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초짜는 어디서 경력을 쌓나?
내년에 3학년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언론사 시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최근들어 많이 들었다. 학내에 언론사 시험 준비반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무슨 비밀 조직이라도 되는 건지 검색을 해도 안 나오고 주변 지인들도 아는 바가 없다. 가끔 언론사 채용 정보나 취업 정보를 알아보러 들어가는 인터넷 카페 하나가 생각났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꽤 유명한 카페다.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게시판을 보니 상당수의 경우에 언론사 공채 시험의 경험 여부와 스터디 경험 여부를 묻는 지원서 양식들이 많았다. 덧붙여 당장 내년을 목표로 ‘꼭’ 합격해야하는 사람들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글들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해당사항이 단 하나도 없었다.
스터디원 모집 공고 중에 적절한 시간, 장소 조건인 스터디가 하나 있어 지원서 이메일을 보냈다. 합격, 불합격이 정해지는 ‘~채용’이 아닌 말 그대로 '스터디' 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스터디를 시작하는건 어렵겠지 않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지원서라도 내보자는 생각에 지원서 이메일을 보냈다. 비록 경험은 없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로 마무리 하며. 며칠 후 온 답장의 일부.
“다시 한 번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리고 다음에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답이 늦어 죄송합니다. 하시는 공부 전부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예상했던 대로 공채 시험을 치러 본 경험도 없고, 스터디 경험도 없으며 당장 1년 후에도 아직 학부생인 나는 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소수의 스터디 인원을 정해놓고 모집하는 사람들에게 투정부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스터디 특성 상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밀도 있게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피드백을 주고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중에서도 자신들의 공부에 더 도움이 될 만한, 빠른 시일 내에 언론사에 입사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내가 속상했던 건, 어느 분야의 어떤 자리든 자꾸만 나의 “경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경력란에 쓸만한 것이 딱히 없어 공란으로 비워둬야 할 때면 난 그동안 뭘 했나 싶다가도 이제 갓 22살, 학교 다니는 내가 무슨 수로 훌륭한 경력이 있을 수 있겠냐는 생각이 뒤따른다. 그러면서도 경력란을 채워나가는 주위 또래들을 보면 뭐가 있긴 있나보다 싶고.
씁쓸한 마음으로 검색창에 “경력직”을 검색해봤다. 반갑고도 슬픈 기사 하나의 일부가 다음과 같다.
스터디 멤버 충원에 경력직 선호
경력직 선호 현상은 취업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취준생 시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실제로 많은 스터디에서 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취준생이 우대받고 있었다. 취준생들이 스터디 멤버로 경력자를 선호하는 것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실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송씨는 “나 역시도 경력자가 있는 스터디에서 취업 준비를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지원한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래면서도 “스터디란 게 취업을 하기 위해 하는 건데 여기에서도 경력을 원한다. 경력직 중에서도 대기업일수록 더 높이 평가해주는 분위기다. 나 같은 초보는 취업 준비 시장에서부터 설 자리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2015년 11월 19일자 시사저널, “돈 없으면 취업 준비도 못한다” 중에서)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당장 언론사 준비 스터디만 보더라도 스터디원들 연령이 꽤 높은 편이다. 당장 내년 합격을 목표로 하는, 필사적이고 전투적인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내가 지원서를 내미는 건 간절해 보이지 않겠지.
어려운 문제다. 한쪽에서는 짬 좀 있는 사람들이 이왕이면 실력있는 사람들과 팁을 공유하며 기자 몇 명, PD 몇 명을 배출해낸 ‘엄선된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싶어하고 한쪽에서는 초짜들이 갈피를 못 잡아 그래도 뭘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하고.
이것 참, 스터디를 위한 또 다른 스터디라도 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