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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04. 2020

인도에서 육식주의자가 살아남는 방법

소고기, 돼지고기는 어렵지만 '닭고기'는 많다

나는 소위 '육식주의자'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고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밥을 먹을 때 '고기반찬'이 없으면 뭔가 허전한 기분을 느낀다. 이처럼 고기를 사랑하고,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던 나는 '인도'가 두려웠다.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암소를 숭배하고, 힌두교, 이슬람교 등 종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금기시하다시피 하는 나라 아니었던가. 고기 없이는 식사가 어려웠던 나는, 인도에 가기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다. 한국에서 고기를 가져갈 수도 없고, 고기가 당기면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안 왔다.


하지만 내 걱정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소고기는 보기 어려웠다. 암소를 숭배하는 힌두교의 영향이었다. 또한, 돼지고기도 보기 어려웠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의 영향이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바로 '닭고기'였다. 마치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없어서 '육식'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인도에는 닭고기 요리가 정말 많았다. 물론 닭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하면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었지만, 우리는 또 '치킨의 민족'이 아니던가. 그렇게 나는 '닭고기'를 통해 육식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커리를 먹으러 가면 꼭 시키는 '치킨 커리'


인도에 있으면 당연히 '인도 음식'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 인도 음식 하면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커리'다. 주로 '일본식 카레'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를 사용한 '비프 카레'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인도에서는 '비프 카레'를 상상도 해볼 수 없으며, 고기가 있는 커리조차도 사실 모든 식당에 있지는 않다. 소고기가 없는 대신에 '고기'를 사용한 커리가 있기는 하다. 그나마 가장 대중적인 '닭고기'를 이용한 '치킨 커리', 그리고 양고기를 이용한 '램(머튼) 커리'가 있다.


커리를 먹으러 가면, 나는 무조건 '치킨 커리'를 시켰다. 정확히는 '버터 치킨 커리', 또는 '치킨 마크니'를 시키곤 했다. '마크니'란 커리에 '마크니'라고 하는 크림을 넣어 만드는 커리로, 쉽게 말하면 '버터'를 사용한 커리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커리를 먹을 때에는 '난'을 시키는데, '치킨 커리'를 먹을 때면 우리나라의 '흰 쌀밥'이 생각나곤 했다. 밥에 커리를 쓱싹 비벼먹으면 얼마나 꿀맛일까. 하지만 인도의 쌀은 우리나라의 쌀과 달리 흩날리는 '안남미'와 같은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비벼먹는 느낌이 반감되곤 했다.



다음으로, 인도에서 닭고기, 즉 치킨을 많이 먹었던 곳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였다. 그중에서도 '치킨' 하면 생각나는 프랜차이즈, 바로 KFC였다. 치킨은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이다.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치킨을 시켜먹을 정도로 치킨 성애자에 가까웠다. 그런 나에게 KFC는 나의 육식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천국과 같았다.


물론 인도의 치킨은 우리나라의 치킨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간'이 다소 짜다는 것, 그리고 '양념 치킨'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인도는 치킨 말고도 많은 음식들의 간이 센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Spicy'라고 하는 음식들이 그러한 경우다. 또한, 인도에는 양념 치킨이 없다. 사실 인도에서 살면서 머릿속으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본 적이 있다. 인도 사람들이 이렇게 치킨을 좋아하는데, 정작 치킨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인 '양념 치킨'을 소개해주면 어떨까. Spicy한 음식을 좋아하는 인도 사람들도 환장하고 먹지 않을까. 물론 나는 내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혹시나 인도에서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양념 치킨'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인도 맥도날드에 있는 '빅 스파이시 치킨 랩'.
'빅 스파이시 치킨 랩'의 구성


인도 맥도날드에 간다면, 꼭 이 메뉴를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메뉴의 이름은 빅 스파이시 치킨 랩(Big spicy chicken wrap). 사실 나 같은 육식주의자이자 대식가에게 빅맥의 치킨 버전인 '마하라자'는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다. 빅맥의 그 맛도 아니었고, 양도 생각보다 많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빅 스파이시 치킨 랩'은 나의 육식에 대한 욕구를 100%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음식이다. 닭의 어떤 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닭다리 베이스의 고기를 썼던 것으로 생각한다. 치킨을 둘러싼 랩, 인도의 난을 연상시키는 이 밀가루 덮개(?)가 상당히 맛있고 쫄깃하다. 그리고 고기는 부드럽고, 굉장히 크다.


숙소에서 직접 해먹은 닭다리 스테이크


인도에서는 '닭고기'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인도에서 닭고기를 포함한 '고기'를 구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트나 슈퍼 등에서 쉽게 고기를 볼 수 있지만, 인도의 마트에는 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기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고기 전문 상점인 'meat shop'을 가야 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정육점'과 같은 곳이다. 내가 살던 동네의 경우 현대화된 마트나 슈퍼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닭고기를 사려면 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닭고기는 굉장히 싼 편이었다. 대신, 약간 비위생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그냥 고기를 어딘가에서 꺼내 조각내 썰어준다.), 검은 비닐봉지에 그냥 넣어주기 때문에 이 고기가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직접 고기를 손질해 요리한 닭다리 스테이크


하지만 어떻게 구하는지를 알고 있기만 한다면, 닭고기를 구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리 유학생들은 이 닭을 이용해 많은 요리를 해 먹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닭볶음탕'부터 '수제 치킨 소시지'까지 육식주의자가 대부분이었던 우리들에게 닭고기는 주식과 같았다. 특히, 나는 인도에서 닭고기를 활용해 많은 요리를 개발해먹었다. '닭다리 스테이크'의 경우, 케첩, 한국에서 가져간 고추장 등을 활용해 소스를 만들고, 닭다리와 함께 곁들여 먹는, 비교적 쉽게 요리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것을 자제하면 큰 복을 받는다


인도의 고대 법전인 '마누 법전'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고기를 먹는 것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기를 먹는 것을 자제하면 큰 복이 된다. 다시 말하면, 고기를 '적당히 먹으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인도의 닭고기 소비량은 연간 약 3.6kg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인 17kg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도는 '채식주의' 위주의 국가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나 인도 음식점에서 '닭고기'를 활용한 음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닭고기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육식주의자라고 해서 인도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채식주의자가 대부분인 인도에도, 소고기, 돼지고기는 구경도 하기 어려운 인도에도, 고기를 비교적 쉽게 먹을 수 있다. 그 고기는 바로 '치킨', 즉 '닭고기'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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