료 42만 달러면 이틀 반이면 보험료를 회수합니다. 한 번의 항해로 1,200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습니다. 목숨값이 포함된 계산이지만, 해운업은 원래 그런 산업이었고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지중해의 해적과 폭풍을 뚫고 향신료를 날랐던 민족입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노래에 이끌렸다면, 그의 후예들은 기름과 돈의 노래에 이끌려 호르무즈를 뚫고 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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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움직임도 흥미롭습니다.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 국적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구매하는 최대 고객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뒤에서 이란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소한 자국 선박과 카타르 LNG 시설의 안전만은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유일한 큰 손인 중국의 선박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돈 앞에서는 이념도 종교도 잠시 쉬어가는 모양입니다.


4-3. 사우디의 플랜 B: 홍해로 길을 돌려라


호르무즈가 막히면 다른 길은 없을까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플랜 B가 있습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 일명 페트로라인)'은 동부 유전지대 아브카이크(Abqaiq)에서 홍해 연안의 얀부(Yanbu) 항까지 1,200km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원유 수송관입니다. 48인치와 56인치 두 개의 병렬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81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바로 이런 상황을 대비해 건설되었습니다. 설계 용량은 하루 500만 배럴이었으나, 2025년 3월 아람코가 NGL(천연가스액) 파이프라인을 원유 수송으로 전환하고 병목 구간을 해소하면서 용량을 하루 700만 배럴로 확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파이프라인은 넓은데 수도꼭지가 좁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파이프라인 용량은 700만 배럴이지만, 실제로 기름을 배에 실을 수 있는 얀부 항의 선적 능력은 하루 약 200~300만 배럴에 불과합니다. 역사적으로 최대 선적량은 약 150만 배럴/일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고속도로는 10차선인데 톨게이트가 3개뿐인 셈입니다. 서울-부산 간 KTX 좌석이 5만 석인데, 서울역 개찰구가 3개뿐인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우디 홍해 루트 핵심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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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총수출량의 약 89%(일 약 620만 배럴)가 호르무즈를 통과합니다. 얀부로 최대한 돌린다 해도 200~300만 배럴이 한계이므로, 약 300~400만 배럴의 수출 공백이 발생합니다. 에너지 분석 기관 Energy Aspects의 리처드 브론즈(Richard Bronze)는 "상쇄 능력과 물류적 과제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하며, 얀부 항이 지속 가능하게 선적할 수 있는 속도가 핵심 제약"이라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얀부에서 아시아로 가려면 홍해를 남쪽으로 내려가 바브엘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해협은 바로 후티(Houthi) 반군의 텃밭입니다. 2024년 후티의 홍해 공격으로 컨테이너 해운이 90% 감소한 전례가 있습니다. 2025년 11월 가자 휴전으로 공격이 잠시 멈췄지만, 이란 공습 직후인 2026년 2월 28일 후티는 공격 재개를 선언했습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돌렸더니 바브엘만데브에서 또 걸리는, 이른바 "초크포인트 스왑(Chokepoint Swap)" 문제입니다. 화재를 피해 뛰어내렸더니 홍수가 기다리고 있는 격입니다.


다만 차이점은 있습니다. 후티의 위협은 비대칭적 괴롭힘에 가깝고, 호르무즈의 IRGC처럼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할 역량은 없습니다. 해군 호위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리스크의 성격이 호르무즈에서는 '물리적 봉쇄'이고 바브엘만데브에서는 '경제적 비용 증가(보험료·운임)'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람코는 이미 3월 3일부터 아시아 구매자들에게 얀부 선적 옵션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얀부항에서 한국으로의 VLCC 운임은 약 2,800만 달러로, 평시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운임(약 1,200만 달러)의 2.3배에 달합니다. 기름은 안전하게 배송하더라도 택배비는 비싸집니다.


(아니! 로켓배송도 아니면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4-4. 기름값 게임의 진짜 승자: 손익분기점의 비밀


그렇다면 유가가 오르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요?

이것을 알려면 각 산유국과 셰일 기업들의 BEP(Breakeven Price, 손익분기유가)를 비교해야 합니다.

BEP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생산 BEP'(원유 1배럴을 뽑는 데 드는 원가)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 BEP'(정부 예산이 균형을 이루는 유가)입니다.


[표 7] 주요 산유국·셰일 생산원가 vs 재정 손익분기유가

image.png 출처: Dallas Fed Energy Survey Q1 2025, IMF Regional Economic Outlook, BNP Paribas, Bloomberg Economic


위 표가 보여주는 그림은 명쾌합니다. 표를 위에서부터 읽어봅시다.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 원가는 배럴당 10~20달러 범위에 몰려 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의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Ghawar)의 추출 비용은 배럴당 약 7달러입니다. 100달러에 기름을 팔면 88달러가 마진입니다.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제 표의 아래쪽으로 가봅시다. 미국 셰일의 풀사이클 BEP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2025년 1분기 83개 E&P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풀사이클 BEP(새 유정을 뚫어서 수익을 내는 데 필요한 유가)는 분지별로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셰일 분지별 손익분기유가 상세]

image.png 출처: Dallas Fed Energy Survey Q1 2025


하프사이클 BEP는 이미 뚫린 유정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고, 풀사이클 BEP는 신규 유정을 시추해서 수익을 내는 데 필요한 유가입니다. 같은 미국 셰일이라도 이글포드($61)와 바켄($70) 사이에 15%의 차이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셰일 BEP는 2014년 $68~90에서 2019~2020년 $46~50으로 약 35% 하락했지만(기술혁신 효과), 2020년 이후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그리고 무엇보다 1등급(Tier 1) 시추 구역의 고갈로 다시 $65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35년에는 $95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좋은 곳부터 파니까, 남은 곳은 점점 비싸지는 것입니다.


캐나다 오일샌드는 $83으로 가장 높습니다. 노천 채굴과 증기 주입 등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표에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 재정 BEP(Break Even Point)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재정 BEP란 산유국들이 국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유가를 의미합니다.


현재 브렌트유 $82보다 재정 BEP가 위에 있으면 그 나라는 적자입니다. 사우디($96), 이라크($90), 이란($124), 바레인($128)이 적자 구간에 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네옴(NEOM) 등 공공투자펀드(PIF) 국내 지출까지 포함하면 사우디의 실질 재정 BEP가 $111에 달한다고 추산합니다. 비전 2030이라는 거대한 꿈의 대가입니다.


OIL BEP.png 그래프의 숫자와 위의 표의 숫자가 맞지 않는 국가가 있으니, 재정 BEP가 마이너스인 국가는 변함없으니 경향성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구조를 봅시다. 유가가 오르면 누가 웃는가?


첫째, 미국 셰일 기업입니다. 풀사이클 BEP $65인데 유가가 $100이면 배럴당 $35의 마진입니다. $120이면 $55. 미국 셰일 기업들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입니다. 베센트의 3-3-3 플랜(GDP 3% 성장, 재정적자 3%, 원유 생산 일 300만 배럴 증산)과 이란 공격이 모순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중동산 원유의 운송비와 보험료가 폭등하면 미국 셰일은 같은 기름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둘째, 카타르와 UAE입니다. 재정 BEP가 $45~50인데 유가가 $100이면 배럴당 $50~55의 재정 흑자입니다. 이 두 나라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셋째, 사우디는 복잡합니다. 생산 원가는 세계 최저이므로 마진은 좋지만, 비전 2030의 천문학적 지출 때문에 재정적으로는 여전히 빠듯합니다. 유가 $100에 겨우 균형, $120부터 진짜 흑자입니다. 고유가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인질이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습니다.


