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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Apr 29. 2020

인도 여행, 가지 말라고?

인도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

인도 여행 가지 마세요!


유튜브에 '인도 여행'을 검색하면?


유튜브에 '인도', 혹은 '인도 여행'을 검색하면, 90%는 비슷한 내용의 영상들이 나온다. 대부분은 '인도 여행을 가지 마라'라고 하는 내용이다. 시간이 부족해 모든 영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일부 영상에서는 인도는 여행자가 다니기 위험한 곳, 특히 여성이 다니기 위험한 곳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인도에 가는 사람들에게 '멍청하다', '어리석다' 등의 표현을 하며 공격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인도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위험한 나라일까? 여행을 가기 전과 후, 그들에게 인도는 어떤 나라였을까? 물론 인도를 여행해본 사람들이 어떠한 일을 겪고 나서 분명 위험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라는 나라 전체를 '위험하다'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한가? 그리고 왜 그들은 '소매치기'와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유럽과 같은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라고 하지 않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단순히 인도가 위험한 나라이다, 아니다를 단정 짓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나라의 치안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규정'을 짓고 일반화하는 것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특히 '인도는 강간의 왕국이다', '인도는 미개한 나라다'라는 부정적인 인식부터, '인도는 신비한 나라다'와 같은 긍정적인 인식까지 인도를 특정한 방식 혹은 방향으로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이고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인도와 오리엔탈리즘


사람들에게 인도는 크게 두 가지의 모습으로 인식된다. 하나는 긍정적인 의미의 '신비로운 인도'다. 예를 들면, 인도에 가면 진리를 찾을 수 있고, 일종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인식부터, 인도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는 인식이다. 또 하나는 부정적인 의미의 '미개한 인도'다. 앞서 유튜브의 사례를 언급한 것처럼, 인도는 성폭행이 만연하고 현대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미개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다.


인도에 관한 이러한 두 가지 인식 모두 '오리엔탈리즘'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맥락은 쉽게 말해 '서양에서 보는 동양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오리엔탈리즘으로 제국주의에 근거한 서양 위주의 사고방식을 비판한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서양의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동양 문화의 여러 측면을 묘사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이른다. 이러한 의미는 20세기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의 논쟁적인 책 『오리엔탈리즘』을 내놓으면서 달라졌는데, 이 저서에서 사이드는 18~19세기에 유럽 제국주의적 태도로 형성된 동양에 대한 적대적이고 탄원적인 시각의 서양 예술 및 학술 전통을 이를 때 이 용어를 썼다. 이런 의미로 쓰일 때 '오리엔탈리즘'은 동양 문화와 사람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편향된 외부의 해석을 뜻한다. 사이드는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적 학술 전통을 비판하였으며, 현대 학자 특히 버나드 루이스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다.(출처 : 위키백과)


20세기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 따르면, 서양인들은 인도를 포함한 '동양'을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봤다. '신비한 인도', 혹은 '미개한 인도'에 상관없이, 동양을 바라보는 관점이 주관적으로 치우쳤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은 "동양과 서양 간의 인식론적 구분을 창조하고 확인하는 데 기여한 이념적 관념"이다. 다시 말해 서양이 상상하고 날조해낸 동양의 이미지, '신비한 인도'의 이미지가 오리엔탈리즘인 것이다.( 출처 : 이옥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 델리에 위치한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


오리엔탈리즘을 통한 인식은 결코 대등하지 않다. 오리엔탈리즘은 기본적으로 서양이 동양에 비해 우월하다는 인식으로부터 나온다. 우선 '신비한 인도'의 경우, '이성' 혹은 '합리적'이라는 인식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신비한 인도는 아직 '문명인'에게 정복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며, 문명이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한 신비한 문화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척박한 환경의 사막에서 가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도 사람과 같은 것이다. 결국, 인도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신비한 인도'의 경우에도 인도가 비문명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데에서 나온다.


