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하루를 가장 많이 채우는 고민은, 남은 육아휴직 한 달을 어떻게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묘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오늘 해야 하는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미루지 않고 해내는 것, 그에 대한 만족감과 감사함을 느끼는 것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의 유월이 채워질 것임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작년 12월, 그러니까 6개월 간의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을 적어 두었다. 언제나 그렇듯 성공적으로 달성한 목표도 있고 가끔 초과 달성한 것도 있고 또한 실패로 점철될 계획으로 남을 것들도 있다. 후회를 한 적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진 그렇지 않다. 후회가 안될 만큼 너무 잘 보내서라기 보다, 후회해야 할 이유와 필요성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공식적인 나름의 휴식(급여소득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을 휴식이라 한다면,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겠지. 나의 적극적인 육아참여와 가사활동은 이 기간 중 당연한 것일 테니) 기간 중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ENFJ인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 좋아하고 즐겼으며, 때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하고 버겁기도 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평이한 관계가 이슈 없는 사회생활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곧 이전과 같은 생활패턴으로 돌아갈 텐데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정의하고 직장에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프레임도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이전부터 그리던 삶에 대한 동경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내가 가진 목표를 보다 선명하게 만들었고 이를 위해 무엇이 되었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늘 시도 앞에서 근거 없는 두려움으로 포장된 계산들이 언제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시간이 지났을 때 내게 남았던 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뿐이었다. 그때 이걸 해봤더라면, 그때 이렇게 시도해 봤었다면 어땠을까. 설령 애초에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자양분으로 지금까지 내게 좋은 것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에도 늘 중요한 순간 나의 주저함은 도전보다 우위에 있을 때가 많았다. 친숙하지 못한 새로움은 여러 형태의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대가의 지불을 필요로 한다. 50여 일간 어쭙잖은 달리기를 하며 스쳐가는 생각은, '벌써 50일이나 달렸네' 뿐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해내고 있는 상황은 내가 조금 더 나은 하루를 힘내서 펼쳐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어쭙잖다 하더라도 나에겐 큰 의미가 된다. 앞으로 이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나는 또 어떤 삶으로 뛰어들지 장담할 수 없지만 가만히 앉아 창밖에 흐르는 빗소리만 듣고 있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뛰어보니, 이제는 비가 오는 날 더 힘내서 달려볼 수 있겠다는 설렘이 커진다. 우중런의 쾌감을 미약하나마 느껴본 결과 비 오는 날은 운동을 쉬지 않아야 할 당위성을 시험하는 동기부여의 좋은 도구가 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봤기에 나는 이것을 알 수 있었다.
타인의 의지가 아닌 스스로의 소망에 의해 수립된 목표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불편함은 나의 삶을 위한 또 다른 길을 내는 행위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해답이 없고 두려움은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그 두려움을 매일 반복한다면 그것은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며 내 삶의 방향을 나의 의지대로 전환하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삶은 그래야 한다. 나만이 내 삶의 유일한 주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