넷째, 이란과 바레인은 어떤 유가에서도 적자입니다. 재정 BEP가 각각 $124, $128인데, 설사 유가가 그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전쟁 피해 복구 비용과 제재 효과를 고려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분명한 패자는 한국, 일본, 인도 같은 에너지 순수입국입니다. 미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이던 1973년에는 유가상승이 미국에도 재앙이었습니다. 그러나 셰일혁명 이후 순수출국이 된 2026년의 미국에게 유가상승은 오히려 이익입니다. 중동의 혼란은 미국 셰일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트럼프가 호르무즈 봉쇄를 "적당히 오래" 방치할 유인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5. 배가 묶여 있다: 보이지 않는 봉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보험이 끊기는 것입니다. 선박 보험을 자동차 보험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표 8] 선박 보험 vs 자동차 보험 비교 (VLCC 선가 1억 달러 기준 / 자동차 3,000만 원 기준)

image.png


표에서 핵심은 오른쪽 열, 전쟁위험보험(War Risk)입니다.


평시에는 선가의 0.01~0.03%에 불과합니다. 1억 달러짜리 VLCC 기준으로 7일에 약 1만~3만 달러. 자동차 보험으로 치면 연 몇 천 원 수준, 커피값에도 못 미칩니다. 그런데 위기가 터지면? 선가의 0.7~1.0% 이상으로 폭등합니다. 같은 선박 기준 7일에 100만 달러 이상. 평시의 30~100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자동차 보험료가 갑자기 30배로 뛰면 어떤 사람이 차를 몰겠습니까? 바로 그 상황이 지금 호르무즈 해협 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없이 차를 몰면 불법이듯, 선박들도 보험 증서 없이는 대부분 항만 입항이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P&I 보험(종합보험)은 전쟁위험담보가 유효해야만 위험 해역 운항을 승인합니다. 즉, 전쟁위험보험이 끊기면 P&I 담보도 무효화되고, P&I가 무효화되면 항만 입항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합니다. 도미노의 첫 번째 조각이 쓰러지면 나머지가 전부 쓰러지는 구조입니다.


2026년 3월 5일 현재, 국제 P&I 클럽 그룹(IG P&I) 12개 회원 중 7개가 페르시아만·호르무즈 인근 해역 진입 선박의 전쟁위험담보를 자동 종료한다는 공지를 발송했습니다. Gard AS, NorthStandard Ltd., London P&I Club, Britannia, Japan P&I Club, West of England, Steamship Mutual이 포함됩니다. 국제 P&I 클럽 그룹은 전 세계 해운의 약 90%를 담보합니다. 그중 7개가 담보를 끊었다는 것은, 전 세계 상선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인근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높은 위험이 있으면 보험가입이 거부됩니다. 보험이 없으면 배가 못 다닙니다. 배가 못 다니면 기름이 안 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미사일 한 발 안 떨어져도, 보험이 끊기는 순간 사실상의 봉쇄가 완성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이란이 노리는 것입니다. Kpler(에너지 데이터 분석기관)의 결론이 정곡을 찌릅니다.


"보험 철수가 물리적 봉쇄가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화물 흐름에 미치는 결과는 사실상 동일하다."


미사일이 쏟아지는 봉쇄를 "하드 봉쇄(Hard Blockade)"라고 한다면, 보험이 끊겨서 배가 못 다니는 상태는 "소프트 봉쇄(Soft Blockade)"입니다. 하드 봉쇄는 군사력으로 해제할 수 있지만, 소프트 봉쇄는 보험사의 리스크 평가가 바뀌어야 해제됩니다. 그리고 보험사는 "뉴스"가 아닌 "실제 무사고 통계"를 보고 재인수 결정을 내립니다.


"군사 승리 = 유가 하락"이 아닌 이유를 심플하게 다음 5단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1단계: P&I 담보 취소 → 전쟁위험보험료 폭등 (현재 진행 중)

2단계: 보험 없는 선박 운항 불가 → 사실상의 소프트 봉쇄 완성 (현재 진행 중)

3단계: 군사 작전 종료 → 미군 "해협 개방" 선언 (수주~수개월 후 예상)

4단계: 무사고 데이터 분기·연 단위 축적 → 보험 요율 인하 시작 (종전 후 3~12개월)

5단계: 보험료 정상화 → 운임 정상화 → 유가 완전 정상화 (종전 후 12~24개월)


과거 사례들은 이를 착실하게 증명합니다. 이란-이라크 탱커전(1984~88)에서는 451척이 피격되고 약 30만 DWT가 침몰했으며, 보험료가 선가의 0.5%까지 치솟았고, 종전 후에도 수개월이 지나서야 정상화됐습니다. 2023~25년 홍해 사태에서는 보험료가 선가의 1%를 넘었고, 후티 공격이 줄어든 뒤에도 평시 대비 6~7배 수준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희망봉 우회(10~14일 추가)가 구조적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는 곧바로 내려오지 않습니다. "전쟁 끝났는데 기름값은 왜 안 내려?"라는 질문이 향후 1~2년간 반복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4-6. 유가가 오르면 내 지갑에는 언제 영향이 올까


유가상승이 일상의 물가에 도달하는 데는 시차가 있습니다. 그 타임라인을 정리합니다.


[표 9] 유가상승의 일상 전파 타임라인

image.png 출처: Dallas Fed, IMF Working Paper


한국 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봅시다. 한국 가구 월평균 교통비는 약 35만 원(이 중 연료비 약 15만 원)입니다. 유가 20% 상승 시 연료비가 약 2.5~3만 원 증가하고, 6개월 후 식료품 등까지 포함하면 월 총 5~8만 원, 연간 가구당 60~100만 원의 추가 부담이 생깁니다.


다만 한국에는 완충 장치가 있습니다. 유류세가 소매가격의 45~50%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30% 올라도 주유소 가격은 15~18% 상승에 그칩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면 체감 상승폭은 더 줄어듭니다.


마키아벨리의 말을 다시 떠올려 봅시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닙니다.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갑을 건드린 자는 용서받지 못합니다.


4-7. 한국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비축유 200일의 진실

한국의 석유 비축량을 정리합니다. 2025년 말 기준입니다.


[표 10] 한국 석유 비축 현황

image.png 출처: 한국석유공사, IEA


200일이면 안심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200일이라는 숫자는 운송, 석유화학, 산업, 발전 등 전체 석유 소비를 포함한 것입니다. 주유소만의 일수가 아닙니다.


둘째, 평시처럼 200일이 아닙니다. 수요 억제 조치가 동반됩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 한국은 속도 제한, 차량 2부제, 에너지 절약 국민운동까지 시행한 선례가 있습니다.


셋째, 유가는 비축유가 줄어들어야 오르는 게 아니라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는 심리만으로도 즉시 반영됩니다.


