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면 회사를 그만둬도 되겠지?

무엇을 위해 쓰는가

by Davca

살았던 흔적을 가장 오래 남길 수 있는 그것.

내가 없더라도, 내가 있었음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내게는 글쓰기였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연습장에, 다이어리에 수도 없이 썼던 연애편지와 노랫말 같은 기록들은 이제 내 수중에 없지만 여전히 기억 한가운데에 의미 있던 지난날로 새겨져 있다. 종종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고자 했던 나를 반대했던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는 지금 이만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로 대충 퉁치기로 한다. 그때 나의 뜻대로 진로를 결정했다 해도 내가 원하는 수준의 글을 쓰고 그로 인해 지금 정도의 삶을 살 수 있었을지는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뭐 반대의 경우도 있었겠지만.




요즘은 쓰면서도 그런 생각들을 한다. 작가가 되고자 많은 시간 노력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루 중 두어 시간 짬을 내어 두서없이 끄적이는 것으로 내가 바라는 글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하루에도 내 감정은 수백 번씩 동요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때론 이런 모든 것들이 아주 좋은 소재가 된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지만 정작 이런 생각은 휘발성이 높고, 빠른 일상의 흐름으로 기록을 놓치게 되기도 한다. 이제와 아쉬운 것은 이런 거다. 왠지 지나온 시간의 모든 것들을 잘 남겨두었더라면, 지금쯤 모두가 눈여겨볼 법한 글들을 제법 잘 써볼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고작 마흔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매일 나는 조금씩 건강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늘어나고 이에 대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욕심과 집착의 마음을 내려놓고 부족하지만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자 하는 생각이 제법 굵어지면서부터, 작가가 되면 급여소득자 로서의 삶을 멈추고 좀 더 나답게 여유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우 희망적인 상상들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그 꿈들이, 소망들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과 함께 말이다. 작가가 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그때는 지금껏 쌓아두었던 나의 경험과 지식들을 기틀 삼아 온전히 나로서의 삶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뭐가 되었든 경제적으로 안정될 만한 능력 한 가지는 인정을 받아야 할 테니 말이다.



비 내리는 아침, 나는 이미 마음속에 커져버린 그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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