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는 부모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by Davca

화를 자주 내는 부모는, 비단 아이들에게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에도 화가 많은지,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에도 자주 짜증을 내는지를 떠올려보면 되는데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속에서 욱하고 올라오는 기분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화를 자주 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부모가 아닐까. 나 역시도 이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방학 마지막 주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여념이 없다. 기본적으로 늦은 취침과 늦은 기상.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기상이 늦으니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는 시간대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것이다. 식사도 늦어지고 자러 가는 시간도 늦어진다. 당연한 것이다. 늦게 일어났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해야 할 일'이란 것이 버거운 수준은 결코 아니다. 물론 이것도 아빠인 나의 관점이긴 하지만 하루에 단 몇 시간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될 분량인데, 제 날에 끝낸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때그때 편차가 심하다는 데에 있다. 어떤 날은(대게, 아침부터 엄마한테 잔소리를 듣고 혼난 날) 두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8시간 동안 하나도 제대로 못 끝낸 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고 있음'에 대한 화가 나는 것이다. 이때 매우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자애롭고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지만, 나의 급한 성격은 그것을 순순히 용납할 리가 없다.




화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 이후에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더 큰 문제다.


듣는 이에겐 상처다. 그 대상이 나의 자녀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년 주말 어느 날, 아내와 딸이 외출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유로 아들에게 큰 소리를 낸 적이 있었다. 아홉 살 아들은 거실 테이블에 엎드려 한참을 울다가 '아빠는 나한테 나쁜 소리만 한다'며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아마도 태도나 공부에 대한 잔소리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아들이 한 이 말만 내 가슴에 박혔다. 나로서도 충격이었다. 하나는 아들의 상처에 대한 미안함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내가 하는 말에도 교정이 필요하단 사실이었다. 나는 인정했다. 그 이후로 두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되어도 목소리를 높이지는 말자고 다짐하며 아이를 대한다. 그런데 사실 목소리 톤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모르겠는가. 소리 내서 욕하건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하건 욕은 욕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욕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딸과 아들에겐 그것이 욕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말로 인해 위로받았는가 상처받았는가, 그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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