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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Aug 25. 2020

고생 사서하지는 말자.

더운날 하나의 회상

# 날이 더워지면

날이 더워지면 육체노동했던 일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한 여름, 대학교 다닐 때 생활비와 등록금을 보태기 위해서 공장과 육체노동을 했었다. 공장은 더우면, 에어컨 덕분에 일할 만 하지만, 잠이 올 만큼 지루하다. 반면에 노가다는 지루하지는 않아도, 날이 더우면 무척이나 고생스럽다. 한 예로 안전모에 땀이 가득찬다. 위험한 장비를 다루다가 다치기도 한다. 집에 가면 지쳐서 공부고, 취미고 뭐고 없다. 대학에 다닐 때에 다른 일들도 많이 했지만, 급작스러운 돈을 벌기에 괜찮은 일이라 간간히 했었다. 나는 노동이 귀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고생스러운 일은 피해야 한다는 정도의 생각는 가지고 있다. 


부지런히 살았다. 나는 일찍 일어났다. 노가다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아침 체조를 하고 6시 30분부터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침잠이 한 없이 많았던 나는 당연히 4시간 정도 일한 후에 11시 30분부터 주어지는 점심시간이면 밥을 먹고 잠이 들고는 했다. 날이 더운 여름이면, 근처 상가에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다른 내 또래 조공들과 함께 잠이 들고는 했다. 그렇게 잠이 들면 '꿀잠'을 잤다. 저녁이 5시가 되면 연장근로를 신청했다. 집에가서 할 게 없었던 나는 당연히 연장 근로를 해서 돈을 벌었다. 번 돈으로 대학교 때 학비내랴, 생활비 쓰랴.. 괜스레 바빴다.  


# 고생좀 해보라니: 상대적 박탈감  


고생스러운 것은 몸이 기억한다. 나는 때로는 '고생 좀 해봐야 한다'는 어른들을 만나고는 한다. 우리 아버지도 아들 사정은 모르고서 나한테 그 말을 정말 많이 하신다(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학비는 커녕 용돈 한 번 안받았는데, 너무하다 싶다).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목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닌데, 고생은 사실 할 필요는 없다. 고생은 안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다. 고생해보라는 어른들이 말하는 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그 의미를 헤아리고 싶지까지는 않다. 


지금 시대의 고생이 과거와 다른면이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이다. 90년대 초반까지 대학진학률은 30%가량이었다. 그 시대와 지금은 직업에 대한 개념, 중산층의 개념이 달랐다. 30여년이 지나 내가 사는 시대는 달라졌다. 가정에서 지원을 받는 내 또래와 나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모임 나가서 돈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자격증 시험 하나 접수할 때면 무척 신중해진다. 먹고 싶은 거 먹을라다가도, 너무 어렵게 번 돈이라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때도 많다. 여행가자는 친구들에게 적당한 핑계를 대고서 가지 않게 된다. 그런데 나와 반대인 친구들의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느끼는 '확' 올라오는 분함이 올라온다. 신경은 곤두 서 있게 된다. 고생 그 자제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마음을 더 때린다. 


# 그래서 하는 말, 고생하지 말아 제발 

주변에 동생들이나 후배들 만나면, 가끔가다가 하는 말이 있다. 꼰대같은 말은 피하는데, 고생은 절대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은 반드시 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하는 게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 정신승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훨씬 더 많다. '내가 어렵게 살았으니, 남들을 돕겠다'는 여유는, 크게 성공해야 만 할 수 있는 말이다. 단지 '노력을 열심히 해서 성공하거나, 고생해서 성공하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 성공해서 그 노력과 고생을 인정받는 것이다. 


고생함으로써 성공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틀렸다. 고생과 성공을 연결시키는 것은 비합리적, 비과학적인 사고다. 그런 일은 세상에 어쩌다 한 두명, 그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몇 사람만이 해낸 일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것은 원래가 기적이다. 그러한 기적과 요행을 바라고 사는 것과 복권을 사는 것은 비슷한 일이다. 죽어라 아르바이트 하다가 필요한 공부 못하고, 필요한 사람 못 만나고, 필요한 일 못하다가... 대학 졸업하고 학자금 대출 갚는데 바쁜 사람이 원하는 일 하면서, 필요한 사람만나고, 필요한 공부를 한 사람과 경쟁하는 것은 경쟁이 아니다. 경쟁으로 보이는 '쇼'에 불과하다. 


두서없이 이렇게 동생들에게 정리한다. "고생은 사서 하는 게 아니다. 어쩌다보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생은 사회와 주변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방법도 많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경제적인 고생도 나눌 수 있고, 고생함으로써 생기는 상처도, 애초에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고생하지 마라. 그리고 남도 고생시키지도 말아라. 누군가 누구를 고생시킬 이유도 없고, 고생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도 없다. 서로 하고픈 일 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돕고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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