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처럼 살아라

한 해를 보내며 두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by Davca

강이 되고자 하여 강이 된 이가 누구이겠는가

굽이쳐 흐르다 바위가 막으면 빗겨 흐르고

한바탕 소낙비가 내려 넘치게 되어도

하염없이 흘러 강이 되었다



애쓰지 않고 흐르니 강은 바다가 되었다

마음에 바다를 품고 강처럼 흘러라

넘치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이

그저 가야 할 길을, 흐르듯 가라



때로는 메마름의 고통을 마주하기도

가끔은 범람의 위기를 맞닥뜨리더라도

세월의 흐름으로 치유되고 안정을 찾게 될 것임을 믿고

강처럼 흘러라



흐르는 군데군데에

모난 돌이 있고 뜯겨나간 가지 더미를 만나도

겁먹거나 놀라지 말아라

계산하지 못한 순간들일지라도

강은 말없이 흘러간다

애써 머무르려 말고

다급히 도망치려 하지도 말며

유한의 시간 속에서

변함없이 흘러라



누군가는 발을 담그려 하고

누군가는 목을 축이려 하며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생물들이

춤추고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강처럼 살아라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는 네가 흐른다는 그 이유만으로

생의 공급처가 되기도 하고

기쁨이 되며

새로운 탄생의 마당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그저 강처럼 흘러라



너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삶의 연속이며

살아있기에 경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상황의 연출이라

축복 같은 순간이라 여기며

흐를 수 있음에, 흘러갈 수 있음에

충만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바다로 접어들 때가 되었으리라

모두가 완벽한 준비 없이

그때를 맞이하고

압도되는 분위기와 상황에 얼어붙을지라도


그저 바다와 하나가 되어라


너의 내면에선 변함없이 굽이치고 흐를 것이며

강에서 깨어나

더 넓은 곳에서 유영하는

너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오늘은 그저,

지금 이 순간엔 그저


강처럼 살아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말을 보내며 올 한 해 나는 과연 어떤 부모였는지 생각해 본다.

너희 둘이 있음에 그저 감사하기만 해도 충분할 것인데 나의 바람대로 목소리를 높였던 지난 시간들로 상처받았을 너희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부모가 되어도 나는 여전히 후회한다. 숙고하지 못했음을, 어른답지 못했음을, 진짜 부모가 되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어떤 마음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너희는 나의 부족함과는 반대로 잘 자라주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장이 빠르지 않고 배움이 탁월치 않아도 밝고 건강하게 올 한 해를 살아준 너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강처럼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