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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13. 2020

카레와 커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도의 커리에서 한국의 카레까지

우리들에게 '카레'는 이미 너무 익숙하다. 어릴 적부터 많이 먹었던 3분 카레부터, 아비꼬 등의 카레 전문점, 그리고 급식에서 자주 나오는 카레까지. 카레는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최근에 많이 생겼던 인도 요리 전문 음식점에 가면 '커리'라는 것이 있다. 대충 보니까, 카레는 왠지 우리가 자주 먹던 일본식 음식인 것 같고, 커리는 인도의 전통 음식인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카레와 커리를 구분 짓는 그 무언가는 과연 어떤 것일까?


커리란 무엇인가


인도의 한 음식점에서 찍은 커리


인도의 커리는 쉽게 말하면 카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커리(curry)라고 부르는 음식은 과거 16세기에서 17세기 무렵에 향신료를 찾아 인도 남서부 해안에 진출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사람들이, 인도 남부지방에서 마살라(masala)라는 향신료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까리 뽀디(kari podi)', 혹은 요거트와 병아리콩을 기본으로 진하게 끓여 만든 국물 요리인 '까르히(karhi)'를 '커리’라고 통칭해 기록한 데서 유래됐다. 


이후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노란색 심황 가루, 후추, 생강, 고추 등과 같은 기본 향신료와 양파, 토마토 등을 채소와 고기에 넣고 끓인 대부분의 국물 요리를 '커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18세기 영국의 '크로스 앤 블랙웰'(Cross & Balckwell)사가 대중적 입맛에 맞게 각종 향신료를 조합한 '커리 파우더'(curry powder)를 상품화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커리의 맛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싱가포르 등 영국 식민지 국가에 계약 노동자로 건너간 수많은 인도계 이민자들에 의해서 인도 향신료와 음식은 세계적으로 더욱 널리 퍼지게 된다.


델리의 향신료 시장 '카리 바올리'에서 파는 커리 파우더의 모습

인도에서 향신료는 단순히 맛과 향, 음식의 색깔을 위한 첨가물이 아니다. 인도는 대부분의 지역이 열대 기후에 속하는 아주 더운 나라이다. 향신료는 이러한 열대 기후에서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을 막아주고, 우리의 한약재와 같이 약이나 건강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향신료는 커리를 비롯한 음식뿐만 아니라 과자나 음료에도 첨가되기도 한다. 인도 여행을 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마살라 짜이(Masala chai)'가 대표적인 '향신료가 첨가된 음료'라고 할 수 있다.

치킨 티카 마살라(Chicken tikka masala) / 출처 : delish.com


커리는 영국인들이 즐겨먹고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1년 영국의 외무장관이었던 로빈 쿡은 커리의 종류 중 하나인 '치킨 티카 마살라(Chicken tikka masala)'야말로 진정한 영국의 국민 요리라고 언급했다. 치킨 티카 마살라는 인도의 커리 요리이기는 하지만 스파이시한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영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음식이다. 이 치킨 티카 마살라는 1960년대 영국의 인도 음식점에서 개발됐는데, 인도 음식 중 하나인 '치킨 티카(chicken tikka, 쉽게 말해 구운 닭 조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가 영국인들이 먹기에 푸석푸석해 따로 커리 소스를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처럼 치킨 티카 마살라를 비롯해 현재 먹는 영국의 커리는 오랜 시간 조리법의 변형을 거쳐 영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된 것이다. 춥고 어두운 영국으로 건너온 커리는 인도의 것보다 좀 더 기름지고 녹진해졌다. 인도의 가벼운 코코넛 밀크 대신 버터와 크림을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치킨 티카 마살라'를 영국의 요리라고 부르는 것은 약간 의아한 감이 있다. 그저 인도의 요리였던 '치킨 티카'에 인도의 요리인 '커리'를 부었을 뿐인데 어떻게 영국의 국민 요리가 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마치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지금은 아예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 우리나라의 '짜장면'이라던지, 후라이드 치킨에 우리나라만의 양념 소스를 묻힌 '양념 치킨'을 우리나라의 국민 요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커리는 어떻게 카레로 둔갑했는가


일본식 카레라이스의 모습


한편, 이처럼 인도에서 시작돼 영국에서 대중화된 커리는 우리나라에서 '카레'라는 이름이 변화했다. 커리를 우리가 알고 있는 '카레(カレ)'로 둔갑시킨 것은 일본이다. 인도와 영국만큼이나 카레를 사랑하는 일본은 인도에 이어 향신료 소비량이 2위인 국가이다. 19세기 당시 일본 해군은 인근 항에 정박해 있던 영국 해군을 통해 커리라는 음식을 접하게 됐다. 그로 인해 커리는 영국 해군의 남성미를 상징하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졌고, 일본 해군의 공식 메뉴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커리는 일본 해군을 통해 일본 본토에까지 퍼져나가면서 커리의 일본식 발음인 '카레(カレ)'로 불리게 됐다.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법도 바뀌었는데, 기존 영국식 커리 파우더에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만든 '루'를 사용해 더욱 걸쭉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카레를 걸쭉하게 만든 이유는 밥과 함께 곁들여 먹는 '카레라이스'를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에 개항장의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카레 요리를 파는 서양식 식당이 운영되면서 카레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 시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커리'보다는 '카레'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졌으며 실제로 '카레'로 표기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당시에 카레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다. 하지만 1969년 분말 즉석카레가 소개되면서 카레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수입산이 장악하던 카레 시장의 장벽을 국내 브랜드가 깨면서 누구나 손쉽게 즐겨먹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1981년에는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를 통해 데우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분 카레'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그래서 커리인가? 카레인가?


인도 빠하르 간즈에서 먹었던 커리 정식

'커리(Curry)'와 '카레(カレ)'는 이제 별개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커리는 카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묽다. 카레에는 밥에 얹어 먹기 적합하도록 '루'를 넣어 더욱 걸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 음식점에 가서, 혹은 인도에 가서 커리를 먹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카레와는 상당히 다른 음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도에 살면서 우리나라에서 먹던 '카레 라이스'처럼 커리에 밥을 비벼먹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와 같은 맛이 나지 않아 실망했던 적이 있다.


비록 커리와 카레는 다른 음식이지만, 분명 그 뿌리는 인도의 커리에 있다. 영국이 '치킨 티카 마살라'를 자신들의 국민 요리로 부르고, 일본이 '카레 라이스'를 자신들의 요리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치킨 티카 마살라나 카레라이스는 엄연히 '커리'라는 인도의 음식을 활용한 새로운 음식이며, 그 뿌리는 인도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 문헌 : 신민하, <세계의 시장을 가다> - 카리 바올리 편

신동민 셰프의 푸드 오디세이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6/03/20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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