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는 거리가 먼 체형을 오랜 기간 유지하던 삶을 뒤로하고 50여 일간 매일 새벽 달리기(아직은 걷고 뛰고를 반복하는 형태)를 하며 느낀 점들이 있어 잊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1.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우연히 유튜브 채널 마라닉 tv에서 100일간 달린 후 몸에 변화가 온 영상을 보고, 학창 시절에도 달리기와 거리가 멀었던 내가 '한번 달려보자'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다이어트의 목적이 가장 컸으나 부족한 체력을 끌어올려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등 살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체기능을 활성화하고 이전과는 다른 '보기 좋은 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달리기 초반: 1분은커녕 30초도 제대로 달리지 못했고 발목과 무릎에는 통증이 지속되었다. 빨리 달리는 것도 아닌데, 누가 봐도 과체중이 원인이었다. 달리기 초반에 발바닥과 정강이 바깥쪽의 통증이 있었으나, 30분 정도의 상대적으로 긴 워밍업 걷기를 한 이후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니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고, 간소한 형태의 무릎 보호 밴드를 차고 달리니 체중에서 오는 충격을 많은 부분 경감해주는 느낌이었다. 극초반에는 한번 달리고 들어와서 멍한 상태+피로감이 몰려오는 상태가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3. 47일째 달리고 있는 현재: 이제 5~7분 정도 지속 러닝이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인터벌로는 5분 달리고 2분 걷고를 4번 정도 반복해도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주말에는 15km 정도 걷고 뛰고를 반복해도 크게 피로함을 느끼진 않는다. 챙겨 먹는 영양제는 종합비타민, 비타민c, 관절영양제, 실리마린, 홍삼액 2포 정도로 늘 동일하다.
4. 스트레칭과 마사지: 달리고 들어와서 매일 근육들을 풀어주고, 종종 아내가 높은 강도의 마사지를 해준다. 초반엔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팠는데, 이제는 더 세게 근육을 풀어줘도 전혀 아프지 않다. 스트레칭은 기본적으로 걷기로 쿨다운을 진행하고 있고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이후에 폼롤러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병행한다. 해야 할 작업들이 있을 때는 자리에 앉아, 아내의 세븐라이너 슬림으로 2회 정도 마사지를 하며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한다.
5. 식사: 근 50일간의 지속 러닝을 진행하며 식단은 하지 않았다. 한 끼 정도 닭가슴살을 먹거나 단백질 셰이크를 먹거나 간헐적 단식을 하루정도 했으나, 먹는 게 부실할 경우 달리기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이전보다 더 잘 먹었다. 칼로리나 영양 균형을 따지지 않고 잘 먹었는데, 다행히 체중은 줄지 않았다. 다만 체지방이 조금 줄고 허리둘레가 줄었다.
6. 수면: 보통 22시에 취침, 05시 기상 루틴을 유지한다. 이건 운동 전과 비슷하다. 다만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던 루틴 전에 러닝이 추가되었다. 최소 7시간 수면을 유지해야 다음 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7. 음주와 무알콜 맥주: 50일간 두 번의 술 약속이 있었고, 최근 6개월간 전무했던 술자리였기에 다음날 여파가 상당했다. 하루가 지나도 달리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으나, 이제 술을 끊어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술을 마시게 되었을 때 같이 먹는 음식들이 기본적으로 고칼로리인 데다 일정량 술이 들어가면서 포만감 또한 못 느끼기에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절제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런 상황을 아예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대신 최근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논알코올 맥주로 가끔씩 기분 전환하는 방법이 좋다. 이마트에서 구입한 그롤쉬라는 무알콜 맥주가 괜찮았다.
다이어트라는 목표 설정과 지금까지의 과정을 토대로 Lesson Learn을 생각해보자면, 땀을 내는 강도로 하는 달리기 만으로는 체중감량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단이 8할이라는 얘기가 다이어트의 정설과도 같이 인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식단 조절 없이 체중감량은 어려울 수 있다.(특히 나와 같은 사십 대 초반의 유부남인 경우 정말이지 안 빠진다.) 5월 한 달은 달리기에 적응하는 기간이기도 했기에, 식단까지 병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기존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며 달리기만 추가한 포맷으로 운동을 진행한 것인데, 6월에는 운동의 강도를 약간 올리고 식단을 병행하려 한다. 어제부터 이미 식단은 시작했고, 6월 말까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성장의 관점에서 한 가지 큰 깨달음은 "+1 Solution"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보강하며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경우, 운동은 기본이다. 여기에 '+1'에 해당하는 식단 조절(가령, 채식 위주의 식단, 탄수화물 절제, 간헐적 단식 등)이 병행되었을 때 목적의 달성이 가능해진다. 달리기를 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단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달린 이후에 수반되어야 하는 스트레칭과 마사지, 그리고 보강운동(근력운동)이 더해질 때(+1) 달리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뭐가 됐든 써봐야 한다. 그리고 잘 써진 글들, 즉 나의 관심 영역 혹은 쓰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책들의 독서를 더해가야(+1) 한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하루 두 번, 세 번씩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1은 휴식과 숙면일 수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수업에 집중하고 좋은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학습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1은 대게 번거롭고 귀찮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부스터 샷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환경을 설계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무언가 해내야 하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있다면, 방해의 요인을 철저히 멀리해두는 것이 좋다. 얼마 전 첫째 딸아이와 현충원에서 열린 호국문예 그림 그리기(초등부로 딸아이 참가) 및 백일장(일반부로 직접 참가) 대회에 다녀왔다.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고, 설상가상 당일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충원 참배를 온 날이었기에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환경적 조건이었다. 함께 간 아내에게 딸아이를 부탁하고 현충원 내 대회장 주변에서 가장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곳을 찾았다. 당일에 주제가 발표되고 200자 원고지 10매를 5시간 이내에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몰입과 집중이 필수적이었는데,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을 찾으니 쓰고 싶은 것들이 멈추지 않고 떠올랐다. 그래도 제한시간 동안 10매 내외의 양을 써내려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리의 일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주야장천 시간을 내어주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1주일, 그러니까 영업일로는 5 영업일 안에 미션을 완료해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업무를 미뤄두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1은 방해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갖고 있는 에너지를 현재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이메일 답장, 휴대전화 응답, SNS, 웹서핑 등을 차단 혹은 극히 제한적인 시간에만 사용(절제력이 강한 경우는 이것도 좋은 방법이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집중이 안 되는 경우 200자 원고지 혹은 다이어리와 연필, 지우개만 들고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간다. 집에서는 3시간이 걸려도 다듬어지지 않던 글들이 1시간 안에 나름 유려한 문체로 써진다. 사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집중해서 쓰기 위해서, 그런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이 +1이 되는 셈이다.
나의 성장을 돕는 반복되는 루틴에 효율성을 추가한다면 우리는 그리 어렵지 않게 시간을 살 수 있다.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조금만 감수하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면서 기초적인 행동을 매일 반복하고, 효율성을 올려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귀찮은 옵션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목록을 만들어서 써본 것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로 그것을 +1 Solution으로 정한다면 나의 성실성에 날개를 달아줄 것임이 분명하다.
꾸준히 무언가를 반복하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가 원하는 인생의 그림을 완성했으면 좋겠다. 50일 정도 달리며 이런 생각을 정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래서 인생은 마라톤인 것 같다.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누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보기 위해서는 우선 신발 끈을 묶고 땅 위에 발을 내디뎌야 한다. 오늘의 글이 누군가의 그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