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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Apr 27. 2020

복잡하지만 느긋했던 인도

인도에서 여유를 찾게 된 아이러니함

No problem, my friend(걱정마, 친구)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만난 원숭이들


찌는 듯한 더위의 6월의 어느 날, 인도 바라나시였다. 우리 일행은 바라나시 역에서 수도 델리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 2시에 오기로 했던 기차는 5시간 째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물론 당장 델리에서의 일정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열차가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불안했고, 혹시 놓쳤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걱정이 돼 주변 사람들은 물론 역의 직원들에게도 우리가 탈 기차가 아직 안 온 것이 맞는지 물어봤지만, 그들의 답은 항상 같았다. ‘No problem!’

  

기차는 그로부터 한 시간 뒤, 결국 역에 도착했다. 최고 기온이 51도에 달하고, 강 근처라 습하기도 했던 바라나시의 날씨는 우리의 혼과 진을 다 빼놓은 상태였다. 각자의 큰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열차에 올라탔다. 우리 일행의 옆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인도인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열차에 올라타 그들과 눈빛조차도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는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 심지어 기차에서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들이 흔히 일어난다는 것을 들었기에,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인도인들의 수많은 눈빛을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나시의 평소 풍경


말을 나누지 않고 한참을 멍하게 있던 그 때, 옆에 앉아있던 한 인도인 가족의 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왜 인도에 있는 건가요?”

“저희는 학생입니다.”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 가족은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배우러 온 것이냐고 물었다. 우리는 힌디어를 배우러 왔다고 했다. ‘힌디어’라는 단어를 듣고, 그들은 갑자기 우리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그 관심은 점점 퍼져, 결국 열차의 모든 인도인들이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기차는 우리로 인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우다이푸르의 한 식당에서 경험했던 극한의 여유로움


가장 여유로워보이던, 우다이푸르 한 식당의 개 한 마리


생각보다 긴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깬 이후에도 도착 예정 시간은 5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그때서야 우리는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기차 밖의 풍경을 본다. 빠르게 지나가는 한국의 기차와 달리, 매우 느린 속도로 천천히 가는 인도의 기차에서는 밖이 어떻게 생겼는지 비교적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철도 옆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 여유롭게 풀을 뜯는 소처럼 평소에 인도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이 보였다. 신문을 사서 읽고 있는 중산층의 한 인도인 중년 남자, 우리를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남매들. 여유를 가지자 주변 사람들이 보였고, 불안해하던 우리에게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줬다. 당장의 일을 걱정하지 않고 시간의 여유를 갖는 것. 그들은 마치 우리들에게 눈빛으로 '정할 필요 없어. 여유를 가져'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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