UAE·사우디 공동비축의 양은 합쳐봐야 5~6일분에 불과하지만,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습니다. 비상시 우선 사용권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중동산 원유가 한국 영토 안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은, 호르무즈가 막혀도 "급할 때 먼저 챙겨줄 관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4-8. K-방산: 전쟁의 반대편에 서 있는 기회


이제 투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2022년 UAE가 천궁-II를 35억 달러(약 4.3조 원)에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이란 공습 시 두바이 상공에서 이 천궁-II가 실전에서 활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개 포대가 중저고도 세이프티넷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뉴스에 따르면 총 95%가 넘는 요격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미국과 함께 한국산 방공 무기가 중동의 하늘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천궁-II의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봅시다. 세 가지 핵심 차별점을 짚겠습니다.


[천궁-II vs 패트리엇 PAC-3 vs THAAD 비교]

image.png 출처: Jane's Defence, 미래에셋증권 K-방산 리포트


첫째, 가격입니다. 천궁-II 미사일 1발의 추정 단가는 약 17억 원으로, 패트리엇 PAC-3 MSE(약 50억 원)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1개 포대 기준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더 극적입니다. 천궁-II 1개 포대(발사대·레이더·지휘차량 포함)의 추정 가격은 약 3,500억 원인데, 패트리엇 1개 포대는 약 7,000억 원 이상, THAAD는 1.5조 원을 넘습니다. 방공 시스템을 새로 갖추려는 중동 국가 입장에서, 같은 예산으로 천궁-II를 사면 패트리엇의 2배, THAAD의 4배 이상의 포대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성능입니다. 콜드론칭(Cold Launching)은 천궁-II의 핵심 차별점입니다. 미사일이 발사관에서 압축공기나 가스 발생기에 의해 먼저 수직으로 사출된 뒤, 공중에서 로켓 엔진이 점화되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갑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360도 전방위 교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패트리엇이나 THAAD의 핫런치 방식은 발사 시 로켓 엔진이 즉시 점화되므로, 발사 방향이 제한되고 발사대를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핫런치는 앞만 보며 쏘는 골리앗이고, 콜드론칭은 360도 회전하는 터렛미사일입니다.


(아차, 이건 스타크래프트라는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를 아셔야 이해가 되는데…)


골리앗과 터렛.png 좌 골리앗 / 우 터렛



셋째, 수출 자유도입니다. 이것이 어쩌면 가격보다 더 큰 장점입니다.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Foreign Military Sales, FMS)을 받아야 하고, 납기가 3~5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현재 패트리엇 주문 대기열은 2030년대까지 밀려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천궁-II는 한국이 독자 수출권을 가지고 있어 구매 결정에서 인도까지의 과정이 훨씬 빠릅니다. "지금 당장 방공이 필요한" 중동 국가에게 이것은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032년 천궁-II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세계 시장 점유율 27.5%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패트리엇(24.9%)과 러시아 S-400(20.6%)을 모두 추월하는 수치입니다. 한국산 방공 무기가 세계 1위를 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봅시다. 천궁-II 단독이 아니라 "한국형 다층 방공 패키지"로의 확장 가능성입니다.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 시스템(아이언돔-David's Sling-Arrow-THAAD)이 이번 전쟁에서 위력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중동 모든 국가가 "우리도 다층 방공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은 천궁-II(중고도)에 더해,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 고고도, 개발 완료 단계), 비궁(휴대용 단거리, 저고도)을 조합한 3층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 "K-Iron Dome" 패키지의 가격 경쟁력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시스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입니다.


타이밍에 다시 한번 주목합시다. 이란 공습날인 2월 28일에서 공교롭게도 불과 이틀 전인 2월 26일에 강훈식 특사가 UAE에 방문하여 방산 분야 350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의 협력 사업을 확정하고, "방산 협력 프레임워크 MOU"를 체결했습니다. 거기에 300억 달러 투자 협력 재편까지 합의, 총 650억 달러(약 93조 원) 규모입니다. (거의 FAKER급 타이밍)


93조 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을 잡아봅시다. 한국의 2025년 국방예산이 약 62조 원입니다. UAE 한 나라와의 단일 딜이 한국 국방예산의 1.5배입니다. 삼성전자의 2024년 매출이 약 300조 원이니, 삼성전자 매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K-방산이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수출 기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4-9. 전쟁 수혜 섹터와 피해 섹터

섹터별로 분쟁 후 평균 수익률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 지정학 충격 후 섹터별 수익률]

image.png 출처: Deutsche Bank Research, S&P Global, LPL Financial Research


[표 11] 이란전쟁 수혜·피해 섹터 종합 정리

image.png


K-조선·LNG선도 주목할 만합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중동 대체 경로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한국 조선 3사가 글로벌 LNG선의 70% 이상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약 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3~4년 치 일감)이며, 발주에서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므로 2028~2029년 매출이 보장된 상태입니다.


원전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UAE 바라카 4기 가동, 사우디 원전 입찰, 체코 두코바니 우선협상까지, 중동과 유럽에서 동시에 성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야 할 것도 명확합니다. 유가 민감 내수주(항공사, 화학, 운송업)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대한항공의 항공유는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며, 유가 10% 상승 시 영업이익이 약 1,500~2,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석유화학 업종(LG화학, 롯데케미컬 등)도 납사 가격 상승으로 마진 압박이 지속될 것입니다.


(레진 개발하시는 분들 어쩔… ㅠ.ㅠ)


그리고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뉴스에 흔들려 공포에 팔고, 공포가 좀 줄면 다시 공포에 사는" 감정적 루프입니다.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4-10. 실전 체크리스트: 투표자가 아니라 저울을 다는 사람이 되자


전쟁 뉴스에 반응하는 것과 전쟁의 구조적 영향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이란이 미사일을 쏘았다는 뉴스에 방산주를 사서 다음 날 팔 수도 있고 중동 전역의 방공 재고 보충 수요가 2~3년간 구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중장기 포지션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들 단기 투자보다는 추세추종이나 가치투자가 확률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확고한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분석했으며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그 종목을 택했는가입니다.


[실전 포지션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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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은 말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투표 기계(voting machine)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weighing machine)이다." 뉴스에 반응하는 것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고, 구조를 분석해서 포지션을 잡는 것은 저울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우리는 투표자가 아니라 저울질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네 번째 질문, 한국과 내 포트폴리오의 이야기였습니다. 호르무즈의 보험 도미노부터 K-방산의 93조 원까지, 숫자 속에서 기회와 위험의 좌표를 읽어보았습니다.


이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더 큰 질문을 던져봅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전쟁에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꼭 물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계획, 그러니까 이 전쟁의 전제 자체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폭격만으로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미국의 바람대로 이란의 레짐은 바뀔 수 있는가?


질문 5. 전쟁으로는 정권을 바꿀 수 없다


5-1. 공습으로 정권이 무너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다음은 덕왕의 생각을 바탕으로 구성한 시나리오의 한편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봐주십시오.


