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정치가 민망한 이유

벼락치기에 의존하는 선거 유세와 정치에 미온적인 유권자의 조우

by Davca

평소에 하던 아주 작은 일들이 너희들의 시간을 채우고 기대하는 결과를 가져옴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고, 나 또한 너희들을 그렇게 가르친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하기 싫은 일'의 영역이 존재하고 이 과정이 오히려 너희들을 성장시킨다고 말이다.




곧 있을 2024년 4월 10일 총선,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동네가 시끄럽다. 토요일 오전, 가벼운 마음으로 한 바퀴 걷는 이곳 여기저기에 선거활동을 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후보자들의 이름과 기호를 외치고 있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저들이야 시간당 혹은 기간당 얼마의 보수를 받고 선거활동을 지원할 텐데 정말 정치에 관심이 있고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나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25년을 살고 있는 이곳을 돌아다니며, 선거 유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 때에 지역구 의원들이 돌아다니며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본일이 없다. 물론 내가 매일 이 지역을 순찰하듯 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발로 뛰는 이들이 아주 희박한 확률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나 그 오랜 시간 동안, 의정활동으로 분주한 평일을 보냈다면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오는 주말에는 다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투표 전까지는 '뽑아만 주면 낮은 자세로 임하고 시의 발전과 시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한다. 이후 매스컴에서 확인하는 불법선거 행위 및 각종 비위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때엔 할 말을 잃는다. 물론 그럼에도, 눈여겨보게 되는 후보자들 또한 있다. 우리의 지역구가 아니지만 응원하게 되는 후보자들이 있고 대한민국을 위해 이 분들이 꼭 선거에서 이겨 진심으로 '열심히' 일해 주길 바라기도 한다.




제프 베조스는 오래, 열심히, 똑똑하게 일하는 것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가의 운영이, 지역구의 정치가 기업의 운영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기업이 아닌 국가의 운영과 관련된 일이, 일개 기업의 운영과 비할바는 아닐 것이다. 고객의 만족과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조직 구성원의 안정적인 근로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기업보다, 국가는 이번 세대와 다음 세대 그리고 각 국가 간의 관계를 통한 상호협력, 통제 불가능한 국가 위기상황에의 대처 등 기업의 일반적 상황 및 운영과 차원이 다른 영역의 업무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의 정치는 오래, 열심히, 똑똑하게 일하는 정치의 환경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과연 그러한가?



아직 너희들 눈에 정치는 태극을 연상케 하는 각각의 점퍼를 걸치고 무언가를 흔들며 어색한 율동을 거듭하는 우스꽝스러운 행위이지 않을까,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이 시대의 정치는 유세자와 유권자 모두 민망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대로 굳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평소에 행하는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 성공적인 국정운영이 되기 위해서 이들은 선거철의 반짝 홍보와 신뢰하기 어려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다짐을 하는 대신, 그간의 활동에 대한 결과로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행사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분주하게 발로 뛰는 의원들은 근거를 남기는 것보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의 선거는 이 결과들의 냉정한 평가로 귀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의정활동이 투명한 후보자들은 몇 번의 행보로도 어떤 정치적 신념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저 사람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이는 벼락치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의 지점에서 또 한 가지의 큰 걱정이 있다.

과연 한 사람의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나는, 오늘과 내일의 생활과 뗄 수 없는 정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관심이 있었는가. 적어도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하기 전에 나는 그런 의식을 갖고 있는가. 부끄럽게도 그러하지 못했다. 정치학을 전공했고 한때는 이에 대한 공부를 더 심도 있게 하고자 생각했던 나였다. 그런 난 너희들에게 이 시대의 올바른 정치에 대해 말해줄 수가 없다. 관심을 끄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런 아빠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을 과연 너희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어제 오전 내 걸으며 마주친 후보자들을 조용히 응원했다.

비록 벼락치기라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길, 그리고 당선의 무거움을 안게 된다면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어제보다 나아질 시정/국정을 위해 오래, 열심히, 그리고 아주 똑똑하게 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갖추기 위해 더불어 애써야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정치 관심도의 불균형이 심한 유세자와 유권자 간의 소통이 효율적 일리 없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소통이 안된다'는 것은 정치계에서나 일상에서 유권자들과의 만남에서나 동일한 현상이며 문제이다.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선거를 앞두고 마주치는 상호 간의 민망함이 대를 잇지 않기를. 적어도 너희들은 냉소와 멸시가 아닌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과 질책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라봐주길 바란다.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너희들의 무관심을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권리와 더불어 의무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로움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해 가길 나 또한 지켜보고 응원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상황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휴대전화를 들었으나, 특정 정당 혹은 인물을 향한 생각과 글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겠다 싶어 그 자리에 서서 기록한 내용들을 일부 수정하여 발행하였음을, 그때의 안타까움과 실망스러움을 너희들은 경험치 않기를 또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