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거나 누워있거나
제가 경험했고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두 가지의 실패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할 것 같고, 이 점에 대해 영역을 분명히 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려고 해요.
저는 올해 4월 중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예전 영상 하나를 보게 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는데요, 첫날은 30초도 제대로 달릴 수 없었어요. 100kg에 육박하는 체중과 불안정한 호흡으로 금세 숨이 차올랐고 무릎부터 모든 관절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달리러 나갔는데 사실 걷고 온 것이나 다름없던 첫 날을 떠올리면 지금의 저는 130여 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둘째 날도 크게 다를 바 없었어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일단 매일 나갔습니다. 1분을 달리고 59분을 걷고 돌아와도 그냥 나갔어요. 그러다 저와 같은 달리기 초보자들을 위한 어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요즘엔 평일에 3~8km 정도를 달리고 주말엔 10~21km 정도를 달릴 수 있을 만큼 향상되었습니다. 30초도 달리지 못했던 제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8주 정도가 지난 후엔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도 정말 느린 속도였어요.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오랜 시간 지속해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으니까요.
그런 날들이 쌓여 별도의 식단 없이도 몸무게가 10kg가량 줄었고 저만의 달리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체력의 수준으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가끔 그런 날도 있었습니다. 종아리나 발목, 무릎의 통증이 심해 나가기가 꺼려지는 날들은 어김없이 저의 기상시간부터 무너뜨리기도 했었어요. 새벽에 눈뜨면 옷 입고 나가는 루틴을 만들어 놨기에, 달리러 나가지 않으면 좀 더 자버리는 상태가 되었고 그런 날은 하루 전체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인 하루를 보내는 첫 스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앞서 말씀드린 두 종류의 실패가 '시도한' 실패였느냐, '시도하지 않은' 실패였느냐로 나눠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달리러 나가지 않았을 때도 30분 달리기는 실패한 것이고, 달리러 나갔음에도 20분밖에 달리지 못했다면 30분 달리기는 마찬가지로 실패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두 가지 실패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2021년 6월 16일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이후 저는 두 차례 프로젝트에 응모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실망감은 있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자는 다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초반부터 예상 밖의 선전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저로써는 더 두려운 것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운으로만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 그 순간 기쁨과 희망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작가로 살아가고 싶은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에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겼으니까요.
하지만 프로젝트의 실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 5월에는 국립현충원에서 진행한 백일장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8월에는 모 문예지 등단 신인 작품상 공모에 시 부문으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염두에 두었던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작은 성취는 분명 존재했고 그것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나아지고 있음이 분명했어요.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이 마저도 당연히 할 수 없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내고 있었습니다.
오늘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움츠러들 이유는 없어요. 목표 달성의 실패가 인생에서의 실패는 아니니까요. 그러니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누워 맞게 되는 실패 대신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달려 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고 해도, 달리는 동안의 내 근육들은 조금씩 성장해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