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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Aug 08. 2021

아무말 흘려듣기

멋진 내 삶을 위해

곰곰하게 생각해보면, 나는 시간에 많이 쫓기고는 한다. 인생 시간에 쫓기는 그것이 문제다. 안정을 못 찾도록 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사실 시간이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간에 쫓기다보면, 나는 가끔씩 이성을 잃어 버린다. 시간을 버리는 느낌, 남들보다 뒤로 가는 느낌은 나를 괴롭도록 만든다. 때론, 그런 생각이 들때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행동과 말을 하게 된다. 내 주변 사람들인 가족이나 연인에게 더 많이 그러는 것 같다. 괜히 내가 불편하니까.. 내가 못해주는 것 같으니까 분을 엉뚱한데 푸는 듯하다. 


사실 시간의 압박은 곧 나이의 압박이다. 사회학자로서 왜 사람들이 이런 인지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산업 때문으로 알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지식은 삶의 경험에서 나왔다. 초창기 산업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량생산 사회에서야, 특정 매뉴얼대로 사람이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결혼나이, 취업 나이 등등이 정해져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좋은 정보는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이었다. 우리 나라는 농경사회와 대량생산 위주의 산업사회를 거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들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 


반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정보화사회, 4차산업 혁명 사회에 다다르면서부터는 다르다. 휴대폰과 컴퓨터만 있어도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꼭 어른들처럼 안 살아도 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기존 정서와 관례와, 새 지식은 충돌이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대략 지식 설명은 접어두고...


결론적으로 나의 정서의 일부는 저 과거 농경사회와 초기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다. 규정된 역할 수행을 위해 취업, 결혼, 군대, 아이 낳기 등등이 뭔가 다 정혀져 있는 그런 사회에 말이다. 그래서 때론 지금가치관대로 행복하게 사는 내 모습이 흔들리고는 한다. 그 나이에 역할 수행을 안하면, 큰 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성역할도 마찬가지다. 남자면, 밖에서 돈 벌어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왠지 마음 속에 깊이 있다. 누가 나한테 그러라고 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구시대 정서가 내 마음에 있다. 나는 박사과정까지 하는 바람에 사회진출이 많이 늦어진 점이 괴로움으로 다가오고는 한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삶이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때로는 흔들리는 것이다. 


내 삶의 책임자는 '나'이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없고, 지금처럼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나이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남자는 뭐 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생각들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속 압박으로 다가오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도, 해줄 수 있는 일도 없다.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는..혹은 여자는..' '그 나이에' 무엇을 해야 지! 라고 말하는 것은 속된 말로 '아무말 대잔치'이다. 별 생각없이 내뱉는 말이다. 


아무 말은 흘려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관습을 넘어서야 한다. 나의 세대는 적어도, sns에 나오는 화려한 삶을 그대로 살수는 없어도, 따라갈 수는 있다. 저 멀리 해외에서의 삶도 꿈꾸고, 어느 정도는 이룰 수도 있다. 발달한 의학 덕에 오랜 시간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아무말 대잔치에서 나를 지키고자 한다. 흔들리지 않고, '지금 내 삶이 최고다'라고 자신감을 다시 가지고자 한다. 그래야, 진짜 내가 행복할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해야, 내 주변도 행복할 수 있다. 그래야먄, 아무말 대신에 나를 위한 말, 정말 다른 사람만을 위해 말을 해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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