트럼프의 전략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역사상 공습만으로 정권이 무너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감상이 아니라 군사역사(軍事史)의 팩트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은 독일에 약 270만 톤의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함부르크, 드레스덴, 쾰른이 폐허가 됐습니다. 드레스덴 폭격(1945년 2월)에서만 민간인 약 25,000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럼에도 나치 독일은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이 항복한 것은 소련군이 베를린에 진입하고 히틀러가 자살한 뒤였습니다. 공습이 아니라 지상군이 수도를 점령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1945년 3월 도쿄 대공습에서 하룻밤에 약 1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67개 도시가 소이탄으로 불탔습니다. 그래도 일본은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두 발이나 투하된 뒤에야, 그것도 소련이 만주를 침공한 뒤에야 일왕이 항복을 결정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사용하고도, 지상 위협이 없었다면 항복했을지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좀 더 최근 사례를 봅시다. 미국과 NATO는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 세르비아에 78일간, 38,000회 출격, 23,000발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을 퍼부었습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러시아 중재와 NATO 지상군 투입 위협이 가시화된 뒤에야 철수했고, 밀로셰비치 본인은 2000년 선거에서 국민에 의해 축출됐습니다. 공습이 아니라 선거가 정권을 교체한 것입니다.


예멘은 더 직접적인 비교 대상입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부터 후티 반군에 대해 수년간 공습과 7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예멘은 이란의 4분의 1도 안 되는 면적에 3분의 1 인구의 작은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후티 정권은 건재합니다. 오히려 공습이 예멘 민간인 사망자를 15만 명 이상 양산하면서, 후티는 이를 "외세의 침략에 대한 저항"으로 프레이밍 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했습니다.


이란은 면적 164만 km²(한반도의 7.5배), 인구 약 9,000만 명, 세계 17위의 경제 규모(PPP 기준). 자체 무기 생산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개발도상국 중 하나이며, 수천 년의 문명사를 가진 자존심 강한 민족입니다.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페이프(Robert Pape) 교수는 「Bombing to Win」에서 1917년부터 1991년까지 40개 전략 폭격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 "공중 폭격만으로 전쟁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더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공중 폭격만으로 긍정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사례는
미국 역사에 한 번도 없다. 단 한 번도."


왜 그럴까요? 이유는 인간 심리의 역설에 있습니다. 외부의 폭격은 국민을 정권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대 그들"이라는 집단 정체성을 강화합니다. 심리학에서 "깃발 효과(Rally 'round the flag)"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런던 대공습(The Blitz) 당시 영국인들의 사기가 오히려 올라간 것이 대표적이며, 처칠은 이 현상을 활용하여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들판에서 싸울 것이며,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연설로 국민 결속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란에서도 미국의 폭격 직후 "I love Trump"를 외치는 젊은이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메네이 사망이 이란 내부에서 "순교"로 프레이밍 될 경우, 반미 감정이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5-2. "해방"의 역설: 중동에서 미국의 성적표


더구나 공습뿐 아니라 일반적 전쟁으로도 서방세계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온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중동에서 미국의 정권 교체 성적표를 솔직하게 매겨보면 F학점입니다. 이 빅맥에 콜라만 드시는 아저씨는 아무리 재수강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표 12] 미국의 중동 정권 교체 성적표

image.png 출처: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Brown University Costs of War Project, CFR 종합


1953년 이란 모사데크 정권을 CIA가 전복시킨 뒤 이란에 온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팔레비 독재였고, 그 독재가 26년 뒤 이슬람 혁명을 낳았습니다. 지금 미국이 공격하고 있는 이란의 신정 체제는 미국이 1953년에 심은 씨앗에서 자라난 나무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도 CIA가 키웠던 사람입니다)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뒤 온 것은 자유가 아니라 종파 내전과 ISIS였습니다. 브라운대학교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라크전의 총비용은 직접 재정 지출만 약 2조 달러, 간접 비용까지 합치면 약 3조 달러에 달합니다.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약 18만~2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시아파에게 "봉기하라(Rise up)"고 호소했습니다. 시아파 남부와 쿠르드 북부가 실제로 봉기했지만, 미군은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사담은 이틀 만에 봉기를 진압하며 수천 명을 학살했습니다. 34년이 지난 2026년, 트럼프가 이란 국민에게 "작전이 끝나면 정부를 장악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34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고, 결과는 학살이었습니다.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 제거 후에는 군벌 할거와 난민 위기가 왔습니다. 리비아는 사실상 국가의 형태를 잃었고,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가는 통로가 되어 2015년 유럽 난민 위기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 "리비아 개입 이후의 계획이 없었던 것이 재임 중 가장 큰 실수"라고 인정했습니다.


"해방"을 명분으로 시작된 전쟁이 실제로 해방으로 귀결된 사례가 중동에서 있었던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역사적 사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5-3. 왜 폭격으로 민주주의를 세울 수 없는가: 뚫을 수 없는 네 개의 벽


트럼프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왜 중동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민주주의가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곳에는 너무 두꺼워서 뚫을 수 없는 네 개의 벽이 서 있습니다.


첫 번째 벽: 세금을 안 걷는 나라에서는 국민이 정부에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공짜로 주는 사람한테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이 '렌티어 국가(Rentier State)'의 핵심입니다. 석유 수입으로 정부가 돌아가니 세금을 걷을 필요가 없고, 세금을 안 걷으니 국민이 "내 세금 어디 쓰냐"고 물을 이유가 없습니다. 래리 다이아몬드(스탠퍼드대)의 표현을 빌리면, "석유의 저주 — 시민에게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으면, 정치체에는 책임을 요구하는 유기적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사우디·UAE·카타르의 시민들은 소득세도 없고, 교육도 무료이며, 주거 보조금까지 받습니다. "민주주의를 달라"는 요구보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현상 유지가 압도적으로 강한 구조입니다.


브랜다이스대학의 2024년 연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걸프 산유국들은 자국 안정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의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방해합니다. 2011년 바레인 시위를 사우디-UAE 군이 직접 진압한 것, 2013년 이집트 군부 쿠데타를 걸프 자금이 지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웃 나라에 성공적인 민주주의가 들어서면 자국 내 민주화 요구를 자극할 것이 두려워, 민주주의보다 국가 붕괴를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벽: 표를 찍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부족장입니다.

14세기 아랍의 대학자 이븐 할둔(Ibn Khaldun)이 아랍세계의 사회적·정치적 결속을 명명한 '아사비야(Asabiyyah)'는 부족·씨족·종파에 대한 충성이 국가보다 강한 현상을 뜻합니다. 회사에 비유하면, 직원들이 사장 말보다 각자 출신 학교 선배 말을 더 듣는 조직입니다. 이라크에서 사담 이후 민주주의가 아니라 ‘무하사사(Muhasasa, 종파별 권력 나눠먹기)’가 자리 잡은 것, 리비아에서 카다피 이후 부족 간 분열이 폭발한 것, 예멘에서 하시드·바킬 부족 연합이 중앙 정부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모두 같은 뿌리입니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 한 표"를 전제로 하지만, 부족 사회에서 표는 씨족 장로가 결정합니다.


