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은행, 외국계 금융사,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두루 지나온 나의 삶은 실패의 역사였다.
하지만 상처를 입고 또다시 일어나, 더디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뼈아픈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 바라는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타산지석이 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의 딸과 아들이 피해 갔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되어 있었다. 길을 걷다가,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지던 순간에 떠오른 생각들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두었는데 이런 축적으로 지난 시간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순간순간으로 보면 너무나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삶 자체는 그렇게 부끄럽고 민망한 인생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쉴 새 없이 삐그덕 거리며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될 테고 그 와중에 또 무수히 많은 실패들을 경험하고 또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기를 지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크게 동요하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성장의 과정에서 마주한 실패들이 나라는 사람을 꽤나 알차게 만들어주었기에 나는 거듭된 실패를 통해 자라난 셈이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실패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실패가 남긴 흔적과 결과에는 많은 차이가 생긴다. 같은 상황인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데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쥐고 있는, 내 손에 들어온 이 동전을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볼 때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값지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며 그것이 바로 실패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꽤 오랜 시간 동안의 경험들에 대한 생각은 기억도 나지 않는 자잘한 실수와 실패 가운데서 빈번하게 다가왔거나 내 삶을 뒤흔들어 놀만큼의 파장을 남긴 일들이었다. 나를 성장시킨 건 이러한 굵직한 일들과 함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작은 역사들이라고 믿고 있기에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두려 애쓰고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의 일상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흘러가는 오늘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 또한 비슷한 경험을 통해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덜어내고, 굳이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여전히 빛나고 있을 스스로를 더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여유를 갖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