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헛된 '노오력'은 청년을 배신한다

조한혜정, 엄기호 외 공저,『노오력의 배신』

by 아포리스트
""OECD 가입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답이 없는 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나라에서, 나라를 떠나거나 아니면 남아서 '벌레'가 되는 선택만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오력의 배신』 (193쪽)



착하게, 열심히 살아도 안 된다.


이제 금수저, 흙수저라는 계급은 청년사회에서 당연한 일이 된다. 어떤 짓을 하더라도, 한번 신분화된 사회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절망의 끄트머리에는 '노오력'의 배신이 있었다. 그동안은 노력을 하면 사회에서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계속해서 심어주었다. 노력을 해서 극복만 하면, 더 나은 사회가 펼쳐지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에 청년 세대는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는 했었다.

그러나 청년세대에게 노력은 금기어다. 이제는 ‘노력’이라는 말을 함부로 어른이 청년에게 했다가는 ‘꼰대’ 소리를 듣기가 십상이다. 그만큼 노력을 권하는 사회에 대한 사회적인 회의가 깊어졌다는 뜻이다. 노력에서‘오’를 더 많이 붙일수록 최악의 ‘꼰대’를 뜻한다. 노력만이 세상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헛된 말들이 청년들에게는 기만으로 밖에 들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자기개발서에서는 '그래도 하면 된다'였었다. 우리의 고속성장들은 그동안 '하면된다'라는 시대의 믿음을 만들어 냈다. '내가 착하게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좋은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피로한 사회를 우리는 그동안 살았었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열심히 살면,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살리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은 우리를 배신하기 십상이다. 이제 '노오력'으로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학박사이자 뇌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가 쓴 책 『노력불요론(努力不要論)』이라는 책이 일본에서 나왔다. 이 책역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많이 준다. 이 책에서는 무작정 노력부터 하고보는 '노력중독자'는 남에게 이용만 당하거나, 피해를 끼치기 십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일본은 '노력신앙'을 가진 '노력교'신자가 많아서 문제라고 한다. .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어 패한 것도 대책 없이 노력과 정신력만 강조하던 지도자들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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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의 배신』은 청년 연구자들이 1년의 세미나와 토론을 모아둔 결과물이다. 청년들의 육성을 실제로 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을 했다. 여기서는 우리가 사는 성실한 삶, 자기일에 대한 열정을 다했을 때에 당하는 서러움들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기자가 꿈이었던 한 청년은 그 꿈을 이루었다. 비록 적은 월급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 데 큰 자긍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동안 기자가 되기 위해서 사용한 돈과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제 '빚쟁이'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도 '금수저'로서 태어나지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노오력을 피곤해 하는 이유
이른바 ‘노오력’에는 두 가지 피로가 섞여 있다. 우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이다. 세습자본주의 사회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토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말하듯이 이제는 세습되는 부를 임금을 통해 극복될 시대는 지나게 되었다. 우리시대의 세습은 사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하나의 신분이 되어버렸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수십년 간 노력을 할지라도, 넘기힘든 벽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모의 자본력이다. 교육혜택에서, 취업혜택에서조차도 기본에 가지고 있던 신분을 넘어가기 힘들다는 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 높은 벽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이 책에는 담겨져 있다.

두 번째는 ‘아둥바둥 사는 삶’에 대한 피로다. 제 아무리 노오력을 기울여도, 우리 삶은 아둥바둥 살게 된다. 지금까지 허둥지둥, 아둥바둥 살았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모두 깨부쉈다. 신분 사회를 넘기 힘든 현재 상황에 있어서 노력으로 뒤집기에는 현실의 벽이 엄청나게 높다. 그런데 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으며 아둥바둥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가 심해진 것이다. 이를 넘으라는 기성세대의 강요는 청년세대에게 곧바로 피로로 다가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조적인 노력


자조와 노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자조와 미덕이 가장 중대한 미덕임은 자유주의 국가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세 가지 세계』에서 세계적인 사회학자 에스핑엔더슨은 자조와 노력으로 자유주의 국가는 이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가의 자조와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이 구조임을 설명한다.


이 점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지점이다. 에스핑엔더슨의 지점처럼 '노오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구조적인 부분인 것이다. 높은 임금, 좋은 복지혜택을 받지를 못하게 되면, 결국 교육내지 구직활동에 투자한 모든 돈이 빚으로 남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조적이 노력을 시행하는 것이다. 현재 가족, 기업에게 떠넘겨진 복지의 책임을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 모델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요약하기

1. '노오력' 담론이 사회에서 문제시 되기 시작했다. 이제 노오력으로 청년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 '금수저, 흙수저'로 계층화된 사회에서 청년들의 희망은 짓밟히고 있다. 넘을 수 없는 벽이 강하게 존재함을 청년들도 알고 있고, <노오력의 배신>은 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3. 자조와 개인의 노력을 넘어서 구조화된 문제를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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