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늦은 점심, 이른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이제 제법 초등학생 티가 나는 두 손주를 만나는 일은 두 분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당신들이 조금 더 나이 들어감을 뜻하는 것일 테니까요. 두 아이들이 어머니의 음식을 조금씩 가져가버려 드시고 싶은 자장면을 하나 더 시키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에 당신께선 뭔가를 더 먹고 싶다고 추가 주문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억 속에선 그랬습니다. 어쩌면 엄마는 드시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던 존재라고 나의 무의식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자장면과 군만두를 추가로 주문하여 조금 더 배를 채웠어요. 작년 말경, 올해는 조금 더 자주 함께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그 말씀이 귀에 남습니다. 올해 마흔일곱이 된 아들의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니까요. 혹시 어디 아프시거나 한건 아니겠지, 생각이 들다가도 더 깊이 들어가 보지 않기로 합니다. 아직은 그런 생각을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조차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아들은 엄마를 보러 종종 들를 테니 말이죠.
식사를 마치고 집에 잠시 들렀지요. 얼마 전까지도 한 집에 살다 독립한 터라 이제 휑하니 비어진 것만 같은 그곳의 겨울밤 풍경이란 것은 날씨보다 더 시린 것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와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엄마가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은 '고마운 며느리'는 이에 대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한편으론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합니다. 결혼한 지 11년 차가 된 우리 부부가 두 아이를 키우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당신께는 어떻게 보일지 알고 싶기도 합니다. 한창 우리 두 아이들을 케어해 주시느라 10년 가까운 시간을 고생하셨는데, 이제 이제 4세가 된 조카를 봐주시러 격일로 지하철을 타고 여동생 집을 다니시는 게 마음이 무겁습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터라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왜 꼭 당신이어야 하는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25년이 흘러 제가 당신의 나이가 되면 그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