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불혹에 읊조리는 나의 노래

by Davca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멈춰지지 않는다 가 맞는 말이겠다) 종국에 직업적 고민은 결국 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뒤척이다 새벽잠을 이겨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유이다. 세수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덜 깬 잠의 무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한 줄기 걱정은 이내 나의 생각에 뿌리를 내리고 상상력에 거름을 재촉한다.

나답게 살고 싶다. 나답게 살고 싶다...




이번 주 어느 날 저녁, 우연히 본방을 시청한 유퀴즈가 생각난다. 배우 신하균이 출현했고, 그의 목소리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순간 빠져들었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이 일상이기에 특별할 것 없다는 그의 얘기와, 게을러서 관리를 받는 게 어렵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그의 태도에서 '나다움'을 발견한다. 언제쯤 다시 볼 수 있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아마도 힘들 것 같다'라는 답변은 예능감이나 재치가 아닌 '신하균스러움'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균며든다'는 것은 그래서 '나다움의 매력에 빠지다'로 해석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으로 사는 것은 그 자체가 매력이 되었다. 그러지 못한 대다수는 '그들'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나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달성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나답게 살아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나다워지는 일, 나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되는 시점부터 성장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나로 존재하고, 나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인위적인 애씀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의 생각대로 살아도 지나치지 않은 평온의 상태이다. 그렇기에, 나를 버리고 조직의 논리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평온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구겨 넣고 때론 지워진 자신의 모습을 인지할 때 이따금씩 번아웃이 찾아온다.




직업적으로 성공을 하는 것보다 개인적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더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이고, 이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다운' 삶을 사는 이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순환된다. 이 당연한 자연스러움에 목이 마르다. 나이가 들수록 바삐 살아온 지난날들에 남겨진 나의 흔적들이 잊혀가는 것이 아쉽다. 분명 내가 남긴 족적일 것인데, 한두 번씩 곱씹어 본 흔적들이 생소하고 어색하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나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렇게 살기 위해 애쓰는 것조차도 많은 장애물들을 지혜롭게 넘어야만 가능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로 인생에서 오르기 가장 험준한 산맥일지도 모른다.




늘 안개에 가려져 있던 산줄기들도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애초에 저곳을 오르는 게 맞는 거 아니었나 싶지만, 결국 남겨졌던 나의 흔적들은 다행스럽게도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여정이 시작되어야 하는 그 지점이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않는 인생은, 나답게 살기에 스며들지 못한 내가 남긴 그림자 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그렇게 그림자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그림자가 너무 어둡다는 불평만을 늘어놓으며, 대체 이 그림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지 않은 채 그저 걸어왔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게 당연하다고 교육받아졌고, 의문을 던지는 것은 사회의 규준에 반한다는 옳지 않은 잠재의식에 갇혀 있었기에, 이제 돌아본 나의 흔적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나와의 간극을 꽤나 오랫동안 지켜본다.




나이가 들어도, 지금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나의 삶은 나의 것이었고 그렇기에 늘 의문을 가졌으며, 그런 연유로 많은 세월을 거쳐 이제야 이곳에 설 수 있었다는, 씁쓸하고도 서글프며 아쉬운 지난 시간들로 인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그때까지는 말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오로지 선택의 중심에 나만이 서있게 되는 그때까지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나다. 나는 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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