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vs. 나쁜 엄마
나 때문이야, 아이 때문이야, 몹쓸 DNA 때문이야?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일반적인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첫 아이 임신 중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아이를 정말 잘 키울 수 있을것만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뿜뿜 솟아올랐었다.
아이는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여실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태어난 이튿날부터 간호사들은 수시로 내 방에 뛰어와 아이가 어디 아프냐고 왜 이렇게 울어대느냐고 물었다.
아니.. 애 처음 낳아본 사람이 태어난지 이틀째 된 애가 "왜" 우는지 어떻게 알아... 당신들이 알려줘야지....
아무튼 산부인과부터 조리원까지.. 간호사들이 혀를 내두르던 아이는 커서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다.
나는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었다. 또 내가 노력하면 아이가 잘 클거라고 믿었다. 기질은 바꿀 수 없지만, 성격은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말 정말 노력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그 예민한 기질은 4세가 지나며 좀 누그러진 듯 보였으나, 점점 아이 내면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말하는걸 들어보면 똘똘한 듯 하지만, 실제 수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친구들과 놀이에서도 또래 아이들과 미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남이 보기엔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엄마의 촉에 뭔가 문제점이 시사되었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 애매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내 가족들과 시가족들은 내가 아이에게 대하는 모습에 늘 "좋은 엄마"라고 평해 주었다. 실제로 나는 정말 많이 노력했기 때문에 그런 평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많이 사랑해주었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었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으며,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즉각 화내기 보다 한번 참고 아이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왔다. 늘 엄마랑 놀아야 하는 아이였기에 몸으로 자주 놀아주었다.
그랬기에 아이가 굉장히 안정적인 상태로 크고 있다고 믿었고, 나와의 애착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믿었다. 오히려 간혹 나오는 아이의 공격성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아정신과를 방문했다. 아이는 ADHD 진단을 받았다.
ADHD자체는 양육의 문제에 대한 결과물이 아닌 단순한 뇌 발달의 문제라고 하였다.
하지만 검사 결과상 보이는 아이의 정서 문제는 엄마로부터 애정이 부족하기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하였다. 엄마가 동생을 편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가 말하길, 아이들끼리 서로 싸우더라도 자로 잰 듯 정확히 똑같이,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동생을 때리느냐 하면서 혼내면 안된다는 것이다.
난 정말 억울했다. 사실 동생에게 미안할 정도로 형 중심으로 모든걸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이 형을 때릴 때 동생에게 엄격하게 대하고 혼냈지, 사실 형은 별로 혼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생을 안을때 몰랑몰랑 촉감이 좋기도 하고 착 안기는 맛이 있는 성향 덕에 동생을 더 많이 안아주고 싶지만, 뻣뻣하고 딱딱한 형아도 그만큼 많이 안아주었다.
그런데도 엄마가 동생만 예뻐했다고 차별했기에 생긴 불만들이란다.
의사는 성인지감수성을 거론하여 무조건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엄마가 똑같이, 혹은 형을 더 사랑해줬다며 억울해 하더라도 아이가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아이들이 가진 사랑의 그릇이 100개라면 내 아이가 가진 사랑의 그릇은 500개인가보다... 내가 아무리 내 몸을, 마음을 갈아넣어 사랑을 채워줘도 200개 이상은 힘든데 아이는 채워지지 않은 300개를 바라보며 늘 화가 나는가 보다....머리로는 엄마가 본인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못채워진 300개에 머물러 허전함을 느끼나보다.
이것은 나의 문제일까, 아이의 문제일까 아니면 타고난 DNA의 문제일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서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난 나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지치고 이 아이가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 노력해 200개 채웠음에도 못채운 300개로 인해 늘 살얼음판을 걸을 바에야 확 버리는 카드인 셈 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다행히 아이가 내가 준 200개 중 100만큼은 인지를 하고있기에 오늘도 힘을 내어 본다.
대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은 이제 하지 않을란다.
그냥 다시 오지 않을 -좋던 나쁘던- 그 순간순간을 즐기는 엄마가 되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