'미개한 인도'의 경우에는 '오리엔탈리즘'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인도 고유의 문명을 '미개하다'라고 보는 것 자체가 우열의 개념이 포함돼 있는 인식이다. 우리, 혹은 서양의 우월한 문명에 비해 인도는 열등한 문명에 불과하며, 마치 우월한 문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처럼 '미개한 인도'라는 인식은 인도가 영국 제국주의 식민지이던 때 등장했으며, 그들은 인도를 피지배계층으로 여기고 영국이 마치 식민지 지배를 통해 인도를 '문명화'시키는 것으로 인식했다.


2. 인도를 규정짓는 것의 위험성


유럽여행 가지 마세요(?)


유럽 여행이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유럽에서는 실제로 소매치기가 빈번히 일어나고, 캣 콜링 등의 성희롱도 비일비재하며, 인종차별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을 여행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우월한' 서양문명에 대한 찬양이 가득할 뿐이다. 반면, 인도는 그렇지 않다. 특히, 인도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대한 사회, 문화적 지식 없이 무작정 여행을 시작하곤 한다. 인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도 문화에 대한 인식이 주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인도를 '비문명적'이고 '미개하다'라고 규정짓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 블로그 등의 개인이 운영하는 미디어 채널과 신문, 방송 등의 언론, 그리고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문학 작품이 보여주는 인도는 주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 특히, 인도를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짓는 것은 주로 '인도여행기'로부터 나온다. 물론 '내가 인도에 다녀왔는데 정말 위험한 나라더라.', '내가 인도에 갔는데 정말 착한 사람들뿐이더라.'와 같은 개인적 감상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당연히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도에 대한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감상을 일반화해 인도를 함부로 규정짓는 경우다.


'와가 보더'에서 행진하는 인도 군인들


당연히 인도가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인도에 가면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하며, 소매치기 등의 도둑질을 당하기도 한다. 가끔 가다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분명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반면, 인도가 정말 좋은 나라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사막, 히말라야 등의 자연 풍경,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 등 실제로 인도는 누구에게는 좋은 나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감상이 일반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앞서 말했던 '인도 여행 가지 마세요'와 같은 내용은 본인이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인도는 절대 가서는 안 될 곳이다'라고 일반화를 내린 경우다. 특히, 일부 치안이 위험한 장소를 방문했거나, 일부가 성희롱을 저질렀을 수 있는데도 이를 전체 인도의 모습으로 규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N번방 사건이 일어났던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만약 이 사건을 접한 외국인이, '한국은 N번방처럼 성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라 위험한 나라야. 절대 가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도에 대한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 위험 요소가 분명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를 인도 전체의 모습으로 섣불리 규정지으면 안 된다. 이는 인도를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로 보는, 언뜻 보면 긍정적인 듯 하지만 분명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들어가 있는 종류의 규정 또한 마찬가지다.


3. 인도는 그냥 '인도'다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인도를 다녀왔던 사람들,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인지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다. 인도를 짧게 다녀온 사람들, 길게 다녀온 사람들인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누구는 인도가 정말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고, 누구는 천국과 같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도 델리에 위치한 '사켓 몰'
시크교의 성지인 '황금 사원'의 야경


인도를 '그냥' 인도로만 바라봤으면 한다. 인도는 2019년 기준으로 세계 GDP 5위 수준의 경제대국이지만,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70%에 달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다. 또한, 인도는 2018년 기준으로 13.53억의 인구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32.3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대국이기도 하다. 이는 '인도'라는 나라를 단순히 하나의 단어, 하나의 특색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도'는 '일부'의 인도, 혹은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들어간 인도일 수 있음을 언제나 생각하자. 적어도 인도에서는 어떠한 언어를 쓰고 있는지, 어떠한 종교가 있는지, 어떠한 문화가 나타나는지 등은 사전에 알아보고 생각해보자.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내가 보기엔 인도는 그냥 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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