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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03. 2020

'볼리우드'의 나라, 인도에서 영화관을 가다

인도 영화관의 여러 가지 특징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볼리우드' 혹은 '발리우드'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봤을 

대표적인 볼리우드 영화로는 '세 얼간이'가 있다. 인도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세 얼간이를 본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볼리우드란 정확히 어떻게 유래된 말일까?


볼리우드(힌디어: बॉलीवुड, 우르두어: بالیوڈ)는 인도 뭄바이의 인기 있는 영화 산업을 일컫는 비공식 이름이다. 볼리우드는 봄베이(Bombay, 뭄바이의 옛 영어 지명)와 할리우드(캘리포니아의 Hollywood,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의 합성어로 서구 미디어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언어 순수주의자들은 이 용어가 인도 영화 산업을 천박한 할리우드처럼 보이게 한다고 이 용어의 사용에 거부감을 나타내나 현재 '볼리우드'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출처 : 위키백과)


뭄바이는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LA에서 주로 만들어졌듯이, 볼리우드 영화가 주로 만들어졌던 '영화산업의 메카'였다. 비록 지금은 장소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인도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과거 뭄바이에서 주로 만들어졌던 영화를 흔히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인 '볼리우드' 영화로 불렀다고 한다. 비공식 이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볼리우드가 곧 인도 영화임을 생각하게 된다.


볼리우드 영화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춤'과 '노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유명한 인도 영화인 '세 얼간이'를 보면, '알 이즈 웰'을 외치며 많은 사람들이 군무를 추고 노래를 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최근 인도에서는 이러한 춤과 노래가 존재하지 않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인도 영화를 떠올리면 바로 생각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볼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는 인도의 '영화관'은 어떻게 다를까?


인도 자이푸르의 유명한 영화관인 '라즈 만디르'
영화관이라기보다는 마치 '오페라 극장'과 같이 생긴 '라즈 만디르' 내부


처음 인도 영화를 본 곳은 자이푸르의 '라즈 만디르'에서였다. 2013년 초, 인도어과의 동기들과 인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라즈 만디르는 우리가 방문했던 라자스탄의 한 도시 '자이푸르'에 있는 대표적인 영화관으로, 관광객들의 방문지로도 유명하다. 주로 볼리우드로 대표되는 힌디어 영화가 상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안타깝게도 영어 자막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인류 공통의 문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냥 한 번쯤 인도의 영화관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1. 환호성이 난무하는 인도 영화관

2019년 12월에 개봉한 Dabbang 3 포스터. '다방' 시리즈는 3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다.


'라즈 만디르'에서 봤던 인도 영화는 'Dabbang 2'라고 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쉽게 말하면 인도 경찰이 '악의 무리'를 때려잡는 내용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단순한 스토리였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는 '살만 칸'이라고 하는, 인도의 국민 배우가 나온다. 그는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나는 영화 Dabbang에서의  '살만 칸'을 '인도의 마동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떤 방해물이든 간에 무조건 두들겨 패고 보기 때문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영화는 악의 무리들이 범죄를 모의하는 장소에 갑자기 '출불 판데이' 역의 '살만 칸'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그가 선글라스를 벗자, 갑자기 영화관에 있는 모든 인도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기 시작했다. 말소리도 조심할 정도로 조용해야 했던 우리나라의 영화관과 달리, 환호성과 박수가 가득 찬 인도 '라즈 만디르'에서의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출불 판데이는 다짜고짜 악의 무리를 무자비하게 때린다. 그가 주먹으로 악당 한 명을 치자, 악당이 하늘 높이 붕 떴다가 땅으로 떨어진다. 악당이 총을 쏘자, 그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허리를 눕혀 총알을 피한다. 라즈 만디르의 관객들은 그가 보이는 액션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처음에는 그러한 분위기가 낯설었던 우리도 점점 분위기에 적응해갔고, 같이 환호하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라즈 만디르에서의 '브레이크 타임'


