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배운 비즈니스가 잘 풀리지 않는 이유

대원칙에 의존하며 사소한 진실을 덮어버린다

by Davca

개인과 조직의 성공에 관한 책은 차고 넘친다.


그중 양서의 여부를 따져 분류하는 것은 차치하고,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을 그대로 접목시켜도 비즈니스가 풀리지 않는, 특히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회사의 수익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의 성공은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한두 가지 실행만으로 '완벽하게 따라 했다'라는 얘기를 할 수 없다. 또한 성공사례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은 특정한 환경에 있는 특정 개인 혹은 조직이 특정한 시점에 진행한 일련의 행동들로 말미암은 결과이기에 그와 완벽하게 동일한 환경을 세팅하여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시점이 바뀜으로 달라진 것들로 동일한 성공의 사례를 반복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며 정부의 규제나 정책이 변경되어 비즈니스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해외무역에 대한 기조변화로 막혔던 비즈니스에 활로가 뚫리기도 한다. 이를 매번 정확하게 점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저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겉보기에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좋은 멤버들로만 구성된 경영진이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잘 풀리지 않는 경우는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설립초기에는 성장의 폭과 그 결과가 작지만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더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했고 조직의 문화도 그만큼 진화했다고 생각하는데 비즈니스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정 산업의 유행에 대한 원인, 개별 사건으로 인한 비즈니스 영향 등은 잠시 접어두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조직의 안을 잘 들여다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1. '초창기엔 이러지 않았다'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이름이 알려지며 채용시장에서의 관심이 증가하며 지원자가 늘었고, 더 엄격한 검증의 절차를 거쳐 채용했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여 외부의 기관에 평판조회도 거쳤다. 뽑은 직후에, '인재를 모셔왔다'라고 추켜세웠던 그 직원이 수습기간도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사한다. 초기엔 이러지 않았다.


대여섯 명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의 경우, 초창기에 의기투합한 구성원일수록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동과 실행계획에 몰입하며 구성원의 에너지를 수렴시킨다. 고되고 힘들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고 일의 보람을 느끼며 전우애를 경험했다. 내 옆에 있는 이들의 스펙과 경험 따윈 크게 중요치 않았다. 그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동료집단(peer group)이란 생각만 가득했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아는 이들과 함께하는 직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빠져들 확률이 높다. 상호신뢰와 상호의존은 결집력은 조직을 지키고 보호하는 자기장을 형성했다. 그땐 그랬다.


우리의 비즈니스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가치와 이념에 집중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들이 인재라는 사실은 단지 인터뷰 내용에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채용행위는 조직의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개별적 역량의 검증과 더불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물론 이는 채용 대상자의 보이지 않는 성실성, 진실성, 일에 대한 끈기, 차분하고 조용히 결승선까지 갈 수 있는 에너지, 팀의 빈 공간을 좋은 에너지로 메울 수 있는 심성 등에 연관된 사항이기에 한두 번의 인터뷰만으로 '그런 사람이다'라고 확신할 수 없다.


후보자의 총기가 강하게 느껴지나 한 팀의 일원으로 자리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내지는 찝찝한 감정이 드는 경우 딜레마에 빠진다. 이 상황에서는 몇몇 팀의 입장과 회사의 목표달성이 충돌한다. 인터뷰 결과로는 합격의 의견이라면 응당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인사팀의 입장일 것이고, 팀의 빠른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인력(headcount)이라면 빠르게 합류하여 한 사람 이상의 역할을 하길 기대할 것이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생긴다.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 분위기, 업무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나 계속해서 맴도는 불편한 감정들에 불과하다. 최종결정의 단계는 그래서 모든 것들을 펼쳐놓고 모두가 진심으로 동의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황이 이러해서, 사람이 급하니까 하는 채용의 결과가 아름답기는 어렵다. 이런 구성원이 하나둘 늘어가며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던' 상황으로의 전개를 가속화시킨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조직문화를 새롭게 재편하고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재정의할 것이 아니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두 손을 잡을 수 있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옳다.




2. 이유는 모른다. 그래도 해라.


