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이 지나면

일요일 이 시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안함

by Davca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며 계속해서 별 것 아닌 '작은 시도'들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지만, 처음엔 늘 어렵다는 아내의 말에 나름의 의미도 부여하고 마늘향이 짙게 퍼지는 파스타를 위해서는 편 마늘보다 간 마늘이 더 효과가 좋다는 깨달음 또한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14년 전, 첫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겉으론 티 나지 않는 긴장을 참 많이 하며 살았습니다. 답답했던 건, 겉으로 티가나지 않다 보니 저의 어려움을 남들이 알아주길 기대하기도 어려웠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 날엔 '네가 웬일이냐'는 얘기로 부끄러움도 많이 느껴야 했습니다.



그런 제가 월요일을 앞두고 또 긴장을 합니다. 관계에 대해서, 내일의 업무에 대해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지나간 실수에 대해서. 사실 이 모든 것들이 온전히 내 뜻대로만 될 수 없는 문제일 것인데 저는 항상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생각과 계산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어느 상황에서도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를 참 힘들게 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도전을 하는 것이 힘들었을 법 한데, 그간 두 번의 이직(이라고 보기 힘든 3개월 정도 재직했던 곳까지 합치면 세 번이겠네요)을 했고 나름대로 만족했던 시간이었으니 이건 지금도 제 경력의 아이러니 이기도 합니다.



일요일 이 시간만 되면 밀려오는 다음 주에 대한 걱정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저의 육아휴직 결정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솔직히 인정을 하게 됩니다. 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건 '사람과의 관계'였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에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저와 성향이 다른, 크게 다른데 상급자인 분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표면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대신, 감정적으로 저를 다그쳤고 계속해서 눌러댔습니다. 이제 와서 나의 마음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자 하니 그것도 참 속상한 일입니다.

저의 문제라 생각했어요. 저만 생각을 바꾸거나, 나의 부족함으로 발생된 일들이니 더 노력해야겠다는 영혼 없는 다짐을 얼버무리곤 선 잠을 자고 비몽사몽 월요일을 맞이한 적도 참 많았습니다.



이제와 보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직장에서의 인연이 평생 가기 어렵고 그들이 나의 선택과 인생에 대해 책임져주지 않을 것인데, 저는 그들 때문에 안달이 나있었던 거죠. 왜 그랬나 싶습니다. 관계와 업무에서 '주도권'을 잃고 조직의 주류에 편승해서 동조하고, 그 흐름에 따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으니 나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트워크가 많은 경우 유용하게 작동합니다. 신경을 안쓸 수가 없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사고의 틀이 형성된 네트워크의 주류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되는 거죠. 더더군다나 이러한 진보가 일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서서히 물드는 단계를 통해 무르익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하고 내 갈길을 가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끊어내는 것이 필요한데, 업무적으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그것으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같이 타오르는 관계는 연애에서도 위험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내가 맡은 업무에 있어서는, 동료들에게 짐이 되는 존재는 되지 않는 것이 '나의 영역'을 지키고 타인으로부터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방법 같습니다.

또 다른 한주가 시작되고, 곧 2021년도 마무리가 되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든 맞히려면 일단 쏴봐야 한다



지난 9월, 하루 연차를 내고 여의도에 아내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봤습니다. 거기에 나온 대사가 기억이 납니다. 제가 맞히고 싶은 과녁을 정했으니 뭐라도 쏴봐야겠습니다. 이직의 경험적 결론은 '어디든 똑같다'입니다. 국내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을 연달아 경험하며, 내 방향과 흐름의 틀을 깨지 못하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직감과 본능에 따르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했고 그때의 정황상 그게 최선이었다는 변명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지 않기에, 뭐라도 계속 쏴보려고 합니다. 그런 시도가 저의 '두려움의 일요일'을 걷어낼 수 있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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