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즐기는 마음
엄마와 난 그렇게도 순댓국을 좋아한다.
단, 엄마는 순대만 아빠는 순대와 부속물 모두.
회사 근처엔 정말 먹을 곳이 많다. 광화문, 종로 일대가 그렇듯이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밥집과 술집이 부족하지 않게 자리 잡고 있고 그래서 난 잠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점심시간이 좋다. 동료들과의 대화도 좋고 말없이 혼밥 하는 시간도 애정한다. 식후 인사동과 삼청동을 짧게나마 산책할 수 있음은 매일 누리는 축복과도 같고.
가급적 식당에서 내어주시는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한다. 만든 이의 정성 때문만은 아니다. 식사는 내게 일종의 의식과도 같기에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간을 부족함 없이 즐기려 하는 것이다. 하나 5년 전쯤, 미즈노 남보쿠의 <<절제의 성공학>>을 읽고 때론 처음부터 밥을 덜어내고 시작하려 해보기도 한다. 매번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음식이 주는 기쁨이 있고 이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별것 아닌 것이라 치부하기엔 한 시간 남짓하는 점심식사는 매 순간 감사함이 깃드는 과정이 계속된다.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 전, 테이블에 차려지는 깍두기와 잘 썰어진 배추김치를 한입 맛보며 정신없이 보낸 오전의 일과를 잠시나마 떠올린다. 짧은 시간 메뉴 선정에 정성을 다하며 까다로운 선별(?) 작업을 거쳤음은, 하루의 절반을 잘 살아온 스스로에게 표하는 소소한 경의와도 같다. '대충 아무거나 먹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감사한 음식들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련의 반복되는 과정에도 또한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마무리 한 식사 뒤에 '감사합니다'라는 대가를 지불함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정성스럽게 새우젓과 후추를 섞어내 순대 위에 한점 올려 집에 있을 너희 엄마도 떠올린다. (생각 외로 이렇게 먹는 것을 많이들 모르더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금이나 쌈장을 찍는 대신 새우젓과 후추를 섞어 살짝 찍고 작은 새우젓 하나를 순대에 올려 먹어보는 호사를 누려보길 바란다.) 순대와 곱창을 무한 애정하는 너희 엄마와도 이곳에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싫어할 수가 없는 맛일 테니. 국물 한번 남긴 적 없는 이곳에서 4월 중 팀원들과 이곳에서 머리 고기에 소주 한잔 해보려 한다. 21시까지의 영업이 짧은 시간이 빽빽하게 채워질 기쁨을 선사할 것임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 너희들이 별생각 없이 먹게 될 식사는 누군가의 희생이었고 그로 인해 너희들은 건강과 기쁨을 누릴 것이다. 이 시간엔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며 내 안에 채워지는 감사와 긍정의 에너지를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동안 외부에서의 식사에서 너희들에게 메뉴 선택권은 많지 않을 수 있겠으나, 때가 되었을 때 '아무거나' 먹지 않길 바라며 오늘 아빠의 이 얘기가 한 번쯤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길 바란다.
식사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