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대학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라고는 대학밖에 모르는 이 사회가 청년들을 빈곤으로 몰아놓고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 대학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빚을 지게 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이 강요된 빚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물어야 한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서문 중
공부할수록 가난해진다?
본래 공부는 신분상승의 도구였다. 내 상식에서도 그랬다. 공부를 해야만이 지금 가지고 있는 ‘신분’을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서도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캠퍼스 생활을 즐길 여유가 필자에게는 없었다. 그런 공부가 더 이상 신분상승의 도구조차도 못될 세상이 와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제목 잘 뽑았다. ‘우리가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지’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역설은 등록금 때문이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대졸자 10명 중 8명꼴로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학자금 대출 평균 금액은 1471만원이었다.
이돈은 엄청난 돈이다. 한 달에 100만원씩 1년 이상을 꼬박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 큰 돈을 지불한 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라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한국 인식에서 신분 상승의 수단은 교육이었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수단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있었던 일이었다. 어떻게든 좋은 대학이나, 좋은 학교에 진학을 한다면 우리의 삶은 변화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대학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이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 버렸다. 책에 따르면 서울에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친 사람이 쓰는 데 드는 비용이 2억원이라고 한다(28쪽). 2억원의 돈은 말도 안 되는 돈이다. 8년동안 사용하는 과정에 2억원이 든다는 이야기는, 20-30대 직장인이 8년동안 꼬박 일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다. 그런데 대학 다니는 데만 해서 2억원을 쓴다니.
우리 시대의 문제는 대학 진학률이 70% 넘는 국가, 그러니까 재수생과 군입대 정도빼고는 모두 대학을 진학하는 국가에서 대부분이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보다는, 모두가 대학에 가는 사회를 만들어 냈다. 그래놓고서 대학은 최고의 수익사업이 됐다.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대학은 학생을 갈취했다. 외환위기 이후에 등장한 ‘부채세대(Generation Debt)’는 바로 청년인 내가 겪고 있는 문제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난다고 해서 생활이 달라지지 않는다. 신용카드의 빛과 불안정한 직업에 우리는 시달려야 한다. 고성장 시대가 살면서 누렸던 생활 영위는 불가능하다.
청년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자신이 “부채자이자, 연구자”라고 말한다. 그녀의 삶에서 높은 학비는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만들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던 대학원 진학은, 그녀에게 빚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 나는 학자금 대출(조건)과 채무자(정체성)가 서로 다른 조건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깨달았다...(중략)... 부채가 당연하다는 것은 곧(나의) 빈곤이 당연하다는 것이었고, 빚을 내서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어야하는데, 내게는 결코 부채도 빈곤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19-20쪽)”.
문제는 이렇다. 청년부채의 문제가 청년세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가 대학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서, 그 빚을 지는 게 당연스럽게 여기는 사회가 문제라는 것이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갈 사회대신에,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직이 안 되는 사회에서는 당연히 대학을 갈수밖에 없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 놓고서, 그 책임은 청년들이 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 고발한 것이 천주의의 책이었다.
<사람인>, <인쿠르트>에 있는 채용사이트만 뒤져봐도, 대부분의 채용이 ‘대졸이상’으로 학력을 제한하고 있다. 몇몇 진보적인 단체정도를 제외화고서는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제대로된 곳에 취업이 불가능하다. 대학을 나와야만 사람노릇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사실상 중등교육의 목표는 대학 입시에서 시작해서 대학 입시로 마무리 지어진다. 여기에 대한 별 다른 생각이 있기는 어렵다. 기성세대가 이런 환경을 만들어 놓고, ‘생각없는 대학생’을 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특히 청년들이 학비 때문에 삶까지 비참해져가면서 이 책임을 떠안고 있다. 책의 한 구절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대출을 받은 학생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자신은 알바도 두세 개씩 하고, 삼각김밥만 먹고, 돈만 생기면 빚 갚는 데 쓰는데 사람들이 요즘 청년들은 개념이 없어서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도 안 갚으려고 한다고 말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고 말이다.
노동시장 진출에서 대학의 필요성을 없애라
결국 빚에 대해서, 대학에 대해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노동시장에 진출했을 때에 '4년제 대학 이상졸'이라는 딱지를 떼어내지 못하면, 우리사회의 학벌 문제와 대학을 통해 빈곤해지는 에듀푸어, 워킹푸어 문제를 함께 겪고 있다. 채용시장에서 굳이 대학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과감하게 바꾸는 방법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하기
1. 우리는 한국 최초의 '부채세대'이다. 이 책에 의하면 서울에서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는 데 드는 돈만 2억원이다.
2. 청년세대가 빚을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대학에 가게 만들어 놓고서 비싼등록금으로 빚을 지게 하는 사회가 문제다.
3.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