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게 체육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여러 과목 중 하나였다.
100M 달리기도, 오래 달리기도, 턱걸이도, 윗몸일으키기도 모두 평가를 위한 요소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마저도 잘하는 아이들이 돋보이게 되니 어린 마음에 더더욱 '체육'이란 과목은 피하고 싶었던 거다. 단 농구와 축구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지나 어른, 마흔일곱의 중년이 되었고 5년 전 육아휴직 때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하나로 달리기를 시작했었다. 어떤 달은 매일 달리기도 해 보고, 또 어떤 달엔 장거리 위주로 달려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3km만 가볍게 달렸다. 초반엔 달리기란 숨이 차야 한다고 생각했다. 5~6분 페이스에 맞춰 헉헉대며 달렸다. 뭔가 애매한 성취감들이 있었다. 성취했다는 기분은 그저 뿌듯함으로 채워져야 한다. 고통의 시간은 성취의 기쁨으로 뒤덮어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달려온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나는 나의 방식대로 천천히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아주 천천히. 그랬더니 조금씩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30분만 달려도 죽을 것 같았던 내가 45분, 60분, 90분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시속 7km 정도(830 페이스)로 욕심을 내려놓고 아주 편한 마음으로 달린다. 달리기를 위해 장만했던 여러 장비들도 모두 중고거래로 정리했다. 하나 남은 GPS 워치를 기록용으로만 착용하되 속도나 거리 등의 수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달려보니 세상 편했다.(설정을 오로지 심박수만 볼 수 있도록 해둔다. 존 2 범위에서 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누가 보든 말든 내가 가장 편한 모습으로 새벽을 달리는 기분은 경험해 본 이들은 안다. 특히 따뜻한 봄과 초여름, 그리고 가을날의 달리기의 맛은 잃고 싶지 않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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