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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 Nov 17. 2015

내 나이가 어때서

“나잇값 좀 해라.”


나이를 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언뜻 보기에 나잇값을 하라는 말은, 어느 정도 나이(모호하지만...)를 먹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지금(20대 초반)까지 나잇값 좀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알게 모르게 쭉 들어왔다.


나잇값의 사전적 정의는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 이다. 그러니까 나잇값을 하라는건, 나이에 걸맞는 말과 행동을 하라는 건데, 나는 그게 상당히 거슬린다. ‘10대 때 해야 하거나/권장되는 10가지 말과 행동, 20대 때 해야 하거나/권장되는 10가지 말과 행동’ 뭐 이런 매뉴얼이라도 있다는 건가.    




나잇값과 관련한 발화가 쓰이는 상황들을 떠오르는대로 적어보았다.    


-(짧은 치마를 입는 50대 여성에게) 나이가 몇 인데 옷을 그렇게 입어?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어른이 말하면 가만히 있어.

-(중학생에게) 나이가 몇 인데 화장을 벌써부터 해?

-(드라마 연속극을 보며 우는 60대 남편에게) 당신도 참, 나이 먹어서 주책이다.

-내가 그래도 너보다 몇 년은 인생경험이 많은 선배로서 너한테 충고하는건데,

-(요리를 잘 못하는 20대 초반 여성에게) 옛날이면 너 나이에 시집가서 애도 낳았어.

-(40살 넘어 아직 결혼 안한/못한 사람에게)저 나이 먹도록 뭐했대?   


위의 발화에 따르면,


-50대 여성은 짧은 치마를 입어선 안되고,

-나이가 어리면 어른과 대화할 때 가만히 듣고 있거나 그저 “네, 네”를 연발해야하고,

-중학생은 화장하면 안 되고,

-60대 남성이 드라마 속 비운의 주인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건 주책이기 때문에 안 되고,

-나이 많은 선배의 충고에는 인생 경험치가 충분히 담겨있기 때문에 정답에 가까울 것이고,

-옛날엔 여성이 20대 초반만 되어도 ‘철이 들어 성숙한 어머니’까지 되었는데 지금은 어머니는커녕 요리도 잘 못하고,

-40대가 넘으면 안정적인 직장과 함께 행복한 가족을 꾸리는 것이 정상적이다.     




소위 “나잇값 못 한다”라는 건 못난 게 아니다. 여기서 반박거리가 하나 예상된다. 간혹 자신보다 어리거나 약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노인을 두고 나잇값 못하는 어른이라고 하는데, 그건 나잇값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 됨됨이가 안 된거다. 나이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 잘못된거다. 나이를 들먹일 이유가 하등 없다.


그러니 나잇값에서 자유로워지자. 나 하고 싶은대로 좀 하고 살자.    


(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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