누군가 나서서 지금 이걸 왜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 뚜렷하게 알려주는 이가 없다. 일단 해라, 는 얘기를 듣는 는 것도 지친다. 급여소득자이니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일의 의미가 진일보한 요즘 이런 무책임한 말에 전력을 다해 움직이는 이들이 없다. 그리곤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구성월 탓하기 시작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했다. 리더들의 푸념이 팀원들에게 전달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퇴사자가 하나둘 늘어나고 남은 이들의 근태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나마 남은 몇몇이라도 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문서'로 전달되는 기업의 문화와 목표가 늘었다. 매달 한번 모이는 전사 회의에서는 경영진이 구성원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고차원적인 목표에 대한 추상적 설명만을 늘어놓는다. 질문을 하는 몇몇이 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나머지 청중들은 입을 다문다. 이런 상황이 돌고 돌며 조직은 문서놀이에 빠진다. 문서 자체는 죄가 없다. 다만 누가 그 문서를 만들었건 간에 취지와 목적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최소한 각 팀의 리더들에게 전파할 필요가 있다. 문서 내 문자들의 배열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해석을 낳게 하고 이는 비즈니스의 방향성에 심각한 오류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저자직강'을 들어보았다면 그 수업들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왜 인기가 많았던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유를 모르고 그냥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큰 문제가 있다. 이유를 알려줘도 모른'척'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도드라지는 이유를 Disagree and Commit에서 찾을 수 있는데, 애초에 내가 생각하는 것과의 괴리가 크기에 동의하지 못한 채로 같이 걷는 것이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조직과 구성원이 상호 간에 '알려주려는 애씀과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설정한 목표에 근접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스스로의 역할을 해태하거나 등한시하는 경우 감정의 골 마저 깊어진다. 비록 완벽하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고 방향이 정해졌다면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3. 잘하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들이 주도한다.


전통적인 불합리의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사자들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프로젝트에 수 억의 예산을 쏟았음에도 실패한 원년 멤버는 그간의 고생한 시절을 이유로 살아남는다. 그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회고가 남는다. 새로 합류한 직원이 실수로 구매한 소모품은 질타를 면치 못한다. 누가보아도 기준이 모호해지는 이 시점에 일부 지각 있는 직원들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염려한다. 한배를 탄지 얼마 안 된 이들은 금세 좌절한다. 어떤 실수에도 면죄부가 되는 '함께 한 시간'은 과거의 영광이고 그로 인해 오늘에 이른 것은 급여 및 별도의 보상으로 기브 앤 테이크를 끝낸 것이다. 공유한 시간의 누적된 크기로 신뢰도를 가늠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역사적으로 옳은 일에 기여한 이들은 '기억'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의 업적을 기록하여 성공의 궤도에 가까워지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레퍼런스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비즈니스의 운영을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내부의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저마다의 이로움을 찾는 인간의 본성은 유사한 성질 끼지 뭉치는 것을 지향하게 될 것이고 이는 '라인의 탄생'을 예고할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모두에게 공평한 룰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바람직한 모습은,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의 솔선수범이다.

누구보다 조직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폭이 큰 이들은 새로이 함께하게 된 구성원들이 본래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익히고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여유가 없어요,라는 말은 종국에 다 같이 망하자는 말과 다름 아니다. 여유를 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하고, 기업의 탄생 이념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일 년 내내 채용과 육성에 힘썼으나 연말에 정리해 보니 인원의 순증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그래도 기계적으로 하던 대로, 늘 그래왔던 것이니까, 그래도 남을 놈은 남는 거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같은 트랙만 반복해서 달려 나갈 것인가. 동물의 세계에는 자연의 법칙이 적용된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나이가 듦에 따라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달라진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게 불안정하지만 넘겨주어야 할 것들이 있다. 안정과 조화를 지향하며 자연은 균형을 이루고 외부의 지나친 간섭과 생태계의 파괴가 없다면 스스로 나고 진다. 우리가 따라야 할 질서가 교통법규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때이다.





이 모든 것들은 균열이다. 아주 작은 균열이라 치부하는 것들이다. 깨지고 주저앉는 것은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시작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도 가장 우선하는 것은, 마음을 닦아 수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천하를 다스리는 관점에서 보면 나의 마음을 닦는 것은 매우 사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수만 권의 양서를 두루 익힌다 하여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조직은 어떠하겠는가. 책에서 배운 대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전에 내가 가볍게 여기는 가장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이성적인 관찰과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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