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이요

by Davca

월요일부터 머리가 무겁습니다. 그저 월요일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휴직을 최종 승인 받았기에 향후 계획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오늘도 어김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불편한 그 사람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저의 월요일은 이렇게 시작되어, 명상과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서재에서 한 권 뽑아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에 두 번 읽었던 루이스 L. 헤이의 <나는 할 수 있어>는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울 때 기준을 잡아주는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치유> 역시 저를 달래 줄 처방전 같은 책이기에 이렇게 두 권을 뽑아왔어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짬짬이 좋은 문장을 읽고 생각하며 곱씹어볼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짐에 너무나도 감사하게 됩니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는 저의 일상도 가만히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매 순간 눈치채지 못할 뿐.




많은 짐들을 이고 지고 살다가, 연말 이 맘 때가 되어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불필요하게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요? 그리고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지금 와서 보면, '모두에게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어느 하나 놓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선 욕심도 부렸습니다. 나와는 결이 다른 것을 떠나, 상처가 되는 이 조차도 곁에 두고 잘 지내는 척 보이고 싶어 했어요.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비쳐야 한다는 그릇된 욕심이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도 그 여파가 있습니다. 마음이 원하지 않는 관계의 끝은 좋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게 누구의 잘못이든, 상호 간 마음을 모두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비워내야 합니다. 당장의 아픔이 있더라도, 그 편이 훨씬 낫습니다.



이불 킥을 하게 되는 지난날들의 기억도 꽤 됩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다 잘해보고자 하는 지나친 욕심은 저를 급하게 만들었어요. 그 덕분에 '오늘'을 살지 못했습니다. 잊힐 무의미한 것들에 시간을 쏟았고, 그 대가로 조금씩 저를 내어놓아야 했어요. 때로는 가족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겨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던 거죠. 이것도 번아웃의 한 형태였을까요.

이러한 시점에 1월부터 육아휴직을 하게 되어, 저를 조금씩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돼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게다가 애초에 계획했던 3개월에서 6개월로 승인이 진행되어 시간적인 여유도 더 늘어났으니 덤으로 얻은 시간만큼 아이들과 아내에게 제 역할을 더 충실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일에 대한 걱정보다, 흘러가는 이 시간을 충실히 살고 오늘을 충분히 누리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가 갖고 있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생각보다 많이 비워내야겠지요.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남기기 위해 비워내는 작업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아내가 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의 일환으로 집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을 정하는 데에도 꽤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데, 하물며 스스로에게 있어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는 일은 얼마나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그래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살아가는 방식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내가 스스로 변해야 되는 것임을 알기에.

12월이 끝나는 다음 주 정도엔, 적어도 오늘보다 가벼운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내년으로 들고 갈 필요 없는 문제들은 잘 접어둔 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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