세 번째 벽: 식민지 시절에 그어진 국경선 안에서 국민의식이 자랄 시간이 없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분할하기 위해 졸속으로 진행한 1916년 사이크스-피코 협정의 직선 국경은 종파·부족·언어의 자연적 경계를 무시했습니다. 자로 줄을 긋듯이 나라를 만든 것입니다. 프랑스는 시리아에서 소수파 알라위파를 군부에 앉히고, 영국은 이라크에서 소수파 수니파에게 권력을 줬습니다. 독립 이후에도 이 식민지적 구조가 군사 독재의 형태로 계승되어 끊임없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 벽: 보안 기구가 너무 강하고, 너무 부유하고, 너무 개인적입니다.

에바 벨린(브랜다이스대)은 중동의 보안 기구(군·경찰·비밀경찰)가 민주화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석유 수입으로 보안 기구의 재정이 풍부할 것, 서방 강대국의 후원이 지속될 것, 군·경찰이 제도적으로 된 시스템이 아니라 지도자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는 세습적 구조일 것, 국민의 조직적 동원 능력이 낮을 것. 이 네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민주화는 구조적으로 봉쇄됩니다.


이란에는 이 네 개의 벽에 더해 고유의 다섯 번째 벽이 있습니다. ‘벨라야트 에 파키(Velayat-e Faqih, 이슬람 법학자의 통치)’입니다. 최고지도자가 사법부·언론·군대·수호위원회의 절반을 임명하고, 수호위원회는 모든 후보자와 법안을 심사(사실상 거부권)하며,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회의의 후보를 수호위원회가 심사합니다. 즉, 자기가 임명한 기관이 자기를 뽑는 기관을 걸러내는 완벽한 순환 논리입니다. 회사 사장이 이사회를 임명하고, 그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구조에서 민주적 교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아랍의 봄(2010~2012)을 생각해 봅시다. 이 당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예멘, 바레인에서 동시다발적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결과는 참담합니다. 이집트는 민주 선거 1년 만에 군부 쿠데타(걸프 자금 지원)가 일어났고, 리비아는 국가가 완전히 해체되었으며, 시리아는 5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예멘은 지금도 내전 지속되고 있으며, 바레인은 사우디-UAE 군이 들어가 직접 무력으로 진압했습니다. 유일한 성공 사례였던 튀니지에서는 2021년 사이에드 대통령이 의회를 정지시키고 반대파를 투옥하며 2024년 투표율 28.8%에 90.7% 득표라는 기이한 결과를 만들어내며 또 다른 독재를 탄생시켰습니다.


6개국 중 민주주의 전환에 성공한 나라는 처음에 1개(튀니지)였고, 지금은 제로입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네 개의 벽이라는 구조적 이유 때문입니다.


이 벽들을 단순히 폭격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콘크리트 벽을 주먹으로 허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5-4. 구심점 없는 이란: "누구에게 줄 것인가"가 아니라 "줄 사람이 없다"


군사적 승리와 정치적 승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라크전의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2003년 미군은 21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습니다. 완벽한 군사적 승리였습니다. 그런데 미군 점령 당국의 폴 브레머 행정관이 "탈바스당화(De-Baathification)" 명령을 내려 바스당 소속 관료·군인·경찰·교사 등 약 40만 명을 한꺼번에 해고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직업, 수입, 사회적 지위를 잃은 40만 명의 분노한, 무기 사용법을 아는 남자들이 거리에 쏟아졌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반군으로 합류했고, 훗날 ISIS의 핵심 인력이 됐습니다. ISIS의 군사 전략을 설계한 인물들 중 다수가 전직 이라크 정규군 장교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란에서도 같은 위험이 존재합니다. 이란에는 "하메네이 이후 누구?"라는 질문에 답할 사람이 없습니다.

IRGC(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대가 아닙니다. 이란 경제의 10~50% 이상을 장악한 거대 기업집단이기도 합니다. 건설 대기업 카탐 알-안비아, 120개 이상의 본야드(재단) 네트워크가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모빈 트러스트를 통해 국영 통신사의 51%를 78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금융·석유·암호화폐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석유·가스 수입의 51%(약 120억 유로)가 군 예산으로 직접 배정됐습니다. CFR(미국 외교협회)의 단언이 정확합니다. "IRGC가 곧 체제다. (The IRGC IS the regime)"


그런데 이번 공습으로 이 조직의 머리가 잘렸습니다. IRGC 총사령관 살라미, 쿠드스군 사령관 카아니, 국방장관 나시르자데, 안보 핵심 인물 샴카니 등이 대거 사망했고, 수천 명의 병력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머리를 잃은 거대 경제·군사 조직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후계 구도도 불안합니다. 전문가회의가 IRGC의 압력 하에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56세)를 후계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아버지에서 아들로의 세습은 혁명이 타도한 팔레비 왕정의 판박이입니다. 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린 나라에서 세습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트럼프는 "작전이 끝나면 정부를 장악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장악하라는 것인지가 빠져 있습니다.


망명 중인 반체제 세력을 봅시다. 레자 팔레비 2세(마지막 샤의 아들)는 2025년 11월 네덜란드 여론조사에서 지지 33%, 반대 33%입니다. 어떤 인물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합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토론토·LA·뮌헨에서 35만 명 규모 집회를 열고 180일 전환 계획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왕정을 타도한 혁명의 나라에서 왕세자가 민주 혁명을 이끄는 역설은 근본적 한계입니다. MEK(무자헤딘 에 칼크)는 이란-이라크 전쟁 때 사담 편에 섰던 전력 때문에 국내 지지가 사실상 제로이며, 미 국무부와 랜드연구소 모두 "실행 가능한 민주적 대안이 아니다"라고 평가합니다. 왕정파, 공화파, 좌파, 소수민족 운동 간의 분열은 깊습니다.


이란 내부의 시위 역량은 어떨까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여성, 생명, 자유" 시위는 전국 31개 주, 150개 이상 도시로 확산된 1979년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진압됐습니다.


스페인 왕립 국제관계연구소의 분석이 핵심을 찌릅니다.

"통일된 지도부도, 일관된 프로그램도, 엘리트 내부 분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2025년 12월~2026년 1월 봉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국 31개 주, 100개 이상 도시에서 터졌지만, 통일된 조직 구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향후 선거 과정이 만들어지더라도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이어지려면 수년간의 육성이 필요하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다음과 같이 경고합니다.


"정권 교체의 가장 큰 위험은 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에 오는 혼란이다.
독재자를 제거하는 것은 며칠이면 가능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5-5. 악몽의 시나리오: 핵폭탄 든 여포


여기서 투자자라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악몽의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바로 이란 중앙 정부가 완전히 붕괴하고, 이라크식 또는 리비아식 군벌 할거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IRGC의 잔존 세력, 소수민족 무장 단체(쿠르드, 발루치, 아랍), 지방 군사 조직 등이 각자의 세력권을 나누어 가질 것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reclureclureclur.png 아! 본좌가 활약했던 삼국지 시대의 브금이 들리는 듯하구려


삼국지연의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 장면이 익숙할 겁니다. 본좌가 활약하던 후한 말기, 중앙 조정이 무너진 뒤 벌어진 일을 떠올려 보십시오. 동탁이 소제를 폐하고 헌제를 세우며 권력을 찬탈했고, 여포는 천하무적의 무력을 가졌지만 그 무력이 향할 주인을 수시로 바꿨습니다. 원소, 원술, 조조, 유비, 손권. 수십 명의 군벌이 천하를 쪼개어 먹으며 수십 년간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백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란이 여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농축 우라늄이 있다는 것입니다. 삼국지의 여포가 방천화극만 들고 있어도 천하가 벌벌 떨었는데, 만약 여포가 핵폭탄을 들고 있었다면? 낙양을 불태우면서 핵무기까지 들고 나왔다면? 그냥 그날로 세계평화는 아디오스입니다.


