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 이른 새벽 걷고 달리게 되는 날, 하늘과 구름의 조화로움에 멈추게 될 때가 있다.
매일같이 보는 그 동네, 그 하늘, 그 구름일 텐데 난 이런 날 도무지 달리는 것에 집중을 하기가 어렵다. 오늘 해내야 하는 그 무엇보다, 지금 나의 시야를 통해 들어오는 이 광경이 더 소중하고 의미 있음을 알기에 놓칠 수가 없는 것이다. 조금 달려가다 새로운 모습에 감탄하며 한 장, 또 달리다 이내 한 장, 그렇게 나의 여정엔 이유 있는 멈춤이 끼어들게 된다. 더 잘 달려보자는, 그러니까 조금 더 오래 그리고 빠르게 달려보자는 나의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 이러한 멈춤은 피하기 어렵다. 아니, 피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느릿하게 보낸 6개월의 휴직기간 동안, 나는 자주 멈추어 섰다.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느낌상으론 휘발되어 버렸던) 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휴직 전에는 거창한 목표도 세웠더랬다. 운 좋게 주어진 이 시기를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물 샐틈 없는 시간관리로 반년 동안의 목표를 초과 달성해보자는 의욕이 강했다. 매달 10권씩 책도 읽고, 다이어트도 성공해서 10kg 이상 감량도 하고, 가족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다행히 계획했던 것들을 잘 실천했고, 100% 만족한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그렇기에 후회보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의 만족에는 이러한 멈춤이 있었다.
책을 읽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반가운 구절을 다시 읽고, 필사하고,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도 보고, 사색에 잠겼다.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고, 칭찬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멈춰 섰던 시간에 내가, 나의 모습으로, 느긋하게 존재했다.
달리다 올려다본 하늘은 매일이 달랐다.
같은 시간 대의 새벽하늘은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고, 나는 그런 하늘의 인사를 벗 삼아 마음 편하게 심장박동을 올려갔다. 그리고 또 멈춰서 지나가는 구름의 모습을 담아본다. 내 생에 오늘과 같은 구름은 다시 마주하지 못할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혼자였지만 혼자일 수 없었던 그날의 하늘이 벌써 그립다.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갖고 산다. 오늘 우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내일은 다를 것이며, 달라진 어느 날이 우리가 꿈꾸던 바로 그 하루가 될 수도 있기에 희망 가득한 생각 하나로 우리는 오늘을 산다. 가끔은 이렇게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이다.
돌아서는 길, 나를 비춰주던 주말 아침의 햇살은 그로써 충분했다.
나는 다시 한번 전부를 담을 수 없음을 인정한 그림을 한 폭에만 담아낸다. 멈추게 되는 이유는 충분했고, 나의 삶은 어떤 이유에서든 멈춰 섰던 오늘을 기억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가다 나의 마음이 서게 되는 그때, 나는 두 다리를 멈춰 세울 것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괜찮다. 나는 내 보폭이 허락하는 만큼을 뛸 것이고, 그럴 수 있으며,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기에 지금 잠시 멈춰 서 있다 해도 그 사실 자체가 내게 위해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바랄 뿐이다.
멈춰 서야 할 이유가 분명했을 때, 자신에게 부디 솔직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