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불편하다는 신호

빨간 신호등일 땐 건너지 맙시다

by Davca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에 들어온 가족의 모습은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딸아이는 학습지를 풀고 있고, 다섯 살 난 아들 녀석은 침대 위에서 엄마랑 장난을 치며 깔깔거립니다. 하루의 시작이 참 감사합니다. 가끔 투정 부리는 두 아이들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만, 오늘의 시작은 곧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 따뜻함을 더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매일이 오늘과 같지 않기에 그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겪어봤다고 생각하는데도, 여전히 저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고 어지럽히는 일들은 계속 생기더군요. 전문가(?)의 수준은 아니나, 4년째 명상을 하고 있고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어김없이 불편한 일들을 마주할 때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게는 선택과 연결되어 있는 고민들이고, 저의 마음을 온전히 따르지 못함에 생겨나는 부수적인 문제들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식이,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고, 적당히 잘 섞이는 물감처럼 사는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참 많이 어리숙하기도 했고 철이 없었습니다. 매번 그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을 타인에게 참 많이도 내어주어야 했습니다. 그 순간은 저의 선택이었으니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어려웠고요.



슬슬 제 삶의 후반전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다 보니 기억의 한편에서 아픔으로 기억되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란 후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에, 같은 상황이 되면 이렇게 저렇게 '나를 지켜내는 선택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사실 우리가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내 마음의 신호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불편해지는 마음과 그 마음의 지속됨을 근거로 쉽게 판단해 볼 수 있는데, 별거 아닌 거로 넘기다 보면 곪을 때까지 참고 참고 또 참게 되더라고요.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데에, 이런 이유들도 한몫하게 되고요.



아닌 것 같다면 멈추는 게 현명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나의 마음이 시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이건 목표 달성을 위한 '인내'와는 다른 것이니까요. 멈추지 않고 가는 것도 경험상 좋지 않겠냐는 질문도 꽤 많은 팀원들이 해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나의 마음을 다치면서 해야 하는 경험이라면 사양하는 것이, 정말 마음 써야 할 곳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현명함이다'라는 얘기를 종종 해주었습니다.





제 아이 둘에게 늘 염려하는 것 중 하나가, 아직은 천방지축인 시기이기에 차조심 사람 조심인데요. 빨간 불일 때는 건너지 말라(물론 지금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 참 많이도 얘기했어요.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영역인 것 같기도 합니다. 건너야 할 때와 건너지 말아야 할 때.

나의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내 마음이 빨간 불일 때, 한번 더 돌아보고 잠시 멈춰서 심호흡 크게 하고 다음의 파란불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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