인도 영화에는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즉, 쉬는 시간이다. 인도 영화가 보통 3시간에 육박하기 때문에 지친 관객들을 위해 대부분의 영화에 이러한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인도 영화관에서 영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갑자기 영화관의 불이 모두 켜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같이 보던 우리도 사람들이 도대체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궁금해서 같이 나가봤다. 우리가 본 광경은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매점에 줄을 서서 팝콘이나 콜라를 사거나, 짜이를 사서 마시기도 한다. 화장실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브레이크 타임은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굉장히 실용적인 의미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2. 인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영화관이 있었던 델리의 한 '쇼핑몰'


시간이 지난 후 델리로 유학을 오게 된 나는 델리의 한 멀티 플렉스 영화관에 방문하게 됐다. 영화를 좋아하고, 또 영화관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다짜고짜 홀로 영화관을 찾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마블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고 하는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델리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장소는 숙소 근처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영화관이었다. 인도에도 당연히 우리나라와 같은 '멀티 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어쩌면 영화를 사랑하는 인도인들이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티켓. 250루피 밖에 하지 않는다.


지금의 시세는 잘 모르겠지만, 2017년 당시 내가 델리에 있을 때에는 250루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250루피는 한화로 약 5000원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할인받지 않고 영화를 볼 경우에는 티켓 값이 1만 원에 육박하는 데 비해, 인도에서는 영화 티켓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꼈다.


인도 영화관에 있는 매점


인도 영화관의 매점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팝콘을 팔고, 핫도그를 팔고, 콜라를 판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인도 음식도 같이 판매한다는 점이다. 매점에서 커리를 본 적은 없지만, 쵸우멘이라던지, 사모사와 같은 인도의 간단한 스낵 요리를 같이 파는 것을 봤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혼자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아직 인도에서는 그러한 문화가 없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2명 이상이었고, 가족보다는 친구들끼리 영화를 보러 오는 것 같았다.



3. 인도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인도의 'PVR CINEMA' 영화관 내부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는 꼭 공익 광고가 먼저 상영된다.


인도 영화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갑자기 스크린에 인도 국기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웠던 나는 외국인인 나도 일어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인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일단 일어서기로 했다. 그리고 인도의 '애국가'가 스크린에서 흘러나온다. 인도 사람들은 애국가를 따라 불렀지만, 나는 애국가를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따라 부르지는 않는다.


두 번째 특징은 공익광고가 나오는 것이다. 공익광고 중에서도 특히 '금연'에 관한 캠페인 광고가 나온다. 사실 다른 많은 공익광고 중에서도 하필 '금연'에 관한 광고가 영화 상영 전에 나오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러 갔을 때에도, 애국가가 나온 이후에는 항상 금연에 관한 광고가 나왔다. 아마 흡연 문화에 대해 인도가 상대적으로 엄격해서일 것이다.


4. 그때그때 달라요


사실 나는 자이푸르에 있는 '라즈 만디르'에서 처음으로 인도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인도 영화관은 보통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러 갔음에도 약간 걱정이 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관객들은 환호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냥 우리나라의 관객들처럼 조용히 영화를 관람했다. 물론 친구들끼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떠드는 관객들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도 영화를 상영할 시에는 약간 달랐다. 할리우드 영화 외에도 나는 자막이 없는 '볼리우드'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힌디어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영화 내용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영화관에 간 것이었다. 볼리우드 영화를 볼 때에는 할리우드 영화와 분위기가 달랐다. 라즈 만디르에서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만큼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소리가 꽤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영화가 코미디 장르여서 그런 것도 있기는 했다.


인도에 간다면, 한 번쯤은 꼭 인도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물론 자막이 없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보통 할리우드 영화만을 접해왔고, 우리나라의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봐왔던 사람들에게 인도 영화관 문화는 아주 독특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인도 영화를 사랑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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