IAEA 보고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공습으로 주요 핵 시설이 파괴됐다고는 하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수십 개의 분산된 시설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일부 농축 물질이 파괴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가능성을 0%로 놓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중앙 통제가 사라진 상태에서 군벌 중 하나가 이 농축 우라늄을 확보한다면? 그리고 그 군벌이 이스라엘에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삼국지에서 여포가 어느 편인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이란의 여포가 그 핵물질을 어디로 던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의 진정한 공포는 물리적 피해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어느 나라를 공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게 됩니다. 국가 대 국가의 전쟁에서는 보복 대상이 명확합니다. 그러나 무너진 국가의 군벌이 공격 주체라면? 이란이라는 국가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데, 누구를 향해 보복해야 합니까?


이것은 핵 억지(Nuclear Deterrence)의 근본 전제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억지란 "네가 쏘면 나도 쏜다"는 상호확증파괴(MAD)에 기반합니다. 보복할 대상이 분명해야 작동하는 논리입니다. 국가가 사라진 자리에 군벌만 남으면, 이 논리 자체가 증발합니다.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핵 억지력, 이른바 '삼손 옵션(Samson Option)'은 "내가 멸망직전까지 가면 공격한 국가와 함께 동귀어진(同歸於盡)하겠다"는 전략인데, 파괴할 국가 자체가 없다면 그 위협은 공허해집니다.


선례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유출 가능성은 냉전 이후 미국 안보 기관의 가장 큰 악몽 중 하나였습니다.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A.Q. Khan) 네트워크는 실제로 이란, 리비아, 북한에 핵 기술을 유출했습니다. 만약 이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군벌이나 비국가 행위자라면, 중동 전체가 핵의 공포 속에 놓이게 됩니다.


여기에 지형적 현실이 더해집니다.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극도로 어렵습니다. 서쪽에 자그로스 산맥(최고봉 4,409m), 북쪽에 엘부르즈 산맥(최고봉 5,610m), 남동쪽에 발루치스탄 사막이 자연 방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해안선 상륙은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수로와 이란 해안 대함 미사일의 사정권 때문에 대규모 양륙 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라크 침공 때처럼 쿠웨이트에서 평야를 따라 진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란의 면적은 이라크의 3.8배이고, 인구는 2.5배입니다.


iran.png 이란 국토 자체가 천혜의 요새. 게임맵도 이렇게 만들며 욕먹음


트럼프가 "지상군을 보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이런 군사적 현실의 인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상군 없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역사가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는 일이고, 공습만 하고 떠나면 남는 것은 혼란이며, 그 혼란 속에서 농축 우라늄이 떠돌면 중동 전체의 안보 구조가 뒤흔들립니다.


이것이 트럼프의 지금 작전이 가진 가장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입니다.


5-6. 그럼에도 이번이 다를 수 있는 이유


하지만 위의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과거와 다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은 지상군을 보내지 않겠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라크의 비극은 점령과 통치에서 시작됐습니다. 때리기만 하고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면, 최소한 이라크식 참사의 반복은 피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란의 젊은 세대는 실제로 변화를 원합니다. 2017년, 2019년, 2022년, 2025~26년 네 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이를 증명합니다.


셋째,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은 과거보다 취약합니다. 37년의 구심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고, 개혁파가 목소리를 낼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넷째, 가장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더 이상 세상과의 연결을 끊을 수 없습니다. 1953년의 이란, 2003년의 이라크에서는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국민은 캄캄한 정보의 암흑 속에 갇혔습니다. 2026년은 다릅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란 공습 직후 이란 국민을 향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의 전면 개방을 약속했습니다. 이란 정부가 지상의 인터넷 케이블을 끊어도, 하늘에서 정보가 내려옵니다. VPN, 텔레그램, 시그널.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율은 4%까지 떨어졌지만, 스타링크가 열리면 그 4%의 벽마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란이라는 나라의 독특한 DNA를 짚어야 합니다. 이란은 중동에서 드물게 투표로 대표자를 뽑는 나라입니다. 수호위원회의 후보 검증이라는 필터가 있어 진정한 자유선거와는 거리가 있지만, 적어도 투표라는 행위, 국민이 참여하여 대표를 선택한다는 경험 자체는 이란 국민에게 익숙합니다. 사우디, UAE, 카타르에서는 투표함이라는 것 자체를 본 적이 없는 시민이 대부분입니다. 이란은 다릅니다.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팔레비 왕조 시절의 이란은 중동의 그 어떤 나라보다 서구 문명을 깊이 경험한 나라였습니다. 1960~70년대 테헤란의 거리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걸어 다녔고, 대학에서는 서양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으며,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됐습니다. 1979년 혁명이 그 모든 것을 뒤집었지만, 문명의 기억이라는 것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한 번 맛본 자유의 맛은 솜사탕보다 달콤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 법입니다. 이란의 젊은 세대가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던지며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것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그 달콤한 맛을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집트의 젊은 세대도 변화를 원했고 SNS로 소식을 전했으며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바라크를 끌어냈지만 결과는 1년 뒤 군부 쿠데타였습니다. 리비아에서도 카다피를 끌어냈지만 결과는 국가 해체였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국민"과 "민주주의의 정착"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앞에서 분석한 네 개의 벽은 변화의 욕구만으로는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은 거대합니다. 이란이 이라크가 될 수도, 동유럽처럼 평화적 전환을 이룰 수도, 리비아처럼 분열될 수도 있습니다. 그 어느 쪽이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5-7. 국제사회의 고립


트럼프의 이란 전략에는 군사적 문제 외에 또 하나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미국의 동맹국 중 어느 나라도 이 전쟁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자제를 촉구한다"는 외교적 표현으로 거리를 두었고, NATO 사무총장은 "NATO는 이 작전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일본, 한국, 호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도 직접적인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의 대미 외교 관계가 냉각되면 무역·기술 협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유럽이 독자적인 방위력 강화(Strategic Autonomy)를 가속화하면 이것은 유럽 방산주와 K-방산의 수혜 요인이 됩니다. 유럽이 미국산 무기의 대안을 찾을 때, K-방산이 부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8. 트럼프에게 남은 시간: 2026년 중간선거라는 시계


정치는 결국 시간의 게임입니다. 트럼프에게는 2026년 11월 중간선거라는 시계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전쟁 초기에 지지율이 급등합니다. 조지 H.W. 부시는 걸프전 직후 89%까지 치솟았고, 조지 W. 부시는 9·11 이후 90%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효과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부시 시니어는 걸프전 승리 18개월 뒤인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에게 패배했습니다. 89%의 지지율이 18개월 만에 37%까지 떨어진 것입니다.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클린턴 캠프의 슬로건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전쟁의 영광은 잊혀지고, 경기 침체와 실업이 유권자의 기억에 남은 것입니다.


