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수고했을 나를 위하여
말끔하게 치워진 책상에 앉아 방금 우려낸 녹차를 한 모금 마신다.
아직은 후후 불어가며 먹을 정도로 김이 나지만 조금만 지나도 금세 식어버리는 겨울이기에 목 안에 차오르는 열기를 감내하고 녹차의 향을 즐긴다. 몸도 마음도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매일 오후, 나에게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다. 이른 취침과 새벽 기상을 하고 있는 덕에 나의 하루는 이제 4시간 뒤면 끝이 날 것이다. 이제 조금씩 하루를 정리해 볼 시간인 것이다. 무엇을 해냈는가 와 어떻게 보냈는가 사이에서 생각에 잠긴다. 누가 뭐래도 난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는 스스로의 외침이 기준 없는 자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차가워져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온기 가득한 녹차 한 입에 아주 조금 너그러워진다. 그래, 어찌 되었건 나는 하루를 견뎌낸 것이고 오늘 해야 했을 일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모두 해냈다는 생각에 더 용기를 주기로 한다. 길 건너 회사 건물의 유리창에 반사되어 오는 일몰이 나의 책상을 뜨겁게 비추고 있다. 일몰과 녹차, 책과 연필 그리고 노트북. 스스로 감탄해 마지않는 내 자유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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