트럼프에게도 같은 시계가 작동합니다.

이란 전쟁이 수주~수개월 내에 깔끔하게 종결되고, 유가가 안정되고, 경제에 타격이 없다면 → 중간선거에서 "강한 대통령" 이미지가 깃발 효과와 결합되어 공화당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치솟고, 물가가 오르고, 미군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It's the economy, stupid"프레임이 다시 작동하고,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으면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은 레임덕이 될 것입니다.


중간선거의 심판대 위에 올라갈 것은 결국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주유소 게시판의 숫자일 것입니다. 이것이 트럼프가 지상군을 절대 보내지 않을 가장 강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사적 성과를 극대화하고, 그 성과를 중간선거에 써먹어야 합니다. 시간이 트럼프의 편이 아닙니다.


5-9. 투자자에게 남은 질문: 불확실성과 함께 사는 법


트럼프의 계획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솔직히, 트럼프 본인도 모를 것입니다. "어떤 작전 계획도 적과의 최초 접촉 이후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프로이센의 헬무트 폰 몰트케 원수의 말은 16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러나 투자자는 반드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지 소로스나 짐 로저스 같은 예측에 귀신인 거시경제 투자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예측이 아닌 대비로도 충분합니다.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를 아는 것과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미래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가 이 글에서 해온 것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미래들에 대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세운 것입니다.


시나리오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정리합니다. 독자 여러분 각자가 깊은 생각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시나리오 A: 단기 종결 + 친서방 정권 탄생 (낙관)

공습이 수주 내 종결되고, 이란 내부 개혁파가 주도권을 잡아 친서방 또는 온건 정권이 등장합니다. 핵 협상 재개, 유가 안정, 제재 해제. 역사적으로 가장 드문 시나리오이지만, 이란의 젊은 세대와 하메네이 부재, 그리고 스타링크로 열린 정보의 창이 변수입니다.


시나리오 B: 장기 교착 + 저강도 분쟁 (기본 시나리오)

이란 정권이 약화되지만 붕괴하지는 않습니다. 모즈타바 체제가 형성되나 불안정합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수개월간 유지되고,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됩니다.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 C: 이란의 리비아화 (비관)

중앙 정부가 붕괴하고 군웅할거 상태가 됩니다. 핵폭탄을 든 여포가 등장하는 악몽입니다. 농축 우라늄의 통제 불능 가능성, 주변국으로의 난민 유출, 중동 전역의 불안정 확대. 투자자에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 D: 확전 (극단)

이란의 보복이 예상보다 격렬해지거나 중국·러시아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갈등이 지역 전쟁으로 확대됩니다. 호르무즈 장기 봉쇄, 유가 150달러 이상,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은 낮지만 영향은 가장 극단적입니다.


이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상편에서 정리한 레짐 체크리스트가 판단의 작은 나침반은 되어줄 것입니다.


레짐 전환 모니터링 체크리스트: 최종 실전 가이드


체크 1: 유가와 인플레이션

— 브렌트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뒤 4주 이상 그 위에 머무르고 있는가?

— 미국 CPI 전년비 상승률이 4%를 넘어서고 있는가?

— 5년물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BEI)이 3%를 상회하는가?

→ FRED에서 'T5YIE'로 검색하면 무료로 확인 가능


체크 2: 중앙은행 반응

— 연준이 기존에 예고했던 금리 인하 경로를 중단했는가?

— 주요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매파적 태도로 전환하고 있는가?

→ FOMC 성명서와 의사록, 연준 의장 기자회견 톤에 주의


체크 3: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 미국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가 500bp를 넘어서고 있는가?

— 주요 은행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있는가?

— 달러 유동성 지표(FRA-OIS 스프레드 등)에 이상 신호가 있는가?

→ FRED에서 'BAMLH0A0HYM2'로 HY 스프레드 확인 가능


체크 4: 밸류에이션과 시장 포지셔닝

— S&P500의 12개월 선행 PER이 25배를 넘는 상태에서 충격이 왔는가?

— VIX가 30을 넘어 40으로 향하고 있는가?

→ 구글링으로 확인 가능


추가 체크: 원유 선물 커브

— 백워데이션이 유지되는 한 시장은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콘탱고로 전환되면 경고 신호입니다.

→ CME 그룹 웹사이트나 인베스팅닷컴에서 브렌트·WTI 선물 커브 무료 확인


체크리스트가 "아직 이벤트형이다"를 가리키는 동안은 견디거나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하나씩 깨지기 시작하면 포지션을 줄이고 현금·안전자산을 확보하여 방어 모드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이번 전쟁은 1970년대형 레짐 체인지보다는 역사적으로 반복된 "이벤트형 지정학 충격" 쪽에 더 가깝습니다. 체크리스트 4개 조건 중 3.5개가 통과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의 전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 봉쇄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 전제가 깨지면 모든 분석을 다시 해야 합니다.


워런 버핏의 말을 빌리면,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라." 하지만 그 전제는 "두려움이 가격만 바꾸는 상황"일 때입니다. 두려움이 구조까지 바꾸는 상황에서는 버핏도 현금을 쌓았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 모든 숫자와 체크리스트를 지나쳐 가면서, 한 가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떠나기 직전 뒤를 돌아보며 찍은 사진 한 장. 60억 km 밖에서 바라본 지구는 흩어진 햇빛 줄기 사이에 걸린 먼지 한 톨보다도 작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그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저 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pale blue dot.png 덕왕은 이 사진을 참 좋아합니다


저 아무것도 아닌 작은 점 위에서, 우리 인류는 참으로 긴 시간을 함께 살았습니다. 사랑하고, 다투고, 죽이고, 다시 구원하는 역사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제국이 일어서고 무너지는 사이에 이름 없는 사람들이 밭을 갈고 아이를 키우고 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별들 중 하나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미한 점 위의 일인데, 그 점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에게는 전부입니다.


유가 차트의 한 틱(tick) 뒤에는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 방산주의 수주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누군가의 하늘에 미사일이 더 날아다닌다는 것. 그리고 "전쟁 수혜 섹터"라는 단어 자체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서글픈 인류의 역설이라는 것.


이란 국영 언론과 이란 적신월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최소 200명이 넘는 사망자와 7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남부 호르무즈간주 미납(Minab) 시의 '샤자라 타이이바' 여자 초등학교가 공습을 받아 최소 150~165명의 학생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친 것입니다.


그 아이들은 지정학도, 핵 협상도, 3-3-3 플랜도, 포트폴리오 전략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친구가 있고, 수업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엄마가 해준 밥을 먹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모습은, 그 어떤 종교의 신도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아이들을 추모합니다.


Iran holds mass funeral for girls, staff killed in US-Israel school at.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우리의 삶은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공포를 다루는 것. 뉴스의 강도가 아니라 숫자의 변화를 보는 것. 가격의 변동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를 판별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분석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고통을 잊지 않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일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는 곳이 다르다고, 사상이 다르다고,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그들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냉정하되 냉소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투자에 있어서도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유일한 차이이자,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 숫자의 노예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의 자산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산만큼 모두의 생명도 소중하니까요.


하아아… 끝났습니다. 원래라면 2~3주에 걸쳐 쓸 분량을 한편에, 그것도 상하편을 연이어 쓰니 체력이 방전되었습니다. 한주만 쉬어가겠습니다. ㅠ.ㅠ


혹시 의자에 앉아 기운 없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가여운 사람을 보면 덕왕이려니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격려해 주십시오.


오늘도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한송이 국화꽃.jpg 부디 두렵지 않은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엄백호 냉큼.jpg 역시 새벽까지 한 번에 쓰느라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모두 덕왕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


[전쟁·공습 관련]

— CNN, Reuters, AP, BBC: 2026년 2월 28일 이란 공습 관련 실시간 보도 및 후속 기사

— 트럼프 대통령 성명: "Operation Epic Fury" 공식 발표, 이란 국민 대상 연설 (2026.2.28)

— 이스라엘 방위군(IDF) 공식 성명: "Operation Roaring Lion" (2026.2.28)

—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이란 미사일·방공 역량 분석 보고서

— 미국 외교협회(CFR):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의 영향 측정

—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트럼프의 이란과의 전쟁 — 심각한 위험과 제한적 이점

— Robert Pape, 「Bombing to Win: Air Power and Coercion in War」 (Cornell University Press): 전략 폭격 40건 분석

— 크리스 머피 미국 상원의원: 공중 폭격과 정권 교체에 관한 발언


[역사적 전쟁·기습 사례]

— 2차 세계대전 전략 폭격 통계: Eisenhower Presidential Library, USAAF Strategic Bombing Survey

— 이라크전 탈바스당화 정책: CPA Order Number 1, 2003.5.16 — Brown University, Costs of War Project: 이라크·아프간 전쟁 총비용 추산

— 리비아 개입 사후 분석: 오바마 대통령 인정 발언 (The Atlantic 인터뷰, 2016), CFR 종합

— 걸프전 시아파 봉기 에피소드: CIA 기밀해제 문서, 의회 증언 기록

— 나관중, 「삼국지연의」: 후한 말기 군벌 할거 비유 참조


[중동 민주화·구조적 장벽]

— 이븐 할둔(Ibn Khaldun): 「무캇디마(Muqaddimah)」 — 아사비야(부족 충성) 개념

— Beblawi & Luciani (1987): 「The Rentier State」 — 렌티어 국가 이론

— Larry Diamond (스탠퍼드대): "석유의 저주"와 민주주의 억제 메커니즘

— Eva Bellin (브랜다이스대): 강압 기구 이론 — 중동 민주화 예외 분석

— Brandeis University (2024): "New Rentierism" — 걸프 국가의 주변국 민주화 방해 — Journal of Democracy: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 실패 분석

— Real Instituto Elcano (스페인 왕립 국제관계연구소): 이란 시위 분석 — "통일된 지도부 부재"


[이란 정치 체제·권력 승계]

— CFR: 이란 혁명수비대(IRGC) 경제적 영향력 분석 — "IRGC IS the regime"

— CNN, CNBC: 하메네이 사망 및 모즈타바 후계 관련 보도

— 미국 재무부 OFAC: 모즈타바 하메네이 제재 지정 문서 (2019)

— RAND Corporation: MEK(무자헤딘 에 칼크) 평가 보고서

— Brookings Institution: 이란 민주주의 전환 가능성 분석

— UN OHCHR: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시위 인권 침해 보고서


[핵 확산·억지 이론]

— IAEA: 이란 핵 프로그램 보고서 — 60% 농축 우라늄 보유량

— A.Q. Khan 네트워크 분석: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uclear Threat Initiative

— Seymour Hersh, 「The Samson Option」 (Random House)

— Lawrence Freedman, 「Deterrence」 (Polity Press)


[에너지·유가·정유 마진]

—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 미국 원유 생산량 데이터

— Vortexa: 호르무즈 해협 국가별 원유 흐름 추적 데이터

— Dallas Fed Energy Survey Q1 2025: 셰일 분지별 BEP 데이터

— IMF Regional Economic Outlook: 걸프 국가 재정 BEP 추정

— BNP Paribas: 산유국 재정 손익분기유가 분석

— Bloomberg Economics: 사우디 실질 재정 BEP $111 추산

— Kpler: 호르무즈 봉쇄 시나리오, 보험 철수의 봉쇄 효과 분석

— IEA(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 석유 비축 현황 데이터


[선박 보험·해운]

— Bloomberg (2026.3.2): P&I 클럽 전쟁위험담보 취소 보도

— International Group of P&I Clubs: 7개사 공지

— Lloyd's List: 그리스 선주 선단 데이터, VLCC 용선료 보도

— Lloyd's of London: 전쟁위험보험 요율 데이터

— Windward: 그림자 선단 AIS 차단 통계


[주식시장·전쟁 데이터·투자 전략]

— Deutsche Bank Research: "Geopolitical Shocks and Market Returns" (32건 분석) — LPL Financial Research: 전쟁 발발 시 S&P500 낙폭·회복 기간 통계

— S&P Global: S&P 500 Aerospace & Defense Index 역사적 수익률

— FRED: 유가, CPI, GDP, FFR, 실업률, BEI(T5YIE), HY스프레드(BAMLH0A0HYM2) —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전망 이론 및 손실 회피

— Howard Marks, 「The Most Important Thing」: 리스크 관리와 시장 사이클

— Berkshire Hathaway Annual Reports: 버핏의 현금 보유 전략

— Gallup: 미국 전쟁 지지율 장기 추적 조사

— Niall Ferguson: 정권 교체(Regime Change) 역사적 분석


[한국 비축유·에너지 안보·K-방산]

— 한국석유공사(KNOC): 국제공동비축사업 보도자료

— 대한민국 대통령실: UAE 국빈방문 브리핑, 방산 특사단 결과 (2026.2.26)

— SIPRI: 무기 이전 데이터베이스

— 미래에셋증권: K-방산 리포트 "천궁-II 세계 시장 점유율 전망" (2024)

— Jane's Defence: 패트리엇 PAC-3, THAAD, 천궁-II 비교 데이터

—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미국 FMS 절차 및 납기 분석


[유가·소비자 물가 전가]

— Federal Reserve Bank of Dallas: "How Quickly Do Gasoline Prices Respond to Crude Oil Price Changes?"

— IMF Working Paper: "How Do Gasoline Prices Respond to a Surge in Crude Oil Prices?" (162개국 분석)


[거시경제·사상]

— BIS(국제결제은행): 글로벌 금융 안정성 보고서

— 연방준비제도(Fed): FOMC 성명서 및 의사록

— 칼 세이건(Carl Sagan), 「코스모스(Cosmos)」: Pale Blue Dot 원문

— 마키아벨리, 「군주론」: 원전 — 헬무트 폰 몰트케: 작전계획과 최초 접촉에 관한 원전


참고: 이 글에서 인용한 데이터와 분석은 작성 시점(2026년 3월 초) 기준으로 확인 가능한 공개 자료에 근거합니다. 전쟁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독자분께서 읽으시는 시점에는 일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 유가 추이, 중앙은행 반응, 선박 보험 요율 변동, 원유 선물 커브 구조 등은 반드시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레짐 체크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시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